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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평점 :
종종 사치 논쟁을 보게 된다. 한 끼 밥보다 비싼 커피를 즐겨 마시는 여자들을 두고 된장녀라고 부르는 일이나, 비싼 유모차를 소비하는 초보 부모들을 두고 벌이는 논쟁들 같은 것들은 끊임 없이 반복된다. 누군가의 소비 패턴에 대해서 함부로 왈가왈부 하는 것은 오지랖이 넓은 경향이 있지만, 주변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이런 논쟁은 답 없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돈 많은 사람들을 질투해서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더 커다란 갈등을 만들 수 밖에 없다. 누가 어떤 가격의 상품을 소비하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은 과연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의 가격이 그럴만한 가격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닐까?
사치 논쟁보다는 덜하지만, 물론 가격 논쟁 또한 가끔 사회적 논쟁으로 변하기도 한다. 최근의 기름값을 두고 정유사와 소비자들의 가격 논쟁이 대표적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국제유가의 상승분이 가파르게 반영되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더니, 국제유가의 하락시에는 가격에 그것이 반영되지 않는 것을 느끼는 많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보통 우리가 단순한 경제학 지식만을 가지고 가격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름값의 가격변화를 보면 공급가격의 하락이 소비자 가격의 하락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을 보면, 가격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명품의 가격을 보면 우리는 그것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명품의 제조 원가는 보통 명품 가격의 30%도 되지 않는다. 70%에 가까운 가격이 명품의 원가 이외의 값어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비싼 명품 가격에 대해서 큰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명품을 사지 못해서 야단이다. 오히려 최근 뉴스에서 우리나라의 명품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비교 보도가 있었고, 그 여파로 인한 소비자들의 반발 때문인지 명품의 가격을 낮춘다는 후속 뉴스가 나왔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들은 명품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비싼 가격에 불만을 터트리기 보다는 다른 나라의 명품 가격과 비교해서 비싸다는 것에 더 분통을 터트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로버트 H 프랭크는 "사치열병"이라는 책을 통해서 그런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사회적 맥락에 의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는 경향이 많은 것처럼, 소비도 다른 사람의 의식해서 소비하는 것이다. 사치품의 경우 소비의 형태가 상류층에서 시작되어 중산층으로 내려가는 경향은 바로 그런 경향의 단면이다. 이런 소비 성향 때문에 명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합리적 소비의 중요한 잣대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는 아주 사소한 가격의 변화에 대해서 심각하게 반응한다. 버스요금 100원 인상에 화를 내고, 콩나물 값 100원에 벌벌 떤다. 그렇게 보면 가격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나 숫자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물건의 가격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의미나 가치까지 반영되어 결정되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가격은 단순히 물건에만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의 생명이 존엄하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의 생명이나 몸에 가격을 매긴다. 그렇게 우리는 상품 이외의 많은 것들에 가격을 매겨서 평가를 하고 열망한다.
이 책은 사물의 가격, 생명의 가격, 행복의 가격, 여성의 가격 등.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매겨지는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가격은 특정한 경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신호를 제공한다. 즉 최고의 이익을 얻기 위해 어디에 자원을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결정에 도움을 준다."라고 말한다. 물론 저자는 이 과정에서 "가격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간과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은 우리에게 이익되지 않는 결정을 하게 만든다."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가격의 가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 함을 말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무언가에 가치를 매기고 평가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복합적인 것들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이라는 가치 이외에도 다른 복합적인 것들을 고려해 사물과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모든 사회적 문제를 다윈의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면 사회를 너무 삭막하게 분석하고 다른 가치를 간과하는 것 처럼, 모든 것을 가격으로 평가하려는 사회적 현상이나 사람들의 경향은 또 다른 중요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