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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20대 여성들을 겨냥한 옷들에 주요 소비자층에 40대 이상의 여성들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패션에 대한 나이의 파괴 현상은 비단 여성의류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남성들의 패션도 점점 더 나이 파괴 경향을 보인다. 중년의 남성들이 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서 캐주얼 같은 의상을 구입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뷰티나 성형 산업에 쏟아 붙는 돈의 규모는 익히 알려져 있어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최근에는 남성들도 성형이나 뷰티 산업에 큰 손이 되고 있는 경향은 주목할 만하다. 남성 화장품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가 매출 기준으로 세계 1,2위를 다투는 규모라는 것을 보면, 보다 젊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은 여성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까지 널리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외모만으로 상대방의 나이를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다 젊게 보이려는 욕망에 사람들의 외모는 점점 젊어지고 있다.

 

외모 뿐만 아니라 기존 관념으로 나이 대에 맞는 취미나 행동들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나이 값도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나이 값이라는 것이 뭘 뜻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사회적 기준으로 아무도 모르게 정해진 그 기준이 개인의 자유스러운 행위와 행동에 대해서 비판적인 잣대를 강요하게 만든다. 다른 한 편에서는 "피터팬 증후근"이라는 것이 있다.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심리로, 정신적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단순히 사회적 변화나 인식의 변화로만 치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나이에 대한 다양한 편견들로 인한 대중들의 인식들이 바로 이런 다양한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특히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이런 현상들이 강하게 퍼지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을 이 책에서 말하는 "어모털족"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저자는 "나이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그리고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나이에 어울리는 것인지에 대해서 별로 의문을 갖지 않는다.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나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써보고 싶어한다. 결혼하고, 이혼하고, 아이를 낳고, 배우고, 일하는 등 인생의 모든 선택이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열려 있다고 생각하며, 또한 그렇게 행동한다. 이들이 바로 '어모털족'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이에 상관 없는 패션을 소비하는 집단을 여기에 집어 넣고 어모털 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어모털족이라고 정의하기 쉽지 않다. 그들은 단지 젊어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지 나이를 잊고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대한 반응을 뿐이다.

 

오히려, 나이 값 못하는 사람들이 어모털족에 가까운 것 같다. 저자가 정의하는 어모털족의 특성, "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거의 대체로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이런 사람들이 늘어는 경향을 보인다. 개인의 개성을 내세우면서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그들의 개성을 이해하는 대중의 관용이 조금씩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배우는 나이별 이칭 "지천명, 이순, 불혹" 등과 같은 것들이 점점 의미가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정보와 지식에 대한 무한한 접근을 비롯해 늘어나는 수명은 나이별 이칭이 가지는 의미 퇴락은 어모털족이 등장하기 이전부터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어모털족에 대해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때론 비판적으로 때론 긍정적으로 다양한 시선을 동시에 쏟아낸다. 요즘에 유행하고 있는 힐링, 즉 치유 문화에 대한 접근은 대표적으로 비판적 시선이 보인다. "치유 문화는 어모털족이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어모털리티와 같은 뿌리, 곧 조직화된 종교에 대한 거부, 그리고 인생의 각 단계에 대한 기존의 관념들을 약화시키는 현상으로부터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도착예정시간이 없는 여행과 같은 새로운 치유법들은 죽음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는 희망에 찬 여행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어모털족들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제안이다. 치유 화법에서 '여행'이란 그 자체로서 야심찬 종착지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저자의 분석에 의문이 간다. 오히려 "혼자서 볼링하기"라는 책의 저자 로버트 퍼트넘이 강조한 사회적 자본의 붕괴 또는 약화라는 문제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공포관리이론"으로 어모털족을 분석하려는 경향 역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일하는 과정에서 죽음을 더 많이 겪을수록, 일부러 위험을 떠안는 방법이든, 아니면 자존감과 성과를 끌어올니는 방법이든 죽음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킬 방법을 더 많이 찾을 것이다. 이것이 전형적인 어모털족의 행동이다." 이런 경향이 과연 어모털족에만 있는 것일까? 죽음과 공포를 피할 수 없으면 주의를 분산 시켜려는 행동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쉽게 발견되어 질 수 있는 행동이지 않을까? 인간은 쉽게 죽음과 공포에 굴복하지 않았고, 그래서 혹독한 자연환경과 싸웠고, 그것을 피하고 저항하는 방법을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이루지 않았던가? 이런 식의 단편적인 접근은 어모털족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로 보인다.

 

나이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는 부분 중 "젊은 노동자들이 IT를 이용해 좀 더 수월하게 일을 하는 것에 비해 나이 든 피고용인들은 훨씬 더 헌신적으로 일을 했다. 랭커스터대학교 경영대학의 연구에서는 다양한 나이대로 구성되어 있을 때 가장 생산적인 노동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연구 내용의 소개는 어모털족 뿐만 아니라 모두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잠재적 세대 갈등이 폭발하려는 현재에 사회적 다양성이 나이에 대한 다양성도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 만큼 사회가 가지고 있는 나이에 대한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세대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도 같이 다양한 나이 대의 사람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분석을 하면서 어모털족을 이야기하지만, "어모털리티는 특정한 자기애적 특성을 정상으로 간주하며,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좋아하고 절대자와 공적인 생활에 대한 믿음을 잃은 세상의 산물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가장 어모털족에 대해서 잘 접근한 것으로 보여준다. 결국 어모털족은 라이프 스타일이나 의지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과 강력한 믿음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향과 믿음은 자기 표현의 욕구가 충만하고, 그런 표현의 욕구를 관용할 수 있는 사회에서 더 강하게 확대 될 것 같다. 이 책은 몇몇 부분에서 아쉽지만, 어모털족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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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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