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계발서들은 읽을 때는 희망과 용기를 준다. 때론 그것이 위로가 되어서 나도 할 수 있는 생각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열정을 잠시 불사르게 만든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소비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읽으면서 느꼈던 희망과 용기로 지금 보다 나은 자신의 삶을 원했지만, 아직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자신을 보고는 다시금 그들은 다른 자기계발서를 통해서 위안과 자신도 뭔가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는 자기 변명을 만들어 간다. 그렇게 자기계발서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것의 무용성을 깨닫기 전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명언사전에서 봤을 법한 말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놓는다. 읽는 그 순간에는 독자를 매혹시키버리는 화려한 수사와 성공담은 그 찰나의 순간만 남을 뿐이다. 결국에 저자가 아니라 '나'라는 인간에 그것이 바로 적용될 가능성은 지극히 없다. 저자와 '나'가 그 당시 공유하고 있는 하나의 가치는 책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자기계발로 유명한 한 강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의 가치는 언제나 '성공'이다. 그가 설파하는 자기계발의 가치에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와 적자생존의 가치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 경쟁의 최고에 올라야 한다는 냉혹한 적자생존의 정신을 그대로 설파하고 다닌다. 이러한 자기계발의 방향성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데, 그 강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그렇다. 철저하게 성공이라는 가치만 추구하게 만들어 경쟁이라는 가치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때때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치로 보이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원하든 사람이든 원하지 않든 사람이든 성공을 위한 경쟁에 몰아넣는다. 그 경쟁에 점점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스스로 경쟁의 경로를 벗어나기 위해서 때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높은 자살율과 함께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의 증가는 '성공'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 적자생존 사회에 나타나는 위험신호가 아닐까?
왜 우리사회의 분위기는 성공과 경쟁을 강조하는 것일까? 인류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연구한 것을 보면, 초기 인간들에게는 생존의 가치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인간이 무리 생활을 하게 된 이유도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다. 농업 사회로의 전환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였다. 산업화 과정을 통해서 인간은 물질의 풍요를 누리게 되었고, 그 때부터 인류에게 생존의 가치는 점차 약해진다. 하지만, 미국에서 20세기 초에 시작된 자기계발의 탄생과 열풍은 대공황으로 인해 생존의 가치가 다시금 주목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경제위기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생존 가치는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했으니까. IMF이후에 우리나라의 자기계발서 열풍은 경제위기로 인해 생존가치가 절실하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이후의 트라우마랑 변한 사회구조가 가지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생존의 가치를 높게 취급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경제와 주변 환경이 생존을 최고의 가치가 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가 생존이라는 것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여길만한 환경일까? 우리는 이미 IMF를 극복했고, 지금의 경제 발전 상황은 눈부시기만 하다. 그럼에도 생존이 삶의 최고 가치가 되는 것은 경제 지표가 보여주지 못하는 이면, 즉 눈부신 경제의 성과가 사회 전반에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생존이라는 것이 차지하는 가치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경제는 발전하나 문화나 사회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업화는 경제 외에도 다른 문화적 가치를 변화 시킨다. 권위와 과거 폭압에 대한 향수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퇴보 시켰다. 파시즘의 등장이 우려되는 "일베"라는 집단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고 있고,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민주주의의 후퇴는 바로 현실이 되고 있다. 과거의 향수에만 목메는 기성세대와 증오의 파시즘으로 무장하고 있는 젊은 극우집단의 성장은 80년대 거품이 무너지면서 몰락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과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생존의 가치를 최고로 치는 사회 분위기의 급격한 확산을 바탕으로 경쟁과 성공 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삭막한 사회 분위기는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자신에 대한 것을 잊어버린다. 산업화 이후에 후기 산업사회는 "자기 표현의 가치를 확대시킨다"고 한다. 이는 "권위로 부터 해방"을 가져오면서 민주주의 가치가 더 확대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개인적인 안전과 자율성은 자아중심주의를 감소시키고 인류 중심주의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일반 적인 예로 과거 산업화 시대에나 용인될 수 있던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이, 많은 국민들의 저항과 반대에 직면했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산업화 시대였다면 성장과 발전이라는 가치로 치장되어서 환영 받았을 정책이지만, 지금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환경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해지면서 4대강 사업은 환경재앙이라는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는 유교적 관습과 공동체 의식이 강해서 "자기 표현의 가치"로 전환에 실패한 측면이 보인다. 지금 유행해야 될 자기 계발서들은 "성공"이라는 가치가 아니라, "자기"라는 가치이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사회적으로 쉽게 표출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골 의사 박경철은 "모든 방황에는 의미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고민하며 방황하고 노력하는 것은 바른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계속방황하며 노력하는 것, 주저않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실존이고 나의 삶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다."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반항이라는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반항이란 바로 자기 표현의 한 형태임에도.
이로 인해서 우리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힘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모가 정해 놓은 꿈을 자신의 꿈인냥 살아가고, 남들의 시선에 맞춰서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간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고, 몽테뉴는 이 말에 "자기 일을 하려는 자는 먼저 자기가 무엇인가, 그리고 자기에게 적당한 일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자기를 아는 자는 남의 일을 자기 일로 혼동하지 않는다."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생존의 가치로 무장한 "성공"이라는 놈을 향한 치열한 경쟁과 질주로 우리는 얼마나 "자기"라는 존재에 대해서 무심했고 무관심 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놓치고 있는 가치를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를 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자기계발의 시작이고 꿈의 시작이다. 결국에 수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강조하는 목표나 꿈이라는 것은 바로 그것인데, "자신"이라는 존재의 가치보다는 "성공"이라는 결과의 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계발서를 그저 소비할 뿐이다.
자기계발서가 유용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기표현의 가치"아래서 "자기"라는 존재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책도 초반부에는 바로 그런 가치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저자는 추상적인 담론에 불과할 수도 있는 자기계발이라는 분야에 그는 경영학적 담론을 붙여서 설명한다. 인센티브 이론과 동기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은 바로 "자기 표현의 가치"가 왜 물질적 댓가나 성공보다 더 유용한지를 보여준다. 결국 우리는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명확히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중요한 건, 자신의 재능, 관심, 우선순위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곳이 어디인지 알 때까지 계속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이는 "타협"과 안주가 만들어내는 습관과 타성에 젖어서 때론 목적을 상실하는 이들을 위한 아낌 없는 조언이다. "자기 표현의 가치"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포기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조언이 담긴 책이다. 경영학의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한 설명들은 추상적이기보다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래서 이 책은 "생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보다는 "자기표현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으로 다가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