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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제까지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속사정에 대한 책을 봐야 할까? 이젠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의 논리와 이론으로 무장한 수 많은 학자들이나 저널리스트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는 수 많은 책과 기사들은 어떨 때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주장들은 어떤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들인 경우가 많다. 즉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차이만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이번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된 분석이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2008년부터 시작된 위기고 지금이 201112월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한 논쟁과 연구를 통해서 이런 합의된 의견에 도출되는 것 어쩌면 당하겠지만.

 

그렇게 미국발 위기에 대한 의견은 정리되어 가지만, 아직 다양한 형식으로 위기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 그 만큼 위기의 발생 과정이 워낙 광범위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만큼 위기의 근본 본질에 대해서 우리가 아직 파헤치고 알아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제는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남유럽의 위기가 다가오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이젠 미국발경제위기가 아니라 남유럽의 위기상황과 현실을 분석하는 책들과 연구들이 더 많이 나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상황이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보니, 시작의 근원을 더 알아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젠 과거보다 현실과 미래의 충격을 더 대비해야 될 때가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개인적으로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 책이다. 반복되는 소재와 이야기, 앞으로 다가올 위기와 지금의 현실보다는 과거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이제까지 봐왔던 다른 어떤 책보다 위기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와 서브프라임업체 그리고 금융정책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엮어가면서 세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업체와 관련된 수 많은 인물들의 말들을 인용하면서 위기가 발생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 깊이있고 디테일한 묘사는 단순한 누구의 실수나 문제라는 거시적인 시각을 넘어서 심도있는 현실을 볼 수 있게 만든다. 경영자나 월스트리트의 탐욕 그리고 규제당국의 감독실패라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그 내부에서 펼쳐지고 있는 치열한 정치적 행위들의 결과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예를 들어 페니메이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 얼마나 정치권에 로비를 해왔었는지 같은 상세한 이야기는 규제당국의 감독실패가 왜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런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기업 로비의 힘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함을 알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디테일한 이야기는 몇 문장으로 요약해서 이유를 설명하는 것들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복잡한 관계들이 얽혀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만큼 경제위기를 해쳐나가고 앞으로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서 이런 문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있는 책이다. 하지만,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책을 다양하게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의미는 실감있는 현실과 과정의 묘사라는 것 이상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적인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문제의 발생과정과 상황에 대한 현실을 보여줄지는 몰라도 학문적 분석의 결여가 단점이랄까?

 

이런 단점은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다른 책을 통해서 접하지 못했던 내용을 사건과정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처럼 미국발 경제위기를 만들어낸 모든 악마들이 이 책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악마에 대한 심층적이고 학문적인 이야기는 여기에 부족하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위기와 남유럽의 경제위기 가능성등을 고려한다면, 언제까지 우리가 이 악마의 존재를 분석하는데 집착해야 하는 것일까? 악마들을 잡는데 이용한 방법의 실패가 만들어낸 지금의 현실을 분석하고 새로운 악마 퇴치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악마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패한 악마퇴치법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악마 퇴치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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