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제대로 안 되면 가시를 목구멍에 쑤셔 넣은 것 같다.

   作文勉强爲, 荊棘塞喉齒(작문면강위, 형극새후치)

 

청나라 초기의 문인 정섭(靜攝)은 판교(板橋)라는 호로 더 알려진 사람이다. 백성을 사랑하는 관리였고, 시와 글과 그림 모두를 잘해 삼절’(三絶)로도 불렸다. 또 양주(揚州) 지방을 중심으로 자유분방하게 예술 활동을 펼쳤던 괴짜들의 대명사 양주팔괴(揚州八怪)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호도학(糊塗學)이란 기발한 학문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는데, 멍청이 학문이란 뜻이다. ‘호도란 애매모호하게 대충 덮어둔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삶을 대충 멍청하게 살자는 주장인데,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분위기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한 방식으로 보면 되겠다. 그의 삶은 누구보다 치열했기 때문이다. 이 시 구절도 그렇다. 생각이 제대로 나지 않아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를 정섭은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가 창작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잘 보여 준다. “창문 밖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백성들 신음소리처럼 들린다는 시를 남긴 이도 바로 정섭이다.

 

증호천유제(贈胡天游弟)

 

 

* 도판은 정섭.

 

 

 

 

 

중국사의 오늘 :

610331(수 양제 대업 63월 계해)

수 양제가 다시 강도(江都, 지금의 강소성 양주揚州)로 놀러 나가면서 왕세충을 강도경감에 임명하고 강도궁을 더욱더 치장했다. 양제의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이 점점 도를 더해 가고 있었다.

 

 

* 도판은 수 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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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아무리 높아도 만족할 줄 모르고, 바다는 아무리 깊어도 만족할 줄 모른다.

   山不厭高, 海不厭深(산불염고, 해불염심)

 

삼국 시대 리더 중 조조(曹操)는 인재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대단했다. 이 시도 조조의 이런 마음을 잘 보여 준다. 일부를 옮겨 보면 이렇다. “산은 아무리 높아도 만족할 줄 모르고, 바다는 아무리 깊어도 만족할 줄 모른다. 주공이 먹던 것을 토하니 천하의 마음이 그에게로 돌아섰다.”

 

주공이 먹던 것을 토하니라는 대목은 주공토포’(周公吐哺)라는 고사성어가 되었다. 주나라 건국의 일등 공신인 주공은 인재를 중시하기로 천하에 명성이 자자했는데, 밥을 먹는 도중에 손님이 찾아오면 먹던 것을 뱉어 내고라도 손님을 맞이했다는 고사가 있다. 식사 도중 세 번이나 손님이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먹던 것을 뱉어 내고 맞이했다는 내용으로, 여기서 일반삼토’(一飯三吐)라는 고사성어가 나왔고, 조조는 이 고사를 변형하여 주공토포라는 네 글자로 압축한 것이다.

 

인재를 중시하는 리더만이 성공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곧 인재중시로 가는 길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단가행(短歌行)

 

* 도판은 조조.

 

 

 

 

 

중국사의 오늘 :

1879330

일본이 유구(琉球, 오키나와)를 병합했다. 유구는 오랫동안 조선과 청나라 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조공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일본의 침략을 받아 국왕은 폐위당하고 나라는 현으로 격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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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봐야 가볍고 무거운가를 알고, 재 봐야 길고 짧은지를 안다.

   權然後知輕重, 度然後知長短(권연후지경중, 탁연후지장단)

 

맹자는 양 혜왕(위 혜왕)을 만난 자리에서 달아 봐야 무게를 알고, 재 봐야 길이를 압니다. 사물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은 더 합니다. 왕께서 잘 헤아려 보십시오라고 했다. ‘’()은 저울추로 무게를 가늠하는 도구이다. ‘’()은 길이를 잰다는 뜻이다. 맹자는 인간의 심리를 헤아릴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마치 저울추로 물건의 무게를 재고, 자로 사물의 길이를 잴 수 있듯이 인간의 개인차는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맹자의 심리측량 사상을 분명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사람의 됨됨이를 어찌 저울이나 자로 달로 잴 수 있겠는가만 그 사람의 지나온 행적을 보면 얼마든지 예측가능하다. 그래서 하나를 보면 둘, 아니 열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빤히 보이는데 한사코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보지 않아도 갈 길이 분명한데 우격다짐으로 하자투성이의 인사를 기용하려는 사람은 뭔가? 그 역시 뻔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上)

 

 

* 도판은 맹자.

 

 

 

 

 

중국사의 오늘 :

690329(당 무측천 천수 원년 2월 신유)

무측천이 직접 낙성전에서 공사(貢士) 시험을 주관하니 황제가 직접 신하를 뽑는 전시(殿試) 제도가 이로써 시작되었다. 그 후 북송 이래로 완전히 하나의 제도로 정착하여 청 말기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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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종류의 간신

   六邪(육사)

 

서한 시대의 경제학자이자 목록학이란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한 유향(劉向)은 황제에게 여론을 전하고 통치의 잘잘못을 간하는 간의대부(諫議大夫)를 지낸 충직한 인물이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대 통치의 득실을 일화를 중심으로 엮어 설원이란 책으로 펴냈는데, 여기 신술편을 보면 여섯 종류의 간신이 나열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소위 육사론으로 불리는 이 대목은 후대 통치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초기 김심언(金審言)이 이 논리를 인용하여 성종에게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향이 말하는 육사란 자리만 채우는 구신(具臣), 통치자에게 아부만 일삼고 더불어 쾌락만을 추구하는 유신(諛臣), 음흉하게 통치자의 통치 기준을 잃게 만드는 간신(姦臣), 혓바닥으로 이간질하고 조정을 어지럽히는 참신(讒臣), 통치자의 권세를 이용하여 자신의 권세를 높이는 적신(賊臣), 통치자를 망국의 길로 이끄는 망국신(亡國臣)을 말한다. 백성이 눈을 크게 뜨면 고관대작이 이 중 어디에 속하는지 금방 드러날 것이다. 그만큼 육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설원(說苑) 신술臣術

 

 

 

 

 

 

* 도판 위는 유향, 아래는 설원

 

 

 

 

 

 

중국사의 오늘 :

932328(오대 후당 명종 장흥 32월 신미)

후당(後唐) 정부에서 국자감에 구경(九經)을 교정하고 이를 새겨 찍어서 팔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당시는 난세라 정국이 어지러워 각판이 21년이나 걸려 겨우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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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피는 여덟 가지 방법과 다섯 가지 관찰법

   八觀五視(팔관오시)

 

3세기 삼국시대 사람 유소(劉劭)는 평생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인물지는 매우 독특한 책이다. 체계적으로 세상과 인심을 논하고, 사람의 재능과 성품 등에 근거하여 부류와 특징을 관찰하고 나누기 때문이다. 유소는 사람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팔관오시(八觀五視)나 구징(九徵, 아홉가지 징조) 등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객관적 조건의 한계, 특히 권력자의 경우는 흔히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기 탓에 사람의 식별에 편견과 오류가 흔히 발생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런 편견과 오류를 다음 일곱 가지로 개괄했다. 1) 행동거지를 살피는데 있어서 편견의 오류, 2) 사물을 접함에 좋고 싫음의 감정, 3) 마음을 헤아리는 크고 작은 착오, 4) 본질을 논함에 빠르고 늦음의 의혹, 5) 다른 종류를 같은 종류로 보는 혐의, 6) 재목을 논함에 과장이나 축소의 잘못, 7) 기이한 것에 대한 극단척 치우침의 실수.

 

인사권을 가진 리더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충고다.

 

인물지(人物志)

 

 

 

* 도판은 인물지

 

 

 

 

 

중국사의 오늘 :

1938327

중화전국문예계항적협회(中華全國文藝界抗敵協會, 약칭 문협’)이 한구(漢口, 지금의 무한)에서 설립되었다. 협회 설립의 선언문에서 작가들은 중국의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고 일본의 죄상을 폭로한다고 했다. 협회에서는 곽말약(郭沫若), 모순(矛盾), 정령(丁玲), 파금(巴金), 전한(田漢), 풍옥상(馮玉祥) 등을 이사로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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