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출발하여 상대를 제압하다.

   後發制人(후발제인)

 

먼저 백전기법의 관련 대목이다. “전투에서 적이 전열을 제대로 정비하여 날카로울 때는 싸우지 말고 단단한 벽처럼 버티고 기다렸다가 그 전열과 기가 쇠퇴한 다음 공격하면 필승이다. 이를 남보다 뒤에 쳐져 있다가 상대가 쇠퇴하기를 기다리는법이라 한다.” 전국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천리마가 뒤쳐지고 좋지 않은 말이 앞서며, 고대의 용사인 맹분(孟賁)이 먼저 지치고 여자가 이긴다. 무릇 열등한 말과 여자는 힘이란 면에서 천리마나 맹분을 결코 앞지를 수 없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럴 수 있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늦게 출발해 앞지르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후발제인과 상대되는 개념이 선발제인이다. 얼핏 반대되는 개념 같지만 어떤 일에서의 주동성을 가리키는 성어이다. 모든 일에서 주동적으로 임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정확한 방법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상대가 나서기 전 먼저 취하든, 상대가 출발한 다음 나중에 취하든 정확한 형세 판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백전기법(百戰奇法) 후전(後戰),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

 

 

 

 

 

중국사의 오늘 :

19049(동한 헌제 초평 원년 2월 정해)

동탁(董卓)이 헌제(獻帝)를 협박하여 서쪽 장안으로 천도했다. 낙양에서 동탁은 약탈과 방화를 무자비하게 일삼았고, 이 때문에 전국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이었던 낙양이 완전 폐허가 되었다. 이 일로 동탁은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

 

 

* 도판은 동탁이 진류왕을 황제로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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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hkoh 2013-04-09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수선생님과 중국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2) :-)

김영수 2013-06-1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위에 답글 올렸습니다.
기획하셔서 연락주시면 말씀도 나누고 여행도 하시지요.
 

도를 닦고 법을 보전한다.

   修道保法(수도보법)

 

손자병법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용병을 잘하는 자는 도를 닦고 법을 보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승패를 다스릴 수 있다.” 손자가 말하는 도를 닦고 법을 보전한다수도보법은 각 방면에서 앞서 이기는’, 즉 싸우기 전에 이기는 선승’(先勝)의 도를 닦아, 스스로를 보전하고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방법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정치경제군사자연 조건 등 여러 방면이 포함되는데, 그 요지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피하며 이익은 좇고 손실은 피하는 데 있다.

 

손자는 선승의 방법으로 백성들로 하여금 윗사람과 더불어 한뜻이 되어 함께 살고 함께 죽을 수 있고 위기에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을 맨 먼저 꼽는다. 백성의 마음과 믿음을 얻은 통치자는 어떤 승부에서도 지지 않는다. ‘수도보법은 군사상의 이치일 뿐만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통하는 이치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 군형(軍形)

 

* 도판은 손자병법

 

 

 

 

 

중국사의 오늘 :

103248(북송 인종 명도 원년 2월 정묘)

북송 진종(眞宗)의 비 이 신비(李宸妃)가 죽었다. 향년 46(987년생). 이 신비는 인종을 낳았지만 인종은 즉위한 후에도 한참 이 사실을 몰랐다가 이듬해 유 태후가 죽은 뒤 진상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원나라의 잡극으로 각색되었다가 청나라 때 와서 삼협오의(三俠五義)로 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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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주느니 처방을 주는 것이 낫다.

   施藥不如施方(시약불여시방)

 

유환기문은 송나라 때 사람 장세남(張世南)이 쓴 책으로 약물이나 술 등에 대한 기록이다.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돕기보다 자립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격언은 비슷한 모양이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유대인의 격언도 같은 맥락이다.

 

남송 시대 도교 전진파(全眞派)의 북오조(北五祖) 중 한 사람인 여동빈(呂洞濱)이 득도한 다음 자신의 도술을 전수코자 했다. 사람을 찾던 중 젊은 나무꾼을 만나 작은 돌멩이를 금으로 바꾸어 보이며 가지겠냐고 물었다. 나무꾼은 고개를 저었다. 여동빈은 욕심 없는 젊은이에게 감동하여 도술을 전수하리라 마음먹고는 어째서 황금을 원치 않는가라고 물었다. 나무꾼은 금이 아니라 돌을 금으로 바꾼 당신의 그 손가락을 가지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여동빈은 나무꾼을 욕했지만 그 젊은 나무꾼이야말로 진짜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가 필요로 했던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결과물을 얻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노력보다 중요한 것이 방법이란 말도 있듯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온갖 병리 현상은 약보다는 처방이 절실하다.

 

유환기문(游宦紀聞)

 

 

 

 

 

중국사의 오늘 :

142547(명 인종 홍희 원년 3월 기축)

명나라 인종(仁宗)이 조서를 내려 모든 옥사는 반드시 법률에 의거하여 처리하도록 명하고 죄수를 다룰 때 채찍질을 못하게 하는 한편 궁형도 금지시켰다. 지독한 형벌과 고문으로 대변되는 명나라의 사법 체계에서 이례적인 조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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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사람이나 말이 일으키는 먼지만 바라볼 뿐 뒤따르지 못하다.

   望塵莫及(망진막급)

 

이 성어는 다음 구절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顔淵)선생님께서 보통 걸음으로 가시면 저도 보통 걸음으로 갑니다. 빠른 걸음으로 가시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갑니다.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그런데 흙먼지 하나 일으키지 않고 허공을 날듯이 달리시면 저는 뒤쪽에서 멍하니 바라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논어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한마음으로 배움에 전념해도 스승의 경지를 따를 수 없음을 이렇게 비유한 것이다. 수제자 안연이 이럴진대 다른 제자들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워낙 겸손했던 안연인지라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 터이다. 타인이나 다른 사물에 한참 뒤져 있음을 비유하는 표현으로도 제법 사용되는 사자성어이다. 그나저나 이런 경지의 스승을 찾기가 힘든 세상이다.

 

장자』 「전자방

 

* 도판은 안회(안연).

 

 

 

 

 

 

중국사의 오늘 :

65546(당 고종 영휘 62월 을축)

당 고종이 소정방 등에게 고구려를 정벌하도록 했다.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해 신라를 공격하자 곤경에 처한 신라가 당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당나라 군대는 요수를 건너 고구려를 공격하여 승리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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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는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알기도 어렵다.

   人才難得, 而且難知(인재난득, 이차난지)

 

명나라 때 사람 왕위(王位)가 평장 벼슬에 있는 찰랍이(扎拉爾)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왕위는 널리 두루 인재를 구해서 평소 많이 비축해 두지 않으면 천하의 인재를 다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재가 중요하고 모든 일을 성사시키는 관건이라고 말들은 하면서 정작 인재를 두루 구하고 후하게 대접하는 일에는 소홀하다. 인재란 좀 남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왕위는 얻기도 어렵지만 인재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의 언행을 흔쾌히 받아 줄 수 있는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고, 사심(私心)이 개입되지 않아야만 제대로 된 인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상평장찰랍이공서(上平章扎拉爾公書)

 

 

 

 

 

중국사의 오늘 :

197545

장개석이 대만 대북(臺北)에서 89세로 죽었다(1887년생). 장개석은 이름이 중정(中正)이고 절강성 봉화(奉化) 출신이다. 손문의 신임을 얻어 정계에 입문하여 군부를 장악하고 공산당과 격렬한 내전을 주도했으나 모택동(毛澤東)에게 패하여 1949년 대만으로 물러나 국민당 총통으로 독재 권력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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