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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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떠오른다.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이유는 대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기 다양하다는 말.
하지만 뿌리를 옮긴 가정 뒤엔 불행한 가정보다
어쩌면 더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과 불행조차 그 말의 무게를 잃어버리는.

줌파 라히리 식 가족 오디세이.
섬세하고 우아했다.
예상치 못했던 지점에서
맥을 턱 놓게 만드는
그녀만의 매력적인 글들.

P 68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딸 인생의 주변에서,
그 애 결혼 생활의 그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잡동사니로 가득 찰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도 싫었다.
그동안 소유했던 모든 것,
책과 서류와 옷가지와 물건을
최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어느 시점까지 규모가 불어난다.
그는 이제 그 시점을 넘겼다.

P 209-210
어느새 자신이 더 이상 울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갑자기 정신이 맑아졌다.
2층에서 닐이 침대 속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있으면 엄마를 찾으며 소리를 치고
아침을 달라고 할 것이다.
아이는 아직 어렸고,
수드하는 아이에게 그저 좋은 사람일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
그녀는 더 이상 자기를 신뢰하지 않을 남편과
이제 막 울기 시작한 아이와
그날 아침 쪼개져 열려버린 자기 가족을 생각했다.
다른 가족들과 다르지 않은,
똑같이 두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젠 웬만한 여자들조차 모성을 일방적인
자기희생이나 헌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가 되어 자신에게 좋은 점들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잠시라도
‘그저 좋은 사람’이 되어보는 것.
아이를 키우는 처음 몇 년 동안은 적어도,
이 아이에게만은 자신이 그저 좋기만 하고,
선하기만 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옳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여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도.
이 책에서 ‘그저 좋은 사람’의 범위는
가족으로 확장된다.

가족의 환상과 실체 사이에서
어느 한 편에 머물고 싶지만
실은 그 사이에서 저마다의
균형을 잡고 살아야 하는 것임을.
어느 것 하나 강조하지도
그렇다고 옹호하지도
항변하지도 않는
휴머니티라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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