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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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속에서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제임스 개츠가 제이 개츠비가 되면서 품었던 환상보다도, 제이 개츠비가 초록색 불빛을 보며 데이지를 마주했을 환상.


누군가를 상상한다는 것.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누군가를 다시 극적으로 재회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여전히 그대로일지, 혹시 내가 바보같아 보이지는 않을지. 몇 번이고 연습했던 `안녕`이라는 말을 건네고, 또 웃으면서 말을 할 수 있도록(적어도 여유는 있어 보이게)


데이지가 비록 돈으로 가득 찬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도. 아니, 그 사실을 다른 사람보다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도 개츠비는 데이지를 사랑했다. 그녀가 가질 수 없는 상대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가질 수 없는 다른 남자의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참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데이지는 개츠비의 환상 속에서 완벽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함께 하지 못했던 과거를 아쉬워하면서 후회로 자책하고, 지나온 날들에 대한 반성. 개츠비 자신의 과거를 위로해주기 위해서라도 데이지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가끔 그런 날이 있었다. 떠가는 구름을 보면서, 이 구름이 흘러흘러 너에게도 닿겠지. 그것이 나에게는 위안이었고 희망이었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동전들을 줄세워 놓고 통화했던 기억. 어스름한 이층 집에서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보았던 일들. 눈 감고도 그려지는 좁은 골목길. 학교의 나무들과 긴 의자. 친구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줬던 춘추복. 청소하는 시간 교실에 흘러나오던 스피커 소리.


환상 속에는 너도 보이고, 학교도 보이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인 줄 알았던 자기중심적인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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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
채만식 지음, 한형구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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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제강점기부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채만식은 1902년에 태어나 1950년 6.25전쟁을 눈앞에 두고 타계하였다. 죽음 직전까지 일제강점기, 독립, 광복이라는 거대한 사회 변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일제강점기라는 시기를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이후의 시대에 달려있다. 그 시대에 대한 변명은 친일을 청산하는 와중에 우리는 내부의 적과 싸워야 했고, 친일보다는 반공이 우선이었다는 점. 사상과 기회주의자의 싸움에서 시대는 기회주의자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니, 기회주의자가 그 기회를 만든 것이다.


채만식의 여덟 가지 작품에서 일제강점기의 생생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일제강점기를 어떤 시점에서만 본 것인가? 물론 물타기일수도 있겠지.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에서 레디메이드는 기성품이라는 뜻인데, 기성품 인생.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 주인공 P가 신문사를 찾아갔다가 사장과 대화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사장이 그러니까 시골 내려가서 농촌 계몽운동을 해, 왜 굳이 취직을 하려고 애를 쓰니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사회를 위해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주인공 P는 막상 내려간다고 해도 할 게 없을 뿐더러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 사람들이 힘든 것이 못 배워서가 아니다. 이런 류의 대화들. 지금과 다를 바가 없지. 아니 똑같지. 왜 좋은 데 취업하려고 하니, 눈을 낮춰야지. 답답한 소리들을 하니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지. 이미 가진 자와 구하려는 자의 서로 다른 위치.   


채만식의 <민족의 죄인>은 그중 가장 추천하는 작품이다. 민족의 죄인으로 살아온 주인공이 어떤 때는 다른 이의 입을 통해 자신을 변호하고, 부끄러워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는 조카를 혼내게 되는데, 자신은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 우리는 늘 그렇지 않은가. 남에 대해서는 이렇다 말하기 쉽지만, 정작 내가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의 : 이 작품을 어설프게 읽으면 일제강점기에 대한 오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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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08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표지로 나왔군요. 문학과지성사. 군산의 채만식문학관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방랑 2015-05-08 22:02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소장용으로 여러 개 있을 때는 민음사 세계문학이 가장 좋지만, 문학과 지성사 한국문학전집도 여러개 함께두니 보기 좋네요
 
톡톡톡 : 초보자를 위한 미술감상 토크쇼
롤프 슐렝커, 지모네 로이터 지음, 정연진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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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막막한 기분이 든다. 그런 초보자를 위한 미술 길라잡이가 되어 주는 고마운 책이다. 특히 앞부분에서 시대별로 짚어주는 것은 꽤나 유용하다. 시대별 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야수파가 왜 야수파인지, 인상파는 뭔지.

중2~고등학생, 어른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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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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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고기의 사투. 산티아고와 그에게 걸린 고기는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면서 바다를 질주한다.

왼손에 쥐가 나고 대화할 상대마저 날아가버린 상황에서 산티아고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에게 대어를 잡을 것이라는 희망은 그의 삶, 존재 이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살아갈 이유는 때로 단순하고 맹목적이다, 그렇기에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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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정치의 주인이 되어 볼까? - 청소년을 위한 살아 있는 정치 이야기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이효건 지음 / 사계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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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읽을 재미있는 정치 책은 참, 찾기 어렵다. 뉴스에 나오는 정치관련 소식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제법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정작 청소년들에게 재미있게 볼 책이 없다니. 하긴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정치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2~3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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