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
채만식 지음, 한형구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채만식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제강점기부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채만식은 1902년에 태어나 1950년 6.25전쟁을 눈앞에 두고 타계하였다. 죽음 직전까지 일제강점기, 독립, 광복이라는 거대한 사회 변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일제강점기라는 시기를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이후의 시대에 달려있다. 그 시대에 대한 변명은 친일을 청산하는 와중에 우리는 내부의 적과 싸워야 했고, 친일보다는 반공이 우선이었다는 점. 사상과 기회주의자의 싸움에서 시대는 기회주의자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니, 기회주의자가 그 기회를 만든 것이다.


채만식의 여덟 가지 작품에서 일제강점기의 생생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일제강점기를 어떤 시점에서만 본 것인가? 물론 물타기일수도 있겠지.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에서 레디메이드는 기성품이라는 뜻인데, 기성품 인생.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 주인공 P가 신문사를 찾아갔다가 사장과 대화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사장이 그러니까 시골 내려가서 농촌 계몽운동을 해, 왜 굳이 취직을 하려고 애를 쓰니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사회를 위해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주인공 P는 막상 내려간다고 해도 할 게 없을 뿐더러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 사람들이 힘든 것이 못 배워서가 아니다. 이런 류의 대화들. 지금과 다를 바가 없지. 아니 똑같지. 왜 좋은 데 취업하려고 하니, 눈을 낮춰야지. 답답한 소리들을 하니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지. 이미 가진 자와 구하려는 자의 서로 다른 위치.   


채만식의 <민족의 죄인>은 그중 가장 추천하는 작품이다. 민족의 죄인으로 살아온 주인공이 어떤 때는 다른 이의 입을 통해 자신을 변호하고, 부끄러워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는 조카를 혼내게 되는데, 자신은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 우리는 늘 그렇지 않은가. 남에 대해서는 이렇다 말하기 쉽지만, 정작 내가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의 : 이 작품을 어설프게 읽으면 일제강점기에 대한 오독이 될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5-05-08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표지로 나왔군요. 문학과지성사. 군산의 채만식문학관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방랑 2015-05-08 22:02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소장용으로 여러 개 있을 때는 민음사 세계문학이 가장 좋지만, 문학과 지성사 한국문학전집도 여러개 함께두니 보기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