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싸우듯이
정지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게 말하면 미학의 첨단을 지향하는 글들의 모음이고, 박하게 말하면 텍스트의 조합과 배열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폐쇄적 사고의 집적같다. 이러한 실험적 욕구의 충만이 득인지 실인지 잘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한국문학은 실험할 자유는 무한히 얻은 대신에, 독자와 밀당하는 법은 소홀해진 듯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다맨 2016-08-1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편만 읽고서 더 읽어내지 못했다. 내가 무지하고 눈이 밝지 못해서 이 책의 진가를 더 이상 찾아내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 흥미로운 구절이 없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나와 맞는 소설은 아닌 듯싶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돈이란 이름이 자주 보이는 걸 보니 요즘 가장 핫한 작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폭염에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

수다맨 2016-08-17 17:36   좋아요 0 | URL
작금의 독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확실히 정지돈은 치기와 `똘끼`가 있으며 방대한 독서량과 공부욕을 지닌 성실한 작가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비평계/독서계의 과도한 주목이 이 작가의 앞길에 얼마큼 장애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이 소설집이 `소설이란 규격도, 제한도 없는 것이며 이 세상 모든 글들은 작가의 손에 의해 조합하고 배열하고 인용하면 소설이란 이름으로 당당히 부를 수 있다`는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의 강점은 작가의 가없는 지식욕과 텍스트를 자르고 붙이는 솜씨이며, 단점은 체험의 중량과 경험적 진실을 낮게 보기에 인간의 냄새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유를 하자면 겉모습이 화려하긴 한데, 이해나 공감은 잘 가지 않는 어느 거리의 설치미술을 보는 것 같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와 같은 소설도 필요하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야 하겠지만, 저같은 사람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렇게 더운 날씨는 살면서 처음인 것 같아요. 하루이틀 더운게 아니라 몇 주 내내 폭염이 이어지니 죽을 맛입니다 ㅎㅎㅎ 서늘한 바람이 불면 소주 한잔 하도록 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17:40   좋아요 0 | URL
이 소설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수다맨 님 글에 유추하여 보면 느닷없이 장정일의 초기작 <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 라는 소설이 생각나네요. 이 소설도 소설이란 규격도 제한도 없고 이 세상 모든 글을 작가의손에 의해 조합해서 내놓은 소설이었거든요. 나중에는 쪽팔렸는지 장정일 필모그라피에서 지웁디다.

ㅎㅎㅎㅎ.


지나치게 실험적 모험을 하다 보면 나이 들어서 쪽팔린 경우가 다분히 생기죠..



+

네에. 바람 불면 소주 한 잔 합니다.. 건강히 잘 지내십시오..

수다맨 2016-08-20 04:09   좋아요 0 | URL
답변이 너무 늦어서 송구합니다.
장정일이 어느 서평에서 `실험이란 천국에 가고자, 모든 예술가들이 따먹지 않으면 안 될 쓰디쓴 열매`라고 쓴 적이 있었죠. 제가 보기에 이 비유는 실험을 하려는 작가적 욕구와 대중들의 반응은 사실상 따로 놀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예술을 하고자 한다면, 실험이란 괴로운 작업을 계속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오규원, 황지우, 박남철, 이성복, 장정일까지는 나름 행복한 세대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적어도 이들은 실패를 거듭하긴 했어도, 대중과 접점을 만드는 데 얼마큼 성공을 거두었으니까요. 저는 장정일의 초기작들(˝아담이 눈뜰 때˝)을 그다지 흥미롭게 읽지는 않았지만, 유익하고 유의미한 작업이었다고 봅니다. 설사 본인이 지금 와서 쪽팔리게 생각할지라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