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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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쯤 읽고 덮었다. 문학적 가치는 인정하겠으나 재미가 충실한 책이라 보기는 어렵다. 저자는 관찰자 역할만을 수행하면서 전쟁 피해자들 목소리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비슷한 얘기들이 겹치니 갈수록 읽다가 따분해진다. 작가란 현상 속에 가려진 정곡을 찌르는 자이지, 사실들의 나열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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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6-02-0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저자가 자신이 선의의 기록자임을 강조하면서 남성들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고통에 둔감한 반면에, 아픔과 상처를 주로 느끼는 이들은 여성이란 것을 역설하려는 모습은ㅡ아주 틀린 얘기라고는 할 수 없어도ㅡ다분히 편향적 의견이란 생각도 든다.
내가 보기에 전쟁은 남녀의 대립적 구도에서 비롯되기보다도 제국의 문제이자, 자본의 문제이다. 제국과 자본은 다분히 추상적 개념이기에, 사회의 생산 관계와 물적 관계를 심층적으로 돌아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저자의 땀 어린 취재와 열정적 기록에는 충분히 경의를 표하겠으나, 그녀가 너무나 저널적인 시각에 갇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이 책이 한 편의 르포집을 자처했다면, 나는 훨씬 더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을 것이다.

5DOKU 2016-02-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읽지는 못했는데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수다맨 2016-02-02 14:25   좋아요 0 | URL
위에 쓴 100자평은 그저 제 생각일 뿐입니다. 이 책을 좋게 읽은 분들도 많고, 저 역시 가치와 의미가 높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학적 가치(그리고 현장의 실감)는 뚜렷한 반면에 재미가 가치만큼 높지는 않다는 감상이 듭니다. 저자는 자신의 저서를 가리켜 `목소리 소설`이라 부르는 듯한데, 이러한 명칭이 르포와 소설의 장점을 동시에 지니기보다는 (소설도 르포도 아닌) 어정쩡한 인상을 저에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