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시작 창비시선 112
박노해 지음 / 창비 / 199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특정 가치에 대한 맹목적 신념을 담은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글들은 허접한 프로파간다에 그치기 쉽다. 헌데 실천적 행동을 통하여 자신의 맹목이 최소한 가라는 아님을 증명하는 시인들이 있다. 김남주, 백무산, (과거의) 박노해의 시작은 그 바탕에 순결한 열의가 있기에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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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10-1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노해의 글은 딱 여기까지만 읽을 만하다. 그가 출옥한 이후에 보여준 글과 행동에는 투사의 풍모보다 도인의 기품이 어려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태도 변화를 변절이라 보는 듯한데ㅡ나 역시 일리가 있는 해석이라 본다ㅡ내가 보기에는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열의가 소진되어 허무 가득한 체념으로 돌아올 때, 다수의 투사는 도인(또는 정치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피해갔던 사람 중 하나는 김남주인데, 그는 오래살지 못했기에 영원한 투사로 남을 수 있었던 영예(?!)을 누렸던 것 같다.

창고지기 2015-10-2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박노해가 무슨 글을 쓰던, 무슨 말을 하던 울림이 없죠. 어제인가요 작가1217명이 국정화교과서 반대 성명을 냈는데, 전혀 울림이 없더군요. 신경숙 표절과 창비의 표절 옹호에 대해 성명서 한 장 못내고, 시종일관 침묵으로 지조(?)를 지켰죠. 내부의 불의는 철저히 모르는 체 하고, 외부의 불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제가 보기엔 쑈로 보이더군요. 지금의 한국작가회의는 윤리는 없고 집단이익만 있는 단체입니다.

수다맨 2015-10-21 14:48   좋아요 0 | URL
저는 작가들(그리고 작가들의 단체?)이 무슨 발언을 하는지 사실 관심이 없어서요 ㅎㅎㅎ 다만 정치적 불의에 대해선 말할 줄 알면서 업계의 비윤리적 상도덕에 대해서 노코멘트한다면, 눈 닫고 입 닫고 가만히 있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차라리 일관성이라도 있지요.
저는 지금의 박노해를 좋아하진 않지만 과거 그의 시와 산문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주고 싶더군요. 제가 보기에 박노해는 분명 문학적 허영과 입신출세의 의욕이 없지는 않았지만, (한때나마) 자기의 문학을 자기의 삶으로 살아냈다는 점에서 호감이 가더군요. 저는 과거의 박노해가 (도덕적/정치적 위기의 시대에 은근히 눈감고 있다가 지금에 와서는 부와 명예를 누리는 원로가 되어버린) 몇몇 문인들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2 14:27   좋아요 0 | URL
얍삽하죠. 요즘 문단 보면 찍소리 못하다가 꼭 나랏일에는 애국지사가 되는....

수다맨 2015-12-02 14: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습니다. 저 역시 작가들에게 거창한 윤리를 바라진 않습니다. 그들에게 리 호이나키나 마루야마 겐지 정도의 금욕주의와 순정함은 더더욱 바라지 않구요. 그냥 얍삽함만이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정 교과서 문제나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결의에 찬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백낙청이나 남진우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발언하기 주저하는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