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안경원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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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소설은 너무 고고하다는 느낌을 준다. 어딘지 도사연한다는 느낌이 든달까. 소설가가 현장과 거리를 두는 것은 좋으나 현장을 초월해 세속과 풍속을 낮추보듯 응시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그녀의 소설에는 언제나 귀족이 있으며, 그 귀족은 섬세하긴 하나 진탕에 뒹굴만한 용기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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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0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100평계의 무림 고수 같습니다. 어찌 그리 100자 안에 할 말 똑부러지게 하십니까.
저도 조경란 소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굉장히 블란서스럽다는 것 ? 마치 프랑스 소설을 번역한 소설처럼 읽힙니다. 가끔 소설 속에서 된장국을 끓여서 먹었다는 문장을 읽을 때, 이거 한국소설이었지 ? 하며 읽습니다. 조경란은 기본적으로 도도하다는 것을 전제로 깔죠. 그게 전 아주, 싫습니다. 조경란 말이지요. 이런 풍이 너무 많아요..

수다맨 2014-03-08 11:26   좋아요 0 | URL
몇 년 전 여친이 될 뻔(!) 했던 여자와 함께 조경란 문학강연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애가 조경란 팬이었거든요. 객석에 앉아서 턱 괴고 1시간쯤 들었는데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아, 마루야마 겐지 "소설가의 각오" 얘기하면서 은연중에 자기와 그를 동일시하는 듯한 제스처는 보였죠.
집에 돌아와 그녀의 첫 작품집이라는 "불란서 안경원"에 실린 단편 몇 편을 읽었는데, 읽다가 씁쓸해졌습니다. 별로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몇 년이 지나고, 어제는 잠이 잘오지도 않고 해서 다시 그녀의 책을 잡고 읽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섬세한 문장과 치밀한 구성은 보이는데, 그 외의 것은 잘 안 보여요. 무엇보다 화자가 ㅡ비록 알바를 뛰거나 형편이 빈한해도 ㅡ하늘에서 하강한 선녀(!) 같다고 해얄까요. 그것이 저에겐 마뜩잖게 보였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2: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스타일이 원래 " 가난해도 도도하자, " 가 아마 조경란 소설 주인공의 핵심일 겁니다. 여자 윤대녕'이라고나 할까요 ? 소설이 섬세한 것까지는 좋은데 지나치게 신경질적이면 그것은 한번은 좋으나 자꾸하면 짜증이 나죠. 하여튼 전 조경란 읽을 때마다 프랑스 번역 소설 읽는 느낌이 듭니다. 어찌나 고상하신지....

수다맨 2014-03-08 12:35   좋아요 0 | URL
그 고상함이 버터적인(!) 귀족적 제스처에 그칠 뿐, 정신적 귀족(예컨대 마루야마 겐지)으로 가지는 못해서 씁쓸할 뿐입니다. 그 옛날 조경란이 마루야마 겐지를 참으로 되풀이해 얘기하던데, 그럴수록 왠지 조경란이 빈곤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세상의 혼탁한 시류와 맞서고, 어떠한 무리 짓기도 거부하면서 수도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사람이야말로 정신적 귀족이죠(물론 작가들 모두가 정신적 귀족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초월적 위치에서 세상을 썩은 물 바라보듯 구경하고, 자기는 거기에 몸담지 않아 고고한 척하는 사람은 그냥 버터적인 귀족이죠 ㅎㅎ 그 고상함은 강남좌파의 위선과 어금지금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4:05   좋아요 0 | URL
조경란, 혀 표절 논란 있을 때 끝까지 해명 안 하고 해외로 떴다가 다시 나타나셨더군요. 잡어들 노는데 백로가 낄 수 있냐, 이런 태도여서 속으로 콧방귀를 뀐 적이 있는데 그녀가 와서 내놓은 책은 공교롭게도 소설이 아니라 < 백화점 > 이라는 사회학 비스무리한 거였습니다. 백화점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을 알고 싶다나 ?! ㅎㅎㅎㅎㅎㅎ 그래서 전세계 유명 백화점을 두루두루 다니셨다고 하시더구요. 그 결과가 백화점이란 이상한 책.....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크게 웃었습니다.

수다맨 2014-03-08 15:08   좋아요 0 | URL
그런데 그 사건은, 조경란이 표절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더러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주이란 씨가 어거지로 우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론 조경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어쨌거나 그 사건은 주이란 씨가 오버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조경란의 "백화점"은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표절이라고 하기에는 튼튼하지가 않습니다. 저도 네이버에 적은 적이 있는데 조경란이 표절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여러 정황상 주이란이 오해할 수 있는 팩트들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논란으로 불거져서 문단이 발칵 뒤집어지고 언론이 기고, 반박을 하고 그러면 적어도 입장 표명은 있어야 하는데 조경란은 아주 철저하게 무시하고 그냥 떠났다는 점이죠. 전 그 점이 보기좋지 않더군요.. 흠흠..

수다맨 2014-03-08 22:4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누군가는 무대응도 하나의 대응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작가가 진정으로 자신의 작품을 독창적 창작물이라고 여긴다면 일정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조경란의 소극적인 태도가 짤막한 귀족적 제스처로 보이긴 했습니다. 최근에 이승우 소설가도 자기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신문사 기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 봤자 표절 논란이 수그러든 것은 아닙니다만. 조경란이 이 정도 만큼의 대응은 해야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