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 서정윤 시집, 개정판
서정윤 지음 / 문학수첩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문장이 지나치게 수려하거나 허세가 보이는 시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수사들은 대체로 시인의 빈핍한 내면을 가리기 위해 동원된 위장막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시는 수사나 은유의 도움에 섣불리 기대지 않고, 그 자체의 결곡한 진술로 밀고 나간다. 때문에, 나는 이 시가 가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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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가만 보면 힙합 구성과 비슷합니다.
수사가 화려하다는 것은 결국 라임이 잘 맞는다는 소리이거드뇨.

라임에 신경을 쓰면 역으로
플로우 ( 자연스러운 흐름 ) 이 죽습니다.

요즘 시인들이 영혼이 없는 말장난을 시에 자주 사용하잖아요.
그 말장난이 바로 라임이죠. 라임을 강조하니 플로우가 죽는.....

래퍼들은 라임을 강조하는 노래보다 플로우가 자연스러운 곡을 으뜸으로 치더라고요...

수다맨 2013-11-27 15:37   좋아요 0 | URL
예전에도 곰곰발님에게 들었던 말이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곱씹게 되네요.
라임이 강하기 보다는 흐름이 자연스런 곡이 으뜸이라니 ㅎㅎ 그러고 보면 음악이나 문학이나 서로 맞닿는 면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집 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나온 한강 소설가의 시집도 읽다가 짜증이 나더라구요. 곰곰발님 말씀처럼 '영혼 없는 말장난'까지는 아니더라도 '테크닉과 감수성에 의존해 적당히 빚어낸 시'정도에 불과한데, 출판사의 책 소개에 기름기가 덕지덕지 끼어 있어서 느끼한 식용유 한 접시 삼킨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21:17   좋아요 0 | URL
한강 이번에 나온 시집 못 읽겠다고 덮은 분만 저 한 3분 보았습니다.
그 정도인가요 ? 하긴... 소설가가 느닷없이 시집을 내다니...
시인이 소설 쓰면 망하고 ( 김신용도 소설 쓰다 망한 케이스인가 보더라고요 )
소설가도 시집 내면 거의 망하더라고요.
확실히 두 장르는 다릅니다......

수다맨 2013-11-28 01:00   좋아요 0 | URL
곰곰발님이 예전에 함부로 '쓰리콤보' 하면 안 된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ㅎㅎ

김신용 소설이 그렇게 나쁜가요? 저는 오늘 김신용 소설(달은 어디에 있나)도 샀는데 그 말씀 들으니 살짝 후회감이 드네요 ㅎㅎ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한강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예전에 그녀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채식주의자" 연작을 읽었는데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기를 먹는 남편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면서, 채식주의자인 아내를 가리켜 순수와 순정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는 것이 꼴사납더군요. 이러한 이분법적 시선도 문제였지만 일종의 주의/주장을 오로지 순수하게 그려내려는 태도가 상당히 후져보이더라구요.

어쨌거나 한강의 시집은 참 별로였습니다ㅎㅎ 저는 이 작가가 (말씨는 부드러울지 몰라도) 다분히 꼰대적인 기질이 있을 거라는 혐의를 갖고 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8 12:10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김신용 소설 안 읽었습니다. 소설에 대해서는 별 반응이 없길래 그리 말한 겁니다.


그나저나 한강 싫어하시는군요. 제가 김연수 싫어하는 것처럼....
김연수가 징징거리는 서사라면
한강은 뭐랄까. 지나치게 카탈스럽달까요.
한강이야말로 계룡산 꼳대기에 올라가서 아래 내다보는....
나는 너희 세계와는 다르단다... 이런 마인드 ?!

한강보다는 공선옥이 좋죠. 공선옥이 워낙 투박하게 써서 평론가들에게 인기가 없지 공선옥 나중에는 제대로 된 평가 받을 날이 올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리콤보 하니깐 권혁웅 생각이 갑자기 나네요. 이번에는 동물 사전인가 뭔가....
바쁘세요. 시 쓰라, 미래파 지지하는 비평 쓰라, 아이들 가르치랴, 에세이 쓰랴.....
명함이 시인이라면 새벽 3시에 시 쓸 궁리를 해야지......

미래파'라는 지시도 웃깁니다. 미래파 뭡니까.

수다맨 2013-11-28 12:55   좋아요 0 | URL
2000년도 초반에 등장한 젊고 실험적인 시를 쓰는 일군의 시인들(김경주, 황병승, 김민정 등)을 지칭하는 말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향을 몇 마디 말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감각과 미학의 혁신을 최대한도로 꾀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저는 이들의 시를 무조건적으로 싫어하진 않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어떤 새로운 지점-감각의 측면에서건 시를 바라보는 관점의 측면에서건-을 보여준 측면은 있거든요. 하지만 이들의 언어가 점점 '자폐적 유희'나 '유아적 망상'으로 치닫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런 지점을 냉정히 지적하기보단 오히려 이것을 특정한 성취로 해석하려는 비평가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감각의 혁신이 사회적 시각을 진보적으로 바꾸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와 같은 논리를 내세우는 거지요. 권혁웅도 그 중에 한 명이고요. 어쨌거나 이 바닥도 참 탈도 많고 가라도 많은 듯합니다 ㅎㅎㅎ

공선옥 선생은 그래도 몇 년 전부터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인지도도 꽤나 있는 편이구요. 저는 사실 이 작가의 근작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초중기작인 "내 생의 알리바이"나 "유랑 가족"은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7 14:58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문학을 거의 모릅니다.
수다 님에게 많이 배웁니다.

수다맨 2013-12-07 16:21   좋아요 0 | URL
원 별 말씀을요 ㅎㅎ 제가 곰곰발님께 늘 배우는 처지인 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