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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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집 앞뒤에 실린 단편들은 공력이 어지간한데 중반부에 있는 작품들은 도약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 작가의 전작前作들처럼 초반에는 열정이 넘치나 중반부/후반부에 갈수록 추진력이 낮아진다. 소재/주제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나 서사 직조술/장악력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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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9-28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꼈던 것은 소설의 내용보다 작품집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이었다. 이 책은 평론가의 해설 대신에 작가가 특정 시기에 어떠한 심정으로 이 글을 썼는지 그 사정을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임성순은 이 책에 해설이 없는 이유를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1. 평론가의 해설을 받는다면 그만큼 책 출간 시간이 늦어진다.
2. 해설을 받고자 한다면 최소한 몇 주는 기다려야 하나 작가의 말은 주말 이틀의 시간만 주어져도 완성할 수 있다.
3. 일찍 책을 내야만 태업할 명분이 생긴다.
이 작가, 이런 부분은 참 마음에 든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9-28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시도 재미있네요. 그렇죠. 작가의 말이 들어가야지. 왜 쓸데없이 비평가의 해석을 담는지...

수다맨 2019-09-28 15:58   좋아요 1 | URL
어느 평론가의 글에서 읽었던 내용으로 기억합니다만 영미권에서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소설집이나 장편소설에 해설을 다는 경우는 적다고 하더군요. 대신 고전의 반열에 든 소설들을 위주로 이 작가/작품의 문학적 위상과 위의를 재고하고자 평문을 붙이는 사례는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작품 말미에 비평가의 해설이 들어가는 관행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더군요. 작품 분석을 충실히 하지도 못하면서 지면을 본인이 열심히 공부한 서구 이론의 박람장으로(만) 만들 때가 잦아서요. 그래서 임성순 작가처럼 ‘얼른 책 출간해서 조금이라도 인세 당겨서 받고, 열심히 놀아야겠다‘는 식으로 소회를 밝히는 부분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9-29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가 처음 시도했죠. 제가 알기로는.... 소설 책에 비평문 담는 시도는 문학동네 스타일이었습니다.

수다맨 2019-09-30 15:32   좋아요 1 | URL
소설책 말미에 해설을 싣는 관행은 사실 예전부터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이 관행이 본격적으로 문제시된 시기가 말씀하신 대로 문학동네가 생긴 뒤부터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신생 출판사였던 문학동네는 기존의 출판사들(문지, 창비 등등)과 경쟁해야 했는데 이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스타 작가들을 배출해야 한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출판사의 여러 시도와 모색 속에서 선택된 작가가 신경숙이고 책이 출간될 때마다 황종연, 류보선, 백낙청 등이 호의적인 해설을 달아주었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개인적으로 제일 민망하게 느껴졌던 글은 백낙청의 ˝외딴방˝ 해설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9-3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황종연, 류보선 유명하죠. 특히, 나는 류보선 평론 보면 정말 닭살이 돋던데..... 이 양반 목소리 들으면 한국 문학은 노벨문학상 10번은 타고도 남습니다..

수다맨 2019-10-01 20:21   좋아요 1 | URL
그래도 황종연, 류보선 정도면 (과장적 언사나 과도한 억견을 내보일 때도 있지만) 비평가로서의 정도를 나름대로는 지키려고 한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어쨌거나 이 사람들은 문학 연구자로서 경력을 시작했고 나중에 자신의 저작이 문학사적, 국문학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어느 정도는 신경을 쓴다고 해얄까요.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차지 않는 평론가는 (상술한 두 사람과 다르게 창작가이기도 한) 남진우입니다. 그래도 위 두 사람은 특정 작품에의 상찬과는 별개로 권력 욕구나 인정 욕구, 원한 감정이 글에서 크게 느껴지진 않는데 남진우는 이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0-04 13:52   좋아요 0 | URL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