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색깔을 바꾸는 여자 우리글 미니픽션 1
윤용호 지음 / 우리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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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소설에서 감동을 느꼈다. 미니픽션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한 편의 글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1~2분 아무리 길어도 5분이면 족하다. 그런데도 감동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신기하게도 그 짧은 글이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은 할 말 다하고, 결말이 남기는 여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짧은 순간이지만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안타까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립스틱 색깔을 바꾸는 여자』는 240페이지 분량의 지면에 52개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이야기에 따라 분량이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따져 4~5장 정도가 한 편 인 셈이다. 그런데 짧은 분량이지만 작가는 오늘 날의 물질만능으로 변질된 사회, 이기적인 남녀관계, 무너지는 가정, 훼손되는 전통, 부도덕한 사회 등에 가차없이 냉소를 퍼붓는다. 그래서 각 각의 이야기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윤용호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해보지만 이 책을 통해 대단한 입담을 가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림의 가마우지 선녀'와 '남해 백련암 해우소' 그리고 '호랑이 꿈을 꾸다'와 같은 작품에서 충분이 그런 기분이 든다. 특히 '남해 백련암 해우소'에서는 짧은 미니픽션에서도 이런 기막힌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작품 중에는 안타까운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임대가족과 생일잔치'에서 수십억의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있음에도 비용을 들여 '임대 가족'을 불러 생일을 자축하는 노인과 '엄마를 떠나며'에서 칼을 들고와서 협박하는 개 보다 못한 아들에게 칼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일흔을 넘긴 노모. 이는 무너지는 가정의 이야기를 냉소적으로 그려냈다.

반면 '아빠의 향기'에서 술 빚었던 살구 말린 것에서 가출한 아빠의 향기를 느끼는 초등학교 2학년인 꼬마와 '거울이 없는 집'에서 화재 진압중 사고로 핸섬한 얼굴이 망가져 퇴원한 이틀 뒤 자살을 기도한 아빠 때문에 집에 있는 거울을 전부 없애버렸지만 아빠가 안정만 되찾는다면 죽을 때까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애의 이야기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작가의 말처럼 짧으면서도 핫한 이야기인 미니픽션의 장르는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감한다. 인터넷과 디지털의 시대에 적합하고, 지하철 이동중 잠깐 짬을 내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또 책에 몰입해서 내릴 정류장을 지나칠 염려도 없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읽기가 가능해 평소 책을 읽지않는 사람이라도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도 좋다고 생각된다. 미니픽션의 세계에서 짧은 시간에 소중한 감동을 느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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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판타스틱 페이퍼 - 꿈을 찾아주는 '쓰는 실행서'
에너지부스터컨텐츠팀 엮음 / ZWON(지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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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하게 구성된 자기계발서를 만났다. 『슈퍼 판타스틱 페이퍼(슈판페)』라는 책인데, 책상자에 꿈을 찾아주는 실행서 한 권, 꿈과 목표를 비전화 시키는 노트인 부스터 노트 한 권, 그리고 명함 크기의 부스터 카드 열 매 짜리 한 묶음. 버릴게 하나도 없다. 심지어는 책상자까지도 펼치면 이 책(슈판페)으로 시작한 날짜를 적게 되어 있다. 게다가 실행서를 펼쳐보면 한 마디로 어지럽다. 빈칸에 글이나 그림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꿈을 찾아 이루게 하는 자기계발서로 모든 것은 실행서안에 모든 빈칸을 글 또는 그림으로 채워 넣는 것에서 시작한다. 채워 넣는 것 자체는 서명과 같은 효과로 본다. 이는 책에서 헐리우드의 유명 스타 짐 캐리와 2천 종의 신문에 연재되는 유명 만화작가 애덤스의 일화를 통해 '쓰면 이루어진다.'는 것이 실재함을 밝힌다.

  실행서에 따르면 거치는 단계는 모두 10단계. 이는 10개의 눈금을 가진 열정 온도계를 통해 아래에서부터 다음의 순서로 진행된다.

   1. 고민살피기(불필요한 고민은 찢고, 밟고, 태워 꼭 필요한 고민만 남기기)
   2. 한계 벗어 던지기(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한한 상상 자극)
   3. 나를 알자(내가 생각하는 나, 남이 생각하는 나, 조사하고 정리할 것)
   4. 과거 경험 돌아보기(예전에 좋았던, 나빴던, 그래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경험)
   5. 꿈, 되돌아보기(꿈을 되돌아보고, 특징을 정리, 조합도 해보고)
   6. 내가 좋아하는 것들(내가 좋아하는 것)
   7. 내가 꿈꾸는 미래(나의 인생 리스트, 비전보드 만들기)
   8. 가치 찾기(어디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인지)
   9. 꿈 나침반(지금까지의 과정을 키워드로 정리하여 꿈나침반 만들기)
  10. BEST.1 테스트&테스트(10일간 실행해보기)

  실행서의 구조를 살펴보면 대략 나의 꿈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나 자신을 알고 과거 경험들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꿈을 구체화하고 이를 더 세분화하여 실행을 통해 이를 체화하는 형식이다. 물론 이는 계속 반복되는 구조다. 부스터 노트와 부스터 카드는 실행단계에서 세분화하여 매일 5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여 구체적인 일정으로 채워 넣는다. 그리고 휴대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꺼내 반복해서 읽는다. 그러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책은 <버킷리스트>와 <시크릿>, <나의 꿈을 이뤄주는 보물지도>, <꿈꾸는 다락방> 등 꿈을 이루는 다양한 이론을 집대성한 듯하다. 대신 조금 특이한 것은 실천단계에 사용하는 부스터 노트와 카드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이를 실행하고 계속 점검해나가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는 작은 결과라도 성공으로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다. 지금 당장 쓰는 버릇을 들이고, 슈판페 카페에 있는 동영상 강의를 반드시 보라는 것. 그리고 혼자서 하지 말고 여럿이 같이 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찾아서 그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배워 보다 나은 내일을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혹 복잡한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로 인해 자신의 꿈(어린 시절의 꿈이라도 좋다)을 잊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잠시의 여유라도 가지기를 권한다.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슈판페 카페 : 에너지 부스터(http://www.energyboos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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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28가지 암살사건
오다기리 하지메 지음, 홍성민 옮김 / 아이콘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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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많은 암살 기록이 있지만 역사에 영향을 미친 암살사건도 상당히 많다. 물론 기준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좁게는 한 나라의 역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는 반면,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도 있다. 또 결과를 두고볼 때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것이 있는 반면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음모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도 있다. 이런 것들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들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사건이 일어난 배경 그리고 그 이면에 있었던 감춰진 이야기 등을 말하지만, 만약에 그 사건이 일으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 지를 같이 다루는 책은 흔치 않다.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암살사건』은 바로 그러한 점에서 다른 책과는 조금 색다른 책이라 할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암살과 관련된 28가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이 중에는 미수에 그친 암살 5건도 포함되었다. 모두 4장으로 저자의 편의에 따라 대중적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의 죽음, 의혹 속에 사라진 생명, 다른 사건을 불러 일으킨 죽음, 그리고 미수에 그친 암살로 분류했다.

  책을 읽다보면 후진국일수록 정적의 제거하거나 정권 찬탈의 목적으로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많이 이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암살을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첩보기관이 주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신 직접 나서기 보다는 현지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이 대다수다.

  책에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저자가 일본인이라 나와는 시각차가  많이 난다. 18년간 독재를 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철저히 탄압했지만, 그렇게 탄압한 것이 한국 독자적인 민주주의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며 얼버무린다. 특히 말미에 있는 '만약 암살 당하지 않았다면' 하고 의견을 덧붙인 '또 다른 미래'에는 너무 긍정적이다. 어차피 대통령의 강권정치에 대한 국내의 비판이 높아 민주화를 피할 수 없는 대세였으며 오히려 더 빠른 시기에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오히려 살아 있는 기간만큼 민주화가 더뎌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이 많이 알려진 인물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제법 있다. 그냥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이야기 말미에 있는 '또 다른 미래'를 독자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어 색다른 묘미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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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산업의 멸망
김인성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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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외환위기라는 직격탄이었다. 이는 보수정권이 무너지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연이어 집권하면서 사회 전반에 불어 닥친 개방과 민주화의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만 해도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산업이나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산업은 IMF 위기로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소셜로 통하는 요즘의 대부분의 서비스가 이미 10년 전에 다 우리나라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처음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공짜 전화를 사용하게 해 준 다이얼패드, 채팅 문화를 선도했던 스카이러브,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의 원조 아이러브스쿨, 검색, 전자상거래는 물론 온라인 게임과 게시판 문화 등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최첨단 아이디어 뱅크였다.

  그러나 중도 실용을 들고 집권에 성공하는 MB정부가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조성된 개방화와 민주화가 후퇴하면서 IT산업의 환경, 아니 엄밀하게 따지면 ITC산업의 환경 역시 후퇴하고 만다. 보수 세력의 영구집권 마스트 플랜에 따라 언론을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는 ITC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이전 정부가 진행하고 있었던 IT 839전략 정책을 폐기해 버린다. 정부부처 통폐합으로 인해 과거 IT산업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일반 행정 관료로 바뀐다. 그리고는 재벌로 통칭되는 대기업의 이익의 논리에 따라 재벌에게 해가되는 규제는 철폐하고 재벌에게 이익이 되는 규제는 점점 더 강화하게 되었다.

  『한국 IT산업의 멸망』은 검열과 통제, 대기업에 의한 독점과 쏠림이 강화된 폐쇄적인 ICT 환경에 대한 우려에서부터 출발한다. 아울러 서비스 질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눈이 먼 통신사와 무책임한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현 정부 들어서 불과 몇 년 만에 잃어버린 IT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정보통신업계의 음모와 진실,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들어오게 된 배경과 의의 등을 집중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곧 나올 차세대 이동통신인 4G에는 와이브로와 LTE의 채택이 유력시 되고 있다고 밝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본래 참여정부에서는 'IT 839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을 여러 기술들을 지원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려 했는데 그 중 가장 핵심 전략이 바로 와이브로였단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의 연속성도 사라졌고, 지금은 설비투자 조차 하지 않아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외국에서는 이미 무료로 전환한 음성통화 영역을 끝까지 유료로 유지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의 고의적인 투자 지연도 한 몫 한다.

  책을 읽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부분은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변하게 된 것들이다. 그동안 이동통신사에서는 각종 규제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해왔다. 내장된 와이파이와 GPS기능, 그리고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고 데이터의 독점과 패킷제 운영으로 엄청난 요금 폭리를 취한 것이 대표적인 예.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이러한 규제가 철폐되었음은 물론이고 데이터 통화료의 인하를 가져왔고, 무엇보다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던 MS의 지배에서 벗어나 웹 페이지의 표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플랫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로 통칭되는 이러한 업체나 서비스가 유독 국내만 들어오면 맥을 못 추는 것이 바로 이러한 폐쇄적인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결국 해외시장을 개척할 생각은 없고 국내시장에만 매달려 우리 국민들을 속이고 말도 안 되는 애국심에 호소하며 이윤만 추구해왔던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폰 요금을 무는 것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같은 제품이 수출용보다 내수용이 오히려 성능은 떨어지고 가격이 비싼 것은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저자가 서문에서 진보적인 논리가 왜 IT에서 나오는 지 주장할만하다. 정치적 보수화가 IT산업을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답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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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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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이 이야기의 소재로 된 것은 판단에 따라 다르다. 종교에 따라서도 다르고, 문화에 따라서도 다르다. 본격적인 유령 이야기가 소설로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헬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역시 1898년에 발표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채 120년도 지나지 않았다. 대신 이 소설이 표현기법에 있어 수많은 영미권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소설이라는 수식어와 '의식의 흐름' 기법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라는 것. 사실 이정도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할 동기는 분명하지만 표지에 보여주는 여인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묘한 기분을 더해준다.

  소설은 어떤 집의 거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유령 이야기가 더글라스라는 인물이 정말 끔찍한 이야기를 알고 있으며, 당장은 아니지만 곧 들려줄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말하고자 하는 원고는 따로 있다. 하지만 가져올 수 있으니 문제는 없다. 말하자면 이 소설의 내용은 더글라스가 가져온 원고를 읽는 이야기를 그대로 책으로 옮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책은 귀족의 조카 정도되는 애들에게 가서 경험하는 가정교사의 이야기다. 외부와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지만 저택에서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환경에서 가정교사인 주인공인 나는 어느 날 어떤 사내를 그리고 한참 뒤에는 어떤 여인을 보게 된다. 집안일을 관장하던 그로스 부인을 통해 안 사실은 둘 다 예전에는 그 곳에 있었지만 죽었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유령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인 나는 혹시라도 그 두 유령이 자신이 돌보는 두 아이를 해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생각해 버린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유령에 의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가는데 ....

  책을 다 읽고 나면 두 가지의 결론 중 어느것이 진실인 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이 책의 말미에 있는 해설과도 같은 맥락이다. 주인공인 내가 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 이야기는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일에 대한 내 생각은 전자에 가깝다. 주인공이 스스로 이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 나갔다는 이야기. 사실 어떤 이야기를 선택해도 상관없다. 사실 주인공이 만들어 간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소설에 따르면 유령을 본 사람은 주인공 밖에는 없다. 그런데도 유령의 인상착의만 가지고 예전에 있었던 하인과 가정교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설은 철저하게 가정교사인 주인공 나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공포에 질린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아주 침착하게 판단하는 냉철함마저 가졌다. 어쩌면 이런 구성이 독자의 사고를 조종하는 교묘한 서술이라는 찬사를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일부 평론가의 지적처럼 이 소설이 극도로 소름끼치는 이야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듯 동의할 수 없다. 그렇게 하려고 의도한 부분이 책에서 자주 보이지만 말이다. 대신 책을 펼치자마자 책 속으로 빠져들게하는 신기한 마력을 가졌다.

  책 제목 <나사의 회전>에서 나사가 ‘스크류’인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왜 그 용어를 선택했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아마도 다음에 열거하는 대목이 대신 해답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자연'의 이치에 내 비밀과 문제점을 털어놓고 그 이치를 고려하며, 내가 겪는 기괴한 시련을 결국 당당하게 정면에서 맞서도록 하는 압박으로 여김으로써, 물론 그것은 비정상적이고 불쾌한 방향이지만, 바꾸어 말하면 평범한 인간 도덕성의 나사를 한 바퀴 더 죄는 것으로 여김으로써 그나마 지탱해갈 수 있었다.  (21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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