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소설에서 감동을 느꼈다. 미니픽션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한 편의 글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1~2분 아무리 길어도 5분이면 족하다. 그런데도 감동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신기하게도 그 짧은 글이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은 할 말 다하고, 결말이 남기는 여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짧은 순간이지만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안타까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립스틱 색깔을 바꾸는 여자』는 240페이지 분량의 지면에 52개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이야기에 따라 분량이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따져 4~5장 정도가 한 편 인 셈이다. 그런데 짧은 분량이지만 작가는 오늘 날의 물질만능으로 변질된 사회, 이기적인 남녀관계, 무너지는 가정, 훼손되는 전통, 부도덕한 사회 등에 가차없이 냉소를 퍼붓는다. 그래서 각 각의 이야기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윤용호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해보지만 이 책을 통해 대단한 입담을 가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림의 가마우지 선녀'와 '남해 백련암 해우소' 그리고 '호랑이 꿈을 꾸다'와 같은 작품에서 충분이 그런 기분이 든다. 특히 '남해 백련암 해우소'에서는 짧은 미니픽션에서도 이런 기막힌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작품 중에는 안타까운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임대가족과 생일잔치'에서 수십억의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있음에도 비용을 들여 '임대 가족'을 불러 생일을 자축하는 노인과 '엄마를 떠나며'에서 칼을 들고와서 협박하는 개 보다 못한 아들에게 칼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일흔을 넘긴 노모. 이는 무너지는 가정의 이야기를 냉소적으로 그려냈다. 반면 '아빠의 향기'에서 술 빚었던 살구 말린 것에서 가출한 아빠의 향기를 느끼는 초등학교 2학년인 꼬마와 '거울이 없는 집'에서 화재 진압중 사고로 핸섬한 얼굴이 망가져 퇴원한 이틀 뒤 자살을 기도한 아빠 때문에 집에 있는 거울을 전부 없애버렸지만 아빠가 안정만 되찾는다면 죽을 때까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애의 이야기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작가의 말처럼 짧으면서도 핫한 이야기인 미니픽션의 장르는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감한다. 인터넷과 디지털의 시대에 적합하고, 지하철 이동중 잠깐 짬을 내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또 책에 몰입해서 내릴 정류장을 지나칠 염려도 없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읽기가 가능해 평소 책을 읽지않는 사람이라도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도 좋다고 생각된다. 미니픽션의 세계에서 짧은 시간에 소중한 감동을 느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