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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철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뭐든지 다 잘하고, 잘 참고, 자식이 원하는 걸 다 갖고 있고, 다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든 일도 다 해내고, 아무리 속을 썩여도 끄떡없고, 손톱이 문드러지고 발뒤꿈치가 다 헤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도 우리와 똑같이 힘들고 배고프고 속상해 한다는 걸 자식들은 늦게 깨닫는다. 엄마도 그래선 안 되는 약한 인간이라는 걸 엄마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닫는다. 엄마에게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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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이 심순덕 시인이 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동영상 감상하기)’ 라는 시를 읽고 쓴 소감문이다. 엄마도 누군가가 필요하고, 엄마도 우리랑 똑같이 아파할 줄 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돌아가시고난 뒤의 빈자리만 쳐다보면서 후회만 쏟아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살아계실 때 작은 것이라도 함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신현림 시인이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에서 이야기 하는 것들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살아있을 때 잘하란 그 흔한 말, 그때는 몰랐다는 자기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 책에서 시인이 이야기 하는 것은 정말 사소한 것들이다. 함께 있어 주기, 손편지 쓰기, 똑같은 취미 갖기, 포옹하기, 함께 장보기, 응원 보내기, 매일매일 통화하기 등 정말 일상에서 쉽게 표현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엄마를 잃고나서 3년, 길을 가다가도 문득 엄마가 그리워 명치끝이 아파왔다는 시인, 그래서 자신과 같이 뒤늦게 후회하지 말라고 더 많이 표현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라는 시인의 당부는 정말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나중이란 없다고, 그래서 오늘 더 사랑하고 좋은 아들 딸이 되라고 말이다.
도종환 시인이 추천사에서 밝혔듯 분명 신현림 엄마 이야기지만 우리 엄마 이야기처럼 눈물이 난다.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비슷한 엄마를 가졌나 보다.
사실 엄마에게 효도하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서른 가지에 불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셨기에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좋은 구경 시켜드리고, 세상에 온갖 좋은 것들을 다 해드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와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저자의 사인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뭐든 죽도록 사랑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