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의 흔적을 찾아서
바바라 해거티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영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절박한 상황에 마주치게 되면 신을 찾는다. 하지만 신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신은 과연 없는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 가질 의문인 ‘신의 존재’를 찾아 나선 탐사기가 책으로 나왔다. 바바라 해거티의 『신의 흔적을 찾아서』라는 책이다. 복음주의 교회를 취재하던 중 우연히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된 작가가 종교와 과학에서 금기시하는 것을 찾아서 심층취재한 탐사서다.
신의 존재를 찾아나서는 여정은 페루 출장 중 잉카문명의 유적지 마추픽추를 방문하고 신비한 영적 체험을 한 소피 버냄을 시작으로, 기도로 병을 치유한다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신의 유전자>를 쓴 해머 등 주로 영적 체험과 관련된 사람들과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이후 환각제를 이용한 신비로운 체험, 뇌의 특정부위를 전기로 자극하여 만들어내는 영적 체험, 명상의 효과, 유체이탈과 임사체험 등 인터뷰와 해설이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영적 체험이 일어났다는 증거, 지문을 남긴다는 걸 과학은 보여주고 있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어떤 경험이든 의미 있는 경험, 30분 이상 지속되는 놀라운 경험은 우리 뇌에 지워지지 않는 표식을 남긴다는 사실을 과학은 증명해준다. 자동차 추돌사고 후에 겪은 임사체험, 하루에 몇 시간씩 수년 동안 계속되는 기도와 명상, ‘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발작 등 정신적인 사건들은 우리의 뇌를 변화시킨다.
그런 경험 후에 뇌는 생리학적으로 변한다. 불교 명상을 하는 이들의 뇌파는 완벽하게 보조를 맞춰 움직인다. 기도를 하는 기독교 신자들은 뇌의 일정 부위가 차분해지고 우주와의 일체감을 느낀다.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뇌파활동이 잠잠해지고 심오한 영적 삶의 기폭제를 얻는다. 환각제와 측두엽간질 발작을 경험한 사람들은 정보를 걸러내는 ‘여과 밸브’를 열어 비물질적인 또 다른 차원을 경험한다. (본문 344페이지)
저자가 내린 결론은 아쉽지만 원점이다. ‘과학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없지만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유물론적 세계관과 신을 인정하는 영적 세계관 중 굳이 선택하라면 자신은 영적 세계관을 선택하겠다고 한다.
저자는 영적인 것과 조우하면 나타나는 일관된 변화를 두 가지로 꼽았다. 뇌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휴식 상태에서조차도)는 것과 내적 삶이 완전히 바뀐다(삶의 우선순위 등)는 것이다. 그것도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나며, 적어도 이 급격한 변화의 촉매제가 작가는 신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곤 자신이 믿던 종교로 귀의한다. 대신 자신의 종교에서 두 가지를 버렸다고 한다. 첫째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 성경에 내재된 모순들, 영감으로 쓰였기에 실험을 거쳐 증명된 과학의 내용과 충돌되는 부분은 인정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기독교 핵심 교리인 신에게로 가는 길은 단 하나뿐이라는 사상이다. 종교는 사람들이 세상을 헤쳐 나가도록 도와줄 뿐, 어떤 종교도 신이나 진리에 대하여 배타적인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수가 자신을 통해 영생에 이른다고 한 말은, 그 분이 살았던 것처럼 살도록 노력하라는 뜻으로 해석하자는 것이다.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성스러운 질병 간질에 대한 글이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사도 바울이 들었던 것과 잔다르크가 들었던 신의 목소리, 그리고 모세가 목격한 불타는 떨기나무가 모두 간질 발작에 의한 환각과 환청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이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정말 종교적 체험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신경외과 의사인 와일더 펜필드의 전극실험, 정신과 의사 엘리엇 슬레이터 등의 연구에서 영성이 간질에서 기인한다는 이론이 나왔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많은 신경의학자들은 측두엽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현상이 영적체험과 관련 있다는 주장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한다.
딱딱한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읽기 수월했고 주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어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꼭 신의 흔적이라는 제목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 뇌과학이나 신경정신학, 영적 체험, 명상, 유체이탈과 임사체험 등 다양한 실험들과 인터뷰를 담고 있어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