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 소외된 삶의 현장을 찾아서
박영희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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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후부터 푸짐하게 눈이 한바탕 내렸다.  그리고 바로 코 앞에 있던 겨울이 와락 우리 앞에 섰다.  눈과 함께 얼마나 바람이 맵게 불던지 옷을 여며도 어디선가 찬 바람이 스며들어 절로 몸이 움추려진다.  이 추위를 맨살로 견뎌야 하는 나무와 땅과 강물... 그리고 산 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작고 여린 생명들은... 이 시간들을 아무 말 없이 불평하지 않으며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이 시련 뒤에 오는 봄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불평의 몸짓없이 참고 이겨낸다. 
자연에 속한 그들은 함께 이 겨울을 버텨내겠지만... 

도시 한가운데 버려진 유기견들과 들고양이들...평화의 상징물에서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된 도시 비둘기들... 인간만이 춥고 외롭고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버려진 그들도 오늘 이 밤... 이 밤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외롭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마태복음 말씀 중에  하늘을 나는 새와 들에 핀 백합화 비유처럼 분명 그들의 필요를 공급해 주실 것을 믿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눈이 와서 기쁘고 즐겁기 보다는 걱정과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남편의 출. 퇴근길에 대한 염려... 내일이면 빙판길로 변할 도로에 대한 짜증...한동안  미끄러운 길을 절절매며 걸어야 겠구나 싶어 내리는 눈에 별다른 감흥이 없어진다.  그리고 이런 맘이 또 서글퍼진다. 
어제까지 게으름을 부렸던 시간들이 아쉬워서 오늘은 따로 시간을 내어 새 책 한 권을 잡았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늘 절망하고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르뽀집이다. 
폐지와 고물을 줍는 노인, 목숨을 담보로 하는 퀵서비스 기사, 하루살이 일용직 노동자, 13시간 운전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화물차 기사들, 조선족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며 작가는 우리 사회를 아직 민주주의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라고했다. 시간을 되돌리거나 빨리 돌릴 수 있다면 어서 이 겨울을 지나가게 해주고 싶다.

책을 읽고...올 겨울에는 정말 최대한 춥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했다.  대책없이  멀어져가는 양극화의 대안으로 슈마허는 자발적 가난을 역설했다.  창문을 꼭 닫고 커텐을 내려서 최대한 바람이 들어오는 걸 막고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었다.  난방을 켜지 않고 되도록이면 버텨보려고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있었다.
민규는 이불을 꺼내와 뒤집어 쓰고  앉았고.. 사과를 먹는데 넘 차가워서 아이스크림 먹는 기분이었다.  결국 열 한시 쯤 난방을 하면서... 집은 따뜻해지고 움추린 어깨는 펴졌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슬프다.  

얼마 전에 전기료 체납으로 전기가 끊긴 노부부가 대신 켜 놓은 촛불 때문에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를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동화 중에 하나가 성냥팔이 소녀이다.  오돌오돌 떨며 맨발로 성냥을 파는 소녀 옆을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사실 그 책의 주제는 현대의 인간성 상실 쯤이 되지 않을까?
올 겨울이 좀 덜 춥기를~ 그리고 내가 성냥팔이 소녀 옆을 지나치는 무심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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