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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다름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선명하게 그어져있는 선 너머로 이쪽은 어떤지 살펴보며 공감하고, 저쪽은 어떤지 살펴보며 깨달음을 얻는 재미가 있다.
자세히 살펴볼수록 선명하다고 생각했던 선이 실은 연필로 죽 그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재미는 더욱 특별하다. 마냥 공감할 것 같았던 이야기가 쭉 듣다 보면 낯설어지고,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던 이야기가 듣다 보면 친숙해진다. 다름 속에 같음이, 같음 속에 다름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가깝게 만들어준다.
그런 이유에서 책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는 제법 재미있었다.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는 제목처럼 각각 다른 3세대, 센 세대(베이비부머 세대, 50~65년 출생) 낀 세대(X세대, 65~70년 중후반 출생) 신세대(MZ세대, 70년 후반 출생)의 다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각각의 주제를 중심으로 세대가 어떻게 다른지, 서로를 이해하고 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다.
세대차를 자세히 살펴보는 1장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첫 주제인 '이만하면 vs 바보처럼 vs 하마터면'을 시작으로 '돈키호테 vs 햄릿 vs 로빈슨 크루소', '우리가 남이가? vs 남일까? vs 남이다!' 등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인 제목들이 가득하다.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라도 책을 읽는 순간 이마를 탁 치게 된다. 공감과 깨달음을 반복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빠져들게 된다.
예를 들어 '이만하면 vs 바보처럼 vs 하마터면' 속 의미는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제1목표였으며 그 목표를 완수하는 것을 자부심으로 느끼는 센 세대는 '이만하면 잘 살았다'라고 자부하고, 그런 선배 세대를 보며 달려가다가 주위와 후배 세대 핀잔과 현실에 맥이 탁 풀려버린 낀 세대는 '바보처럼 살았다'라고 자책하고, 그런 선배 세대들을 보며 적당히 나를 위한 삶을 사는 신 세대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고 숨 고르기를 한다는 것.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모호했던 이 제목은 책을 읽으며 가슴에 훅 하고 박혔다. '하마터면...'이라는 동명의 에세이와 주변에서 숱하게 들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바보처럼...'이라 자책하면서도 다시 스스로의 삶을 찾고 있는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만하면...'이라며 자녀와 손자들을 바라보는 조부모님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끄덕할 수밖에 없었다.
2장과 3장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집중한다. 일차적으로 세대별 차이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부담 없이 시도해볼 만한 방법들을 알려주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부분들이 많다.
다만 전체적으로 후배 세대의 입장보다 선배 세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후배들을 이해하고 함께 소통하며 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후배 입장에서는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전반적으로 세대 간 차이, 다름에 대해 주제별로 재미있게 풀어준 덕분에 제법 즐거운 독서를 했다.
내가 속한 신세대의 이야기를 읽으며 선배가 얹는 한 마디에 신세대는 "됐고요. 제가 먹고 싶은 방식으로 먹을게요"라고 말한다는 문장을 읽고 뜨끔하기도 하고(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는 선배(3살 차)에게 "어... 일단 한 번 해볼게요." 말하곤 한다), 인사는 서로 간의 매너로 누구든 먼저 하면 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기도 하면서, 또 월급은 더 많이 받더라도 가처분 소득은 후배들보다 훨씬 적고(용돈을 받아 사용한다는) 위로는 센 세대를 모시고 아래로는 여론의 힘을 빽으로 삼고 있는 신 세대를 모시고 있다는 X세대의 고충에 대해 새삼 깨닫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다름이란 그리 명확한 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X세대까지 기억한다는 깍두기 문화를 나 역시 기억하고 있으며, 참견과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은연중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X세대의 개인주의와 밀레니얼 세대의 실용주의 둘 모두에 깊이 공감하고, 돈을 내고 자기계발 모임에서 셀럽과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비슷한 경험을 먼저 한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말에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건배사를 강요하는 회식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한 사례나 프로필 사진 속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후배의 표정이 확 바뀌어 실수했다고 생각한 사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는 다른 세대라도 공통된 부분이 있고, 같은 세대라도 다른 부분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결국 우리는 제각각 다른 세대이자 다른 인간임인 동시에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고, 그래서 선을 쭉 그려놓고 이쪽과 저쪽을 완벽하게 나눌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르다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름은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맞물려 살아가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