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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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2020년에 누린 첫 소소한 행복이었다, 고 마지막 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처음 이 책을 펼쳐들며 '철학이라니. 새해부터 골치 아프겠네.'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정 반대였다. 골치 아프기는커녕 생각지도 못한 답과 길을 얻었으니 그야말로 고마운 책이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사람들이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고민을 주제로 그에 대한 답을 철학에서 찾는 내용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비슷한 고민들을 품고 경험하기를 반복해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일, 자존감, 관계, 연애와 결혼, 인생, 죽음, 총 6개의 큰 주제에 대해 다룬다.


이렇게만 말하면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가득할 것 같지만 실상은 쭉쭉 흥미롭게 읽히고 콕 하고 와닿는다.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다루고 있는 주제가 우리의 일상과 고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목차에서부터 알 수 있듯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이상은 하게 되는 고민들, 예를 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가 없을 때, 자꾸만 남과 자신을 비교하게 될 때, 남에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거나 어쩔 수 없이 매일 마주쳐야 하는 상사와의 관계가 불편할 때 생기는 고민들이 담겨 있다. 대부분 나와 내 친구들이 평소 가지고 있고, 홀로 끙끙대며, 만나면 습관처럼 이야기하는 것들이며 그런 만큼 매 장마다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신기했던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것으로, 일본이든 한국이든, 과거든 현재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산다는 것을 새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각 고민에 대한 철학자의 이야기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훅 끌리는 주제에 훅 끌리는 해결책이 이어지니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몰입을 통해 자기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하나씩 헤쳐나가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으면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된다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은 공감과 다짐을 일으키고, 인간은 원래 불안을 안고 살아가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오래도록 생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토머스 홉스의 말은 위안을 주며,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다면 "현재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식 혹은 사회 분위기나 주위의 시선이 무엇을 기반으로 작동하는지 역사적으로 통찰하고 의심하라"라는 미셸 푸코의 말과 그의 삶은 어떠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특히 행복을 부르는 주문이 결국 "지나가라, 그러나 또다시 내게 오라!"라는 것, 관계 속에서 "나의 과제와 타자의 과제를 분리하라"는 것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자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이야기해온 만큼 그에 대한 답변이나 해결책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즉 책에 대한 평이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현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 자체에 대한 만족과 더불어 저자 고바야시 쇼헤이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속에서 그는 수많은 철학자와 철학 중 아주 적절한 답변들을 골랐고, 자칫 길게 늘어지며 복잡해질 수 있는 것을 핵심만 집어서 이해하기 쉽게 적어 놓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부족한 답변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책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을 정도로 와닿았다. 부족한 식견 때문에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 예를 들어 한나 아렌트의 용서에 대한 이야기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등도 있었지만, 어렵다고 포기하고 넘어가는 대신 다시 읽었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앞으로 틈틈이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속에 나온 모든 철학자의 이름과 그의 말,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외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부가 아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고 그만큼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이 책을 바탕으로 가볍게 시작해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으로 철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고.


그러니 철학이 어렵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고민에 해답이 필요하다면,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도움이 될지언정 방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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