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중환은
국내 1호 진화심리학 박사다. 그의 박사 학위 지도 교수는
저명한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다. 이것만 보고 많은 이들이 전중환이야말로 진화심리학을 한국에 제대로
소개할 사람이라고 믿을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온갖 이론적, 실증적 오류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을 엉망으로 소개했다. 나는
약 70편이나 되는 글을 통해 그것을 까발렸다.
전중환 040. 얼굴을 식별하는 능력을 갖춘 로봇은 아직
만들 엄두조차 (『오래된 연장통』 시작)
https://cafe.naver.com/evopsy2014/2114
...
전중환 109. 강한 모성애, 암컷의 짝짓기 이후 부모 투자, 이형접합, 유성생식
https://cafe.naver.com/evopsy2014/2206
그렇다 해도
이 책을 절대 읽지 말라고 하지는 않겠다. 훌륭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설프게 쓴 책의 오류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비판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
책을 정독하면서 최대한 오류를 찾아내고 나중에 나의 비판을 읽기 바란다. 내 비판까지 읽는다면 이 책
때문에 진화심리학을 오해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래에 나의
비판 중 일부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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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에서 왜 서로 다른 심리가 진화했는가를 이해하는 열쇠는 번식 성공도(reproductive success, 한 개체가 평생 동안 낳는 자식 수)가
분포하는 형태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은 한 명의 아버지와 한 명의 어머니를 가진다. 따라서 한 사회 내의 남녀별 번식 성공도의 평균값은 무조건 같을 수밖에 없다.
(『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사이언스북스, 2016년 12월, 증보판 6쇄, 44쪽)
나라면 아무리
대중서라 하더라도 “무조건 같을 수밖에 없다”라는 식으로
쓰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분명히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만약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50:50에서 벗어나면 번식 성공도의 평균값은 다르게 된다. 어떤 사회에서 남자가 500명이고 여자가 1,000명이라면 남자의 번식 성공도의 평균값이 여자의 2배가 된다. 여자 1,000명이 자식을 1명씩
낳는다고 볼 때 남자 1명이 평균적으로 여자 2명을 임신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엄밀하게 따지기 위해서는 연령별 남녀 인구 분포 등 골치 아픈 문제들까지 파헤쳐야겠지만
그냥 넘어가자).
전중환 051. 한 사회 내의 남녀별 번식 성공도의 평균값은 무조건 같을 수밖에 없다
https://cafe.naver.com/evopsy2014/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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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타적 행동의 수혜자가 받는 이득(b)에 두 개체가 G라는 유전자를 평균 이상으로 공유할 가능성(r)을 곱해서 에누리한 값이 이타적 행위자가 겪는 손실(c)보다 크면, 이러한 이타적 행동은 유전자 G의 빈도 증가를 낳으므로 반드시 선택된다는
말이다.
(『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사이언스북스, 2016년 12월, 증보판 6쇄, 54쪽)
“대체로
선택된다”가 정확하다. 그런데도 전중환은 굳이 “반드시”라는 단어를 삽입하여 틀린 문장을 만들어냈다.
해밀턴의
규칙에 부합하더라도 그 유전자가 자연선택되지 않을 만한 이유가 적어도 두 가지 있다.
첫째, 우연 때문에 안 될 수 있다. G가 해밀턴의 규칙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재수가 없어서 G를 품은 개체들이 벼락 맞아 죽는다면 G가
유전자풀(gene pool)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특히
개체군의 크기가 작을 때 또는 G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을 때 우연의 농락이 심하다.
둘째, 개체가 유전적 관계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 때가 있다. 침팬지
암컷은 무리 내의 거의 모든 수컷들과 섹스를 한다. 이런 짝짓기 패턴 때문에 침팬지 수컷은 누가 자신의
유전적 자식인지 알기 힘들다. 따라서 침팬지 수컷의 부성애는 진화하기 힘들다. 실제로 침팬지 수컷은 부성애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전중환 054. 이러한 이타적 행동은 유전자 G의 빈도 증가를 낳으므로 반드시
선택된다(해밀턴의 규칙)
https://cafe.naver.com/evopsy2014/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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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어느 제과 회사에서 신상품 팝콘 세 종을 출시했다고 하자.
한 팝콘은 달콤한 설탕을 쳤다. 다른 팝콘은 고소한 깨소금을 쳤다. 마지막 팝콘은 청양고추와 생강을 쳤다. 어느 팝콘이 가장 안 팔릴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처음 두 팝콘은 단 맛과 짭짤한 맛을 선호하게끔 설계된 우리의 미각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흥미를 끌고, 오래 기억되고, 널리
전파된다. 반면에 마지막 팝콘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기제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로 퇴출되고 만다.
(『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사이언스북스, 2016년 12월, 증보판 6쇄, 67쪽)
전중환은
청양고추와 생강을 친 팝콘은 바로 퇴출된다고 단언한다. 인간이 청양고추나 생강의 맛을 극도로 싫어하도록
진화했다면 도대체 왜 시장에서는 청양고추와 생강이 그렇게도 많이 팔린단 말인가? 생강빵도 꽤 인기가
있다.
전중환 056. 청양고추와 생강이 들어간 팝콘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기제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https://cafe.naver.com/evopsy2014/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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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수북한 매머드가 털이 거의 없는 현재의 코끼리로 진화하는 데 고작 몇만 년 걸렸음을 감안하면, 털의 진화 자체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사이언스북스, 2016년 12월, 증보판 6쇄, 171쪽)
백과사전에
따르면 매머드와 현재의 코끼리는 서로 다른 속(genus)에 속한다.
코끼리 계통과 매머드 계통은 4~6백만 년 전에 갈라졌다고 한다.
이런 것들에
비추어 볼 때 “털이 수북한 매머드가 털이 거의 없는 현재의 코끼리로 진화하는 데 고작 몇만 년 걸렸”다는 이야기는 황당해 보인다.
전중환 074. 털이 수북한 매머드가 털이 거의 없는 현재의 코끼리로 진화하는 데
https://cafe.naver.com/evopsy2014/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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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든 식물이든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색깔다운 색깔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척추동물의 몸속을 흐르는 피를 예외로 들 수 있다. 그러나
피가 상처가 난 당사자에게 즉시 그 강렬한 핏빛을 드러내 사태가 얼마나 위급한지 알려 준다는 것을 살피면, 피의
검붉은 빛깔은 어떤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사이언스북스, 2016년 12월, 증보판 6쇄, 178쪽)
왜 인간
피는 빨간색인가? 내가 알기로는 아래와 같은 설명이 생물학계에서 정설로 통하고 있다. 어떤 생물은 산소를 운반하기 위해 철을 쓰기 때문에 빨간색이고 어떤 동물은 구리를 쓰기 때문에 푸른색이라는
것이다. 피의 빨간색 또는 푸른색 자체는 적응(adaptation)이
아니라 부산물(by-product)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전중환은 “어떤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했음”이라고 썼다. 그 뒤에 “쉽게 추측할 수 있다”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말이다.
전중환은
인간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이 피를 빨간색으로 만들기 위해 무언가 생리적으로 투자한다고 추정하는 듯하다. 자신
또는 친족에게 “사태가 얼마나 위급한지 알려” 주려는 목적을
위해서 말이다.
전중환 075. 피의 검붉은 빛깔은 어떤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https://cafe.naver.com/evopsy2014/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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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정의 아이들을 친밀하게 공동 양육하는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웨스터마크 효과가 실제로 확인되었다. 인류학자들이 총 2,769쌍의 신혼부부 중에서 같은 키부츠 출신이
몇 쌍인지 조사한 것이다. 아무리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자랐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임을 고려하면, 같은 키부츠 출신의 신혼부부도 여럿 있음 직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그런 신혼부부는 단 한 쌍도 없었다.
(『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사이언스북스, 2016년 12월, 증보판 6쇄, 326~327쪽)
전중환은 “같은 키부츠 출신이 몇 쌍인지 조사한 것”이라고 썼다. “from the same peer group(동갑내기라고 봐도 거의 무방하다)”을 빼먹었다. 같은 키부츠 출신일 뿐 아니라 같은 또래 집단(동네 또래들은 한 집에서 살았다)에 속하는 남녀끼리 결혼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한 것이다.
전중환은 “단 한 쌍도 없었다”라고 썼다. 하지만 14쌍이 있었다.
전중환 097. 2,769쌍의 신혼부부 중에서 같은 키부츠 출신이 몇 쌍인지 조사한 것이다
https://cafe.naver.com/evopsy2014/2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