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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ㅣ 대담 시리즈 1
도정일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도정일∙최재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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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이야기지만, 유전자 결정론에 걸려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택과 행동의 책임을 인간 그 자신에게서 면제시켜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 데 있습니다. 유전자가 모든 책임을 지면 한 가지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 아무도 감방에 갈 필요가 없게 되죠. 유전자란 놈들만 잡아다 처넣으면 되니까요.(도정일, 146쪽)
진화심리학에 흔히 퍼붓는 비난이다. 특히 페미니스트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사실(설명)과 당위(정당화)를 구분할 줄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상황에 따라서 어떤 때는 구분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구분하지 않기도 한다. 페미니스트는 “가부장제란 놈만 잡아다 처넣으면 되니까요”라고 말하는 법이 없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란 놈만 잡아다 처넣으면 되니까요”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천재의 후손들 중에 천재가 별로 없습니다.(도정일, 226쪽)
도정일 씨는 여기서 통계학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물론 세상에는 천재의 후손보다는 천재가 아닌 사람의 후손이 훨씬 많기 때문에 천재는 주로 천재가 아닌 사람의 후손이다. 간단한 산수를 해 보자. 인구의 100만 분의 1이 천재라고 해 보자. 만약 천재의 자식 중에 천재가 나올 확률이 1퍼센트라고 해 보자. 그러면 천재의 자식 중에 천재가 아닌 사람이 나올 확률이 99퍼센트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천재의 후손들 중에 천재가 별로 없”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천재가 천재를 낳을 확률은 천재가 아닌 사람이 천재를 낳을 확률의 10000 배나 된다. 이런 어설픈 논거로는 지능이 유전된다는 행동유전학자들의 과학적 연구 성과를 반박할 수 없다.
완벽한 유전자 덕분에 특출한 능력을 발휘한다면 그건 인간적 위대성과는 이미 품질이 달라요. 약 먹고 잘 뛰는 단거리 선수 같은 경우죠.(도정일, 259쪽)
모짜르트가 천재성을 타고났다는 것을 부정할 것인가? 아니면 모짜르트의 위대성은 “이미 품질이” 다른가?
폭력성은 인간과 침팬지가 공유하니까 아마도 그건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그 경우에는 보노보의 비폭력 성향이 설명되지 않습니다.(도정일, 143쪽)
도정일 씨의 세상에 사는 생물은 100% 폭력적이거나 100% 비폭력적이다. 그 중간은 없다. 보노보가 비폭력적이라고? 그것은 침팬지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 뿐이다. 수컷 보노보의 생식기가 손상되어 성불구가 되는 경우가 많이 관찰되었다. 학자들은 암컷의 폭력 때문인 듯하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암컷이 수컷을 두들겨 패는 장면은 많이 목격되었다. 보노보가 침팬지와 다른 점은 폭력 사태가 덜 일어난다는 점과 폭력을 행사하는 쪽이 주로 암컷들이라는 점 뿐이다. 종이 분화하면서 폭력성 정도가 달라지는 것은 종이 분화하면서 달리기 속도가 달라지는 것만큼이 자연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