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미인 감별사 1급 실전편
김시완.조재환 지음 / 인벤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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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치고 메모도 하면서 열심히 읽었다. 내가 쓴 부록 「성형수술의 진화심리학」의 경우 오자나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려고 당연히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본문도 열심히 읽었다. 성형미인 감별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다. 성형수술 또는 육체적 매력에 대해 진화심리학이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 젊은 얼굴과 몸이 인기가 있다는 점은 너무나 뻔하다. 그리고 인간이 짝짓기의 맥락에서 그런 육체를 선호하도록 진화했을 만한 이유도 적어도 나에게는 뻔해 보인다.

 

하지만 그리 뻔해 보이지 않은 것들도 있다. 큰 눈을 선호하는 것은 인류 보편적일까? 만약 그렇다면 왜 큰 눈을 선호하도록 진화했을까? 눈밑 애교살 성형을 받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여자들은 왜 코를 높이고 싶어하나? 흑인들 사이에서도 높은 코가 인기 있을까? 높은 코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는 백인에 대한 선망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런 것들을 진화심리학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심지어 “『성형수술의 진화심리학』이라는 책을 내 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도 조금은 했다.

 

 

 

제목만 보고 얼핏 생각해 보면, 여자의 성형 여부를 가려내고 싶어 안달이 난 남자들이 주로 이 책을 살 것 같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여자가 압도적으로 성형을 많이 받는다 하더라도 여자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할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제목에서 파격적으로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 성형 감별 이야기만 다루지는 않는다. 쪽수까지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성형 감별에 대한 이야기는 책 전체 중 3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성형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성형에 쓰이는 보형물과 약물, 성형의 부작용, 성형의 효과, 성형과 관련된 근육과 뼈, 각종 수술과 시술의 비용, 좋은 성형외과 고르는 법, ...

 

둘째, 성형미인보다 자연미인을 선호하는 남자가 짝짓기 후보인 여자에게 속지 않기 위해 이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애 짝짓기 시장에서 여자의 경쟁자는 여자다. 경쟁자의 성형 여부를 제대로 간파해낸다면 여자가 짝짓기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성형을 받으려는 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 특정 수술 또는 시술을 받으면 어떻게, 어느 정도, 어느 기간 동안 티가 나는지 정확히 알면 도움이 된다. 그래야 성괴녀로 낙인 찍히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 책에는 성형을 과하게 받으려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등장한다. 성형을 받을 때 어떤 식으로 티가 나는지 정확하고 자세히 알게 되면 그런 사례가 줄어들 것 같다.

 

수술이나 시술이 잘 되었음에도 티가 나는 것을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자세히 보거나 만져 보면 보형물이 들어 있음이 티가 난다.

 

둘째, 수술 흉터, 주사 자국, 멍 자국 등이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셋째, 성형으로 근육의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사라지거나 찌푸린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특히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없는 것이 “성괴녀”라는 신조어의 등장에 꽤나 기여했을 것 같다. 일부 수술이나 시술의 경우 무표정일 때는 예뻐 보이지만 표정을 지으면 로봇 같다는 느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형을 받은 사람들은 아마 주로 거울을 보고 판단을 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성형을 받은 이후에 더 세게 해 달라고 의사를 다시 찾아온다. 이 책의 저자들은 과하다 싶으면 환자(?)를 말린다. 환자가 고집을 피우면 굴복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너무 지나칩니다”라고 의사나 주변 사람들이 말해 주는 것이 환자 본인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을 때가 많은 듯하다. 이럴 때 성능 좋은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 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거울로 보면 정면만 제대로 볼 수 있지만 동영상을 찍으면 여러 각도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표정을 짓도록 한 후에 동영상을 찍어야 성형이 때로는 표정을 어떤 식으로 부자연스럽게 만드는지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사진(모두 합성된 것이라고 한다)에 불만이 있다. 나처럼 눈썰미가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비교하라고 올린 두 사진이 거의 똑같아 보여서 구분이 잘 안 될 때가 많다는 문제가 있다. 나만 그런 건가?

 

이왕 합성하는 김에 두 사진의 차이점을 캐리커처처럼 과장해서 보여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래야 차이점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과장된 사진을 통해 특징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한다면 그 패턴에 들어맞는 미세한 것들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과장된 합성 사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특징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커 보인다. 과장된 사진과 현실성 있는 사진을 함께 보여주는 길도 있다.

 

물론 머리말이나 사진 아래에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차이점을 과장했음”이라고 써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보다 책이 훨씬 두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골치 아픈 논문도 때로는 재미 있게 읽는 나의 취향일 뿐이다.

 

그렇게 두껍게 나오면 실제로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 거의 안 볼 것 같다.

 

 

 

별점은 3개다. 부록까지 써 준 책에 별을 3개 밖에 안 준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하고 싸워서 그렇게 짜게 준 것은 아니다. 나는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와 노엄 촘스키의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별을 4개 밖에 안 주었다(번역의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원서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3개 주었다.

 

읽지도 않고 이 책에 혹평을 쓴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이 촘스키 급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성형 분야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에 가깝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얼마나 정확한지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이야기보다는 대체로 훨씬 믿을 만한 것 같다.

 

이왕 성형을 받는다면 제대로 알고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성형의 효과를 최적화하려면 어떻게 예뻐지는지도 알아야 하지만 어떤 부작용이 있고 어떻게 티가 나는지도 알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성형을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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