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살구] 리옴빠 (표지 2종 중 랜덤) - 유리 올레샤 단편집
유리 올레샤 지음, 김성일 옮김 / 미행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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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페이지가량 읽고 덮었다. 논리적이진 않지만 순간의 장면을 나름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던 같은데, 그러면 소설이 아니라 시를 쓰면 아닌가? 시를 재능이 없으니 소설을 썼더니 지적 허영심에 가득찬 평론가들이 높은 평가를 내렸다. 천부적인 재능을 소유한 자였다면 로트레아몽, 마야꼽스키처럼 비논리적인 시를 쓰고 말지 괜히 소설로 도피할 이유가 하등 없다. 물론 로트레아몽과 마야꼽스키는 유리 올레샤와 달리 문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철학 또한 가슴에 품은 위대한 작가들이다. 


 제랄드 드 네르발의 "실비" 또한 비논리적으로 내용이 서술되지만 그 소설은 사랑과 기억이라는 핵심 테마가 시종일관 유지되며 작가 본인의 삶에 대한 회한이 말미 문장 하나마다 묻어나온다. 비논리적이라도 소설이라는 형태를 택했으면 기초적인 뼈대는 유지해야 하는 것이며, 문장을 참신하게 쓰려고 고뇌한 흔적이 보이더라도 알맹이가 비어 있으면 독자는 그저 피로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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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이솝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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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짧은 잠언스러운 우화 모음집. 우화 하나당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에세이, 동화, 소설 등이 발달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이솝우화가 지혜의 보고로 여겨질 수 있었겠으나 오늘날에는 그 상위호환이 넘쳐난다. 30p를 읽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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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을유세계문학전집 3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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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지방 촌놈 라스티냐크는 법학 공부를 위해 파리로 상경한다. 집안의 희생을 바탕으로 상경할 있었음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파리 사교계의 사치스러움은 순진한 청년을 강렬하게 유혹하기 마련이다. 주인공은 귀족 인맥을 가지고 있어 사교계에 문을 두드릴 수는 있었지만 사교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재력과 매너를 갖추지 못하였다. 그런 그에게 보트랭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접근해오는데


  작품의 주제는 양심”, “성공”, “부성애정도로 요악할 있다. 양심 성공 탁월하되, “부성애 그렇지 못하다. 보트랭은 라스티냐크가 이대로 법학 공부를 마쳐봤자 성공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므로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성공을 쥐어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뷰 글로는 그냥 평범한 내용에 지나지 않으나 그의 장광설은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에 의하면 미덕을 지키는 자들은 신이 창조한 우둔한 피조물이며, 당신들은 성공하기 위해서 항아리 속의 거미처럼 서로를 잡아먹어야 하고, 미덕을 지키며 초라하게 바엔 차라리 해적이 되고 말겠다고 선언한다.


 라스티냐크는 성공과 미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물이다. 육체적으로는 보트랭의 논리에 끌리면서도 지켜야만 하는 선을 자각하고 갈등한다. 파리에 매력과 환멸을 동시에 느끼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파리와의 대결을 선포하는 장면은 세계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장면 하나다.


 고리오 영감은 라스티냐크가 매혹을 느낀 영애의 아버지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오직 딸들만을 끔찍하게 아끼는 노인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 에서 모티프를 얻은 인물이 아닐까 추측되는데, 인물이 과하게 평면적이고 사용하는 언어 또한 전혀 시적이지가 못하다. 보트랭과 라스티냐크라는 인물은 셰익스피어 4 비극에 등장하는 거인들에 준할 만큼의 독자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으나, 고리오에게는 오직 우둔함과 지루함만이 느껴진다.


 또한 작가의 초창기 작품이어서 그런지, 등장인물들 간의 대사가 상당히 어색하며 가독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단점들로 인해 19세기 리얼리즘 문학을 창립했다고 함께 평가받는 스탕달의 적과 보다는 고리오 영감 아래라고 개인적으로 사료하는 바이다. 그러나 적과 에서는 보트랭의 연설, 라스티냐크의 갈등, 파리와의 대결 선포에 준할만한 명장면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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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희곡선집 2 - 갈릴레이의 생애, 사천의 선인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대학고전총서 24
베어톨트 브레히트 지음, 임한순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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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의 생애


 이 극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1. 갈릴레이의 지동설과 이를 둘러싼 교회와의 갈등상황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 2. 브레히트는 사회주의자였고, 마르크스는 유물론자로서 과학을 인류 발전의 토대로 보았음, 3. 당대 과학자들은 귀납법적 연구방법론을 채택하지 않고 권위자의 텍스트를 진리로 가정하고 연역적으로 논리를 전개했음. 을 선행으로 알아야 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셰익스피어의 역사극들도 브레히트의 이 작품에 비할바가 되지 못하며 오직 쉴러의 "발렌슈타인" 정도만이 역사극 분야에서 이 역작에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가 그리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브레히트가 묘사한 갈릴레이는 대단히 입체적인 인물로, 진리를 향해 본인을 불사르는 듯 하지만 목숨이 걸리자 순식간에 비굴해지는 한편, 타인이 발명한 망원경을 자신의 업적으로 속여 국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뜯어내고, 식도락을 즐기기도 하며, 주변인들을 챙기는 듯 하다 가도 타인의 안위보다 본인의 연구를 우선시하기도 한다. 


 저자의 유물론적 관점은 사회주의의 의미가 많은 부분 퇴색된 오늘날에는 호불호가 다소 갈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근신처에서 보이는 행태를 유물론적 관점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입체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볼 수도 있어 큰 문제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빼곡한 주석들을 보며 브레히트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연구하고 조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 인간의 생애를 과하게 함축하지도 그렇다고 지리하게 나열하지도 않은, 대단히 밀도가 높으면서 중요 내용은 거의 다 담긴 브레히트의 최고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사천의 선인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인간의 도덕성을 시험하기 위해 거지로 분장하나, 다른 마을 주민들은 신들을 전부 외면하고 가난한 노부부만이 그들을 환대한다.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감명을 받아 이들에게 보상을 내린다...


 이 신화의 내용을 브레히트는 차용하여, 없는 살림에도 거지로 위장한 신들을 소박하게나마 접대한 삼류 창녀 셴테에게 신들은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는 것으로 극은 시작된다. 셴테는 그 돈으로 담배가게를 사지만 그 물건은 하자가 있는 물건이었고, 그마저도 각종 빈민들이 셴테를 등쳐먹기 위해 혈안이다. 셴테는 가면을 쓰고 악역 사촌오빠 "슈이타" 를 가장해야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신은 선량한 이에게 돈은 줬으니 할 건 했다는 기색이다.


 사회주의가 의미하는 바가 컸고, 종교의 가치가 훨씬 높았던 당대에는 이 작품이 강한 시사점을 지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다. 가면을 쓰고 벗음으로 한 등장인물이 "슈이타"가 되었다가 "셴테"가 되었다가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못알아 본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은 작품이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을 때는 소외 효과를 야기해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대에는 그냥 어이가 없고 극에 몰입만 안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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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 달섬 세계고전 4
작자 미상 지음, 최낙원 옮김 / 달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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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레스크 소설의 원조. 악한이라기엔 주인공이 너무 선량한 감이 없잖아 있으며, 미완성이고 에피소드들간 퀄리티 편차가 커 작품 그 자체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없었다면 ˝모험적 독일인 짐플리치시무스˝, ˝돈키호테˝ 등은 쓰여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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