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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 하나의 비극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최두환 옮김 / 시와진실 / 2003년 10월
평점 :
괴테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 그의 작품들을 읽어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원인의 1순위를 개인적으로는 민음사의 형편없는 번역으로 본다(민음사는 세계문학을 보편화한 공도 있지만 끔찍한 번역으로 세계문학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든 과도 있다. 후자가 훨씬 더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이며, 세계문학 전집 초기 수록집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둘째 이유로 그의 대표작 파우스트가 괴상망측하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파우스트 1부는 명실상부 세계문학에서 최상위에 위치한 걸작이며, 2부는 졸작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1부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다.
이야기는 메피스토텔레스가 신과 내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하느님은 멈추지 않고 고뇌하며 방황하는 파우스트를 높게 평가하지만 악마는 그를 타락시키겠다고 한다. 성경의 욥기 테마를 괴테는 따온 것이다. 그는 어두운 밤 책상에서 우주의 진리를 탐하지만 본인이 하잘 것 없는 일개 인간이라는 것을 통감한다. 성문 앞에서 다양한 민중들을 접하고 그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는 하지만 막상 본인은 지상에서조차 무력하고, 하늘을 동경하나 결코 다다르지 못한다. 짧은 분량에 이 정도로 고뇌하는 인간상을 담아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약 120 페이지 까지의 내용은 파우스트의 진리탐구 여정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 뒤로 갑자기 그레트헨과의 로맨스로 이야기는 변질된다. 진리를 탐구하겠다던 녀석이 갑자기 계집질이나 하며 시시덕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레트헨은 너무나도 순진하고 귀여우며, 메피스토텔레스는 유쾌하고 인간적이어서 갑작스런 느낌은 있어도 읽는 재미가 있다. 아마 빌헬름 텔이 사과에 화살을 맞추는 장면과 더불어 연극사에서 가장 유명할, 그레트헨이 꽃잎 점을 치는 장면도 여기서 등장한다. 여기까지가 121~186페이지 까지의 내용이다.
갑자기 파우스트는 초기의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자로 돌아간다. 발푸르기스의 밤에 브로켄 산에 올라가 이상한 존재들을 목격하고 현 시대를 비판하기도 한다. 또 괴테는 한여름밤의 꿈을 읽고 감명이라도 받았는지 발푸르기스 밤의 꿈을 썼는데, 뜬금없이 이상한 요정새끼들이 뛰쳐나와 개잡소리를 해댄다. 이 부분은 실제 연극 무대에 파우스트가 오를 경우 주로 생략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토마스 마의 산 사육제에서 오마쥬되는 영예를 누리긴 했지만 기실 하등의 의미가 없는 파트라고 생각한다. 그 뒤는 그레트헨이 파멸하는 엔딩이다(비록 누군가는 구원받았다고 하지만).
사실상 3가지 줄거리가 한 작품 안에 혼재 되어 있는데다 원체 빠른 호흡으로 이야기가 정신없이 전개되다 보니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파우스트를 읽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발푸르기스 밤 파트를 제외한 그레트헨과의 로맨스, 악마와 계약을 맺으며 발생하는 기이한 에피소드들, 파우스트의 고뇌 등은 전부 다 수준이 매우 높고, 등장인물들은 한명 한명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서 숨을 쉰다. 비록 난잡하지만 괜히 세계문학의 정전에 속한 작품인 것이 아닌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아서인지 괴테는 2부에서 더욱이 괴팍한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건 2부 리뷰 글에서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