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 ㅣ SERI 연구에세이 18
최재천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극좌파가 본 최재천 -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비판>>
을 클릭하시면 이 책에 대한 상세한 비판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그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
한국의 출산율이 낮더라도 이민자들이 그 공백을 메운다면 최재천을 고민에 빠뜨린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재천은 인종주의자가 아닌 것 같다.
첫째, 고령화의 직접적인 원인을 낮은 출산율이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출산율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지구촌 전체를 생각하면 저출산은 사실 반가운 현상일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노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일 먼저 검토해야 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72쪽)
하지만 여기서도 불길하긴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나도 환영한다. 하지만 그 목적이 노동력의 확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국이 이처럼 양호한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민 덕분이다. 이민 여성들의 출산율이 전체 출산율을 끌어올린 덕에 미국은 비교적 완만한 고령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행한 것은 아니겠지만 1989년 이민법을 개정하여 많은 불법체류자들을 구제해준 일은 훗날 대단히 현명한 판단으로 평가될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48쪽)
개별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지구 생태계의 차원에서 보면 이제 와서 갑자기 출산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노동 인구의 이민을 보다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다. 이민 인구는 상대적으로 젊고 제1세대 이민 여성들의 출산율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 미국이 지금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고령화의 충격에 덜 흔들리는 까닭이 바로 일찍부터 문호를 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26쪽)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를 구제해준 일을 최재천은 호의적으로 인용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양호한 출산율”이 개입되기 때문에 불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편안히 기를 수 있도록 훌륭한 양육 환경을 조성해주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대대적으로 펼쳐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도 이제는 다른 나라로부터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열린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30쪽)
이주 노동자(외국인 노동자)를 환영해야 한다는 최재천의 말에 매우 공감하지만 최재천은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보다는 부족해질 한국의 노동력을 더 걱정하는 것 같아 불길하다.
나는 최재천에게 묻고 싶다. 폐경이 지난 여성이 한국에 이민하겠다면 어쩔텐가? 노동할 수 없는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이 이민하겠다면 어쩔텐가? 최재천이 이민을 환영하는 것는 노동력 확보와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서인가?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를 환영해야 한다는 최재천의 주장은 다음 구절을 보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진정한 개혁은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퇴임식에서 한 말이 기억 난다.
결국 개혁이라는 것은 서로 믿고 사랑하고 서로를 배려해줌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인간다움, 오로지 인간다움 그 한 가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것을 가로막는 여건들, 그것을 가로막는 서로의 오해, 서로의 불신을 녹여나가는 작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도의 개혁이라고도 표현이 되고 문화의 개혁이라고 표현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사랑을 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제 말에 동의한다면 저는 굳이 개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개혁되고 있다고 믿습니다.(『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167쪽)
최재천은 강금실의 말을 매우 호의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말 잘했다. “진정한 개혁은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강금실은 퇴임식에서 “서로 믿고 사랑하고 서로를 배려해줌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인간다움”이라고 떠들어댔다. 현실은 어떠한가? 강금실의 최대 ‘업적’은 이주 노동자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해서 수십 명이 자살하도록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