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인간의 출현 - 게임이론으로 푸는 인간 본성 진화의 수수께끼
최정규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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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인간의 출현(최정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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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규 씨는 게임이론에서 바로 인간의 행동으로 비약하려 한다. 반면 진화심리학에서는 그 중간에 인간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집어넣어서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는 The adapted mind』에 실린 Symons의 글 On the use and misuse of Darwinism in the study of human behavior!」에서 잘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다루어 보겠다.

우리는 혈연선택 이론으로 자식 돌보기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간에 심리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자식을 돌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식을 알아보아야 한다. 즉 혈연 선택에 대한 수학적 모델과 실제 동물의 행동 사이에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자식 알아보기 메커니즘은 100% 잘 작동할 수 없다. 생물들이 직접 유전자를 확인해 볼 수 없기 때문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뻐꾸기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다.

인간의 식욕은 과거 환경에 맞추어 조율되어 있다. 그래서 현대에는 설탕, 지방, 소금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적은 운동량 때문에 비만이 되기 쉽다. 인간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정밀 계산하고 운동량을 정밀 계산하여 자신의 음식 섭취를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음식 섭취를 통제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은 과거에는 그럭저럭 잘 작동했지만 환경이 급격히 변한 현대에는 잘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인간은 부적응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낯선 도시에서 할머니를 돕거나 팁을 주는 행위도 비슷한 부적응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은 현대의 기준으로 볼 때 설탕, 지방, 소금에 과도하게 집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음식이 현대처럼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현대의 기준으로 볼 때 과도하게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설계되었다. 과거에 할머니를 도왔다면 그것은 같은 부족의 할머니일 것이다. 따라서 그 할머니가 은혜를 갚을 기회는 많이 있었을 것이다. 기력이 없어서 그 할머니가 은혜를 직접적으로 갚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 할머니는 자신을 도운 사람이 얼마나 착한지에 대해 소문을 내 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여행이 불가능했다. 또한 현대처럼 익명 사회가 아니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상당히 정밀하게 감시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였다. 이런 사회에서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다.

포르노 사진을 임신시킬 수 없다는 것을 남자들은 잘 안다. 이것은 의식적 지식이다. 반면 그래도 남자들은 포르노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흥분한다. 이것은 무의식적, 자동적 메커니즘이다. 자동적 메커니즘이 의식적 지식을 압도하는 것이다. 낯선 도시의 할머니를 돕은 것도 비슷하다. 그 할머니가 나중에 자신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안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의 무의식적, 자동적 메커니즘은 할머니를 도와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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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혈액형의 진실
오기현 지음 / 그루북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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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혈액형의 진실』 – 소개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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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따라 특성을 나누고 그것이 대인관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서양인들의 눈에는 이해하기 힘든 신기한 현상으로 비춰진 것이다. (SBS 스페셜 혈액형의 진실, 39)

 

미국의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혈액형을 물었을 때도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형이 무엇이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고, 한 엄마는 아이의 혈액형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른다고 했다. 왜 혈액형을 알아야 하는지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SBS 스페셜 혈액형의 진실, 196)

 

한국과 일본에서 이렇게 혈액형 성격이 보편화 된 것은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한국이나 일본은 전통적으로 집단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따라서 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에 대한 어떤 정보도 쉽게 믿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SBS 스페셜 혈액형의 진실, 114)

 

서양 사람들은 내 행동이나 운명은 내가 개척하는 것이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내가 노력하는 것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네 개의 범주에 의해서 당신이 결정된다라는 사고 자체가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SBS 스페셜 혈액형의 진실, 114)

 

위의 인용문들을 읽어보면 합리적인 서양인과 비합리적인 동양인이, 운명을 개척하는 서양인과 집단에 매몰된 동양인이 대비되는 것 같다. 이런 대비는 상황을 매우 오도하고 있다.

 

물론 서양에서 혈액형 성격론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서양인들이 점성술을 믿는다. 별자리가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믿는 것과 혈액형이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믿는 것은 매우 비슷한 미신이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가 있다면 어떤 미신을 믿는가이다. 물론 나라마다 종교와 미신을 믿는 정도는 상당이 다르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혈액형 성격론을 왜 믿는가와 관련된 위의 분석은 쓸데없는 한국의 자기비하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위의 분석 그 자체가 그럴 듯한 해석에 매달리는 미신적인 사고방식이다. 혈액형 성격학이든, 정신분석이든 미신적인 사고에서 아전인수식 해석은 큰 자리를 차지한다.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은 것을 아무것이나 가져다 붙이면서 그것을 설명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미신을 비판한다는 이 책은 이런 면에서 어느 정도는 미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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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 사이코패스 -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
로버트 D. 헤어 지음, 조은경.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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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 사이코패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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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사이코패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덮어버리는 데 선수다.(59)

사이코패스는 재치 넘치고,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재미있고 유쾌한 대화 상대로서 임기응변에 능하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황당한 이야기를 꾸며대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데 능숙하며, 호감이 가고 매력적이기도 하다.(67)

거짓말, 사기, 속임수는 사이코패스의 타고난 재능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이기심으로 무장한 사이코패스는 거짓말이 들통날 가능성이 있거나 밝혀진 다음에도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83)

사이코패스는 상황에 맞게 기막히게 처신하며 피해자를 도리어 가해자로 몰아붙이곤 한다.(185)

두 번째로, 사이코패스는 다른 사람을 속이고 돈을 떼어먹을 때 필요한 재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언변이 청산유수고, 매력적인 데다가 자신만만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하고, 압력에도 의연하며 거짓말이 탄로 날 위기가 닥쳐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194)

이들의 말은 너무 교묘해서 조금만 부주의하면 잘못된 점을 찾기 어렵다.(224)

다음은 이들이 초인적인 능력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고 정확한 버튼을 눌러버린 사례다.(233)

저자는 정신병질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생겼고 더 영리한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거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저자가 대는 근거라고 해야 여러 에피소드와 기껏

그리고 이런 둘러대기, 허풍, 과시 등이 거짓으로 드러나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이 사이코패스의 중요한 특징이다. 작성된 교도소 파일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시가 있는 수감자는 사회학과 심리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대상자가 고등학교 교육을 채 마치지 못한 경우라도 마찬가지다.(67)

정도다.


한편

사이코패스는 거짓말을 자주 하지만 그리 노련한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앞뒤가 전혀 안 맞고 쉽게 자가당착에 빠진다. 사이코패스도 정신적 스크래블 게임을 할 수는 있지만 각각의 조각을 일관되게 서로 연결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하다.(216)

라고 말하기도 한다.

 

에피소드는 과학적 연구에는 거의 쓸모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매력적으로 생기도 달변인 정신병질자가 사기를 치는데 더 많이 성공할 것이고 그런 사기꾼이 잡히면 언론에서 크게 떠들어댈 것이다. 수십, 수백명을 등쳐먹은 잘생기고 머리좋은 정신병질자가 잡히면 뉴스거리가 되지만 번번히 사기에 실패한 못생기고 머리나쁜 정신병질자는 전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성공한(?) 정신병질자들의 에피소드들을 나열하고 그것을 일반화한다.

또한 고등학교 교육을 채 마치지 못한 정신병질자가 사회학과 심리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정신병질자들이 영리하다는 근거가 전혀 될 수 없다. 정신병질자들은 머리가 좋아도 고등학교나 그 이전에 중퇴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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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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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극좌파가 본 김규항 - 『B급 좌파』, 『나는 왜 불온한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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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노동이 원래부터 모든 노동보다 존귀한 건 아니다. 인간이 만든 것 가운데 원래부터 존귀한 것은 없다. 사회가 지식인에게 육체노동의 의무를 면해주고 존경과 명예를 준 것은 지식인이 원래 존귀해서가 아니라 당대를 파악하는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지식인에게 등대의 역할, 이정표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B급 좌파, 123)

 

김규항은 여기서 당위와 현실을 혼동하고 있다. 지식인이 당대를 파악하는 일에 몰두해야 하는 것은 당위다. 지식인에게 특권이 주어진 것은 그런 당위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일 뿐이다. 지식인은 자신의 지식을 팔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특권을 누릴 뿐이다. 이것은 숙련 노동자가 미숙련 노동자에 비해 여러 가지로 나은 조건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 숙련 노동자는 임금을 더 많이 받을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더 대우를 받는다.

 

지식인은 한편으로 지배계급에게 봉사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있기 때문에 특권을 누린다. 그리고 그 능력이란 것은 당대에 대한 파악을 가로막는 능력일 때가 많다.

 

심지어 그들은 지식인 세계를 형성하고 그들끼리만 소통 가능한 암호 언어(그들이 지적 대화라고 부르는)로 그들의 서푼짜리 허영심을 충족시킨다. 그들은 또한 그 서푼짜리 허영심의 냄새나는 퇴적물을 지성이니 교양이니 인문주의니 하는 이름으로 몸에 두른 채 당대 현실로부터 대중들로부터 자신들을 구별짓는다. (B급 좌파, 123)

 

학술적인 소통의 효율과 정확성을 위해서 그런 전문적인 임시 언어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언어들이 학술적인 소통 밖을 떠돌며 지적 권위를 행사하거나, 먹물들이 보통 사람들에게서 자신을 구별하는 데 사용되는 건 참으로 재수없는 일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진리는 쉬우며 쉽지 않다면 진리가 아니다. (『나는 왜 불온한가』, 265)

 

김규항은 어려운 말을 하는 지식인을 경멸한다. 하지만 어려운 말은 불가피하다. 20세기의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대중들이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을 일반인이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대 물리학은 난해한 현대 수학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인 또는 학자는 그가 얼마나 어려운 말을 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그가 얼마나 올바른 말을 하느냐 여부로 판단되어야 한다.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과 그들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비난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대중이 알아먹기 힘든 어려운 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물리학처럼 그 철학자들의 어려운 말 속에 쉬운 말로는 할 수 없는 진리가 담겨 있다면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김규항은 그들이 쉬운 말로 할 수 있는 것을 어려운 말로 비비꼬아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들은 쉬운 말로 할 수 있는 것 즉 보통 통하는 상식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물리학이 직관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물리학의 난해함이 진리에 근접하지만 그 철학자들의 말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것 같다.

 

진리는 쉬워야 한다는 김규항의 헛된 믿음은 예수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예수는 알 듯 모를 듯 하는 말을 많이 했다. 물론 알아듣기 쉬운 쉬운 말로 했다. 하지만 예수의 말에는 세상에 대한 통찰이 거의 없다. 그냥 착하게 살라는 설교 밖에 없는 것이다. 공자와 예수는 그냥 착하게 살라고만 말했지 사회 체제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런 식의 설교는 지겨운 조회시간의 교장의 설교와 별로 다를 바 없다. 좋은 말이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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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상스러움 -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진중권 지음 / 푸른숲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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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극좌파가 본 진중권 – 『폭력과 상스러움』 비판>>

<<어느 극좌파가 본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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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80년대 자신이 운동권 서클에서 배웠던마르크스주의가 마르크스주의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90년대부터 한국에는 영국의 사회주의 노동자당(SWP) 당원들의 글이 많이 소개되었다. 토니 클리프, 크리스 하먼, 알렉스 캘리니코스를 포함하여 여러 사람들의 책이 상당히 많이 번역되었다. 그들의 글 특히 클리프의 『소련 국가자본주의』는 스탈린, 마오쩌뚱, 일성 등의 체제가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상과 얼마나 무관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비슷한 점은 사이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마르크스가 썼던 용어들을 쓴다는 점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만한국적 민주주의를 운운했던 박정희의 유신 체제도 민주주의 체제다. 진중권은 진정한 혁명가였던 마르크스, 레닌, 그람시, 트로츠키 등과 사이비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스탈린(적어도 1917년경까지는 이 인간도 마르크스주의 혁명가였지만 그 후 배신했다), 마오쩌뚱(그는 중국의 민족해방 전쟁을 이끈 지도자였지만 마르크스주의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김일성 등의 차이를 완전히 무시한다. 따라서 진중권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수백만 우크라이나인을 굶겨 죽인 스탈린의 무혈 폭력?(35)

사자 숭배는 전통이나 기성 체제에 복종하라는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의 종교적 표현이다. 이게 어디 우익만의 일일까? 하나의 권력을 파괴한 힘이 자기를 권력으로 조직해야 하는 모든 사회에는 사자 숭배가 존재한다. 가령 레닌, 마오 쩌둥, 김일성. 유리관에 든 이 시체들이 산 자를 지배하지 않는가.(65

연대성의 철학의 주창자 리처드 로티(1931~. 미국의 자유주의 철학자)가 얼마 전 <공산당 선언> 발표 150주년을 축하했다. <신약> <선언>, 이 두 텍스트는 예언서다. 그것도 무참하게 빗나간 예언서. “속히 오리라던 예수 그리스도는 2천 년이 넘도록 다시 오시지 않았고,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자유와 평등의 무계급 사회도 자본주의 생산력이 150년이 넘도록 비약적으로 발전했어도 아직 올 기미가 안 보인다. 젖과 꿀이 흐르는 언약의 땅은 타락한 성직자계급과 부패한 노멘클라투라(특권계급), 끔찍한 이단 사냥과 잔혹한 KGB와 굴라크(교화노동수용소)의 디스토피아도 끝났다. 그리하여 그는 말한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구별은 오늘날 이단과 기독교인의 구별만큼이나 낡았다.” 맞다.(75

라고만 말하면 마르크스주의가 비판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진중권이 보기에는 

오늘날 소렐이나 벤야민처럼 총파업[마르크스주의적 혁명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이덕하]에서 인류를구원할 메시아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38)

오히려 그런 메시아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최근에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은 보잘 것 없는 규모지만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1000 명 정도의 회원이 있는 <다함께>가 있다. 영국의 SWP는 당원이 1만 명이 된다고 한다. 프랑스의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선거에서 5% 정도를 득표했다. 이탈리아의 재건 공산당 역시 만만치 않은 세력이 있다. 이 규모가 수십 년 전의 각국의 공산당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반박할 사람도 있겠지만 동구의 공산당은 지배 계급의 정당이었으며 서구의 공산당은 유로 꼬뮤니즘 이전에도 이미 개량주의 정당이었다. 각국의 혁명 조직들은 1917년 혁명 이후 몇 년 간 꽃피우다가 그 때 사실상 사망했다. 그 후로 유감스럽게도 각국의 공산당들은 구소련의 똘마니 역할을 했다.

심지어

다 죽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의 대비 속에서만 설득력을 퍼올리는 복거일의 낡은 자유주의 버전은 이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82

에서처럼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복거일도 가뿐히 상대할 정도의 허수아비가 되어 버렸다

또한

의 맹목적 찬미. 이게 좌우익 파시즘이다. 그래서 난 벌거벗은의 원시적 충동을 이성적대화로 바꾸는 기제로써 의회주의를 옹호한다.(39)

한편, ‘민주는 본질적으로 평등의 이념이다. 경제적 평등의 요구가 나아가 자유를 억누르며 관철될 때 공산주의라는 극단이 성립한다.(97)

진중권에 따르면 레닌은 파시스트가 되며 공산주의는 자유를 억누른다. 하지만 구소련에서 왜 지배자들이 자유를 억눌렀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소련 공산당은 경제적 평등을 위해 자유를 억누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누린 경제적 특권을 지키기 위해 자유를 억눌렀다.

가령 프롤레타리아의 특수이익이 결국은 인간 일반의 보편이익과 합치한다고 주장했던 마르크스주의의 실패를 목도한 오늘날, 그 누구도 감히 자신의 이해가 보편이해를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는 못한다.(288)

여기에서 진중권은 우파 이데올로그와 똑 같은 말을 한다.

마르크스주의 깔아뭉개기에 여념이 없는 진중권이 보기에는 

마르크스는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라고 했지만, 그때 그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단지 관념의 차원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이데올로기는 단지 벌어진 사실을 해석하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적극적 기제를 갖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존재 사실의 당파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을 생성하는 힘이다.(284

하지만 어이없게도 몇 쪽 후에는

마르크스의 말대로 이제까지는 철학자들이 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왔다. 이제 문제는 그것을 변혁시키는 것이다.(292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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