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땐 사하라로 떠나라
유영만.유지성 지음, 김필립 사진 / 쌤앤파커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사하라 사막이란, 저자의 인생이 있는 곳. 사하라 사막이란, 우리의 삶과 우리의 존재에 대해 답해주는 곳. 사하라 사막이란, 나와 마주볼 수 있는 곳. 누구의 삶에든 한 번쯤 저자의 사하라 사막처럼, 나의 본연의 존재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는 도전 또는 여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사하라 사막이란, 저자에겐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의 장소이다. 그런 우리의 삶에도 사하라 사막같은 존재를 찾아가보는 것이 어떨까, 모험과 도전 그리고 가슴뛰는 삶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용기를 그리고 꿈과 목표를 갖는 법을 이 책은 알려준다. 저자의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통해. 


 유영만 교수님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가 두 분이다. 교수님은 학문을 하던 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학문과 치열하게 싸우고, 지칠 때면 운동장을 수십 바퀴씩 돌았다고 한 이야기를 듣고 열정과 끈기가 대단하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학문의 바다에 뛰어들어 신나게 유영하다 보면 너도 밤하늘의 별이 될 수 있다고.' 란 문장이 어찌나 나의 가슴을 울리던지. 나도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무언가를 절실하게 붙들고 늘어져 본 적 없는 난, 이 책에서 묻어나오는 두 저자의 열정이 늘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사하라 사막을 위한 준비 과정, 그리고 사막에서의 일들이 펼쳐진다. 그러면서 사하라 사막은 저자의 삶이 되고, 저자 자신이 되기도 하고, 삶의 정의에 대해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삶은 위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는 인용문구 또한 내 안에 있는 갖가지 두려움들을 무장해제 시켰다. 중간 중간 사막을 준비하는 저자, 사막을 횡단하는 저자의 사진들이 더욱 더 내 안에 있는 삶을 향한 열망을 부추겼다. 또한 사막에서 배우는 인생 사막이란 주제아래에 사막에서 배우는 인생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읽다보면, 사막과 우리의 인생이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 중간의 인용구들은 우리의 마음을 불과 같은 열정으로 만들어주며,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포기하는 법, 실패를 다른 각도에서 보는 법, 도전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가슴뛰는 삶을 살 것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삶이라고.


 저자의 꿈과 문장 문장 속에서 보이는 자신감, 그리고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저자의 열정. 우리는 그런 에너지를 이 책을 통해 얻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 꿈꿀 수 있는 열정. 나는 그것을 배웠다. 나의 나태와 권태와 주저하는 마음들과 수많은 두려움들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격려. 그 격려를 받고, 나 또한 나의 사하라 사막을 향해 돌진할 용기로 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가려 한다.

 

 

#한. 문. 장.

 

"그림은 몰입 끝에 오는 오르가슴이다. 나의 오르가슴을 너에게 전달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뼈와 살을 저미는 관능의 축제를 무슨 수로 설명하고 무슨 수로 맛보게 하랴. 그는 자신의 오르가슴을 희한하게도 남이 공유하게끔 그릴 줄 아는 화가다. 그것도 일초직입의 즉발적 지경에 올라 있다. 형태와 색채가 내통한 끝에 얻어지는 찰나의 희열... 그 순간 그는 '내일은 없어요'가 아니라 '죽어도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환각, 그 황홀과 환각을 부르는 극소량의 미약을 사석원은 캔버스에 살짝 뿌려놓는다. 그의 미약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들은 즐거이, 서둘러, 눈먼 지지를 보낸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 인용, P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커베스팅 - 작은 가게를 지키는 경제혁명
에이미 코티즈 지음, 홍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지역 경제가 나와 무슨 상관이야? 우리 동네의 작은 가게가 문을 닫는 것이 나와 상관이 있어? 라고 묻는 이들에게. 대형 프랜차이즈와 대기업에 자신도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수많은 소비와 투자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로커베스팅은 지역 사회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우리 동네에 문을 닫고 있는, 저 가게를 살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노라고. 저자는 이 시대의 경제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해 답해준다.

 

  이 책의 서문부터 나오는 생소한 단어가 있는데, '크라우드 펀딩'이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소규모 투자를 받는 방식의 개념. 이것을 통해 돈이 가치 있는 영세기업에 흘러 들어갔으며, 기업과 지역사회 사이에 친밀한 유대관계 또한 형성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도입부에서 중소기업주들이 추락하고 있는 원인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투자자와 기업 관계 또한 단절되었을 뿐 아니라 자본 역시 공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본이 공급되지 않으면 사업은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본을 쥐고 있는 은행과 대기업들은 쉽사리 중소기업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저자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지역'이라는 동력이다. 소규모 자본주의, 즉 로커베스팅이다. 저자의 비유에 따르면, 로커보어가 그 지역에서 자라거나 생산된 음식을 먹듯이, 로커베스터는 자기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의 핵심은 지역 공동체에 뿌리내린 구멍가게부터 첨단기술 회사, 고향 제조업체까지 모든 산업체가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이를 알려주는 수많은 사례들이, 이 책에 제시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 속에 어려움이 없진 않을 것이다. 아직 그에 대한 체계와 과정들이 잘 열려지지 않은 상태이고, 로커베스팅에 대해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대상을 잘 알고, 신중하게 투자할 대상을 결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장단점들이 후반부에 보면 '로커베스팅의 전략'으로 나와있다. 이로써 우리는 로커베스팅을 실현하는 자리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또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것도 제시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소액 투자를 끌어 모으는 일인데, 복잡한 구조이므로 성공하려면 규제의 덤불을 조심스레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이 책은 지역 투자에 대해 비유하고, 또 정의하고 있다. 적극적인 임팩트 투자: 투자 수익을 창출하며 사회나 환경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지역투자운동'에 대한 문장들이, 지역과 '나'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걸 말해준다. 정책과 행동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지역기업에 공평한 기회를 줄 것을 촉구하는 운동, 규모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 그 규모의 폭력 그리고 소비자 우롱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풍부한 자원, 자기자신보다 큰 무언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인류의 본능적 열망을 찬양하는 것이라는 이야기. 지역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우리의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몇 달 전의 연극이 생각났다. 파리에서 공연을 하게 된 극단이, 유럽공연 투어 비용을 후원하는 안내 동영상과 홍보 혹은 '요청'을 담은 엽서를 관객에게 전달한 브로셔가 머리에 맴돌았다. 연극은 굉장히 훌륭했고, 그들의 재능 또한 놀라웠다.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면,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어떠한 문화 혹은 자신의 재능을 실현하길 원하는 공동체 혹은 개인이 있을 것이다. 자본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공급받지 못함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돈이 가치를 위해 투자되어질 수 있도록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 지역사회와 한 개인 그리고 한 공동체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소액 투자자와 중소기업 그리고 지역사회가 일어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 그리고 보다 더 관심과 로커베스팅의 실현을 원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작은 기적들이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경제와 이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것 그대로 - 사람 관계에 대한 예능 잡설
윤성희 지음 / 네시간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는 순간, 떠오른 단어는 리얼리티. 현실성, 사실성, 혹은 현실감이라 설명되기도 하다. 저자는 관계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과감하게 이야기한다. 관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움츠려 들지 않아도 돼. 표지에 "나는 왜 사람이 불편한가?"라는 의문으로, 막을 연다. 그리고 사람을 겪을만큼 겪고, 부딪쳐 볼 만큼 부딪쳐 본 인생 선배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 책의 목차, 문장들을 보면 느낄 수 있듯 간결하면서도 전달력이 우수하다. 무엇보다 제목처럼, 날것 그대로 저자의 진솔한 경험들을 담고 있다. 예능작가인 저자는, 누구보다 사람을 많이 겪었을 경험들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책을 보면서 반가운 이름들,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그램들이 널려 있다. 관계라는 소재로, 이 저자와 비슷한 얘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저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험들을 통해서, 정말 친오빠 혹은 친언니와 이야기하는 것 같은 해소를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조언들, 저자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보아야 보이는 관점들을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사람의 시선이나 편견, 그리고 평가에 대한 어려움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타자의 평가에 좌절하는 이에게 저자는, 자신의 가치가 상대방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 눈에 확 들어온 단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 뜨거워야 하는 순간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 나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라고 자문해보게 되었다.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그 관계와 그 사람에 있어서, 성실했고 열정을 가졌었나? 라는 자문도 더불어서. 그 다음에 이어지는 저자의 말, '정작 인생에서 가장 냉정해야 하는 순간은 자신이 지쳤을 때'라고. 나는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저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오로지 진실한 것만이 유일한 사랑은 아니라고. '알아도 모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할 때.' 마음이 보는 진실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너무나 멋진 말 아닌가. 또 여기서,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을 가지고 대하고 있는가? 뒤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관계속에서 다치고, 깨지고, 그렇게 성장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린 그 '과정'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두렵게 여기기 때문에, 혹은 다치지 않으려 애쓰기 때문에, 관계가 어려운 것은 아닐까. 저자는 정말 온 마음으로, 온 열정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사랑이 아니면, 진실이 아니면, 진심이 아니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해나갈 수 없었을 테니까.

 독자인 '나'에게 저자는, 대인관계로부터 오는 나의 상처를 포용해주는 것 같이 다가왔다. '알아, 이해해.' 독자인 '우리'에게 저자는, 모든 관계로부터 오는 '우리'의 상처를 포용해주며 다가올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으므로. 타자와 나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던 저자는, 어느새 '나'에 주목한다. 타인의 시선때문에 나를 포기하고 살면, 내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결국, 나의 삶의 주체는 나자신이라는 것이다. 관계의 중심에 서고 싶다면 나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또한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만이 극복할 수 있다고. 타자는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어왔던 나에게 저자의 문장들은 말그대로 해소가 되었다. 사람과의 대화가 내게 큰 영향을 끼치는 구나,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구나, 관계란 부딪쳐 나가야 하는 것이구나,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이토록 소중한 것이구나.

이 책을 덮고, 나는 나의 결론을 내렸다. 관계에 대해, 타자에 대해,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 더 사랑하자고. 또 앞으로 마주할 관계들에 대해서는, 성실함으로, 열정으로,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다가서자고. 모든 것을 오픈할 필요도, 모든 것을 감추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 경계란, 모호하나 굳이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관계에 대해, 타자에 대해, 너무나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 그리고 너무나 많은 감정들을 가졌었던 나. 그런데 저자의 몇 마디 문장이 나의 마음을 뚫고, 나의 생각과 틀에 박혔었던 시각들을 바꾸어주었다.

사람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 안에서 겪을만큼 겪었던 저자의 이야기를 일단 들어보자. 읽다보면, 관계에 대한 모든 생각들이 뚫릴 만큼의 힘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나는 관계로 뛰어들, 그리고 사람을 사랑할, 힘을 얻었다. 관계때문에 웅크리고 있을 때, 이 책 한 권은 그 누구보다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1
맥스 애플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강주헌.하윤숙 옮김 / 홍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일이라는 공간과, 일이라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들을 투자한다. 우리의 삶이라고 불리는 것이 어쩌면 일의 연속이고, 또 다른 나자신을 알아가며 성장해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선택이라는 과정앞에서 머뭇거리기도 하다. 나는 이런 일에 대해 이 책이 어떠한 질문이나 답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일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얘기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 책은 여러개의 단편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상황이나 배경은 약간의 생소함을 가져다준다. 이 책은 일을 기준으로 우리들의 일상을 그려냈다. 그래서 이 책이 일상에 대해, 일에 대해, 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해준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일이 마땅히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구나 싶었다.

한 단편이 끝날 때마다 문장이 하나씩 한 페이지에 단독출연을 한다. 나는 이 문장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 단편들을 바라본다. 나는 스토리가 아닌 문장에 집중하려 한다. "어디서 일하든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거에요."라는 문장이, 일하는 여자 단편 끝에 적혀 있다.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내가 여기서 일하든 저기서 일하든 낯설음이 익숙함으로 변해가는 것은 마찬가지겠구나. 지금 일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를 가질 필요성이 있을까. 어디든지 배우는게 있으니,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불안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등등의 생각들. '사과의 세상'으로 넘어가보자. "시를 쓰는 것은 불완전하게 이해된 채 남아 있는 밑바닥 기억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모든 쓰는 행위가 그런 것, 아닐까. 완전한 이해로부터의 출발이 아니라, 불완전한 이해로부터 출발하는 것. 완전한 기억이 아니라, 밑바닥 기억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어쩌면 글이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의 거울이며, 때때로는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 모든 글들이 삶과 죽음으로부터, 살아있음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믿기에. 끝부분에 "마침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기분" 틀을 깨고, 자유를 자기자신에게 허용했기 때문일까. 자기자신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일은, 자아와 일은, 존재와 일은, 무슨 관계일까. 둘 다 실존과 실제에 속하는 거겠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존엄한 가치에 대해 글을 썼다고 한다. 그가 자기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됨으로써, 자기자신이 되었다는 얘기일까. 그리고 그러한 존엄한 가치가 인간에게 있을까,란 의문. 물음표로 가득찬 글. 내게는 그랬다. 그리고 10, 작가들이 하는 일.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겨야 한다는 문장에서, 스스로를 가치있게 여기란 말인가? 싶었다. 그것은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호박벌에 대한 얘기. 너무 느리고 뚱뚱해서 날지 못하지만, 이런 사실들을 모두 무시한채 호박벌은 바로 난다고. 윙윙 거리면서 그냥 곧장 날아가는 법을. 그리고 뒤에 이어진 이야기. 자아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중이라는 대화. 마치 호박벌이 나자신 같았다. 수많은 편견들과 사람들의 말을 뒤로하고, 나도 날고 싶다는 욕구가 갑자기 확 튀어올라왔고. 내가 보기에 나는 호박벌인데, 나도 날 수 있을까요? 나자신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11, "일이 잘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해도 때로는 그냥 한번 시도해 봐야 해요." 그렇구나. 날 믿지 못하고, 일에 대한 불확실함이 내 안에 있다하더라도, 그냥 한 번 시도해봐야 하는구나. 때론 두려움이 참 우리를, 후퇴하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일에 대한 문장중 내가 멈춰섰던 곳이 두 군데 있다. "그냥 압박감일 뿐이야. 우리 모두 한두 차례씩 그런 걸 경험했어. 네가 이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해." , "아버지는 자기 일인 것처럼 일을 했다.".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 아무도 날 왕으로 지명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 불필요한 자괴감과 죄책감을 가질 필욘 없다고, 날 다독이는 듯 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여, 그 무게가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이라 생각이 들었다. 또 자기 일인 것처럼, 7일동안 일을 했다는 것. 내 일 처럼, 내 일 처럼, 내 것 처럼, 그렇게 일을 해야 하는구나. 며칠 전 커피숍 사장님이, 무슨 일을 하든 주인의식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책은 일상속에서 일에 대한, 노동에 대한 얘기를 끌어온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끔 도와주는 것 같다. 마치 이 책은 "이게 너의 일상이고, 삶이고, 존재야." 라고 말해주는 듯 다가왔다.

일의 영향력 밖으로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속에서 슬퍼하고, 기뻐하고, 나아가 존재의 의미까지도 확인하는 것, 옮긴이의 글 중.

그렇다. 일은 어쩌면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이다. 그냥, 아무 뜻 없이, 돈을 위해, 일하기가 싫었다. 조금 더 열정을 가지고, 조금 더 이 일이 나자신이 되어가기를, 또 그런 방향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나이기를 바래보며.

일은 참,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는구나. 일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깨달으며, 또한 일이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리뷰를 마치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의 무게
에리 데 루카 지음, 윤병언 옮김 / 문예중앙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한 마리의 나비의 무게란 긴 세월이 흘러 쌓인 인생의 무게 위에 더해지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상징합니다, 작가의 말. 우리는 이 책을 열기 전에 한 마리의 나비와 마주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과 마주하고, 인생의 무게와 마주한다. 우리의 생이라는 것이 어떠한 형태이든지, 무게를 가지고 있구나. 가느다란 날개와 몸짓을 지닌 나비의 무게를 생각해보자니, 잘 와닿지 않았다. 삶의 무게, 죽음의 무게, 나비의 무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죽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나. 나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어떤 느낌일까, 되물어보며 이 소설을 펼쳤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인물, 나이 든 사냥꾼과 거칠 것 없는 산양 왕. 그리고 나비. 일찍부터 혼자가 된 산양 왕의 먼저 등장한다. 그에게서 고독과 무게가, 그리고 강인함이 느껴졌다. '지상에 내려앉은 배 부른 독수리는 허점투성이다.' 왜 이 문장이 눈에 띄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인간도 배 부른 독수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나의 삶이 배 부른 독수리가 되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산양 왕과는 대비되는 독수리이다. 배 부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갈망이 있고 결핍이 존재하는 나의 삶이 다행스레 비춰졌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산양 왕의 모습을 통해, 또한 준비하는 모습들을 통해, 생의 마지막 순간을 그려보았다. 우리는 마치 죽음이 없는 것처럼, 죽음을 망각하며 살아가기도 하다. 그러나 죽음은 분명하게 존재하기에, 그러한 죽음에 대해 사고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느꼈다. 계속해서 몇몇의 문장들이 눈에 띄는데, 다수라는 건 힘없는 자들에게나 중요한 가치라는 문장. 나에게 다수라는 것은 중요한가, 다수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우리는 왜 다수가 되어야 하나. 라는 의문들을 던져보았다. 다수라는 것이 진정한 힘일까. 진정한 힘은 소수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 개개인은 소수가 될,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개개인이 될, 의무가 있는가?. 그리고 사냥꾼이 등장한다. 사냥꾼도 산양 왕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살면서 겪어온 일들을 혼자서만 간직했다는 문장에서, 과연 소통의 부재와 타인이라는 존재의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생이라는 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적어도 나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없기에. 그리고 외톨이에 대한 언급. 새로운 경험을 꾀하고, 길을 여는 자. 외톨이에 대해서 저자는 긍정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무리가 존재하기에, 외톨이도 존재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후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일을 저지르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정도라고. 그래서 우린, 뒤돌아보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킬 수 없으니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생각이 필요하고, 사고의 유연함이 필요하구나.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나온다. 발걸음을 서두르지 말아야 하며, 누군가의 어깨에도 몸을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 너무나 냉소적이고, 두려운 일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삶은, 자기자신 혼자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이 책은 생에 대해, 죽음에 대해,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천천히 은유적으로 얘기해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문장들 속에서, 우리의 삶과 죽음을, 의문을 발견하게끔 해주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중간의 조물주, 전능자에 대한 얘기들과, 현재에 대한 앎의 중요성. 많은 것들을 포괄적으로 생각해보고, 길게 호흡하며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책.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문장들로, 작가만의 독특한 문장들로, 가득한 책.

길게 호흡하며 보자고, 의문을 던지며 책장을 넘겨보자고. 권유한다.

내게는 이 작가가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왔고, 창조적인 문장들로 다가왔다.

생각을 열어주고, 맘을 열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