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무게
에리 데 루카 지음, 윤병언 옮김 / 문예중앙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한 마리의 나비의 무게란 긴 세월이 흘러 쌓인 인생의 무게 위에 더해지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상징합니다, 작가의 말. 우리는 이 책을 열기 전에 한 마리의 나비와 마주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과 마주하고, 인생의 무게와 마주한다. 우리의 생이라는 것이 어떠한 형태이든지, 무게를 가지고 있구나. 가느다란 날개와 몸짓을 지닌 나비의 무게를 생각해보자니, 잘 와닿지 않았다. 삶의 무게, 죽음의 무게, 나비의 무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죽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나. 나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어떤 느낌일까, 되물어보며 이 소설을 펼쳤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인물, 나이 든 사냥꾼과 거칠 것 없는 산양 왕. 그리고 나비. 일찍부터 혼자가 된 산양 왕의 먼저 등장한다. 그에게서 고독과 무게가, 그리고 강인함이 느껴졌다. '지상에 내려앉은 배 부른 독수리는 허점투성이다.' 왜 이 문장이 눈에 띄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인간도 배 부른 독수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나의 삶이 배 부른 독수리가 되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산양 왕과는 대비되는 독수리이다. 배 부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갈망이 있고 결핍이 존재하는 나의 삶이 다행스레 비춰졌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산양 왕의 모습을 통해, 또한 준비하는 모습들을 통해, 생의 마지막 순간을 그려보았다. 우리는 마치 죽음이 없는 것처럼, 죽음을 망각하며 살아가기도 하다. 그러나 죽음은 분명하게 존재하기에, 그러한 죽음에 대해 사고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느꼈다. 계속해서 몇몇의 문장들이 눈에 띄는데, 다수라는 건 힘없는 자들에게나 중요한 가치라는 문장. 나에게 다수라는 것은 중요한가, 다수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우리는 왜 다수가 되어야 하나. 라는 의문들을 던져보았다. 다수라는 것이 진정한 힘일까. 진정한 힘은 소수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 개개인은 소수가 될,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개개인이 될, 의무가 있는가?. 그리고 사냥꾼이 등장한다. 사냥꾼도 산양 왕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살면서 겪어온 일들을 혼자서만 간직했다는 문장에서, 과연 소통의 부재와 타인이라는 존재의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생이라는 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적어도 나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없기에. 그리고 외톨이에 대한 언급. 새로운 경험을 꾀하고, 길을 여는 자. 외톨이에 대해서 저자는 긍정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무리가 존재하기에, 외톨이도 존재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후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일을 저지르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정도라고. 그래서 우린, 뒤돌아보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킬 수 없으니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생각이 필요하고, 사고의 유연함이 필요하구나.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나온다. 발걸음을 서두르지 말아야 하며, 누군가의 어깨에도 몸을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 너무나 냉소적이고, 두려운 일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삶은, 자기자신 혼자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이 책은 생에 대해, 죽음에 대해,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천천히 은유적으로 얘기해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문장들 속에서, 우리의 삶과 죽음을, 의문을 발견하게끔 해주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중간의 조물주, 전능자에 대한 얘기들과, 현재에 대한 앎의 중요성. 많은 것들을 포괄적으로 생각해보고, 길게 호흡하며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책.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문장들로, 작가만의 독특한 문장들로, 가득한 책.

길게 호흡하며 보자고, 의문을 던지며 책장을 넘겨보자고. 권유한다.

내게는 이 작가가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왔고, 창조적인 문장들로 다가왔다.

생각을 열어주고, 맘을 열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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