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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 나는 하루 한번, [나]라는 브랜드를 만난다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4월
평점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브랜드는, '[나]라는 브랜드가 가진 경험에서, [나]라는 브랜드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서, [나]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서 발현되는 것'이라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이 책은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해준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잘하며, 나는 무엇을 향해 가야 할까. 20대인 내 또래가 많이 하는 질문이다. 주변에서 일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들으면서, 또 그런 고민거리를 나 또한 하고 있음을 보면서, 이 책이 그 고민들에 대한 틀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웠다.
이 책은 '끊임없는 일상의 관찰'과 '꾸밈없는 브랜드의 통찰' 이렇게 두 가지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첫 소제목으로 '경험과 체험의 차이'를 이야기하는데, 나는 이 부분부터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자신의 첫 아르바이트 경험담으로 시작하며 게임 매장에서 고객과 관계함으로써 수익 창출을 낸 경우와, 거래를 위해 게임 체험이란 미끼를 던짐으로 인하여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경우의 예시를 통해 경험과 체험의 차이를 말해 주었다. 특정 브랜드에서 커피를 경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맛의 체험을 넘어 해당 브랜드가 표방하는 공간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이고, 그냥 커피를 체험하는 건 집에 커피 원두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그래서 고객경험을 일으키는 것이 관계이며,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는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통해 내 안에 있는 호기심, 새로운 카페들을 계속해서 찾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서비스업에 오래 종사했던 사람이었고, 브랜드와 브랜드의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며, 한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며, 한 기업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 카페를 돌며, 이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 맛, 이 공간이 내게 주는 느낌, 이 카페의 운영방식과 같은 것들을 '경험'이란 측면으로 하나의 '만남'이란 측면으로 찾아다닌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카페들을. 어떤 카페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어떤 카페는 그 카페만의 스토리가 있고, 어떤 카페의 대표나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관계란 측면으로 다가가고, 어떤 카페는 인테리어는 이쁜데 불친절하고, 어떤 카페는 그 카페만의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이렇게 다 다르다. 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의 말투와, 눈빛과, 멘트와, 태도와, 목소리가 다 다르기에 그것이 궁금해서 여러 카페들을 돌기도 한다. 다시 찾아가고 싶은 카페는, 내게 어떤 의미를 제공한 카페이다. 스토리가 있고, 관계의 측면으로 고객을 대하며, 나와 관계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카페들이다. 그런 카페들은 또 생각나고, 또 머물다 오고 싶고, 누가 그 주변에 식사하러 간다고 하면 추쳔해주고 싶고, 그렇다. 이 소주제로부터 나는 나의 경험들을 돌아볼 수 있었고, 또한 여러 필라테스샵들이 체험을 제공했는지, 경험을 제공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와 고객들과의 관계가 잘 되어 있었던 필라테스샵은 나도 계속 생각나고, 떠날 때가 되면 아쉽고 그랬지만, 그게 쉽지 않았던 필라테스샵들은 내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없었던 것 같다. 여러 고객들을 대하며 친분이 두터워지는 곳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 또, 단순히 수업만 제공하게 되는 필라테스샵일 경우, 아쉬움이 있었다. 고객들의 니즈가 다 채워지지 않았다는, 아쉬움. 비슷비슷한 질문과 비슷비슷한 운동 목적을 가진 고객들에게 좀더 디테일한 프로그램과 솔루션, 자료들이 제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이 주제의 끝에, 이런 질문이 있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무엇과 무엇, 누구와 누구를 연결하고 있습니까?'
두 번째로 살펴볼 주제는 '신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라는 주제이다. 신뢰가 성과와 속도를 위한 필수조건이며, 서로 간의 신뢰가 부족한 조직은 한 가지를 실행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게 된다고 한다. 조직 구성원들 간의 신뢰의 척도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을 얼마만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일터에서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나의 의견을 말하기 보다는, 친절하게 혹은 윗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처리를 하며, 어떤 갈등들은 피해왔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겉으로 서로에게 관대하고 의견을 존중하며 칭찬하는 문화가 신뢰의 문화가 아니라, 일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를 배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로 이루어진 것이 신뢰의 문화라고 한다. 오직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선의가 담긴 주장임을 믿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신뢰라고. 부딪치고 마주치는 것이 더 나은 가치를 향해 가기 위한 과정이라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가 그런 신뢰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문득 리더십들을 떠올려 보았을 때에, 나를 신뢰해주었던 리더십 밑에서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고, 공동체(조직)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신뢰하는 대상에게 나는 나를 더 많이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신뢰라는 것이 관계에 있어서 중요하며, 우리는 신뢰할 만한 브랜드에서 더 구매하며, 또 조직에서도 신뢰라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사랑하는 연인 관계에서도.
그리고 끊임없는 일상의 관찰, 마지막 주제인 '결핍,그리고 열등감'은 내게 가장 필요했던 주제였다. 내 안에는 열등감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직장에서 더 열심히 일했고, 빠짐없이 메모했고, 또 집에 가서 정리하고, 관련된 책과 자료를 찾아보기를 반복했었다. 열등감이란 감정의 원천은 결핍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이 결핍에는 나를 성장시키는 결핍과 나를 무너뜨리는 결핍이 있다고 한다. 성장시키는 결핍은 비교의 대상이 외부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 대한 차이에서 오는 결핍이며, 무너뜨리는 결핍은 타인과 비교하여 열등감을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겨 그와 같은 감정에 갇혀 있는 경우이다. 저자는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오는 결핍을 솔직하게 인정한 다음, 철저하게 자신을 무너뜨린 후 성장하라고 권유한다. 열등감을 이 책에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열등감이 있다는 것은 강력한 실행의 동기가 내재되어 있으며, 타인이 모방할 수 없는 특수한 에너지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열등감이란 감정과 마주하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 덕분에 내 안에 있는 열등감을 들여다 볼 용기를 얻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다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많이 준비하거나 더 많이 노력해야 어떤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내 안에 깔려 있었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내게 맡겨진 포지션을 잘 해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높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열등감이란 감정에 갇혀, 포기하거나 물러서거나 혹은 과장되게 자책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끝으로 '꾸밈없는 브랜드의 통찰'에서 인상깊었던 몇 가지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할인은 광고이며, 브랜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광고이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공감되었다. 이미 잘되고 있는 브랜드들은 스스로 가격을 낮추고 지속적으로 할인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고객의 충성심을 원한다면 브랜드가 먼저 고객에게 충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래보다 관계, 진정성, 신뢰와 같은 것들을 말하는 이 책을 보며, '나는 어떤 브랜드이며,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의 의미가 삶의 의미와 연결될 때에 우리가 하는 일과 삶을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부분을 읽고, '내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관점을 바꿔주는 책 같았다. 의미에 대해 알려주고, 관계에 대해 알려주는 책. 우리가 습관과 같이 살며, 습관과 같이 하는 모든 것들에 물음표를 던져주는 책. 다르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책.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으며, 마음 한편에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품어보라고 말하는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타인의 의견에 기대서 살아가지 않고, 수동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만나는 것들에 의미를 발견하며, 물음을 던지며, 소망과 꿈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 우리 개개인이 브랜드라 말하고,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기를 독려하는 이 책이 참 좋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