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1
맥스 애플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강주헌.하윤숙 옮김 / 홍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일이라는 공간과, 일이라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들을 투자한다. 우리의 삶이라고 불리는 것이 어쩌면 일의 연속이고, 또 다른 나자신을 알아가며 성장해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선택이라는 과정앞에서 머뭇거리기도 하다. 나는 이런 일에 대해 이 책이 어떠한 질문이나 답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일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얘기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 책은 여러개의 단편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상황이나 배경은 약간의 생소함을 가져다준다. 이 책은 일을 기준으로 우리들의 일상을 그려냈다. 그래서 이 책이 일상에 대해, 일에 대해, 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해준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일이 마땅히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구나 싶었다.

한 단편이 끝날 때마다 문장이 하나씩 한 페이지에 단독출연을 한다. 나는 이 문장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 단편들을 바라본다. 나는 스토리가 아닌 문장에 집중하려 한다. "어디서 일하든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거에요."라는 문장이, 일하는 여자 단편 끝에 적혀 있다.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내가 여기서 일하든 저기서 일하든 낯설음이 익숙함으로 변해가는 것은 마찬가지겠구나. 지금 일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를 가질 필요성이 있을까. 어디든지 배우는게 있으니,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불안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등등의 생각들. '사과의 세상'으로 넘어가보자. "시를 쓰는 것은 불완전하게 이해된 채 남아 있는 밑바닥 기억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모든 쓰는 행위가 그런 것, 아닐까. 완전한 이해로부터의 출발이 아니라, 불완전한 이해로부터 출발하는 것. 완전한 기억이 아니라, 밑바닥 기억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어쩌면 글이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의 거울이며, 때때로는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 모든 글들이 삶과 죽음으로부터, 살아있음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믿기에. 끝부분에 "마침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기분" 틀을 깨고, 자유를 자기자신에게 허용했기 때문일까. 자기자신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일은, 자아와 일은, 존재와 일은, 무슨 관계일까. 둘 다 실존과 실제에 속하는 거겠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존엄한 가치에 대해 글을 썼다고 한다. 그가 자기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됨으로써, 자기자신이 되었다는 얘기일까. 그리고 그러한 존엄한 가치가 인간에게 있을까,란 의문. 물음표로 가득찬 글. 내게는 그랬다. 그리고 10, 작가들이 하는 일.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겨야 한다는 문장에서, 스스로를 가치있게 여기란 말인가? 싶었다. 그것은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호박벌에 대한 얘기. 너무 느리고 뚱뚱해서 날지 못하지만, 이런 사실들을 모두 무시한채 호박벌은 바로 난다고. 윙윙 거리면서 그냥 곧장 날아가는 법을. 그리고 뒤에 이어진 이야기. 자아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중이라는 대화. 마치 호박벌이 나자신 같았다. 수많은 편견들과 사람들의 말을 뒤로하고, 나도 날고 싶다는 욕구가 갑자기 확 튀어올라왔고. 내가 보기에 나는 호박벌인데, 나도 날 수 있을까요? 나자신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11, "일이 잘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해도 때로는 그냥 한번 시도해 봐야 해요." 그렇구나. 날 믿지 못하고, 일에 대한 불확실함이 내 안에 있다하더라도, 그냥 한 번 시도해봐야 하는구나. 때론 두려움이 참 우리를, 후퇴하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일에 대한 문장중 내가 멈춰섰던 곳이 두 군데 있다. "그냥 압박감일 뿐이야. 우리 모두 한두 차례씩 그런 걸 경험했어. 네가 이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해." , "아버지는 자기 일인 것처럼 일을 했다.".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 아무도 날 왕으로 지명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 불필요한 자괴감과 죄책감을 가질 필욘 없다고, 날 다독이는 듯 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여, 그 무게가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이라 생각이 들었다. 또 자기 일인 것처럼, 7일동안 일을 했다는 것. 내 일 처럼, 내 일 처럼, 내 것 처럼, 그렇게 일을 해야 하는구나. 며칠 전 커피숍 사장님이, 무슨 일을 하든 주인의식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책은 일상속에서 일에 대한, 노동에 대한 얘기를 끌어온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끔 도와주는 것 같다. 마치 이 책은 "이게 너의 일상이고, 삶이고, 존재야." 라고 말해주는 듯 다가왔다.

일의 영향력 밖으로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속에서 슬퍼하고, 기뻐하고, 나아가 존재의 의미까지도 확인하는 것, 옮긴이의 글 중.

그렇다. 일은 어쩌면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이다. 그냥, 아무 뜻 없이, 돈을 위해, 일하기가 싫었다. 조금 더 열정을 가지고, 조금 더 이 일이 나자신이 되어가기를, 또 그런 방향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나이기를 바래보며.

일은 참,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는구나. 일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깨달으며, 또한 일이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리뷰를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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