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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키드
엘모어 레너드 지음, 김민혜 옮김 / 사람과책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1920, 30년대 미국은 어찌 보면 무법천지 같은데, 묘하게 낭만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금주법, 대공황, 은행강도, 난무하는 총탄 등등 범죄소설의 배경으로 아주 잘 어울리는 시공간입니다. 범죄자도 거칠지만 경찰도 마찬가지로 거칠어 보입니다. 요즘 같으면 기소당할 것 같은 일도 여기서는 예사로 벌어지는군요.
15살의 칼 웹스터는 아이스크림을 사러갔다가 범죄자와 마주칩니다. 은행강도로 악명이 자자한 에미트 롱은 아이를 모욕하고 그 일은 칼의 가슴에 또렷하게 새겨집니다. 칼은 성장해서 연방 보안관이 되고 최악의 범죄자들과 맞서게 됩니다. 칼의 대척점에는 잭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삐딱했던 잭은 잔잔한 범죄를 거쳐 악명을 떨치는 범죄자로 성장합니다.
둘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유전을 통해 거부가 된 아버지가 있고, 매력적으로 생겼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으면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는데 칼은 박봉에 위험하기까지 한 연방보안관으로 일하고, 잭은 아예 범죄의 길로 들어섭니다. 둘이 부딪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역자후기를 보면 비평가와 독자들이 작가의 뛰어난 대사를 격찬한다고 나오는데 저는 대사보다는 캐릭터가 더 뛰어나 보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칼과 잭은 물론 주변인물까지 생생하게 그려내서 낭비하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덕분에 총 맞아 죽는 조연까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둘의 여자 친구인 룰리와 하이디도 마찬가지로 캐릭터가 살아 있는데,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직업에 종사하는데도 불구하고 독립적이고 진취적으로 보입니다.
엘모어 레너드 책은 오랜만에 번역되어 나왔는데, 좋네요. 그의 책이 더 많이 번역되어 나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