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속의 소녀
제프리 포드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제프리 포드는 SF 작가라고 알고 있었는데, 작가 소개를 보니 장르를 넘나드는 글을 많이 썼네요. 유령 속의 소녀도 유령이 나온다고 해서 판타지 계열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의외로 진지한(?) 미스터리물입니다. 하긴 에드거 상을 수상했으니 추리물인게 이상한 일은 아니죠.

작가가 다양한 장르를 쓴 게 영향을 미쳤는지 유리 속의 소녀는 독특한 맛이 납니다. 우선 탐정 역을 하는 사람이 사기꾼입니다. 그것도 평범한 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 영매라고 사기를 칩니다. 어릴 때부터 사기로 잔뼈가 굵은 토머스 셸은 멕시코계 고아 소년 디에고와 거인 안토니를 데리고 죽은 사람을 불러준다고 연극을 하면서 유족들을 등칩니다. 이런 유의 사기를 혐오하는 편인데 대공항기의 혼란한 사회상과 맞물리니 그다지 밉지 않네요. 그들의 인간미 넘치는 성격이 호감을 품는데 영향을 미쳤나 봅니다.

어느 날 셸은 유령이 보인다고 사기를 치다가 유리창에 비친 소녀를 보게 됩니다. 진짜 유령을 보게 된 셸은 혼란에 빠지고, 그를 중심으로 한 사기단은 그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사건에 말려들게 됩니다. 셸은 신문에서 실종된 소녀의 사진을 보고 이 소녀가 바로 유리창에서 보았던 그 유령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때문에 사기단은 탐정단으로 역할을 바꾸게 됩니다.

그들은 실종된 딸의 부모에게 접근해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가는데,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사기단이지 경찰이 아니니까요. 비전문가가 수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저런 시도가 허위로 돌아갈 때는 다시 유령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그렇지는 않네요. 저 놈이 범인이다, 라고 유령이 말을 하거나 손짓으로 가리키면 사건이 바로 끝나버리니까 나타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등장하지 않으니 조금 섭섭하네요.^^

사기단은 능력을 총동원해서 열심히 수사를 하고 약간의 운이 더해져서 진실에 접근하게 됩니다. 그 진실이란 게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요새 하도 끔찍한 뉴스를 많이 접해서 말이죠.

새해는 징조가 좋은지 독서 성공률이 높네요. 유리 속의 소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교류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유머가 좋았습니다. 딱딱하기만 한 글은 재미가 없죠. 그리고 재미와 별개로 정이 가는 책이 있는데 유리 속의 소녀가 그랬습니다.







사족-스포일러 나옵니다.






셸이 유령을 봄으로써 사건이 시작되는데, 나중에 가면 그게 진짜 유령인지 아니면 꾸며낸 것인지 모호해 지는데 제가 보기에는 꾸며낸 것 같습니다. 그쪽이 작품의 성향과 맞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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