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문장들 - 업의 최고들이 전하는 현장의 인사이트
김지수 지음 / 해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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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의 고수에게는 그들만의 비밀이 있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일터를 바라보는지, 그들이 어떤 철학으로 일하고 있는지는 그들의 언어를 주목하면 배울 수 있습니다. 언어는 무심결이든 의도적이든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언어를 귀 기울여 듣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나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언어라 해도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룬 사람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유익합니다. 나의 삶에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며, 내 생각을 점검하고, 패러다임을 시프트 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융복합이 대세인 시대, 창의력 자체가 융복합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시대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일터의 문장들]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로 저명한 김지수 기자가 18명의 아웃라이어와 나눈 생생한 이야기를 모은 책입니다. 그가 인터뷰한 사람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강사 김미경 /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 

빅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 구글 혁신 마이스터 알베르토 사보이아 / 

뮤지컬 배우 옥주현 / 무경계 예술가 백현진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 개성 넘치는 뮤지션 장기하 / 

외식사업가이자 방송인 백종원 / 경영 저술가 대니얼 코일 / 

카카오 공동대표 조수용 / 수식어가 따로 필요 없는 영화감독 봉준호 / 

이날치 밴드 장영규 / 영국 소방대장 사브리나 코헨 해턴 / 

스포츠 코치 데이브 알레드 / 조직경영학자 오타 하지메 /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 / 정신과 의사 전미경


18명의 인터뷰이의 면면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숨이 가쁠 지경입니다. 단 한 명 예외 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입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이 시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입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이끌어 내는 것은 진리입니다. 김지수는 사전에 잘 준비한 예리하고 통찰 넘치는 질문으로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캐냅니다. 그뿐만 아니라 각 인터뷰의 끝자락에는 이들 아웃라이어의 생각과 마음과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는 문장을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각 인터뷰이들이 남긴 그들의 일터의 문장을 하나씩만(주옥같은 문장이 수두룩합니다) 소개해 보겠습니다. 나머지는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시는 것이 훨씬 깊이 와닿으리라 생각합니다.


1. 김미경 - 규칙이 무너지고 혼돈이 가득 찬 지금이 기회다.

무섭다고 몸 사릴 필요 없다. 어차피 사는 것이다.


2. 김용섭 - 언컨택트는 단절하는 게 아니라 

연결된 타인을 좀 더 세심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3. 송길영 - 과학적 의사 결정이 생활화되면 서로에게 강하게 묻게 된다.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있나?


4. 알베트로 사보이아 - 저주받은 걸작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먼저 '정말 이것을 만들어야 하나?'에 답해야 한다.


5. 옥주현 - 먼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질문하고

그다음엔 '뭘 공부하면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6. 백현진 - 현재 불안해한다고 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달라지지 않는 한 현재의 내가 나올 뿐이다.


7. 정구호 - 트렌드에서 솔루션을 찾으려면 답이 없다.

발을 떼고 다른 곳에서 봐야 한다. 진정한 가치는 유행과는 상관없다.


8. 장기하 - 음악을 만들 때도 글을 쓸 때도 

핵심만 붙잡아서 리듬을 추출한다. 군더더기는 싹 빼낸다.


9. 백종원 - 업주들 대할 때 자연스레 빙의가 된다.

내 동생 대하듯, 자식 대하듯, 우리 점주 대하듯이.


10. 대니얼 코일 - 안전감도 바이러스처럼 전파 속도가 빠르다.


11. 조수용 - 선량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조직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12. 봉준호 -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 

상대에 대한 근본적인 리스펙트가 필요하다.

그게 유지가 안 되면 갑질이 된다.


13. 장영규 - 오래 하다 보니 뭔가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 같다.


14. 사브리나 코헨 - 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15. 데이브 알레드 - 압박감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16. 오타 하지메 - 성과를 통해 입증되는 존재가 아니라

커갈수록 자율적인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는 경험이 필요하다.


17. 데이비드 데스테노 -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과 못 믿을 사람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18. 전미경 -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각성이 나를 보호한다.




주옥 같은 일터의 문장을 필사해보니 자신의 일터에서 저마다의 철학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어떻게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 단지 고민할 뿐 아니라 무언가를 성취하고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누리고 맛보고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나도 다르지 않겠지요. 나는 저들만큼 주목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실 절대다수의 사람은 주목받는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주변 사람과 얼굴을 대면하고 마음을 나누고 살아갈 따름이지요. 이런 수많은 평범한 사람에 의해 세상은 지탱되고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우리 각 사람의 성실한 삶, 우리 각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일터의 문장을 만드는 것은 진실로 아름다운 일일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그곳을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서 마지못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문장을 만들어 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 부요해지고 넉넉해지지 않을까요? 나 아닌 누군가가 나로 인해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 역시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자신의 일터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변화되지 않을까요? 이런 아름다운 선순환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왜 일하는가

왜 일하는가
저자: 이나모리 가즈오
출판: 다산북스
발매: 2021.04.12.

왜 일하는가?

왜 일하는가?
저자: 조정민
출판: 두란노서원
발매: 2017.05.18.

인플루언서의 말센스

인플루언서의 말센스
저자: 제이슨 해리스
출판: 부키
발매: 2021.09.01.

#일터의문장들

#아웃라이어18인을만나다#시대를이끄는사람의문장들#지속가능한나를위한현장의무기#김지수의인터스텔라#김지수#일과성장변화의인사이트#최고의인터뷰어김지수#최고들의이유있는열심#나는무엇을하는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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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성교육 - 사랑하는 힘을 키우는 시간
김항심 지음 / 책구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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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은 소중합니다. 성은 아름답습니다. 성은 어렵습니다. 성은 금기시 됩니다. 성은 왜곡됩니다. 성은 오해 받습니다. 성에 대해 얼마나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그 경계를 정하는 것도 나에겐 어렵습니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받았던 질문이 생각납니다. "젠더에 대해 말해보세요!" 젠더의 무엇을 말해보라는 것인지 몰라 내 생각을 요약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질문하신 어르신은 만족하지 못하셨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젠더에 대한 개념을 제가 건드리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질문하셨던 분이 정리하시면서 한마디 남기셨습니다. "젠더가 뭔지도 모르니 엉뚱한 대답을 하죠" 졸지에 나는 상식도 없는 무식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젠더가 얼마나 폭넓은 개념인지 거기서 무엇을 물으시는 건지 제가 먼저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의 책임도 있습니다.


진심 되묻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내 또래를 가르치셨던 분에게서 나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무엇, 금기시 해야 할 어떤 것, 또래 집단이나 동네 형들에게서 들어서 알게 되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내가 공부해서 알고 있어야 하고, 상식으로 갖추어야 할 교양이 되었지만 그 전에 성에 대한 바른 교육, 바른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녀들이 성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가길 바라는 마음이 피어올랐습니다. 저의 이 바람을 잘 담아낸 책을 만났습니다. 김항심의 책 [사랑하는 힘을 키우는 시간: 모두를 위한 성교육]입니다.






저자 김항심은 대학에서 여성학을 공부한 이래로 그녀가 살아온 삶의 껍질을 깨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의 길에서 시작해서 마음과 힘을 다해 성교육을 전하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어려운 길을 전심전력을 쏟으며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성이라는 커다랄 뿐 아니라 심각한 주제를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불과 얼마 전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버닝썬 사건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들었다 놓은 사건의 핵심에는 성이라는 문제가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성, 성에 대한 왜곡, 성착취, 성폭력, 성접대, 성상납과 같은 단어는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으로 보게 만듭니다.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대상으로 격하시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자라며 살아가는 우리 자녀가 성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요? 김항심은 고등학생 성교육 시간에 있었던 대화를 들려줍니다. 이 자리에 쓰기가 민망할 정도의 대답을 아무렇게나 내뱉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녀의 머리와 마음에 새겨지고 있는 성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기성 세대로서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전문 성교육 강사 김항심의 이야기를 한줄로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전문 성교육 강사는 성에 대해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자녀에게 어떻게 전달하려는지 찾아내려 주목했습니다. 나의 시선이 맞다면 그것은 "존중과 사랑"입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 존중과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을 넘어 나 아닌 타인을 향한 "존중과 사랑"입니다.


자라는 우리 자녀가 자신과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면 성에 대한 왜곡된 개념이나 성폭력이나 N번방 사건이나 버닝썬 사건과 같은 일은 이 땅에서 점점 사라질 것입니다. 잘못된 시선으로 타인을 판단하거나 바라보는 일도 사라질 것입니다. 남성이냐 여성이냐 이성애자냐 동성애자냐 라는 범주로 사람을 분리하고 나누고 정죄하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성적 지향을 넘어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게 될 테니까요. 나와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외면하거나 힘으로 짓누르려는 일이 없어질 테니까요.




책을 읽으며 먼저 나를 다시금 돌아보았습니다. 성에 대한 나의 왜곡된 이미지, 내 안에 불편한 일들과 사건들, 성이라는 커다란 주제와 담론으로 상처를 주고 받았던 사건들, 이 땅에 여전히 그리고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성과 관련한 아픔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는 날, 성 문제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주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죄를 심판하고 악을 심판할 그때,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성을 이렇게나 망가뜨린 장본인을 철저하게 심판하실 그날에서야 비로소 성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만을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김항심이 진액을 쏟으며 바른 성 개념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가도록 자녀를 교육하듯이,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부모가 먼저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라가도록 자녀를 사랑하고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내뱉는 언어를 삼가고,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를 훈련해야 할 것입니다. 타인을 대상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인격으로 대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함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 내가 살아가는 주변에서만큼은 적어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항심의 모두를 위한 성교육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우리 자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안타까운 삶의 현실을 한 번 더 생각했습니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자녀를 기르시는 부모님께서 먼저 읽으시며 자녀를 위해 자신을 먼저 준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아들아 성교육 하자

아들아 성교육 하자
저자: 이석원
출판: 라온북
발매: 2021.06.03.

딸아 성교육 하자

딸아 성교육 하자
저자: 김민영
출판: 라온북
발매: 2021.06.03.

대놓고 이야기해도 돼! 십 대가 나누어야 할 성 이야기

대놓고 이야기해도 돼! 십 대가 나누어야 할 성 이야기
저자: 임영림
출판: 팜파스
발매: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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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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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죽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는 매일 죽음을 향하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죽음이 저 멀리 떨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이며,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고 인식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죽음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벌벌 떨고 있을까? 죽음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칠까?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고 탄식하며 허무하게 살아갈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물론 그와는 정반대의 결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죽음을 기억하며 오늘을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가길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공식은 없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죽음에 함몰된 아니라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죽음을 기억하면서 오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지혜롭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이기도 하지만 정신과 의사이자 미국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죽음을 지켜본 의사 이유진 씨가 [죽음을 읽는 시간]이른 책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섣부른 결론은 아닙니다. 호스피스 전문가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죽음을 대면한 환자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과 대화하고, 삶을 공유하고, 죽음과 삶에 대해 고찰하면서 내린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입니다.

천 번의 죽음과 천 번의 삶을 기록한 책 죽음을 읽는 시간


죽음이란 단어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좋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좋은 죽음을 말하고, 인간다운 죽음을 말하지만 죽음이란 말 자체가 가진 무게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이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죽음을 대면해야 하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국 좋은 죽음, 아름다운 죽음, 인간다운 죽음을 생각해야 할 운명입니다.

정신과 의사였던 이유진은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과 시선을 진지한 언어 동시에 매우 겸손하고 따뜻한 언어로 담아냈습니다. 어쩌다 보니 최근 죽음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따뜻한 책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특별히 좋은 죽음, 인간다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 그녀의 시선과 마음가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질병으로 인해 죽음을 직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무력함, 사람마다 제각각인 죽음에 대한 반응, 그에 대해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인간적으로 담아놓았습니다. 의사로서 환자의 마음을 만지기 위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의료 행위와 약을 통해 친절하게 돕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전문가의 수고와 친절함까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이유진 작가가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닐 것입니다. 책을 읽고, 이유진이란 사람을 읽으면서 그 안에 스며든 무엇으로 읽어냈을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타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이렇게나 진지하게 솔직하게 접근하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죽음을 수없이 목격하고, 손에 잡을 듯 죽음 가까이에 있었던 이유진은 수없는 죽음을 목격한 후 오히려 삶에 대해 말합니다.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상실감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평생 겪어내야 할 예외 없는 아픔이다.

잃어가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존재들이 고맙고 애틋해진다.

나의 죽음을 생각한다면 내 삶을 한 번쯤 더 돌아보고

남은 삶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채워갈 의지를 품어보게 된다.

결국 덜 아픈 이별을 위해 나의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이다. 111p.

죽음이 예고되었다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가 되어주었던 이들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남겨질 이들에 대한 배려이자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179p.

죽음의 공포는 우리가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살도록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죽음은 실패가 아니다.

죽음에 맞서 싸우는 것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사랑하고 후회 없이 살다가 언제일지 모를

그 끝을 끌어안아야 하는 운명이다. 185p

죽음, 그 자체보다도 제대로 끝맺지 못한 삶을

우리는 더 두려워해야 한다. 200p

매일 밤 잠에 들 때 우리의 삶은 잠시 멈춘다.

수술대 위에 누워 마취를 받고

의식을 잃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흐르지만 우리의 삶은 멈춘다.

수면과 마취는 일시적이고 가역적인 죽음의 경험이다.

죽음을 미리 연습하며 우리는 삶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205p


목사로 살면 죽음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목사이기 때문에 성도의 죽음 앞에 서야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성도를 방문하기도 하며, 그들의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무슨 말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막막할 때조차 목사이기 때문에 어렵게 입을 열어 기도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직업에 종사하시는 분보다는 조금 더 죽음을 대면할 기회가 많고, 생각할 기회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합니다. 삶이 버거울 때면 일찍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곤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인간답게 죽고 싶다는 생각,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생각, 지나치게 고통받지 않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의 하나님께 종종 좋은 죽음으로 당신 앞에 서고 싶다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죽음을 읽는 시간]을 읽으며 다시 죽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금 더 깊숙이 죽음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유진의 말처럼 죽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하면서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죽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려면 지금 오늘 여기서 충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피워야 할 꽃을 힘껏 피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합니다. 자신만이 살아낼 수 있는 삶을 아름답게 살아낼 때, 죽음마저도 아름답게 변합니다. 그가 떠나고 난 자리가 더없이 허전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비록 죽음이 갈라놓지만 함께한 소중한 추억과 기억으로 남아 죽음을 뛰어넘습니다. [죽음을 읽는 시간] 좋은 죽음을 위해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하는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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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영어구문 잉글맵 : 기본편 (한국, 미국, 중국, 일본 특허등록) 보이는 영어구문 잉글맵
고광철 지음, 김두식 감수 / 제네시스에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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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입학한 후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년 이상 영어를 공부합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개인 과외를 받기도 하고 학원에 등록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영어를 접하고 공부하는 시기가 훨씬 앞당겨졌다는 사실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습니다. 꼭 영어 유치원이 아니어도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영어 알파벳은 알고 가야 한다고 난리도 아닌 세상입니다. 우리나라 말과 글을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의 나라 언어인 영어를 배웁니다.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영어를 공부하는데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자신감은 멀리멀리 달아납니다. 간단한 인사말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가 기억납니다. 아내랑 자신 있게 맥도날드에 갔습니다. 들어선 순간 잘못 왔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 맥도날드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이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식사하던 모든 사람이 흑인이었습니다. 흑인 사이에 조그만 동양인 부부가 들어갔으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오롯이 저희에게로 쏠렸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며 주문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Set'가 아니라 'Combo'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내 앞에서 당당하게 주문을 시작했습니다.

"I want to number 1 combo with coke, my wife wants number 3 combo with sprite"

주문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느닷없이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흑인 특유의 슬랭으로 쏟아낸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식사로 먹을 것이냐는 말이었습니다. 종종 미국 맥도날드에서 'meal'로 먹으면 soup와 다른 샐러드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진땀을 흘리며 주문을 끝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무지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아내에게 집에 가서 먹자고 말했습니다. "I wanna take out!" 그러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는 밑도 끝도 없는 단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For here or to go?' 일평생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여기서 먹을 거예요? 아니면 가지고 가실 거예요?라는 말입니다. 주어도 없는 저 말을 나는 평생 처음 들었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몸짓을 쏟아내며 겨우 집으로 가져와서 먹었습니다. 기록하고 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이외에도 영어에 얽힌 에피소드는 다 기록할 수가 없을 정도로 넘쳐납니다. "아... 부끄럽다"


나의 영어의 민낯을 공개한 이유는 이런 나에게 도움을 준 책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구조적으로 보게 하는 책 [보이는 영어 구문 잉글맵]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책은 기본 편과 고급 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기본 편은 마디 훈련이, 고급 편에서는 매듭과 꼬리표 훈련이 중심입니다. 기본 편에서는 영어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구문을 자세히 뜯어가며 설명해 줍니다. 문장 전체 구조를 들여다보게 하고 이해하게 합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영어를 보다 쉽게 이해하게 한다고 하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적당한 예가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칠판에 쓰셨던 문장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을 떠올랐습니다. 문장을 어디까지 끊어서 쓰고 읽고 들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문장이지요.

1.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2.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조사를 생각하면 2번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맞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말로 정확하게 바꾼다면 "아버지께서 방에 들어가신다"라고 해야 옳다고 생각하거든요. ^^;;

책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무척이나 친절하다는 겁니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각양 도형, 도식, 그림을 사용해서 문장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는 과외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친절한 과외 선생님이라면 이렇게 가르쳐 주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책이었습니다.

고급 편은 매듭, 꼬리표 훈련입니다. 'that' 'whose' 'wh로 시작하는 관계사'라는 매듭, 꼬리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진짜 너무너무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늘 낯설고 정이 가지 않았던 영어를 익숙하게 또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고급 편에서 나의 눈에 쏙 들어왔던 부분은 찰리 채플린의 연설입니다(234-235p). 탁월한 연설이라면 늘 그렇듯 문장이 간결합니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이 운율을 이루고 있습니다. 상아탑에 갇힌 단어나 문장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주를 이룹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보이는 영어 구문 잉글맵을 전체적으로 복습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 특유의 몸짓을 생각하면서 문장을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뭐랄까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요? 장점이자 단점처럼 보이는(그래도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부분입니다. 영어를 문화로 보고나 생활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맞게 영어를 문법, 구문, 독해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당장에 영어 시험을 눈앞에 둔 학생, 영어 성적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생이라면 영어를 생활이나 문화로 접근하기보단 아무래도 성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수험생을 정확하게 타게팅 한 전략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반복해서 읽고 공부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도 영어를 보는 눈이 깊어질 뿐 아니라 달라질 겁니다. 분명히 이 책을 보기 전보단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예요.

나에게 좋았던 점은 영어를 읽고 들을 때 구문을 따라 읽고 들으면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해 준 점입니다. 저자 고광철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저에게 영어라는 숲에서 종종 길을 잃던 저에게 길을 보여주신 일타 강사님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덤이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참, 저자 고광철 선생님께서 친필 사인까지 해서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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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당신에게
김수현 지음, Sky Kim 그림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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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자기계발 서적과 교양 도서를 읽었습니다.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시대에 뒤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많은 정보를 얻고, 지침을 얻었습니다. 치열하게 살아가시는 분들, 그들의 예리한 통찰이 가득한 글을 읽으면서 내심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나의 것으로 만들면 더 성장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뭔가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할 것 같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기 위해 시선을 확장하고 새롭게 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때 샘터사에서 보내준 [아름다운 당신에게]라는 수필을 만났습니다. 이 책을 펼쳐 읽는 그때 나의 마음, 나의 느낌, 나의 생각을 글로 설명할 재주가 없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던 것 같습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난 이런 책을 읽어야 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열기로 뜨거워진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비처럼, 과부하에 걸린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적셔주는 기분이었습니다.




피천득 선생님의 추천사에 눈이 갔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나 나의 마음을 잘 아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추천사입니다. 피천득 선생님께서 김수현 작가의 첫 수필집 [세월] 추천사로 써주신 글인데, [아름다운 당신에게]에서도 이 글을 그대로 옮겨두었습니다. 피천득 선생님께서 살아계셨다면 다른 추천사를 써주셨을 텐데, 작고하셨기 때문에 이전 추천사를 부득이하게 다시 사용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추천사가 나의 마음을 너무나 잘 대변하고 있어서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수필은 서정적 에세이다.

섬세하고, 재치 있고, 재미있고, 아름다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춘 그의 수필은 독자에게

읽고, 또 읽는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는 김수현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김수현 수필집 [세월] 추천사 - 피천득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책장을 덮으면서 책 제목 [아름다운 당신에게]가 말하는 아름다운 당신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는 김수현 작가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참 엄했던 아버지, 세월도 이기지 못했던 김수현 작가의 아버지입니다. 이 책은 김수현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를 추억하며 아버지에게 헌정한 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김수현 작가의 주변 사람입니다. 작가가 살아오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에게 헌정하는 책으로 읽었습니다. 크게 고함을 지르며 주차 안내까지 하셨던 경비 아저씨, 단짝 친구들, 미국 생활하면서 만난 교우와 이웃,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주 얼굴을 마주쳤고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이 그녀에겐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이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작가 김수현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에게 헌정하는 수필집이라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사람이 누구든 그 순간만큼은 아름답습니다. 작가가 건네는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펼친 상상의 세계로 초대되어 그 세상을 탐험합니다. 작가의 말과 시선에 공감하여 웃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합니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글이 보여주는 세상을 상상하고, 감정을 이입합니다. 결국 작가와 함께 공감하고, 작가와 대화를 나눕니다. 이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이 책을 읽는 독자, 더 나가 책을 읽는 독자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김수현 작가 자신입니다. 아마도 작가는 손사래를 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만난 작가 김수현은 차분하고 정갈하며 소박하고 소탈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추억하고, 어린 시절을 추억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삶의 흔적을 꼼꼼히 돌아보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꺼내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여러 번 말했던 것처럼 나는 글이 글쓴이를 닮고, 글쓴이는 자신을 닮은 글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김수현 작가의 글은 어느 한 곳 지나치지 않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여기저기 덧바른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수필이라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섬세하게 자신의 마음과 주변 사람과 그들의 마음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스레 담았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친절하게 보여줍니다. 좋은 글은 섬세하고 폭넓은 관찰 없이 불가능한 법이지요. 김수현 작가가 섬세하게 주변과 세상을 관찰하고 생각했다는 증거입니다.

곳곳에서 재치가 돋보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낮잡아 보는 말투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을 살피며, 때로는 그들의 과한 친절 그래서 불편할 수 있는 일까지도 고마움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재치가 돋보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재치가 있으니 당연히 글이 재밌습니다. 이런 글이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책장을 덮으면서 피천득 선생님의 추천사가 단 한 단어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글을 담아낸 작가 김수현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참 귀한 담요'라는 이야기 끝자락에 있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일 뿐 아니라, 김수현이란 작가의 마음을 보여주는 문장, 빙긋 웃게 만들었던 문장을 소개합니다.

화덕가에서 몸은 사정없이 가렵고,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다.

네팔의 한 가정집을 방문했을 때 일화를 담은 "참 귀한 담요"에서


코로나로 인해 불편한 세상입니다. 생활이 불편한 것은 고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마저 불편한 기운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의식적으로 천천히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자신의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과 주변 사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처럼 말이지요.



마음이 좁아지기 쉬운 이때, 마음이 퍽퍽해지기 쉬운 요즘 김수현 작가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읽으며 마음을 넓히고, 마음에 윤활유를 여기저기 뿌려보면 어떨까요? 피천득 선생님의 말씀처럼 김수현에게 더 바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수필 [아름다운 당신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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