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성교육 - 사랑하는 힘을 키우는 시간
김항심 지음 / 책구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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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은 소중합니다. 성은 아름답습니다. 성은 어렵습니다. 성은 금기시 됩니다. 성은 왜곡됩니다. 성은 오해 받습니다. 성에 대해 얼마나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그 경계를 정하는 것도 나에겐 어렵습니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받았던 질문이 생각납니다. "젠더에 대해 말해보세요!" 젠더의 무엇을 말해보라는 것인지 몰라 내 생각을 요약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질문하신 어르신은 만족하지 못하셨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젠더에 대한 개념을 제가 건드리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질문하셨던 분이 정리하시면서 한마디 남기셨습니다. "젠더가 뭔지도 모르니 엉뚱한 대답을 하죠" 졸지에 나는 상식도 없는 무식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젠더가 얼마나 폭넓은 개념인지 거기서 무엇을 물으시는 건지 제가 먼저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의 책임도 있습니다.


진심 되묻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내 또래를 가르치셨던 분에게서 나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무엇, 금기시 해야 할 어떤 것, 또래 집단이나 동네 형들에게서 들어서 알게 되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내가 공부해서 알고 있어야 하고, 상식으로 갖추어야 할 교양이 되었지만 그 전에 성에 대한 바른 교육, 바른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녀들이 성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가길 바라는 마음이 피어올랐습니다. 저의 이 바람을 잘 담아낸 책을 만났습니다. 김항심의 책 [사랑하는 힘을 키우는 시간: 모두를 위한 성교육]입니다.






저자 김항심은 대학에서 여성학을 공부한 이래로 그녀가 살아온 삶의 껍질을 깨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의 길에서 시작해서 마음과 힘을 다해 성교육을 전하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어려운 길을 전심전력을 쏟으며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성이라는 커다랄 뿐 아니라 심각한 주제를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불과 얼마 전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버닝썬 사건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들었다 놓은 사건의 핵심에는 성이라는 문제가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성, 성에 대한 왜곡, 성착취, 성폭력, 성접대, 성상납과 같은 단어는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으로 보게 만듭니다.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대상으로 격하시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자라며 살아가는 우리 자녀가 성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요? 김항심은 고등학생 성교육 시간에 있었던 대화를 들려줍니다. 이 자리에 쓰기가 민망할 정도의 대답을 아무렇게나 내뱉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녀의 머리와 마음에 새겨지고 있는 성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기성 세대로서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전문 성교육 강사 김항심의 이야기를 한줄로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전문 성교육 강사는 성에 대해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자녀에게 어떻게 전달하려는지 찾아내려 주목했습니다. 나의 시선이 맞다면 그것은 "존중과 사랑"입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 존중과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을 넘어 나 아닌 타인을 향한 "존중과 사랑"입니다.


자라는 우리 자녀가 자신과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면 성에 대한 왜곡된 개념이나 성폭력이나 N번방 사건이나 버닝썬 사건과 같은 일은 이 땅에서 점점 사라질 것입니다. 잘못된 시선으로 타인을 판단하거나 바라보는 일도 사라질 것입니다. 남성이냐 여성이냐 이성애자냐 동성애자냐 라는 범주로 사람을 분리하고 나누고 정죄하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성적 지향을 넘어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게 될 테니까요. 나와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외면하거나 힘으로 짓누르려는 일이 없어질 테니까요.




책을 읽으며 먼저 나를 다시금 돌아보았습니다. 성에 대한 나의 왜곡된 이미지, 내 안에 불편한 일들과 사건들, 성이라는 커다란 주제와 담론으로 상처를 주고 받았던 사건들, 이 땅에 여전히 그리고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성과 관련한 아픔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는 날, 성 문제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주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죄를 심판하고 악을 심판할 그때,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성을 이렇게나 망가뜨린 장본인을 철저하게 심판하실 그날에서야 비로소 성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만을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김항심이 진액을 쏟으며 바른 성 개념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가도록 자녀를 교육하듯이,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부모가 먼저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라가도록 자녀를 사랑하고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내뱉는 언어를 삼가고,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를 훈련해야 할 것입니다. 타인을 대상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인격으로 대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함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 내가 살아가는 주변에서만큼은 적어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항심의 모두를 위한 성교육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우리 자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안타까운 삶의 현실을 한 번 더 생각했습니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자녀를 기르시는 부모님께서 먼저 읽으시며 자녀를 위해 자신을 먼저 준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아들아 성교육 하자

아들아 성교육 하자
저자: 이석원
출판: 라온북
발매: 2021.06.03.

딸아 성교육 하자

딸아 성교육 하자
저자: 김민영
출판: 라온북
발매: 2021.06.03.

대놓고 이야기해도 돼! 십 대가 나누어야 할 성 이야기

대놓고 이야기해도 돼! 십 대가 나누어야 할 성 이야기
저자: 임영림
출판: 팜파스
발매: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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