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 봐요 - 판사 김동현 에세이
김동현 지음 / 콘택트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시력을 잃는다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일입니다.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상상하기 싫다고 해서 상상하기 싫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살다 보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경험을 수없이 하게 되니까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서로를 죽이는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전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2019년만 해도 일상을 빼앗기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사람이 사람을 피해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상상하지 않았지만 상상하기 싫은 일이 불쑥 우리를 찾아오는 세상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는 일도 다르지 않겠지요.

이런 일을 만났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증발해 버리는 기분을 느낍니다. 판사 김동현 씨가 바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시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것도 단 십 분 만에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이 증발해버렸습니다. 빛은 사라지고 어둠이 그의 세상을 덮어버렸습니다. [뭐든 해 봐요]는 판사 김동현이 시력을 잃고 난 후의 삶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시력이나 청력을 잃거나, 불의의 사고로 평생 휠체어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세상이 무너지고, 이전의 모든 것이 뿌리째 뽑혀 나가는 기분을 느낍니다. 살아갈 수조차 없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살아갈 의지나 소망이 전혀 없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꾸역꾸역 살아갑니다. 상실의 아픔과 장애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끌어안은 채 살아갑니다. 밥도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밥을 먹습니다. 맛을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맛을 느낍니다. 다시는 웃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살아갑니다. 사람은 적응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어떤 사람은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아픔을 뛰어넘고 이겨내기도 합니다(정작 본인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매일 상실, 장애, 아픔을 직면해야 하니까요. 주변 사람의 시선에서 볼 땐 아픔을 뛰어넘고 이겨내고 뚫어낸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기도 합니다). 나의 눈에는 김동현 판사가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정말 놀라운 집중력과 타협으로 어느 날 찾아온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 문제를 뛰어넘는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판사가 되기까지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담담하게 기록했을 뿐이지 그 과정이 쉬웠다고 말할 수는 업습니다. 책 한 권 때문에 노심초사해야 했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그의 안타깝고 간절한 마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사회인지 그의 경험을 읽고 들으면서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밀려들기도 했습니다. 김동현은 '쇼다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습니다.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기도 했고요. 그것도 시력을 상실한 채. 초기에는 한 달 9만 배 절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 해내고도 김동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 냥 덤덤하게 말합니다. 독자이자 한 사람으로 나는 그의 이런 모습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쇼다운 경기 모습


나의 작은 형은 중증 장애인입니다. 휠체어와 자동차, 전화가 형님의 발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을 겪으면서도 본인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형님을 보고 있으면 존경의 마음이 생깁니다. 몇 해 전부터 통영 환경 연합회 회장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나의 고향 선촌 마을 바닷가를 깨끗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통영 환경 연합회의 수고로 바닷물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져 버린 잘피가 다시 생겼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여기저기 누비며 하나님 지으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머물다 떠난 자리가 더 아름다워지기를, 우리 자녀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바라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습니다.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판사 김동현 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소탈한 그의 성격에서, 고난과 시련의 시간을 뚫어낸 그의 인품에서 깊은 향기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후회되는 것은 내가 한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이다."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도 살기 좋은 세상이다." (97p.)

"인간의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다." (158p.)

"우리는 누군가에게 조금씩 기대고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 인(人)이다." (174p.)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포용 사회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212p.)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까지 소홀히 하지 않고

소중하게 지켜 드리고 싶습니다." (263p.)

(Leave No One Behin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셋 주일학교 - 한 사람이 바꾸는 현장 매뉴얼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일학교는 한국 교회의 미래입니다."



몇 해 전 들었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교회 절반 가까이 주일학교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엔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생각했습니다. 통계조사(통계조사는 늘 의심의 여지가 있습니다) 결과는 이 사실이 조작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부목사로 사역하는 곳은 광주 은광교회입니다. 광주 은광교회는 고신 교단 전라노회 소속이고요. 전라 노회에서 사역하면서 이 통계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축소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해보았습니다. 전라지역에 고신 교단 교회가 많지 않고 교세가 작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주일학교가 아예 없거나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는 지금의 모습은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니까요.


대안이 있을까요? 주일학교가 한국 교회의 미래라고 한다면 한국 교회엔 미래가 있는 걸까요? 무겁고 심각한 이 질문에 대해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박양규 목사의 [리셋, 주일학교]입니다.







박양규 목사는 주일학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역자입니다. 그의 경험과 통찰, 노하우와 진지한 고민을 담아 이 책을 저술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장 사역자 박양규 목사의 제안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원래 강력한 한방은 단순한 법이지요). 그는 먼저 한 사람의 힘을 주장합니다. 한 사람이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한 사람이 주일학교의 흐름과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교회 교육에 확신을 가지고, 개 교회만의 고유한 가치와 인재상을 확립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헌신하는 한 사람으로 인해 주일학교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박양규 목사는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이 부분이 두 번째 챕터에 해당합니다). 교사들과 분명한 포지션을 나누고 협업시스템을 세워가자고 말합니다. 주일학교 예배를 전통적으로만 드릴 것이 아니라 예배를 디자인하자고 제안합니다. 예배의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면 얼마든지 예배를 디자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설교와 공과공부의 연계성을 만들고 효과를 극대화하자고 제안합니다.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교사들과의 연합도 빼놓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인문학을 강조한 박양규 목사는 교회 교육의 위한 콘텐츠로 인문학을 제안합니다. 교회 교육의 블루오션을 인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문학을 가르치지만 단순히 인문학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인문학을 도구로 복음을 정확하게 가르치자고 말합니다. 복음을 정확하고 힘 있게 가르치는 일은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한국교회는 위기의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교회의 직격탄으로 작용했습니다. 여러 가지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일학교도 위기를 겪고, 청년대학부와 젊은 층이 교회를 대거 이탈하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온라인 예배를 2년 넘게 지속하면서 예배에 대한 갈급함이 커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형식적으로 예배하는 현상도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기는 변장한 기회라는 말이 있죠. 교회의 역사를 보면 교회는 늘 위기의 순간을 대면했습니다. 평안한 시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교회는 늘 세상의 미움을 받았고, 위기를 직면했습니다. 음부의 권세가 교회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수의 말씀처럼 교회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냈을 뿐 아니라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주일학교의 위기, 교회의 위기는 분명합니다.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는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낼 것입니다. 교회의 머리가 예수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며, 세상을 경영하시는 분 역시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십니다. 역사가 증명한 또 다른 진리입니다.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한 사람을 통해 하나님은 일하실 것입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실 것입니다. 박양규 목사의 말처럼 한 사람의 힘이 위대한 이유입니다. 한 사람의 헌신과 수고와 열정 그 뒤에,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의 힘과 열정과 지혜와 능력 때문입니다. 그 일에 바로 내가 쓰임 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영광스럽고 멋진 일이 아닐까요?



박양규 목사의 [리셋, 주일학교]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던지는 초대장이며, 시대적 사명을 끌어안게 만드는 편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설마 젓가락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겠지?"

고(故) 이어령 선생님의 책 [너 누구니]를 받아들고 처음 했던 생각이었습니다. 300페이지가 넘는 결코 얇은 책이 아닌데 젓가락 이야기만 있다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젓가락 안에 이야기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끌어다 모아도 100쪽 넘기기 힘들 테니까요.

이럴 수가. 저의 짐작을 비웃기라도 하듯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젓가락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이 많은 이야기가 젓가락에 숨어 있었다니, 도대체 이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과 지식을 향한, 우리 것을 향한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무엇보다 젓가락에 담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를 정갈한 언어로 빼곡하게 담아주셔서 읽는 내내 고마운 마음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은 젓가락을 사용하는 대표적 나라입니다. 그 외에도 다수의 나라가 있기도 하지요. 젓가락에 우리나라 대한민국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그것이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나의 질문을 미리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나라 젓가락의 차별성을 여러 가지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심지어 젓가락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차별성이 있으며 이 "가락"이라는 한 단어로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DNA를 고집스럽게 찾아내고 들려줍니다.

길이와 모양, 게다가 늘 둘이 있어야 하나가 되는 것, 또다시 숟가락과 짝을 이루어 '수저'라는 이름으로 완성되는 이야기가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격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젓가락은 당연히 음식문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국물과 건더기가 어우러진 음식을 먹으니 우리의 젓가락은 쇠로 만듭니다. 다른 나라와 확연한 차별성을 가집니다. 이 지점에서 일종의 자부심을 느낀 것은 저만의 감정인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딴 나라 젓가락 다 나와봐!!!!"

각 꼭지를 "고개"로 표현한 점도 무척 좋았습니다. 책을 열면서 이어령 선생님은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를 꺼내듭니다. 각 꼭지가 "고개"로 표현될 것을 넌지시 아내 대놓고 알려주는 셈이죠.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 역시 우리만의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만의 젓가락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꼭지 표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과 감성과 지혜를 동시에 맛볼 수 있었던 놓칠 수 없었던 지점이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 헤밍웨이는 글 쓰는 이에게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재미있게,

재미있는 것은 의미 있게”

이어령 선생님의 [너 누구니]를 읽으면서 이게 바로 헤밍웨이가 하려던 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치 어려울 수 있는 젓가락 이야기를 쉽게, 쉽게 풀어가면서도 너무나 재미있게, 재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소중한 이야기로 간직하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의미까지. 글이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는 듯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을 조금 자세하게 다루고 싶었으나, 이어령 선생님의 글에 누를 끼칠까 봐 소감 위주로 서평을 대신했습니다. 젓가락에 담긴 우리만의 가락을 찾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젓가락질을 배우기 싫어하는 우리 자녀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왜 젓가락질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고, 젓가락에 담긴 우리만의 Meme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멋진 책이라 생각합니다.

11월 11일이 빼빼로 데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우니나라 청주에서 한중일 3국이 함께 선포한 젓가락의 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녀들에게 알려주어야겠습니다. 한중일 3국이 연합으로 선포했지만 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준 것처럼 우리나라 젓가락에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소복소복 쌓여 있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와 함께 사이 - 좋은 사람과 오래가고 싶어서
최유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사람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진 마음 가장 깊은 소원 중 하나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좋은 사람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구하고 찾고 두드려야겠지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테고... 쏟아야 할 땀과 눈물도 있겠지요.


관계를 맺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성숙한 관계로 자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노력과 수고가 뒤따라야 하고, 때로는 뼈를 깎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관계를 가꾸어 가는 일은 정원을 가꾸어 가는 것과 여러 면에서 닮았습니다.


정원을 가꾸려면 먼저 정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관계 역시 관계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지요.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부지런히 수고하고 땀 흘려야 합니다. 좋은 관계와 꼭 닮았습니다. 아름답게 가꾼 정원도 작은 실수 하나, 어디선가 날아온 벌레 몇 마리 때문에 풍비박산 나기도 합니다. 관계도 그렇습니다. 작은 문제,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문제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하죠.


정원은 매일 가꾸어야 합니다. 하루쯤 건너뛴다고 해서 표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 가꾸지 않으면 조금씩 동시에 분명하게 망가집니다. 다시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열정,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가지요. 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매일 가꾸지 않으면 어딘지 모르게 이끼가 낍니다. 다시 회복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아야 하는 곳이 바로 정원과 관계입니다.


이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이야기한 책을 만났습니다. 이혼전문 변호사 최유나(유퀴즈온더블럭, 세바시에도 출연한 유명하신 분이시더라고요. 제가 몰랐을 따름이지요) 작가의(벌써 두 권째 책을 출간하셨으니 얼마든지 작가라고 불러드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도대체 재능은 왜 이렇게나 한 사람에게 쏠리는 건지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혼자와 함께 사이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부부를 만났을지, 그들의 몸짓과 눈빛,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말투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지 책을 펼쳐들자마자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혼자와 함께 그 아슬아슬한 사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부대끼고, 그들과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어루만지며, 황당한 대화부터 진솔한 대화까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얻은 지혜와 통찰을 담았습니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잠깐 속살을 보여드리자면


1장: 우리, 비록 상처의 무늬가 다르더라도

2장: 너와 내가 같은 언어로 말할 수 있다면

3장: 붙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내 마음뿐

4장: 혼자서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

5장: 혼자와 함께 사이


이런 모습으로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살짝 엿보게 할 수 있는, 그렇다고 전체 내용을 섣불리 짐작하긴 어려운 주제로 묶여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톺아본 이야기가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있었고, 그 경험을 어떻게 녹여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로 살아오면서 이혼을 부추기기보다는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관계 문제를 주목하고, 다양하고 크고 작은 어려운 상황에 있는 다양한 사람을 대면하면서 얻은 지혜를 읽기 쉬운 언어로 담아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글 모양과 목차, 가독성까지 고려한 출판사의 노력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관계 맺고 사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 한나, 아들 유건, 딸 유은. 그 누구보다 이 세 사람과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가꾸어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나와 같지는 않을 테지만, 많은 남자들이 이 관계를 돌아보지 못하고 돌아보지 않는 실수를 범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더 관심을 표현하고(아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자녀와 양질의 시간을 잘 보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새롭게 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가고 싶고, 그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으니까요. 그간 저질러댄 숱한 잘못과 실수를 생각하자니 바늘에 찔린 마냥 마음이 뜨끔 뜨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작가 최유나의 집필 의도에도 이 부분이 있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우리나라 많은 사람이 이혼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정확한 속 사정은 모르지만 이혼이 달가운 일은 아니니까요. 좀 더 성숙한 사람,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고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나부터 말이죠. 기대하기는 어른다운 어른이 많아져서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사람이 여기저기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원, 아름다운 정원이 여기저기 많다면 분명 살기 좋은 곳, 아름다운 풍경임에는 분명할 테니 말입니다.


삶의 방향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금 깨우쳐 주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준 책입니다. 가볍게 읽다가 정독하게 된 참 멋진 책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 -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Joe 지음, 이선영 옮김 / 리텍콘텐츠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복잡하면서 단순한, 아름다우면서 추한, 품위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천박한, 연약하면서도 한없이 질긴, 갈망하면서도 무관심할 수 있는 것. 이 말도 안 되는 역설로 가득한 것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너무나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관계없이 살아갈 수 없으나 관계 때문에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관계 때문에 행복해지기도 하는 반면 관계 때문에 점점 불행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이 다르고 인간관계에 대한 마음이 다르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도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관계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고 관계 때문에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을까요?

근래엔 가스라이팅이란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누군가 나를 정신적 정서적으로 지배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은 언론과 대중매체가 대중을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대선이 있었지요. 이런 국가적인 큰일이 있을 때면 온 언론이 진영논리에 함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뿐 아니라 편향된 뉴스로 진영논리를 더 확산시키고, 결국 표심을 이끌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거대한 가스라이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구 환경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같은 문제를 놓고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봅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몇 장의 사진만으로 도배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얼마든지 괜찮다고 말하기도 하는 반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하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인류가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양쪽 진영의 글과 주장 책을 동시에 읽어야 하고, 정확한 지표를 찾아보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어이없는 가스라이팅에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자신을 보호할 뿐 아니라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나왔습니다. [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입니다.




점점 불행해지는 관계를 정리하는 인간관계 기술 43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에 현혹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을 빼곡하게 담았습니다. 직장, 이웃, 친구, 심지어 가족까지 나를 휘두르려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책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장 - 좋은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감이 유지되어야 한다

2장 - 누구도 파고들 수 없는 베이스를 만들어라

3장 - 미움받지 않는 거절쟁이가 되어라

4장 - 보이지 않는 무게감으로 상대를 사로잡아라

5장 - 사람을 끄는 매력적인 인간이 되는 법

각 장마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꿀팁을 무한 공유합니다. 직장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떻게 거절하면 미움받지 않을 수 있는지, 한계에 이르기 전에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마지막 5장은 1~4장 전체의 결론 파트입니다. 1~4장에서 제시한 방법을 따르면 어느새 매력적인 인간으로 변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입니다. 단순히 파격적인 주장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주장처럼 보입니다.


가독성이 끝내줍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쉽고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와 통찰을 제공합니다. 맛깔스럽게 번역한 부분도 마음에 쏙 듭니다. 번역가 이선영 씨에게 박수 짝! 짝! 짝!!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는 사람, 사람을 이용해 먹으려 드는 사람, 그러면서도 양심의 가책조차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은 세상입니다. 당혹스러운 세상입니다.

이 책은 이 당혹스러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쉽게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은 부분을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줄 것 같습니다. 한국 정서에 맞게,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