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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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젓가락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겠지?"

고(故) 이어령 선생님의 책 [너 누구니]를 받아들고 처음 했던 생각이었습니다. 300페이지가 넘는 결코 얇은 책이 아닌데 젓가락 이야기만 있다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젓가락 안에 이야기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끌어다 모아도 100쪽 넘기기 힘들 테니까요.

이럴 수가. 저의 짐작을 비웃기라도 하듯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젓가락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이 많은 이야기가 젓가락에 숨어 있었다니, 도대체 이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과 지식을 향한, 우리 것을 향한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무엇보다 젓가락에 담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를 정갈한 언어로 빼곡하게 담아주셔서 읽는 내내 고마운 마음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은 젓가락을 사용하는 대표적 나라입니다. 그 외에도 다수의 나라가 있기도 하지요. 젓가락에 우리나라 대한민국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그것이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나의 질문을 미리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나라 젓가락의 차별성을 여러 가지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심지어 젓가락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차별성이 있으며 이 "가락"이라는 한 단어로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DNA를 고집스럽게 찾아내고 들려줍니다.

길이와 모양, 게다가 늘 둘이 있어야 하나가 되는 것, 또다시 숟가락과 짝을 이루어 '수저'라는 이름으로 완성되는 이야기가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격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젓가락은 당연히 음식문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국물과 건더기가 어우러진 음식을 먹으니 우리의 젓가락은 쇠로 만듭니다. 다른 나라와 확연한 차별성을 가집니다. 이 지점에서 일종의 자부심을 느낀 것은 저만의 감정인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딴 나라 젓가락 다 나와봐!!!!"

각 꼭지를 "고개"로 표현한 점도 무척 좋았습니다. 책을 열면서 이어령 선생님은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를 꺼내듭니다. 각 꼭지가 "고개"로 표현될 것을 넌지시 아내 대놓고 알려주는 셈이죠.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 역시 우리만의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만의 젓가락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꼭지 표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과 감성과 지혜를 동시에 맛볼 수 있었던 놓칠 수 없었던 지점이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 헤밍웨이는 글 쓰는 이에게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재미있게,

재미있는 것은 의미 있게”

이어령 선생님의 [너 누구니]를 읽으면서 이게 바로 헤밍웨이가 하려던 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치 어려울 수 있는 젓가락 이야기를 쉽게, 쉽게 풀어가면서도 너무나 재미있게, 재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소중한 이야기로 간직하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의미까지. 글이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는 듯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을 조금 자세하게 다루고 싶었으나, 이어령 선생님의 글에 누를 끼칠까 봐 소감 위주로 서평을 대신했습니다. 젓가락에 담긴 우리만의 가락을 찾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젓가락질을 배우기 싫어하는 우리 자녀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왜 젓가락질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고, 젓가락에 담긴 우리만의 Meme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멋진 책이라 생각합니다.

11월 11일이 빼빼로 데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우니나라 청주에서 한중일 3국이 함께 선포한 젓가락의 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녀들에게 알려주어야겠습니다. 한중일 3국이 연합으로 선포했지만 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준 것처럼 우리나라 젓가락에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소복소복 쌓여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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