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 함께 사이 - 좋은 사람과 오래가고 싶어서
최유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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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진 마음 가장 깊은 소원 중 하나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좋은 사람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구하고 찾고 두드려야겠지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테고... 쏟아야 할 땀과 눈물도 있겠지요.


관계를 맺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성숙한 관계로 자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노력과 수고가 뒤따라야 하고, 때로는 뼈를 깎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관계를 가꾸어 가는 일은 정원을 가꾸어 가는 것과 여러 면에서 닮았습니다.


정원을 가꾸려면 먼저 정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관계 역시 관계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지요.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부지런히 수고하고 땀 흘려야 합니다. 좋은 관계와 꼭 닮았습니다. 아름답게 가꾼 정원도 작은 실수 하나, 어디선가 날아온 벌레 몇 마리 때문에 풍비박산 나기도 합니다. 관계도 그렇습니다. 작은 문제,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문제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하죠.


정원은 매일 가꾸어야 합니다. 하루쯤 건너뛴다고 해서 표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 가꾸지 않으면 조금씩 동시에 분명하게 망가집니다. 다시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열정,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가지요. 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매일 가꾸지 않으면 어딘지 모르게 이끼가 낍니다. 다시 회복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아야 하는 곳이 바로 정원과 관계입니다.


이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이야기한 책을 만났습니다. 이혼전문 변호사 최유나(유퀴즈온더블럭, 세바시에도 출연한 유명하신 분이시더라고요. 제가 몰랐을 따름이지요) 작가의(벌써 두 권째 책을 출간하셨으니 얼마든지 작가라고 불러드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도대체 재능은 왜 이렇게나 한 사람에게 쏠리는 건지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혼자와 함께 사이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부부를 만났을지, 그들의 몸짓과 눈빛,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말투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지 책을 펼쳐들자마자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혼자와 함께 그 아슬아슬한 사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부대끼고, 그들과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어루만지며, 황당한 대화부터 진솔한 대화까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얻은 지혜와 통찰을 담았습니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잠깐 속살을 보여드리자면


1장: 우리, 비록 상처의 무늬가 다르더라도

2장: 너와 내가 같은 언어로 말할 수 있다면

3장: 붙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내 마음뿐

4장: 혼자서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

5장: 혼자와 함께 사이


이런 모습으로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살짝 엿보게 할 수 있는, 그렇다고 전체 내용을 섣불리 짐작하긴 어려운 주제로 묶여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톺아본 이야기가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있었고, 그 경험을 어떻게 녹여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로 살아오면서 이혼을 부추기기보다는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관계 문제를 주목하고, 다양하고 크고 작은 어려운 상황에 있는 다양한 사람을 대면하면서 얻은 지혜를 읽기 쉬운 언어로 담아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글 모양과 목차, 가독성까지 고려한 출판사의 노력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관계 맺고 사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 한나, 아들 유건, 딸 유은. 그 누구보다 이 세 사람과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가꾸어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나와 같지는 않을 테지만, 많은 남자들이 이 관계를 돌아보지 못하고 돌아보지 않는 실수를 범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더 관심을 표현하고(아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자녀와 양질의 시간을 잘 보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새롭게 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가고 싶고, 그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으니까요. 그간 저질러댄 숱한 잘못과 실수를 생각하자니 바늘에 찔린 마냥 마음이 뜨끔 뜨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작가 최유나의 집필 의도에도 이 부분이 있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우리나라 많은 사람이 이혼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정확한 속 사정은 모르지만 이혼이 달가운 일은 아니니까요. 좀 더 성숙한 사람,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고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나부터 말이죠. 기대하기는 어른다운 어른이 많아져서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사람이 여기저기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원, 아름다운 정원이 여기저기 많다면 분명 살기 좋은 곳, 아름다운 풍경임에는 분명할 테니 말입니다.


삶의 방향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금 깨우쳐 주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준 책입니다. 가볍게 읽다가 정독하게 된 참 멋진 책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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