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부의 환상의 길, 파키스탄 히말라야
거칠부 지음 / 책구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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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한 해 전 2019년 여름이었습니다. 대학생 6명과 나를 포함한 어른 3명이 총 9명이 16박 17일 유럽 비전트립을 떠났습니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거쳐 다시 독일로 와서 귀국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니 기온이 38도를 웃돌았습니다. 강렬한 햇살을 맞으며 마드리드에서 톨레도, 톨레도에서 풍차마을 콘수에그라, 콘수에그라에서 그라나다, 말라가, 론다, 자하라, 코르도바, 세비야까지 차를 타고 달렸습니다. 도착지마다 하루 15킬로에서 많은 경우 20킬로 가까이 걸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또다시 이곳에 방문한다는 보장이 없기도 하거니와 더 많은 곳을 보며 느끼고 싶어 일정을 빠듯하게 잡았습니다. 스페인은 해가 늦게 져서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자려고 누우면 보통 자정에서 1시 사이였습니다.


대학생들의 입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일정이 빠듯하고 힘들어서 걸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나는 지금 이때 이런 고생해보지 않으면 언제 해보겠냐며,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미친 듯이 걷고 운전하고 눈과 마음에 더 많은 장소와 사람과 느낌을 담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체력이 고갈되도록 다니고 있습니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코피까지 흘려가며 따라왔다고 하더군요. 미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스페인 일정을 마치고 포르투갈에서도 일정은 빡빡했습니다. 노숙자, 집시 마을, 마약촌을 돌아다니며 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었습니다. 통기타 하나로 반주하며 그들에게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나는 즉흥적으로 10수회 설교하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우면 자정이 훌쩍 넘었습니다. 피곤했지만 몸과 마음은 알 수 없는 감동으로 끓어올랐습니다. 독일에 갔을 때 비로소 여유 있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청년들은 그제서야 한숨을 몰아쉬며 비전트립에 더 깊이 몰입했습니다. 지금도 종종 그때 사진을 보면서 그 시간을 그 장소를 그때 만났던 사람을 추억하곤 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은 스페인 말라가의 왕의 오솔길. 

기회가 닿으면 꼭 한 번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16박 17일의 짧지 않은 시간을 오롯이 함께 보내며 갈등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은 때도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낯선 환경에서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돌아다니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잘 극복했던 그래서 더 소중한 기억으로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의 이 짧고 럭셔리한 여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길을 걸은 [거칠부의 환상의 길, 파키스탄 히말라야]를 읽으며 그 순간이 떠오른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네팔, 파키스탄, 티베트에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 K2와 같은 이름은 늘 마음 저 구석에서 생각만 해본 이름이자 장소였습니다. 그곳을 제집 드나들듯 드나드는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전문 산악인들에게만 허락된 장소로 생각했습니다. 그들도 가끔 가는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거칠부를 만나기 전까진 말입니다.


[거칠부의 환상의 길, 파키스탄 히말라야]라는 책은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파키스탄 히말라야를, 수천 킬로를 걸어 다녔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녀가 거기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꼈던 마음을 훔쳐보고 싶었습니다. 조금 자세하게 기록하거나, 글솜씨가 좋다면 그녀의 글을 통해 그녀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과 파키스탄 히말라야를 담은 그녀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나의 상황과 환경을 생각하면 내가 파키스탄 히말라야에 갈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 땅을 눈과 마음에 담지 못하고 그곳을 밟아보지 못할 것 같아서 더 욕심이 났습니다(물론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지요. 언젠가 내가 그곳을 눈과 마음에 담고 나의 두 발로 밟게 될 날이 올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더더욱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히말라야를 자세하게 들여다보았을 뿐 아니라 뛰어난 글 솜씨로 그녀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멋지게 담아낸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파키스탄 히말라야에 있다는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책은 히말라야산맥과 카라코람산맥을 소개하며 시작합니다(실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광활하고 아름다운 사진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파키스탄 일반 정보를 소개합니다. 파키스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빼곡하게 제공합니다. 굳이 히말라야가 아니라도 파키스탄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각 챕터를 마칠 때마다 거칠부는 트레킹 지도와 고도 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신이 걸었던 길을 기록으로 남길 뿐 아니라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큰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 생각했습니다. 각 챕터마다 그녀가 만난 숨 막히는 풍경을 멋진 사진으로 촘촘하게 담아두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찹니다. 히말라야를 눈에 담은 것 같은, 그곳을 밟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미국 여행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진작가라 하더라도 자연을 다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1/10 심지어 1/100도 다 담아내지 못합니다. 사진을 보면서 느낀 감동은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사실을 알지만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광활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거칠부가 탐사하듯 다녀온 흔적은 각 장으로 대략 이해할 수 있습니다.


Chapter 1. 벌거벗은 산 ㅣ낭가파르바트 페어리 메도우 / 루팔

Chapter 2. 빙하 대탐험 ㅣ비아포 - 히스파르빙하

Chapter 3. 신들의 광장 ㅣK2 트레킹 - 곤도고로라

Chapter 4. 비밀의 정원 ㅣK6, K7 베이스캠프 / 아민브락 베이스캠프

Chapter 5. 파미르 오아시스 ㅣ 심샬 파미르

Chapter 6. 위대한 풍경 ㅣ 스판틱 베이스캠프

Chapter 7. 위태로운 길 ㅣ 라톡 베이스캠프

Chapter 8. 야생화 천국 ㅣ 탈레라 / 이크발탑


나에겐 모두 낯선 이름이지만 산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익숙한 이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럭셔리한 여행도 시간이 지나면 힘이 듭니다. 가족이라도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물며 고산지역을 낯선 사람과 다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녀도 고백합니다. 인상에 비해 좋았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었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갈등하고, 서로를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입니다. 참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아마도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히말라야라는 지구의 지붕을 탐색한 사람다운 단단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히말라야는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준비가 필요합니다. 고산지대에 적응하기 위해, 그 넓고 광활한 곳을 오르내기 위해 체력은 필수입니다. 치밀하고 철저한 준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행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중요합니다. 비상약에서부터 여벌 옷과 등산화까지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서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습니다. 과도한 친절을 베풀거나 누군가에게 의존한다면 끝까지 해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적당한 거리두기와 그 안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마음을 나누는 절묘한 줄타기를 해내야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뿐 아니라 히말라야 트레킹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히말라야와 같은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을 여행한다면 인생을 더 깊이 돌아보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요. 거칠부의 시선을 따라 가며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에게 친절해야겠지요. 그렇다고 속없이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멋지게 완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여벌의 신발과 비상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함께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더없이 소중한 자산입니다.


히말라야와 같은 산을 트레킹 하기 위해선 팀을 꾸려야 합니다. 짐을 나르는 포터가 있고,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있으며, 요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일에 충실할 때 아름답고 멋지게 여정을 마칠 수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혼자 걷는 사람,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생이란 여정은 히말라야보다 거칠고 높고 광활합니다. 그 길을 잘 걸어내려면 준비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함께 걸어갈 동료가 필요합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직장 동료일 수도 있으며, 친구나 이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신앙일 수도 있겠죠. 각 사람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신뢰할 때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쩍쩍 입을 벌린 크레바스나 휩쓸려 내려가는 강을 만날 수 있습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다리를 건너야 할 때도 있겠고, 위험천만한 길을 걸어갈 때도 있을 겁니다.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이미 그 길을 건넌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고통스러운 곳에서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다시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겠지요.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때를 돌아볼 날이 있겠지요. 참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누고 살았던 시간으로 추억하기 위해, 그때 웃으며 이 시간을 돌아보기 위해 지금을 잘 살아내고 싶습니다. [거칠부의 환상의 길 파키스탄 히말라야]를 읽으며 오늘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잘 걸어가기로 마음을 다잡아 보았습니다. 힘겨운 시간을 지나는 분들,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 언젠가 히말라야를 밟아볼 마음을 가지신 분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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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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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 미국 유학 때였습니다. 힘겨운 첫 학기를 마치고 긴 여름 방학을 맞았습니다. 미국에 갔으니 당연히 미국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아내와 떠날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거리를 오가며,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습니다.


저 유명한 라스 베이거스(Las Vagas)에 갔을 때였습니다. 대낮의 라스 베이거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웠습니다. 즐비한 호텔을 돌아다니며 평생 다녔던 곳보다 더 많은 호텔을 구경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 시간 아내와 나는 가성비 좋은 뷔페로 추천 받은 Luxor 호텔 뷔페로 들어갔습니다. 카메라를 비롯한 짐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접시에 음식을 담아오면, 그 후 내가 음식을 담아오는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음식을 구경하며 접시에 담으려고 하다 조금은 의심스러운 미국인 남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미국이니까 미국식으로 눈인사(턱을 위로 치켜드는 인사입니다)를 날렸습니다. 으레 눈인사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해였습니다. 그는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나쳤습니다. 뷔페를 돌다보니 또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번엔 그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친근한 눈빛은 아니었습니다. 날카로운,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남자는 나에게 다가와 한 마디 날렸습니다.


"I know you"


느닷없이 나를 안다고? 어떻게 나를 알지? 별 희한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마도 당신이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굽힐 생각이 없었습니다. 뚫어지게 저를 보던 그는 한마디 더 던졌습니다.


You are a wanted!!


Wow!!! 졸지에 나는 현상 수배범으로 몰렸습니다. 그는 나에게 꼼짝 말고 여기 있으라고, 경찰을 불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어이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밥먹고 있을 테니 경찰 데려오라고 했지요. 그는 씩씩하게 걸어나갔습니다. 그리곤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나의 얼굴 때문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나는 얼굴 때문에 여러 가지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베트남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한국 마트에서는 한국말을 한다고 점원이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멕시칸 아메리칸으로도 오해 받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줄곧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 사람으로 오해 받곤 했습니다. 다 얼굴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이런 나는 [왜 얼굴에 혹할까]라는 책에 필연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이 가진 강력한 힘에 대해 질서정연하게 진술합니다. 전체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부: 나의 바코드, 얼굴

- 1장) 얼굴을 읽다

- 2장) 같은 얼굴을 다르게 읽다

2부: 말보다 강한, 얼굴

- 3장) 보자마자 사로잡는 얼굴의 힘, 매력

- 4장) 0.1초가 만든 족쇄, 첫인상

- 5장) 얼굴을 더 강하게

3부: 소통의 기술, 얼굴

- 6장) 얼굴에 내 마음이 있다

- 7장) 타인을 알아보는 힘




책을 읽으면서 뜨끔했던 부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무릎을 치면서 공감한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얼굴에 이렇게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쌓인 노하우나 경험을 힘입어 사람의 얼굴로 성격을 판단했습니다. 아주 순간적인 판단이었지만 놀랍게도 비교적 정확하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사람마다 자신 있는 얼굴 방향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자기 얼굴 방향 때문에 자리 다툼을 벌이는 사람을 만나보았기 때문입니다. 호들갑이라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고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 최훈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첫인상은 두 번 줄 수 없다" 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첫인상은 대부분 외모로 판가름납니다. 전체로서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몸매도 작용합니다. 하지만 첫인상의 대표주자는 얼굴입니다. 그러다보니 순간의 이미지로 판도를 바꾸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케네디가 닉슨을 압도한 결정적인 분깃점이 TV 토론이었고, 케네디는 첫인상으로 대권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눈썹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안경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비교적 눈썹이 진한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얼굴이 주는 분위기가 강렬한 편입니다. 동남아 사람으로, 멕시칸 아메리칸으로 오해 받는 일에 일등 공신이 눈썹이라 생각했습니다(물론 얼굴 색깔과 전체적인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눈썹 문신하시는 분이 많아지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좋은 인상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할 수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왼쪽 얼굴이 오른쪽 얼굴보다 훨씬 멋있고 예쁘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문제는 매력을 담당하는 시선이 왼쪽이라는 것, 그래서 상대는 나의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얼굴을 먼저 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당연히 상대에게 매력 어필하려면 오른쪽 얼굴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미팅이나 소개팅 면접에 나갈 때 오른쪽 얼굴에 신경을 쓰면 결과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이 책이 알려준 꿀팁 하나 더. 혼자 찍은 사진보다 여럿이 함께 찍은 사진이 더 매력적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땐 망설이지 마시고 활짝 웃으며 찍어보세요. 평소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왜 얼굴에 혹할까]를 읽으면서 얼굴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얼굴은 중요합니다. 얼굴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도 다시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얼굴은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저자 최훈은 얼굴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역시 과학으로 밝혀낸 사실이라는 것도 제시합니다. 링컨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얼굴은 사람 됨됨이를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잘 웃고, 진심을 담아 웃는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 충분 조건입니다. 진정한 웃음(뒤센 미소)을 가진 사람, 평소 잘 웃는 사람이 잘 웃지 않는 사람에 비해 건강할 뿐 아니라 더 행복하고 심지어 수입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해맑게 웃고, 진심 담은 미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해맑게 활짝 웃는 일이 여러 가지 의미로 중요하다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웃어서 손해 볼 일 없다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활짝 웃는 사람,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겠지요.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얼굴에 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얼굴로 알아봅니다. 물론 몸짓으로 행동으로 말투로 목소리로도 이해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얼굴입니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부단히 노력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왜 얼굴에 혹할까]가 이 모든 내용을 다 담고 있습니다. 과학과 심리학을 넘나들며, 뇌 과학까지 뻗어가며 얼굴에 담긴 신비(?)를 추적합니다. 얼굴은 단순히 누군가를 드러낼 뿐 아니라 현대에는 일종의 상품, 경쟁력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얼굴에 투자하는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사람을 알아봅니다(물론 나와 같은 사람은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의 뇌는 빠르게 적응하고, 마스크로 가린 얼굴마저 제대로 인식합니다. 반대의 문제도 있어 보입니다. 언젠가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오면 벗은 얼굴을 또 다시 기억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뇌는 그 일을 멋지게 수행하리라 생각합니다.


얼굴 하나로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나 담아내고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얼굴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얼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오해가 일어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얼굴만 보고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거나, 첫인상을 끝인상으로까지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웃는 얼굴을 연습하고, 정직하게 행동하고, 진정성 있는 언어와 행동과 표정으로 살아간다면 비록 멋지고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어도 결국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직업병으로 외모에 관한 성경 말씀을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얼굴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 이렇게나 다양한 얼굴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신 분, 얼굴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진심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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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함마 2021-07-3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이 명품이네요

Hisway 2021-08-24 11:19   좋아요 0 | URL
이제야 봤습니다
좋게 봐 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룻밤 미술관 - 잠들기 전 이불 속 설레는 미술관 산책
이원율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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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발 담그고 싶은 당신을 위한 생애 첫 미술책!


이 한문장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나는 그림 보는 법을 모릅니다. 어떤 그림이 훌륭한 그림인지 모릅니다. 당연히 그림 그릴 줄도 모릅니다. 나는 그림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미술에 무관심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술은 늘 마음이 갑니다.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지 궁금합니다. 언젠가 노래를 잠깐 배울 때 스승이셨던 조하문 목사님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마음에 콕 박혀 있습니다.


"미술작품을 보고 있으면 음악이, 노래가 여러 곡 흘러놔와.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음악은 한 폭의 그림 같고, 

그림은 한편의 음악 같아."


이 말 때문인지 음악과 미술이 서로 통하기 때문인지 미술은 음악처럼 나의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책이 있습니다. 이원율 작가가 지은 [하룻밤 미술관]이란 책입니다.







책 표지 색깔부터 맘에 쏙 들어왔습니다. 이원율 작가가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풀어 쓴 일종의 해설이 흥미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재미 있었습니다. 다루는 미술가들의 면면도 폭넓을 뿐 아니라 나와 같이 미술에 대해 문외한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가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줍니다. [하룻밤 미술관]이 담고 있는 예술가의 명단을 한 번 보시죠.


1. 레오나르도 다빈치

2. 카라바조

3.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4. 최북

5. 레오나르도 다빈치(모나리자)

6. 프란시스코 고야

7. 에드가르 드가

8. 폴 세잔

9. 오귀스트 로댕

10. 콜로드 모네

11. 폴 고갱

12. 빈센트 반 고흐

13. 에드바르 뭉크

14. 빌헬름 하마르스회

15. 윌리엄 터너

16. 툴루즈 로트레크

17. 모리스 위트릴로

18. 프리다 칼로

19. 이중섭


내가 잘 몰랐던 사람도 있고, 우리나라 인물도 포함했습니다.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작가들로 촘촘하게 구성했습니다. 이것이 전부일까요? 아닙니다. 일종의 부록처럼 보이는 챕터가 따로 있습니다. 어쩌면 모두가 궁금할 법한 이야기를 따로 묶어 놓았습니다. "속사정 특집"이란 이름으로 묶어 놓은 부분도 무척 재미와 흥미를 끌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한 판 메이헤런, 스탕달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감상하고, 이원율의 사실에 기초한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질문 아닌 질문이 생겼습니다. "왜 이렇게나 예술가의 삶은 고단한 걸까?" 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피어올랐습니다. 이후 "삶이 고단하고 모질기 때문에 예술이 필요한 걸까?" "시련과 고난이 예술로 승화되는 걸까?" "예술 작품 자체가 인생을 담아낼 뿐 아니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이유가 바로 화가가 만나고 경험한 삶의 무게 때문일까?" 이런 질문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해설이 나의 마음과 상상을 자극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많은 작가의 많은 그림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해상도의 그림을 가득 품고 있기 때문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대감이 솟아오릅니다. 책 제목처럼 하룻밤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술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림을 깊이 감상하고 싶다면 먼저 글을 읽고 그림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 마음이 답답하고, 생각이 복잡한 날이라면 그림을 위주로 감상하는 것도 좋은 읽기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이 맑아지고, 삶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술이 주는 힘이겠죠.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방구석 미술관
방구석 미술관
저자: 조원재
출판: 블랙피쉬
발매: 2018.08.03.

방구석 미술관

방구석 미술관
저자: 조원재
출판: 블랙피쉬
발매: 2020.11.18.

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저자: 오은정
출판: 안그라픽스
발매: 2021.06.15.

의자와 낙서

의자와 낙서
저자: 서지형
출판: 케이스스터디
발매: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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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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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못 그립니다. 아, 오해는 금물입니다. 얼마든지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내가 그린 그림을 그림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합니다. 거의 낙서에 가깝습니다. 제가 자란 경상도 방언으로 말하자면 거의 '항칠' 수준입니다. '항칠'이 무슨 말인지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봐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항칠: [낙서]의 경상도 사투리.일반적으로 불필요한 낙서를 이르는 말


초등학생 아들 딸이 나보다 훨씬 그림을 잘 그립니다. 물론 아이를 기르면서 악어와 상어 그림을 수 백장 그렸습니다. 드로잉으로 그리고 약간의 덧칠도 해가면서 그리다 보니 악어와 상어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나마 그림답게 그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연습하면 아마도 조금씩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그림을 배워보고 싶긴 한데 아직까진 불편함이 없어서인지 그림을 배우진 않고 있습니다(저자 오은정의 말처럼 언젠가 나를 더 찾고 싶어서 그림을 배울 날이 올지 나도 궁금합니다. 현재의 나로서는 나를 더 찾고 싶다면 여행을 가거나, 책을 읽거나, 성경을 더 깊이 들여다 보거나, 글을 쓸 것 같습니다).


책 제목[지금 시작하는 자화상]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자화상을 그려볼 날이 올까? 그때 조금 더 괜찮게 그릴 수 있을까? 라는 기대감을 이 책을 펼쳤습니다. 일종의 그림을 배우는 책으로 생각한 셈이었습니다. 이런 나의 기대는 책을 읽으면서 산산조각 났습니다.







책을 열기 전 띠지에 있는 문장이 마음을 때렸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지 않으면 세상의 반응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라는 칼 구스타프 융의 말이 와닿았습니다. "그러게,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지 않는다면 결국 다른 사람, 세상이 말하고 정의하는 것에 의존해서 내가 누구인지 정의하려 들겠지? 달리 대안이 없으니 말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오은정이란 작가가 궁금해졌습니다. 짐작하건데 나이는 40대에 미술전공자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별별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람은 화가가 아니라 글 쓰는 작가가 아닐까?"


"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


"예술이 본디 사람과 사람의 마음과 가치와 인생과 그 안에 어우러진 관계를 담아내기에 예술가인 오은정 작가가 이렇게나 사람과 마음과 인생과 관계에 대해 자신의 시선으로 꿰뚫어보는 건가?"


"이 책은 자화상을 그리자고 말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하고 대답해보자. 자신을 더 깊이 대면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대답하자는 책인 것 같다."


"상황이 된다면 오은정 작가가 연다는 자화상 수업 나도 들어보고 싶다."


드로잉을 단순 드로잉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드로잉 하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내면과 마음을 깊숙하게 들여다 보아야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드로잉 하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주목해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드로잉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고, 충만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마도 오은정 작가가 여는 강의가 지금까지 지속될 뿐 아니라 많은 이가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점이 또 있습니다. "관찰"입니다. 드로잉을 위해서 세심한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 전체를 통해 반복해서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타인의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선 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의 인생관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족의 자화상을 그리려면 가족의 역사를 들여다봐야 하고, 부모님의 인생을 이해야 합니다. 관찰, 그것도 세심한 관찰 없이는 제대로 된 자화상을 그릴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내면을 관찰하고, 마음을 관찰하고, 생각을 관찰하고, 욕망과 가치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려는 대상을 주목해서 보고 관찰할 때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그 사람을 담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내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치유가 일어나고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게 되고, 주변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겠지요. 결국 조금 더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 열리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지금 시작하는 자화상]은 단순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공유하는 인문학 책이란 생각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은정 작가가 글 쓰는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글을 잘 쓰는 것도 한 몫합니다. 미술가다운 깊은 시선으로 사람의 내면을 관찰하고 솔직하고 담백한 언어로 담아냈기 때문에 술술 잘 읽힙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나의 감정선을 자극하고 터치했습니다. 곱씹어 읽으면서 울컥 했던 부분도 많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드로잉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앞서 나 자신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싶은 욕구가 피어올랐습니다. 내 주변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의 말과 마음과 내면을 주목하고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돋아올랐습니다. 나의 하는 일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나의 하는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더 깊이 관찰하고 들여다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자라났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분,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 사람의 마음과 관계를 탐색하시고 싶은 분, 자신이 마주한 일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시고 싶은 분, 자화상에 도전하시고 싶은 분, 드로잉에 관심 있으신 분에게 마음 담아 추천합니다. 참 좋은 책입니다.


참, 책 안에 빼곡한 드로잉은 덤입니다. 충분히 즐기세요.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울지마, 동물들아!

울지마, 동물들아!
저자: 오은정
출판: 토토북
발매: 2020.07.30.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저자: 오은정
출판: 안그라픽스
발매: 2011.03.25.

의자와 낙서

의자와 낙서
저자: 서지형
출판: 케이스스터디
발매: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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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4 : 세조·예종·성종 - 백성들의 지옥, 공신들의 낙원 조선왕조실록 4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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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역사를 잊은 민족이라면 그들에게 미래가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는 역사를 잊는 민족이 있다기보단 역사를 왜곡하는 민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옆 나라 일본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전쟁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부역시키고, 강제 징용하고, 착취를 일삼았으며 많은 여성을 위안부로 끌고 갔습니다. 인권을 유린하고 착취하고 민족성을 말살시키려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어이없게도 자신이 어리석은 민족을 개화시켰다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전범이라는 의식, 다른 나라와 민족과 백성을 유린하고 착취했다는 의식을 가지고 속죄하려는 태도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이 지도자의 위치에 떡하니 버티고 섰습니다. 독일이 보여준 행보와는 극명하게 대조,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적 위상에서 일본이 독일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들의 의식은 결코 선진국이라 부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그들의 편에 선 사람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고, 그때 당시 민족을 배신하고 일본의 편에 섰기 때문에 지금도 부와 권세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 할 일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의식을 새롭게 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미래를 준비할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듬뿍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 4]입니다.






조선왕조실록 4번은 세조와 예종 성종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저자 이덕일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목적은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함이다.

조선왕조실록 4. 10p


이덕일은 자신이 이 책을 집필한 뚜렷한 이유,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었습니다.


1. 우리 사회나 한 조직의 앞일을 예측할 수 있는 청사진으로 삼을 수 있다.

2.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3.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우리 개개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4.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의 약속, 주장이 과장된 말이 아니란 것은 책을 읽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조는 쿠데타를 통해 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만약 그가 장남으로 태어났다면 더없이 좋은 왕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충분히 가정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세자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야심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불태웠고, 더불어 주변 사람의 삶을 불태웠으며, 결국 조선이라는 나라의 운명까지 불태우고 말았습니다. 쿠데타로 왕의 자리에 오른 만큼 자신을 도왔던 주변 사람을 공신으로 책봉하고 그들에게 면죄부를 쥐여주었습니다. 공신들은 권력을 틀어쥔 채 백성을 압제하고 착취했습니다. 왕은 그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었지요. 말도 안 되는 악순환이 끝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덕일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세조에게 쏟습니다. 그만큼 이야기할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문제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조실록을 읽으면서 나라가 이렇게나 엉망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를 수 있는지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심하게 말해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감사할 정도였습니다. 나의 지도자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삶을 살고, 주변 기득권에게 말도 안 되는 혜택을 제공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미얀마를 보라.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백성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주목하며 이와 같은 행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쿠데타의 주범 민 아흥 흘라잉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 백성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나라의 미래가 어떨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답답한 현실입니다. 굳이 미얀마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에서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인물이 있습니다. 국민을 유린하고 속이고 착취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화를 운운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을 법 앞에 세웠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분명한 처벌이 있었다면, 그들이 범죄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음은 예종입니다. 그는 정치적 결단은 분명했으나 정치력이 부족했던 왕이었습니다. 자신의 길을 걸었지만 시대를 파악하는 눈이 약했습니다. 결국 그는 공신들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 가지 정황상 공신들이 제거한 것처럼 보입니다. 나라의 지도자에게 정치력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연히 예종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습니다.




성종은 어린 나리에 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 역시 왕이 될 수 없었으나 정치적인 물결에 휩쓸려 왕에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지만 성종은 예종과 달랐고 세조와도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정치 수완이 뛰어났습니다. 공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 그랬다가는 예종처럼 단박에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렇다고 공신의 말만 들을 수도 없다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사림을 등용하여 절묘한 줄타기를 했습니다. 놀라운 균형감각과 적절한 타협으로 25년이란 시간을 왕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세조, 예종, 연산군이 엉망진창이거나 업적 자체가 없기 때문에 뛰어난 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 그가 뛰어난 왕이었다기보단 주변 다른 왕들이 하도 엉망이다 보니 반사이익을 받아 뛰어난 왕처럼 보입니다.


성종은 여인의 무서움을 간관했습니다. 조선시대 배경이기도 하고, 사대부 배경을 생각하면 여성은 하대 받을 수밖에 없었던 때입니다. 칠거지악으로 쫓겨나기 쉬웠고, 남자의 눈에서 벗어나면 한을 품고 살아야 했던 때였습니다. 정치역량은 뛰어났지만(성종이 보여준 적정한 타협과 줄타기는 예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여인을 대하는 역량은 바닥을 칩니다. 결국 성종은 왕비를 서민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죽여버립니다. 그의 아들이 연산군이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조, 예종, 성종의 이야기로만 두꺼운 책이 한 권 탄생했습니다. 이덕일의 해박한 역사 지식에 한 번 놀랐습니다. 조선 시대 역사를 마치 오늘의 역사처럼 자세하게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글도 잘 씁니다. 수백 년 전 역사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한 가지 사실은 [조선왕조실록] 자체입니다. 이덕일은 책에서 상당히 많은 분량의 실록을 인용합니다. 구체적으로 세조실록, 예종실록, 성종실록을 인용하면서 역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왕의 이야기, 신하들의 이야기, 그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 정치적인 묘수가 담긴 이야기, 많은 함의를 가진 이야기, 정치 공략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기록의 민족"이라는 별칭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세조 시대는 그 시대에 있었던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역겨운 이야기들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단종을 몰아내고, 단종 편에 섰던 자들을 처단할 뿐 아니라 그들의 어머니, 아내, 딸을 비롯한 처첩과 종들까지 서로 나누는 장면까지, 누가 누구를 가졌다는 세세한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록의 민족입니다.


나는 목사입니다. 종종 성경을 보면서 굳이 이런 기록까지 남겨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성경 말씀을 종종 만납니다. 불편합니다. 민망하기도 합니다. 추잡한 이야기도 수두룩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성경에 기록된 처참한 이야기는 양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꼼꼼하게 기록한 것이 결국 역사를 보여주고 알게 할 뿐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짚어보게 하는 방향타와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성경은 더 말 할 것도 없지요.




한 국가 지도자의 자리는 정도를 걸으며 올라가야 하는 자리입니다. 편법이나 쿠데타와 같은 방식은 안 됩니다. 정도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한다면 그 나라 백성의 삶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철학이 있어야 하고 소신이 있어야 합니다. 지도자 다운 분명한 철학과 신념이 없으면 지도자의 자리에 올라서서는 안 됩니다. 나라도 망하고 백성도 망하고 본인도 망할 따름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정치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차피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주변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독불장군식으로는 안 됩니다. 더 나아가 소외된 사람, 연약한 자의 사정을 돌이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지도자는 국민을 섬기고 이끄는 자이며, 국민에는 연약하고 소외된 자가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이나 지지하는 정당을 위주로 지도자를 뽑는 일이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정치 노선 갈등과 같은 해묵은 문제를 털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지도자, 정치역량을 갖춘 지도자, 백성의 문제를 헤아릴 수 있는 지도자,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알고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그때 우리는 세계 속 한국으로 자리매김하며, 세상을 주도하는 나라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그 길을 걷는 나라가 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해 갈 테니까요.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 4] 나라의 지도자가 먼저 읽고, 장래의 지도자를 꿈꾸는 분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저자: 이덕일
출판: 다산초당
발매: 2019.01.02.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저자: 설민석
출판: 세계사
발매: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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