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있을까?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06
이상옥 지음, 이주미 그림 / 한솔수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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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거대담론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릴 법한 주제이자 이야기입니다. 지구 온난화, 지구 환경 문제는 진영논리로 해석해서는 안 될 텐데, 이상하게도 너무 쉽게 진영논리로 변질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만 보아도 환경문제가 얼마나 진영논리로 쉽게 바뀔 수 있는지, 진영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지, 진영에 따라 얼마나 다른 온도로 대하는지 보여줍니다.


올해 내가 읽은 책에서도 지구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책이 있습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과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만 놓고 보아도 접근 방식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거의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해석하는 틀과 문제에 접근하는 기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나는 판단했습니다. 두 책 모두 훌륭합니다. 두 해석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두 저자 모두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썼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다 다른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구 온난화 문제는 전 지구적 이슈라고 하겠습니다. 올해만 들어도 날씨가 변덕스럽습니다. 매우 무더울 뿐 아니라 비가 오면 억수같이 퍼붓기도 합니다. 지구상에서 작은 나라에 속하는 우리나라만 해도 이렇다면 아시아 대륙, 아메리카 대륙, 유럽 대륙, 아프리카 대륙, 오세아니아 대륙, 극지방의 기후 변덕은 얼마나 심각할지 궁금하다 못해 우려스럽습니다.


지구 환경, 지구 온난화 문제는 청소년과 어린 자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만약 지구 환경에 문제가 심각하게 생긴다면 그 문제를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사람이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어린 자녀들을 환경문제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참 좋은 책이 나왔습니다.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표지만으로도 지구 온난화, 지구 환경 문제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습니다. 표지부터 속지까지 그림과 색깔, 표현방식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책이라는 것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표지가 보여주듯 극지방에 사는 많은 동물과 지구 안에 있는 여러 동물의 시선과 입을 빌려 지구 온난화, 지구 환경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펭귄과 북극곰, 물개가 호들갑스러워 보입니다. 요란을 떱니다. 무슨 일이 생겼다고 소리를 높입니다. 얼음이 녹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보이는 그대로 빙하가 녹아내리고, 갈라졌습니다. 동물들은 스스로 소리를 높입니다.



맞아요, 우리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해요!

"큰 냉장고로 얼음을 만들어 냅시다."

"얼음이 녹지 않게 기다란 근으로 돌돌 감아 봅시다."

"큰 테이프를 만들어 얼음울 붙여 봅시다."

돌아갈 수 있을까?





문제를 일으킨 주범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수수방관합니다.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 답답한 동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읍니다. 저마다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버거워 보입니다.





그때 큰 고래가 다가와 자신이 무지개 섬을 목격했다며 그곳으로 이사 갈 것을 제안합니다. 아름답고 황홀한 무지개 섬이라면 이곳을 떠나 이사 가도 좋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동물은 모두 고래 아저씨의 등에 올라타고 무지개 섬을 향해 달콤한 꿈을 품고 이사 갑니다. 그곳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길 바라면서...








저 멀리 무지개 섬이 보입니다. 정말 무지개 섬이 있다니,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고래 아저씨가 목격했다던 무지개 섬, 동물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것이라 소망했던 무지개 섬은 무지개 섬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쓰레기 섬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기 펭귄 하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어요.


"엄마,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요?"




작은 아기 펭귄의 입을 빌려 동물의 절박한 마음을 들려줍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인류입니다. 인류가 동물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살 곳을 빼앗고 있습니다. 동물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할 필요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동물의 생명은 헌신짝 취급해도 좋을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동물이 살아갈 생존의 터전을 보존해 주고, 지켜주어야 할 책임이 인류에게 있습니다. 돌아갈 길을 끊어버리거나, 돌아갈 수조차 없게 만든다면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끊어버리는 일로 돌아올지 모를 일입니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식생활을 개선하고, 선진국에서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지나친 소비주의의 삶을 절제한다면 인류는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흘려들을 것이 아니라 새겨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자라나는 나의 자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더 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는 지구를 물려주어야 할 시대적 책임과 사명을 깨닫고, 삶의 변화를 꾀해야겠습니다. 아기 펭귄이 우리에게 던진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그래, 돌아갈 수 있어. 반드시!"라고 대답해 주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소개합니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저자: 김백민
출판: 블랙피쉬
발매: 2021.06.17.

세상이 조용해졌어요

세상이 조용해졌어요
저자: 에두아르다 리마
출판: 봄나무
발매: 2021.04.12.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저자: 마이클 셸런버거
출판: 부키
발매: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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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1 - 원시시대로 떠난 체험학습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1
앨리스 해밍 지음, 캐스린 더스트 그림, 민지현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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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망증이 심합니다. 물건을 찾느라 소비한 시간이 남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억에 의존하다가 기억자체를 망각한 일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나는 메모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했다기 보단 더 이상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메모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출근과 동시에 오늘 해야 할 일을 포스트 잇에 기록해서 모니터 앞에다 붙여 놓습니다. 할 일을 마치면 하나씩 체크하는 식으로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는 제목부터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히 '메모'라는 한 단어만으로 어린이를 위한 도서가 나를 위한 도서처럼 보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메모왕 알로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 이 책이 진짜 나를 위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국 학교 도서관협회 읽기물 선정도서" 책 표지에서부터 이 책이 가진 힘을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을 거대하기 보기 때문이 아니라 해리 포터의 나라 영국 도서관협회 읽기물로 선정될 정도라면 우리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을 읽기물 도서에 선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만큼이나 영국도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사회가 다변화 되면서 각양 문제를 가진 학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메모왕 알로가 속한 4학년 X반은 시쳇말로 골때리는 학생으로만 구성된 학급입니다.


1월 5일: 4X반은 내가 지금까지 가르쳐왔던 어떤 학급보다도

제멋대로고, 말을 듣지 않으며, 가르치기 힘든 반이야"

케틀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14p


선생님이 이렇게 표현할 정도라면 4학년 X반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초등학생 시절을 추억했습니다. 시골 작은 학교여서 학년 당 2개 반이 고작이었습니다. 학생 수도 30명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 보자면 좋은 학급 구성이었고, 학습환경도 좋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저와 같이 골때리는 학생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책에 나오는 4학년 X반에 뒤떨어지지 않는 반이었을 듯 합니다.


문제가 많은 이 반을 이끌기 위해 새로 오신 오그 선생님은 외모부터 남다릅니다. 마치 원시인같은 외모입니다. 말투나 행동도 그렇습니다. 학급 야외 활동으로 동물원에 방문합니다. 사건은 그때부터 생깁니다. 일반 동물원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뛰어 공룡 동물원으로 가니까요. 원시시대를 방문, 공룡체험학습을 합니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무엇보다 메모왕 알로의 메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뿐 아니라 문제투성이로만 보였던 각 아이들에게서 뛰어난 장점을 발견합니다. 말 그대로 대단한 발견이지요. 여기서 메모왕 알로가 공룡 동물원을 여행하며 기록한 문제투성이 아이들이 가진 남다른 장점을 한 번 주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4학년 X 반의 숨은 재주꾼

나이마 - 노래하기

로니 - 수영/다이빙

미첼 - 사냥

데이지 메이 - 공룡 길들이기

페이지 - 패션디자인

알로 - 메모왕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114, 158p




메모왕 알로는 메모왕답게 오그 선생님에 대해서도 한줄 메모를 남깁니다. 나는 알로가 기록한 반 친구들의 재주만큼이나 이 메모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4학년 X 반을 맡았다가 떠나간 선생님

5. 오그 선생님: 7월 14일. 

우리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었다.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났다.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151p


특이한 외모의 선생님이었지만 오그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선생님이라 하겠습니다. 문제투성이 아이들을 문제투성이로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자율을 존중하고 모험하고 도전하게 했습니다.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이들이 가진 재능을 발견하게 도와주었습니다. 물론 메모왕 알로의 친절한 메모 덕분에 기록으로 남게 되었고, 아이들 자신이 더 깊이 깨닫기도 했지요.


문제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권위가 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지식을 탐구하고 모험하고 도전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성적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더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부모와 선생님이 그 대열에 합류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아니 더 부추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뿐 아니라 성장시켜 나가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다름을 통해 서로를 보완해 나가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를 읽는 동안 나의 마음에 피어올랐던 생각입니다.


내 아이가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 골때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 나는 도대체 뭘 잘할까? 라고 생각하는 자라는 우리 자녀들이 함께 읽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은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추천합니다.


레전드 과학 탐험대 : 전설의 과학자가 우리를 호출했다

레전드 과학 탐험대 : 전설의 과학자가 우리를 호출했다
저자: 윤자영
출판: 지학사아르볼
발매: 2021.06.20.


신기한 스쿨버스

신기한 스쿨버스
저자: 조애너 콜
출판: 비룡소
발매: 2021.03.29.

과학탐험대 신기한 스쿨버스

과학탐험대 신기한 스쿨버스
저자: 조애너 콜
출판: 비룡소
발매: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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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과학 탐험대 - 전설의 과학자가 우리를 호출했다 스터디 픽션 시리즈
윤자영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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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흔히 '레전드(전설)'라고 부를 만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만나고 싶은 레전드를 선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과학계로 좁힌다고 해도 만나보고 싶은 기라성 같은 인물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자 유산이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사는지 알려주는 바로미터와 같습니다.


[레전드 과학 탐험대 : 전설의 과학자가 우리를 호출했다]를 읽으며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고 싶었던 레전드 과학자들을 만났습니다. 저자 윤지영이 특별히 엄선한 파스퇴르, 찰스 다윈, 제인 구달, 윌리엄 하비, 그레고어 멘델, 그리고 김정동까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전설의 면면을 책을 읽으면서 속속들이 들여다 본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엔 그들과 조금 더 친해진 기분마저 들었으니 참 좋은 독서였다 하겠습니다.







[레전드 과학탐험대]는 청소년 과학소설이라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나는 청소년이 아니지만 여전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올해 청소년 소설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작품은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순례주택" 등이 있습니다. 이 두 책 진심 추천합니다). 놀랍게도 하나 같이 재밌고 유익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청소년 소설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레전드 과학탐험대도 과학에 대해, 인류 역사에 대해, 과학자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해준 고마운 청소년 과학소설입니다.


이 책은 백신법을 개발해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 파스퇴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발표한 찰스 다윈, 침팬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제인 구달, 1,000년 동안 지배해 온 혈액에 대한 가설을 뒤집는 혈액순환설을 연구한 윌리엄 하비, 완두콩에서 현대의 유전법칙을 발견한 그레고어 멘델, 대한민국 최초의 여의사로 질병 치료와 계몽에 앞장선 김점동까지 총 6명의 인류 유산이자 자랑인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며 이들 과학자를 만나는 이야기라는 점은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난 후에 이 저자 윤지영이 이 6명의 과학자를 선택했는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코로나 19로 질병과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으니 파스퇴르를, 인류의 기원을 밝혔을 뿐 아니라 말 과학과 종교를 분리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에 찰스 다윈을,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진 대표주자로 윌리엄 하비를, 동물에 대한 대표주자로 제인 구달을, 앞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분과로서 그레고어 멘델을, 우리나라의 최초의 여의사이자 질병 치료와 계몽에 앞장 섰다는 의미에서 김점동을 뽑은 것이 아닐까? 혼자 추측해 보았습니다.




자라는 우리의 자녀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워보면 어떨까? 꼭 과학이 아니어도 다양한 분야에서 주변 사람들과 이웃과 자연과 인류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자녀들의 책장에 슬쩍 꽂아 두면 자녀들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재미있는 책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땀 흘리는 청소년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과학 소설은 아니지만 필독서로 지정해도 좋을 청소년 소설입니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저자: 댄 거마인하트
출판: 놀(다산북스)
발매: 2021.04.29.

순례 주택(블루픽션 81)

순례 주택(블루픽션 81)
저자: 유은실
출판: 비룡소
발매: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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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처럼 생각하기 - 목적 있는 삶을 위한 11가지 기술
제이 셰티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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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식당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자주 찾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즐기기도 합니다. 특별한 날에 찾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더욱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은 알아갈수록 더 깊은 멋과 향을 느끼게 해줍니다. 자연스럽게 오래도록 알아가고 싶습니다. 그(그녀)와 더 깊이 교제하고 더 친밀한 사귐을 갖고 싶습니다. 세상과 사람과 자연과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면서 나도 좋은 사람으로 변해가길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좋은 책을 만나면 좋은 식당과 좋은 사람을 동시에 만난 것 같습니다. 곁에 두고 반복해서 꺼내보게 됩니다. 마음에 콕 박힌 문장이나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을 보면 따라 써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을 어떻게 저런 단어로 표현했는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책의 저자를 만날 수 없는 경우가 절대다수입니다. 고전이라면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습니다. 아직 살아 있는 저자라 하더라도 만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깊이 읽고, 자주 읽고, 생각하며 읽고, 질문하며 읽다보면 책에서 저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질문하고 저자의 호흡과 숨결을 따라 읽으며 그의 친절하고 예리한 대답을 듣습니다. 반복해서 읽고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와 친구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자를 좋아하게 되고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저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저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어 마치 그가 오래도록 사귀어 온 좋은 친구로 여깁니다.

제이 셰티의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 Think Like a Monk]가 나에게 그런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곁에 두고 곱씹어 가며 읽고 싶은 책입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어떻게 이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제이 셰티에게 질문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의 호흡과 시선을 따라가며 책 속에서 친절하고도 쾌활한 그의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더 자주 펼치게 만드는 맛집과 책입니다. 더 자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좋은 사람, 좋은 친구로 다가온 책입니다.




제이 셰티는 삶에 큰 관심을 쏟습니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깊은 통찰을 유쾌하고도 명료한 언어로 담아 냈습니다. 아마도 오랜 강연과 깊은 사유를 통해 저술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곁으로 찾아온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때로는 놓아주어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2. 오직 당신 안에서 시작될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3. 당신이 나눌수록 주변이 아름다움과 의미로 채워진다.

커다란 세 개의 구조 아래 총 11가지 목적 있는 삶을 위한 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나의 언어로 바꾸자면 의미와 재미로 가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11가지 삶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미와 재미로 가득한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탁월한 길잡이와 같은 제이 셰티의 안내를 따라 책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이 선명해 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개가 걷힌다고 표현하면 적합할 것 같습니다.

1장에서 제이 셰티는 정체성, 부정적인 생각, 두려움, 의도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2장에서는 목적, 루틴, 마음, 자존심을 상세하게 다룹니다. 3장에서 제이 셰티는 감사, 관계, 봉사라는 매우 구체적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주제를 폭넓고도 깊게 다룹니다. 그가 제시한 의미와 재미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11가지 삶의 기술은 그가 수도원에서 배우고 명상하면서 배운 삶의 지혜입니다. 상아탑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익히며, 고승의 가르침을 받으며 동료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배운 삶의 지혜입니다.

나는 특별히 2장과 3장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제이 셰티의 놀라운 통찰에 무릎을 치며 읽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많이 놀랐습니다. 나는 목사입니다. 성경을 읽고, 예수의 가르침을 곱씹고, 그것을 현대적인 언어로 바꾸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누고 전하고 가르치고 선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 예수께서 가르치신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을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일전 [오래된 질문]이란 책을 읽으며 불교에서 가르치는 내용 중 상당한 부분이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를 읽으면서는 그 놀라움이 몇 배는 더 증폭되었습니다.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삶에 지대한 관심이 있습니다. 특별히 지금 여기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문제를 아주 중요하게 다룹니다. 게다가 성경과 예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어마어마한 무게를 둡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나 "황금률"이 가장 대표적인 말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려진 말씀 외에도 이웃 사랑이 기독교의 가장 핵심 가치입니다.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에서 제이 셰티가 이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먼저 자신을 바르게 알고 사랑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기독교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은 자신을 바르게 사랑한 후에 이웃을 사랑하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나의 마음에 쏙 들어온 "다르마"라는 부분은 기독교에서 힘주어 가르치는 "소명"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장소와 시간 역시 오늘 지금 여기 이곳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정신과 일치합니다. 자존심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길러가야 하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3장에서 다루는 감사, 관계, 봉사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예수는 자신의 사명을 "섬김"이라고 천명했습니다(마가복음 10:45). 셰티는 봉사야 말로 가장 숭고한 가치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나 닮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책에는 주옥과 같은 문장이 가득합니다. 고맙게도 편집하시는 분께서 볼드체(굵은 글씨)로 눈에 확 띄게 편집해 주어서 더 몰입하고 집중해서 그리고 한 번 더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문장, 나의 마음에 잘 박힌 못처럼 콕 박힌 문장을 골라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진짜' 내 삶을 살려고 노력하다 보면, 일부 인간관계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 사람들을 잃는 게 감수할 만한 위험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계속 내 삶에 남겨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충분히 노력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37쪽.

주변 세상의 온갖 의견, 기대, 의무를 차단하고 나면

그제야 나 자신이 들리기 시작한다. 45쪽

나와 다른 병이 있다고 남을 비난하지 마라.

누구도 완벽하기를 기대하지 마라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0쪽

열정 + 전문성 + 유용성 = 다르마 173쪽

내가 과정을 즐겼는가? 201쪽

당신이 아침에 일어날 때 느끼는 감정은 전날 잠이 들 때

느꼈던 감정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224쪽

늘 가던 길을 걸으며 새로운 돌을 찾는 것은

마음을 여는 일이다. 228쪽

"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진정으로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34쪽

장소에는 에너지가 있고, 시간에는 기억이 있다.

어떤 일을 매일 같은 시간에 하면,

그 일이 더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어떤 일을 매일 같은 장소에서 하면,

그 일이 더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239쪽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과 똑같은 사랑과 존경으로

스스로를 대하라. 275쪽

오직 초연해질 때 우리는 진정으로 마음을 제어할 수 있다. 278쪽

'왜 우리는 참사가 일어나야만 힘을 합칠 수 있는가?' 298쪽

스스로 자존심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

삶이 대신 그 자존심을 깨줄 것이다. 305쪽

당신은 당신의 성공도, 실패도 아니다. 326쪽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다른 감정은 밀고 들어오지 못한다. 343쪽

오래된 것에서 새로움을 찾아라.

시간을 함께 보낼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함께 봉사활동을 하라.

함께 명상하라.

이 관계를 통해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함께 떠올려보라. 406-407쪽

모든 인간관계에는 내가 기대하는 기쁨의 수준과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고통의 수준을 설정할 기회가 있다. 408쪽

내 성장에 투자하라. 관계 속에서 나를 상실했다면,

이별 속에서 나를 찾아내라. 411쪽

가장 고귀한 목적은 봉사하는 삶이다. 417쪽

이타심은 자아를 치유한다. 417쪽

우리는 사용한 장소를 처음보다 더 깨끗하게 남기려고 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나를 만나기 전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려고 한다. 내가 사는 세상을 내가 있기 전보다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418쪽.

(이 문장을 다른 컬러로 표현한 것은

이 문장이 나의 마음에 가장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평소 내가 생각하던 삶의 방향과 가치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봉사는 의미 있는 삶으로 가는 직통 코스다. 437쪽


책을 읽으면서 갈수록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비교적 두꺼운 책이라 한 번에 읽기 어려웠습니다. 질문하며 생각하며 꼽씹어 가며 읽어야 했기에 빠르게 읽지 못했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기가 아쉬울 때도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더 읽어야겠다. 곱씹으며 읽어야겠다. 제이 셰티가 제시하는 방법을 연습하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내가 제이 셰티를 만나는 날은 오지 않겠지만 책을 통해 그와 더 깊은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싶은 욕망이 피어올랐습니다.

굳이 코로나가 아니어도 우리네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가 겹치고 덮치면서 조금 더 복잡해졌습니다. 동시에 코로나가 가져다준 밝은 면도 있습니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든, 코로나 이후의 삶을 살아가든 우리는 살아갈 것입니다. 반복해서 여러 번 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삶을, 오늘을 살아갈 것입니다. 언젠가 이 땅을 떠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의미와 재미로 충만하게 살아야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이 셰티가 말한 것처럼 무엇보다 누구보다 내가 사랑하는 예수, 내가 따르는 예수, 내가 닮아가고 싶은 예수께서 말씀으로 가르쳤을 뿐 아니라 살아내신 것처럼 나는 "사용한 장소를 처음보다 더 깨끗하게 남기고 싶습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나를 만나기 전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내가 있기 전보다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후회를 줄여나갈 뿐 아니라 의미와 재미가 날마다 풍성해지는 삶을 원하신다면 제이 셰티의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삶을 살아갈 뿐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길 원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정독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에 더하여 예수께서 가르치신 산상수훈의 말씀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마하트마 간디는 예수의 산상수훈을 늘 가슴에 품고 다녔다고 하니, 예수 믿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도 예수의 산상수훈은 한 번쯤 정독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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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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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을 읽고 싶었습니다. 책을 사들고 난 후에 난 읽지 않았고, 지금도 읽지 않고 있습니다. 마음이 뒤숭숭해질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내가 봐도 내가 참 웃기는 인간인 것 같습니다. 그 이후 나는 애니 딜라드의 자연의 지혜를 읽고 싶었습니다. 절판된 책이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할 수 없다고 하니 더 구해서 읽고 싶었습니다. 중고책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구매할 수가 없었습니다. 출판사에 전화해서 재고가 남았는지 조사해 달라고까지 부탁했습니다. 아쉽게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혹시나 오래된 서점에 재고가 숨어 있지 않을까 싶어 여러 서점에 전화를 걸어 재고 조사까지 부탁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렇게까지 했나 싶어서 또 우습긴 합니다. 결국 인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그렇게나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읽으면서는 그렇게나 읽고 싶어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한마디로 애니 딜라드의 자연의 지혜는 내가 얼마나 변덕스러운 인간인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책꽂이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소로의 월든을 이제 읽어야 할 차례입니다. 소로를 좋아하면서도 소로의 월든을 읽지 않은 인간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나는 좀 이상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으면서 소로를 읽어야겠다는 확신, 이젠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연일 계속된 비로 온 세상이 습습한 느낌처럼,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으며 월든이 내 마음 여기저기에 습습하게 스며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 가족과 함께 서천 국립생태원에 다녀온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국립생태원을 구경하다가 소로의 집을 본따 만들어 놓은 장소를 만났습니다. 아내와 아들딸은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고 나는 기어이 그곳으로 가서 소로를 떠올렸습니다. 그가 살았던 집의 크기가 어느 정도의 규모일지 상상해 보았고, 그가 남긴 말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 장소 앞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심심찮게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요즘, [월든]이란 책이 많이 읽히는 요즘의 시선이 아닌 당시의 시선에서 보면 소로는 한마디로 골때리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국립생태원 어느 한쪽 구석에서 만난 소로의 흔적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 하나는 저자 박혜윤이 글을 잘 쓴다는 것입니다. 단박에 써내려간 글인지, 곱씹으며 쓴 글인지, 얼마간의 퇴고를 거친 글인지, 출판사와 어느 정도로 옥신각신했을지가 조금 궁금하긴 했습니다. 나의 눈에 보기에 글이 책 처음부터 끝까지 단정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니 저자 박혜윤은 기자 출신이었습니다. 게다가 교육 심리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습니다. 글쓰기가 저자의 일부라고 해도 좋을 법한 사람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또 다른 생각 하나는 저자가 소로를 좋아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소로의 월든을 진심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월든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로의 월든을 좋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 박혜윤이 월든을 읽으며 소로의 생각을 따라잡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과 소로와 대화를 시도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 점도 저자가 소로나 소로의 월든을 좋아한다고 짐작하게 한 이유입니다. 결정적인 이유 하나는 그녀 역시 소로처럼 워싱턴 주 시골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자 출신이었다가 교육 심리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시골 촌구석으로 들어가 빵 굽고, 야생 블랙베리 따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없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커피와 와인도 거절하고 산다면 질문이 생깁니다. "왜? 도대체 왜?" 책을 읽으며 내가 만난 저자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그냥, 그렇게 해보고 싶어서" 아니면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실제로 살아보니 재밌기도 하고 말이야" 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I went to the woods

because I wished to live deliberately 

to front only the essential facts of life"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내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삶의 본질적인 면과 대면해 보려는 것이었다."


저자 박혜윤의 독백 같은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글을 읽으면서 소로의 저 말이 떠올랐습니다. 실제 물어보면 전혀 다른 대답을 들려줄지 모르겠지만, 나는 박혜윤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삶의 본질적인 면과 대면해 보기 위해 지금의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 땅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의 시선에서 볼 때 상당히 골때리는 삶을 선택한 이유를 소로의 저 문장이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요란할 것 없이 특별한 일 아니란 듯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들으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내가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나는 아내와 한번, 아내와 아들 딸과 또 한 번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두 번에 걸친 유학생활을 하면서 숨넘어갈 정도로 느려터진 인터넷을 경험했습니다. 차라리 없는 게 속 편하겠다는 생각을 수백 번도 더 했습니다. 모든 것이 한국과 다른 느림 그 자체의 삶을 경험했습니다. 하루 24시간 온종일 가족과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습니다. 어디를 가든 함께 가야 하고, 무엇을 하든 함께 해야 하는 때를 살아보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적은 없지만(유학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느릿느릿하게 살아가는 삶을 경험하면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다시 들여다 보았습니다. 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고 있었던 사회를 냉정한 시선으로 들여다 보았습니다. 한국 바깥에서 바라본 한국은 '거대한 도가니'처럼 보였습니다. 뭔가 하나가 유행하면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음식, 옷, 액세서리 등 거의 모든 것이 전국적으로 유행을 탑니다. 사람은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애씁니다. 다른 사람이 한다면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의 삶은 자유 그 자체였습니다. 남의 시선 따위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 득실득실한 나라처럼 보였습니다.


저자 박혜윤처럼 시골로 들어가 일종의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면 더 잘 보일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엔 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나의 시선에서 볼 때 저자의 가족은 몰라도 저자 박혜윤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사람처럼 보입니다. 오해라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단 책이 재밌습니다. 독특한 장소에서 독특한 방식과(지금 우리나라 대다수의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다르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선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흥미롭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글이 정갈하고 담백해서 읽는 맛도 깊습니다. 지나친 경쟁구도에 지친 분들이라면 쏙 빠져들어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나도 해볼까? 라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 여기서 잠깐, 나의 경험에서 비롯한 어줍잖은 충고를 하자면 용기만으로 덤벼들 일은 아닙니다. 매번 돈이 없어 피곤하고, 온갖 불편함을 이겨내야 합니다. 다른 삶의 방식이 있고, 그것이 살아낼 만한다는 것을 익히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일종의 회귀본능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하고, 결국 그 시간을 이겨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내나 남편 또는 자녀가 있다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합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도전해 보시길 충고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도 최소한 지금처럼 지나치게 사람의 눈을 의식하고, 사회가 만들어놓은 구조에 휩쓸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많은 사람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입니다. 아마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으면 소로의 [월든]으로 눈과 마음이 쏠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니 딜라드의 [자연의 지혜]에도 관심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보기에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법한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나답게 살아가는 삶을 꿈꾸어 보고, 사회의 구조나 가치에 함몰되지 않고 나의 의지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볼 수 있다면 그것이 훨씬 더 나은, 진짜로 살아내야 할 삶이 아닐까요?


지금 세상을 의심하게 만들어 주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고, 객기 한 번 부려볼까? 하는 호기로운 마음 품게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저자 박혜윤이 사는 집에 가서 그녀가 만든 통밀로 만든 빵을 사먹고 싶습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즐겁게 읽었다고 떠벌이며 그녀가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블랙베리도 따서 먹어보고 싶습니다. 가끔씩 사는 소식 전하며 살고 싶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운 책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짐작하셨겠죠?


월든

월든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1.05.03.

자연의 지혜

자연의 지혜
저자: 애니 딜라드
출판: 민음사
발매: 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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