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노란 벤치 - 2021년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34
은영 지음, 메 그림 / 비룡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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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습니다. 일상을 빼앗기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습니다. 가족과 외식을 하고, 친구와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한껏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 이 모든 일상이 진짜 삶이었다는 것을 빼앗기고 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일상(New Noraml)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새로운 일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계속 생깁니다. 백신을 맞아도 전염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가 출몰할지 알 수 없습니다. 빼앗긴 일상 속에서 지금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겠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금의 일상도 언젠가 돌아보면 참 아름다운 일상이었노라 말할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참 좋은 책이 나왔습니다. 은영 작가의 [일곱 번째 노란 벤치]입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 준 일곱 번째 노란 벤치


소설 속 주인공 지후는 말 그대로 일상을 살아가는, 아직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 어린아이 티를 벗지 못한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등장인물의 면면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웃입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18층 아줌마.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지후의 친구가 된 해나, 봉수(개의 이름입니다)를 데리고 산책 나오시는 할아버지, 개를 잡아다 팔아치우는 사기꾼 개 장수. 공원을 빠른 속도로 걸어 다니는 형.

[일곱 번째 노란 벤치]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떻게 서로 서로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게 되는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과 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리가 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인지, 어떻게 서로에게 이웃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은영 작가는 일상을 소재로 삼았을 뿐 아니라 일상을 조금 깊숙이 들여다봅니다. 지후와 해미의 시선을 빌려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봉수를 데리고 산책 오시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이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8층에 사시는 마귀할멈이라 생각했던 아주머니가 나를 위기에서 건져주실 수 있는 분임을 보여줍니다. 아무 말 없이 공원을 빠르게 걸었던, 정체조차 불투명했던 형이 나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원에서 만난 옆 학교에 다니는 해나가 나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내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이 나에게 얼마나 좋은 친구와 이웃이 될 수 있는지 일상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어 줍니다.


마음이 무겁지만 다시 코로나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 갔을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편협하고 좁아지게 만든 것 같습니다.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불안한 시선으로 이웃을 쳐다보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이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우리는 일상을 빼앗길 뿐 아니라 인간다움을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만큼이나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아야겠습니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 자주 마주는 이웃을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겠습니다. 그들도 마음이 그리운 사람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지켜갈 뿐 아니라 주변 사람, 내 이웃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는 좋은 이웃이 될 것입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일곱 번째 노란 벤치는 일상의 소중함과 이웃의 소중함을 동시에 깨우쳐준 참 고마운 소설입니다.




코로나로 빼앗긴 일상을 새롭게 해석하게 할 뿐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아름다운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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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의 사막 일기
손원호 지음 / 부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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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본디 더운 계절입니다.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번 여름은 덥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견디기 힘들 만큼 더운 것 같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겠지요. 뉴스를 통해 접하는 북미의 살인적인 더위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보입니다. 유럽이나 러시아도 더위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인류가 뜻을 합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위'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사막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사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와 중동이 떠오릅니다. 동시에 꼭 한 번 들리고픈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연결됩니다. 두바이는 어쩌다 20여년 전부터 두바이라는 곳을 주목하고 있고, 기회가 닿으면 꼭 한 번 밟아보고 눈에 담아보고픈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석유', '오일머니', '이슬람', '아랍어', '테러' 'IS' 라는 단어와 '알라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가오는 아랍국가는 나에게 있어 신비로운 곳입니다.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관심만 있었지 제대로 그 나라와 그들의 문화에 무관심했던 나의 눈을 번쩍 띄게 한 반가운 책이 있습니다. 손원호 작가의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라는 책입니다.






아랍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색깔과 문양을 가진 책을 받아든 순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 표지부터 신경을 많이 쓴 표가 역력했습니다. 예멘의 카이로, 올드 사나, 메디나, 바그다드, 두바이 등 아랍의 주요 국가 주요 도시에서 무려 18년 5개국 6570일의 삶을 담아낸 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첫 번째 국가는 이집트입니다. 이집트는 나에게 특별한 나라입니다. 이집트를 가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친구가 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년 전이었습니다. 김해공항에서 선교사님을 배웅해 드리고 나오던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한 외국인이 초조한 얼굴에 대합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무심히 지나오다가 자꾸 그의 얼굴이 떠올라 다시 그에게로 갔습니다. 그는 이집트인이었고 큰 배의 전기를 설치하는 엔지니어였습니다. 그를 마중 나오기로 한 한국 회사에서 연락이 없다고 했습니다. 조국 이집트에 긴급 메일을 보냈지만 시차가 달라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국 회사 쪽도 퇴근 시간을 넘겨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나의 전화번호를 주고 혹시라도 연락이 없으면 전화를 하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9시 30분 정도에 전화가 한통 걸려왔습니다. 받아보니 김해공항 직원이었습니다. 그녀가 한 외국인이 나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였습니다. 공항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했다고 했습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그때는 나의 첫째 아들이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나는 김해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그는 한국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습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괜찮다 우리집으로 가서 자고, 내일 회사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충분한 대접을 받았고, 지금 회사에서 데리러 오고 있다고 끝내 사양했습니다.


그와 헤어지면서 서로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며칠 후 그에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고마웠다는 인사였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행여나 내가 이집트로 온다면 너는 거기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이집트 형제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인사였습니다. 그 후로도 나는 그와 지금까지 종종 소식을 주고 받습니다. 나는 'Mohamed Gadelrab'이란 이름의 이집트 형제가 있습니다. 그가 사는 나라 이집트가 특별한 이유입니다.

이 책에서 이집트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기자지구의 피라미드, 물담배, 알렉산드리아,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예수가 아기였을 때 헤롯을 피해 달아난 곳도 이집트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집트는 더욱 특별한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꼭 가보고 싶다는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두 번째 나라는 예멘입니다. 예멘은 할리우드 영화로만 듣고 보았던 나라 예멘. 여성의 인권이 낮은 대표적 나라 예멘. 테러로 인해 여행 금지국가에 목록을 올린 예멘. 작가 손원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자신이 보고 경험한 예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학원에서 함께 지낸 사람 중에 테러리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안 후 등골이 서늘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사막이나 중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 낙타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예멘은 한 때 제주도 난민 문제로 여론에 올랐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멘 사람이 왜 국가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들이 난민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픈 마음으로 기록해 두었습니다. 한 때 우리나라와 연결되었던 예멘이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읽을 수밖에 없었던 부분입니다. 무조건 그들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르면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들을 알면 두려움이 이해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지구상 가장 강력한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에 첫 여성 운전면허 소유자가 나와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든 나라이기도 합니다.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자산이 무려 1246조가 넘는 나라. 부의 상징처럼 여겼던 만수르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앞에서는 기가 팍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 손원호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잘 담아놓았습니다. 이야기 중에는 사우디를 사랑한 영국 신사 로렌스의 이야기와 영국 땅을 밟은 사우디 소년 파이살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한 가지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석유에 대한 그들의 반응입니다. 오일머니 때문에 국민성이 변질됐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사람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나 할까요. 석유가 준 축복이 오히려 저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식인의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이라크입니다. 나에게 이라크를 끝없는 테러의 나라로 다가옵니다. 책에서도 저자는 그의 바그다드 생존기(생존기는 아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눈물겨운 생존기처럼 보입니다)에서 테러의 위험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사람과 역사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담 후세인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오래 전 사담 후세인이 했던 연설을 보았습니다. 그때 그는 "바벨론의 영광, 느부갓네살의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자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뿐 아니라 그가 가진 이라크를 향한 열정과 야망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던 구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에서 바벨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공통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와 아브라함이 살던 집에 대한 기록도 있습니다. 성경에 등장할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라크의 이야기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던 대목이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아랍에미리트연합입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그들, 기적이라는 단어가 아니고서는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두바이, 아랍인의 시간 개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진주와 진주에 얽힌 눈물 없이 읽기 힘든 그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는 아랍에미리트 연합 두바이에 잠깐 들린 적이 있습니다. 들렸다고 말하기가 무색합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깐 대기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에서 두바이를 본 것이 전부이고, 공항에서 두바이의 향기와 공기를 들이마신 것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두바이를 밟아보았노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짜 두바이를 밟아보고 담아볼 때가 올 때까진 아쉽지만 두바이에 대한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2018년 아프리카 모로코에 갔을 때 그곳에서 중동을 본 것 같았습니다. 현지 선교사님께서 모로코는 분명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이지만 모로코는 강력한 이슬람 국가이며, 모든 면에서 중동과 닮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그때 모로코에서 보았던 풍경과 색깔과 문양과 문화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모로코 사람이 외국인에 대해 친절했다는 것과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는 것, 한류 열풍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에게 중동은 이상하게 먼 나라였습니다. 아랍 국가는 막연한 두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다소 폭력적인 사람이라는 오해를 갖기도 했습니다. 대다수 테러리스트가 아랍인이라는 이유 때문이겠지요.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를 읽으면서 오해가 이해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이 평화를 사랑하며, 열정적이라는 사실, 자신의 시간을 너그럽게 내어줄 뿐 아니라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장차 아랍권을 배제하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모르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반면 알면 이해하게 되고 두려움이 아니라 친근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들과 우리가 K-Pop을 공유하고 한국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통할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를 읽으면서 아랍국가와 중동에 대한 이해를 길러갈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매력적인 나라라는 사실, 주목할만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들에게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면 아랍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안전한 나라 안전한 장소에서부터 아랍을 탐색해 보는 것도 대단히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두바이에 들러 손원호씨와 향신료 가득한 아랍 커피를 한 잔 마셔보고 싶습니다. 그의 책을 읽으며 아랍에 대한 이해를 키웠고, 이곳 두바이에까지 오게 되었노라고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이토록매혹적인아랍이라니 #아랍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 #예멘 #물담배 #피라미드 #무함마드알리 #BTS #카이로스 #아라비아의로렌스 #석유 #중동 #이슬람 #무슬림 #부키 #손원호 #중동이궁금하다 #우리의미래와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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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어게인 - 포르투갈을 걷다, 리스본에서 산티아고까지
박재희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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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2018년 포르투갈 리스본 땅을 밟았습니다. 대학생 몇몇을 데리고 떠난 비전트립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계신 선교사님을 만나 싸네르카 장로교회에서 집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여러 가지 준비해 갔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허탈했습니다. 말이 한마디도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손이 빠른 아이들은 처음부터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편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도착한 다음 날에는 리스본 거리를 누비는 호사도 맛보았습니다. 구 도심을 걷는 기분은 그야말로 상쾌했습니다. 리스본이라는 도시 자체가 지나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들만의 색깔과 문양까지도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밤에 다시 찾은 도시는 낮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하긴 우리가 찾은 곳은 노숙자, 마약중독자, 매춘부였습니다. 그들에게 빵과 음료, 과일을 담은 봉지를 건네주었습니다. 어슬픈 노래를 불러드리며 나의 하나님께 손을 모아 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선교사님께서 특별히 주의를 요하신 곳도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우범지역.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곳, 어쩌면 리스본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들어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에이즈 환자이자 마약 중독자인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음식이 담긴 봉지를 건네주었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은 나에게 특별한 장소로 다가왔습니다.


2019년 여름 또 다시 대학생과 장로님과 집사님 한 분 총 9명이 다시 리스본 땅을 밟았습니다. 여전히 싸네르카 장로교회 아이들은 통제 바깥이었습니다. 18년에 만났던 아이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19년에는 18년보다 더 재밌게 놀았습니다. 어차피 통제가 안 될 아이들이니 풀어놓았습니다. 싸들고간 선물 꾸러미도 알아서 가져가게 했습니다. 저마다 양 손 가득 무언가를 집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으로도 참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19년에도 어김없이 마약촌과 노숙자를 찾아다녔습니다. 18년엔 가지 않은 집시 마을부터 찾아갔습니다.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더 큰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제 곧 그곳이 철거된다고 어디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나의 마음이 더 답답하게 쪼여왔습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염려했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밤 늦은 시간 음식 봉지를 싸들고, 통기타 하나를 매고 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선교사님께서 이번엔 나에게 설교를 부탁하셨습니다. 느닷없는 부탁. 열 곳이 넘는 장소에 가서 그들의 형편을 두 눈으로 살피며 RPM을 최고치로 돌려 그들과 나누고 싶은 하나님의 말씀을 떠올리고 나누었습니다. 찾아가는 곳에서 대학생과 함께 "Lord I need You" 라는 찬양을 불러주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풍경이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장소에서 브라질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몸을 팔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마약중독자이며, 에이즈 환자였습니다. 그녀와 하나님의 말씀을 함께 읽고 나누었습니다.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찬양을 불러주었습니다. 갑작스런 그녀의 오열. 선교사님에게 안겨 펑펑 우는 그녀를 보면서 나도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가 알아듣는지도 모른 채 마음을 담은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God loves you dear, whenever and wherever!"

쉬는 날 리스본에서 놓칠 수 없는 명소를 돌아보는 호사를 또 다시 누렸습니다. 유럽대륙의 땅끝 "Cabo da Roca"와 신트라, 짝퉁 금문교와 예수상이 있는 곳까지 돌아보는 호사였습니다. 리스본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또 다시 리스본을 마음에 담아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포르투갈 리스본은 나의 마음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은 도시입니다. 이런 나에게 산티아고 어게인이라는 책은 운명처럼 찾아왔습니다. 놀랍게도 저자 박재희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리스본에서 시작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프랑스 생장에서만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리스본에서 시작해서 포르투를 지나 산티아고에 이르는 순례의 길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을 뿐 아니라 리스본을 담고 있던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한 것처럼 이 책은 박재희 작가가 리스본에서부터 시작해서 산티아고까지 순례의 길을 걸은 기록입니다. 800 킬로가 넘는 길을 걸으며 만난 자신의 마음, 순례의 길을 오른 다른 사람, 마을 사람, 주변 환경을 담아낸 기록입니다. 책의 끝자락에는 그녀가 걸었던 순례의 길을 지도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라는 말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걸었던 순례의 길, 자신의 삶의 일부로 자리잡은 그곳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혹시라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하는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걸으려는 사람에겐 훌륭한 길잡이가 될 테고요.






길을 걷다보면 가장 먼저 길을 만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길을 걸으면 풍경을 만나고,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을 만납니다. 길 주변에 사는 이웃을 만나고 도시를 만나기도 합니다. 길을 걷다보면 어려움을 만납니다. 저자는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소매치를 당했습니다. 여행 경비부터 시작해서 여권까지 잃어버렸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씁쓸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2018년 비전트립 첫 나라였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다음 날이었습니다. 대학생을 데리고 몇몇 명소를 다녔습니다. 그때마다 소매치기 당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대학생들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어이없게도 스페인 전통시장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 대학생이 아닌 바로 내가. 현금, 신용카드, 운전면허증 등이 들어 있는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습니다. 귀신 뺨치는 실력에 흔적도 없이 지갑이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다행히도 여권은 숙소에 두고 나왔습니다.


분실신고를 위해 경찰소에 들렀더니 왜 그렇게나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이 많던지.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분들도 있었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 그저 실실 웃었습니다. 다행이 영어를 할줄 아는 경찰을 만나 어렵사리 신고를 하고 리포트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어려운 사람이 그 돈으로 한끼 맛있는 밥을 먹길 바랐습니다. 어차피 잃어버린 지갑과 돈이기에 어려운 사람이 잘 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박재희 작가도 쓰라린 마음으로 나와 같은 마음을 품었더랬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의 길에 오른 사람과 같은 마음을 품었다는 것만으로 마치 내가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여행을 하면 늘 사람을 만납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불편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 따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여행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나중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풍경과 사건이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사람이 항상 마음에 남았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기억하는 순간입니다. 동시에 인생이라는 이 길을 걷는 동안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작가 역시 산티아고를 걸으며 기억에 남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나기 마련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은 만남을 기록을 남겨두었습니다. 나는 이 부분이 산티아고를 걷고 싶은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각자의 인생을 걷는 사람, 산티아고를 걸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 산티아고를 걷는다고 해서 갑자기 뿌리 깊은 영성을 가질 수는 없지만 인생의 질문을 들고 걷는 사람을 나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을 만난다고 해서 내가 가진 질문이 시원스레 해결되진 않겠지만, 인생을 걸으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그 고민에 대답하기 위해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위로가 되고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에 올라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 걸어보고 싶습니다. 시간을 만들기도 어렵고, 순례의 길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현실로 이루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 안 된다면 아들과 단 둘이서라도 걸어보고 싶습니다. 아직 아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으니 이 역시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버킷리스트라는 것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어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인생의 방향타, 분깃점 역할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전할 수 있고, 이루어 보고픈 일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은 아름답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꿈꿀 수 있으니 그 역시 고마운 일이고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리스본에서도 걸어보고, 프랑스 생장에서도 걸어본 사람 박재희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곳을 걸은 기분마저 느낍니다. 무엇보다 산티아고를 걷고 싶은 열망이 피어오릅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하늘 길이 열리면, 나도 저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50대 중년, 산티아고에서 길을 묻다
50대 중년, 산티아고에서 길을 묻다
저자: 이기황
출판: 이담북스
발매: 2020.08.15.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개정증보판)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개정증보판)
저자: 박재희
출판: 디스커버리미디어
발매: 2020.06.25.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포르투갈을 만나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포르투갈을 만나다
저자: 김효선
출판: 바람구두
발매: 20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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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끄기 연습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올가 메킹 지음, 이지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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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 외국인으로부터 들었던 첫 한국말입니다. 태국 아주머니께서 저와 아내를 보시고 "빨리빨리!!" "바빠"라는 단어를 순진한 웃음과 함께 내뱉으셨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멋쩍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한국 사람이 얼마나 "빨리빨리"와 "바빠"라는 단어를 많이 말했기에... 한국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않은 태국 아주머니가 이 단어와 그 뜻을 아실까? 조금은 민망하고, 시쳇말로 조금 쪽팔리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빨리빨리"와 "바빠"라는 말과 그 안에 담긴 정서 때문에 한국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으로 성장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한강의 기적은 뭐든 끝장을 내는,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결판을 내는 한국인의 민족성 때문이 아닐까?라고 나는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빨리빨리" 와 "바빠"라는 단어를 무조건 부끄러워하거나 불편하게 대하지는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빨리빨리" 와 "바빠"라는 정신으로 살다 보니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한국 사회가 대단한 속도로 달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뒤로 축축 처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멍 때리고 앉아 있으면 비생산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빈둥거리는 시간을 확보하기란 사치에 가까운 것처럼 보입니다. 비단 직장인 뿐 아니라 학생의 처치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학생이나 청년이라면 더더욱 그런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습관적으로 멍 때리거나,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크게 위로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멍 때리고, 느리게 살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생각 끄기 연습: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이란 책입니다.







올가 메킹이 소개한 생각 끄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는 네덜란드어 "Nicksen"을 번역한 단어입니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는 항상 문제가 생깁니다. 오죽하면 번역은 반역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일까요. 닉센이란 단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올가 메킹도 끙끙댑니다. 우리말로 바꾼다면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멍 때리기" 정도입니다. 올가 메킹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저마다의 방식으로 닉센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돌체 파르 네엔 테(Dolce far niente)"는 훌륭한 음식과 여유로운 생활 방식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말입니다. 훌륭한 음식과 여유로운 생활방식 이 두 단어가 합쳐져 탄생한 말이며,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달콤함이라는 뜻입니다.


"시에스타(Siesta)" 시에스타는 지중해 국가 중 특히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활동입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려운 대낮에 낮잠을 자는 시간이며 이는 닉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행동입니다.


"안식일(Sabbath)" 금요일 해질 녘에 시작해서 토요일 해질 녘에 끝나는 안식일은 유대인 식의 닉센입니다. 안식일은 유대인이 예배, 가족, 공동체에 내어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일체의 스크린을 보는 일이 금지되었을 뿐 아니라 각종 노동이 금지된 시간입니다. 게으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유대인 문화에서 안식일은 참 특별한 날입니다. 안식일은 유대인 고유의 닉센의 시간이라고 할만합니다.


"게으름뱅이 운동" 네덜란드에 닉센이 있다면 영국에는 게으름뱅이 운동이 있습니다. 이 운동을 이끄는 호지킨슨은 이상적인 세상이란 "자전거를 타고 휘파람을 불며 서로에게 모자를 들어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교외로 긴 산책을 떠나고 노닥거리는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네덜란드인이 생활 속에서 즐기고 있는 닉센과 같습니다.


"무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 번역할 수 있는 한자입니다. 노자의 도교에서 유래한 단어이자 문화라고 하겠습니다. '무위'를 염세적 수동적인 개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위는 목적 없음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이것은 닉센과 비슷합니다.


"내면의 돼지 개를 꺼내다(den inneren Schweinehund auslassen)" 감을 잡으셨겠지만 독일어입니다. '어깨 위의 악마' '약하고 게으른 심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선택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내면의 게으른 짐승을 꺼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합니다.


생각 끄기 연습 103 ~ 107p 요약정리




닉센을 우리 말로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멍 때리기"가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식 닉센이라 부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멍하게 시간 보내는 사람을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올가 메킹을 주장합니다. 오히려 멍하게 보내는 시간을 통해 삶의 질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올가 메킹은 닉센의 힘, 멍 때리기의 힘을 뇌 연구 결과로 보여줍니다. 사람의 뇌는 일을 할 때 특정 영역은 활동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멍 때리고 있을 때 사람의 뇌는 온갖 주요 연결망을 포함한 특별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뇌과학자 라이클은 이것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릅니다. 신기하게도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멍 때리고 있을 때 뇌는 더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닉센이 기본 상태(Default Mode)이며 내면의 욕망이나 걱정, 돈 같은 외부 자극에 동기부여될 때 뇌의 특정 영역이 깨어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멍 때리고 있을 때 우리 뇌는 모든 일을 하는 셈입니다. 닉센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올가 메킹은 닉센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만 닉센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닉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습니다. 닉센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닉센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고백합니다 우울증을 앓거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하거나, 고압적인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닉센이 효과를 발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닉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스스로 제한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닉센은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닉센이 몸에 붙어 있는 네덜란드 사람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 아이들이 행복한 이유, 네덜란드 여자가 우울하지 않은 이유를 닉센에서 찾습니다. 이 대목을 읽다 보면 네덜란드 사람이 그렇게나 행복하게 사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나와 같은 경우엔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꼭 한 번은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닉센은 쉽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닉센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멍 때리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해 어려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어렵다니... 스스로도 조금 놀랐습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유튜브를 보고 싶은 마음에 시달렸습니다. 낮 시간에 멍 때리고 있자니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시간을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걸까?라는 일종의 강박과 불안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올가 메킹은 친절하게 나와 같은 사람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하루 10분 생각 끄기를 연습하라고 제안합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올가 메킹은 네덜란드 사람이 일정표대로 움직이는 습관을 제안하며 닉센 시간을 일정표에 넣으라고 말합니다. 하루 일정에 멍 때리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 두라는 이야기입니다. 매우 혁신적인 생각이자 시도해 볼 만한 제안입니다.




나는 매일 새벽 조용한 예배당에서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시간이 멍 때리는 시간은 아닙니다. 이 시간을 나는 삶을 돌아보는 시간, 시끄러운 마음의 욕망을 잠재우는 시간, 잠잠히 나의 사랑 나의 하나님을 바라는 시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스스로 이 시간을 닉센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습니다.


사실 나는 설교 준비(엄청난 양의 글쓰기 작업)를 하면서 종종 멍 때리는 시간, 딴짓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설교 준비가 막히거나 진도가 나가지 않거나 뭔가 지지부진할 때면 멍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아무 생각 없이 보내거나, 전혀 다른 일을 하곤 했습니다. 그 후에 신기하게도 막혔던 부분이 술술 풀리는 경험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시간을 좀 더 명확한 닉센의 시간, 멍 때리는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멍 때리기보단 다른 일을 하면서 뇌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유진 피터슨이 알려준 지혜가 떠올랐습니다. "작살꾼의 비유"입니다. 목사들의 목사라고 불리는 유진 피터슨은 설교자로서의 목사에게 작살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포경선의 목적은 고래를 잡는 것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작살꾼은 정확하고 빠르게 작살을 던져야 합니다. 그가 실패하면 그 배의 목적이 실패하고, 선장을 포함한 모든 선원의 목적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노련한 작살꾼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일 때 햇볕 잘 드는 곳에 퍼질러 앉아 작살을 날카롭게 연마합니다. 일손이 부족해도 나서서 돕지 않습니다. 작살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작살만 만지작거립니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낸 후 작살꾼은 결정적인 순간에 작살을 던져 고래를 사냥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설교자가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설교자가 해야 할 일을 멋지게 해내기 위해 다른 일로 지나치게 바빠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닉센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책을 읽은 후 규칙적으로 하루 십분 닉센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나의 뇌를 기본 모드로 돌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뇌 구석구석 혈류를 흘려보내며 워밍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 후 내가 해야 할 일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는지도 실험해 보고 싶습니다. 삶을 조금 더 단순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가 메킹의 말처럼 닉센을 시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쉽고, 만사가 행복하고, 절대 화를 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닉센을 통해 잠깐의 여유를 누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문장을 소개하면서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닉센은 온전히 나로 있는 시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충전하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신경 끄기의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
저자: 마크 맨슨
출판: 갤리온
발매: 2017.10.27.

아무것도 하지 않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
저자: 필립 들레름
출판: 장락
발매: 2000.01.15.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저자: 김현태
출판: 레몬북스
발매: 2018.12.20.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얻는 법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얻는 법
저자: 닐 파스리차
출판: 나무옆의자
발매: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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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윈스턴 : 열두 살 여자아이가 되다 고양이 탐정 윈스턴
프라우케 쇼이네만 지음, 국민지 그림, 송순섭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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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개봉한 일본 영화 [비밀]. 엄마와 딸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불의의 사고를 당합니다. 아내와 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남편 하이스케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결국 아내는 운명을 달리하고 딸은 기적적으로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딸 모나미는 자신이 아내 나오코라고 말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지만 나오코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들을 딸의 몸을 입은 모나미가 줄줄이 알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고 소식을 조사한 결과 2년 정도 후면 영혼이 돌아온다는 결과를 봅니다. 이렇게 아내 나오코(모나미)와 하이스케는 그들의 삶을 살아갑니다. 딸의 몸을 입은 나오코는 교복을 입고 학교 생활을 합니다. 2년이 지난 후 나오코는 자신이 더 이상 나오코가 아니라 모나미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남편 하이스케를 위한 나오코의 거짓말이지요.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영화가 무려 세 편이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나는 그 두 편 영화를 모두 감상했습니다. 한편은 2000년에 개봉한 이병현 이미연 주연의 [중독]이란 제목의 영화입니다. 이병현과 이미연은 시동생과 형수의 관계로 나옵니다. 같은 날 형과 동생이 사고가 나고, 이 둘의 영혼이 뒤바뀝니다. 이후 형수와 시동생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다른 한편은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아빠는 딸]이란 제목의 영화입니다. 아빠와 딸의 영혼이 뒤바뀝니다. 그 후 일어나는 각종 해프닝을 다룬 영화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편은 가장 최근인 2019년에 개봉한 [내 안의 그놈]이란 제목의 영화입니다. 학교에서 왕따 당하던 고등학생 동현이 

 


 

 

 

 

영혼이 바뀌는 것을 테마로 한 네 편의 영화를 보았기 때문인지 [고양이 탐정 윈스턴: 열두 살 여자아이가 되다]에 더 마음이 끌렸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무시무시한 고모

 

무시무시한 고모

저자: 데이비드 윌리엄스
출판: 크레용하우스
발매: 2015.12.10.

 

할아버지의 위대한 탈출

 

할아버지의 위대한 탈출

저자: 데이비드 윌리엄스
출판: 크레용하우스
발매: 2018.02.20.

 

이별 대행 에이전시

 

이별 대행 에이전시

저자: 안네 헤르츠
출판: 문학세계사
발매: 2009.12.15.

 

 

중독

 

중독

감독: 박영훈
출연: 이병헌, 이미연
개봉: 2002. 10. 25.

 

아빠는 딸

 

아빠는 딸

감독: 김형협
출연: 윤제문, 정소민
개봉: 2017. 04. 12.
 

내안의 그놈

 

내안의 그놈

감독: 강효진
출연: 진영, 박성웅, 라미란
개봉: 2019.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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