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책장을 덮으면서 책 제목 [아름다운 당신에게]가 말하는 아름다운 당신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는 김수현 작가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참 엄했던 아버지, 세월도 이기지 못했던 김수현 작가의 아버지입니다. 이 책은 김수현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를 추억하며 아버지에게 헌정한 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김수현 작가의 주변 사람입니다. 작가가 살아오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에게 헌정하는 책으로 읽었습니다. 크게 고함을 지르며 주차 안내까지 하셨던 경비 아저씨, 단짝 친구들, 미국 생활하면서 만난 교우와 이웃,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주 얼굴을 마주쳤고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이 그녀에겐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이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작가 김수현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에게 헌정하는 수필집이라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사람이 누구든 그 순간만큼은 아름답습니다. 작가가 건네는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펼친 상상의 세계로 초대되어 그 세상을 탐험합니다. 작가의 말과 시선에 공감하여 웃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합니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글이 보여주는 세상을 상상하고, 감정을 이입합니다. 결국 작가와 함께 공감하고, 작가와 대화를 나눕니다. 이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이 책을 읽는 독자, 더 나가 책을 읽는 독자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김수현 작가 자신입니다. 아마도 작가는 손사래를 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만난 작가 김수현은 차분하고 정갈하며 소박하고 소탈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추억하고, 어린 시절을 추억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삶의 흔적을 꼼꼼히 돌아보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꺼내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여러 번 말했던 것처럼 나는 글이 글쓴이를 닮고, 글쓴이는 자신을 닮은 글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김수현 작가의 글은 어느 한 곳 지나치지 않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여기저기 덧바른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수필이라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섬세하게 자신의 마음과 주변 사람과 그들의 마음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스레 담았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친절하게 보여줍니다. 좋은 글은 섬세하고 폭넓은 관찰 없이 불가능한 법이지요. 김수현 작가가 섬세하게 주변과 세상을 관찰하고 생각했다는 증거입니다.
곳곳에서 재치가 돋보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낮잡아 보는 말투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을 살피며, 때로는 그들의 과한 친절 그래서 불편할 수 있는 일까지도 고마움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재치가 돋보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재치가 있으니 당연히 글이 재밌습니다. 이런 글이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책장을 덮으면서 피천득 선생님의 추천사가 단 한 단어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글을 담아낸 작가 김수현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참 귀한 담요'라는 이야기 끝자락에 있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일 뿐 아니라, 김수현이란 작가의 마음을 보여주는 문장, 빙긋 웃게 만들었던 문장을 소개합니다.
화덕가에서 몸은 사정없이 가렵고,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다.
네팔의 한 가정집을 방문했을 때 일화를 담은 "참 귀한 담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