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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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Gaslighting) 당했다! 그것도 집단, 국가 아니 세계적으로!!

지금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말이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심리조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머리를 스친 생각, 아니 나의 머리를 때린 생각이 바로 가스라이팅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사람은 지구 즉, 자연을 떠나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뿐 아니라 자연에 빚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환경이 예전만 못한(훼손과 파괴) 것을 보면서 일종의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할 것 같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북극 빙하가 녹아내려 북극곰이 빠르게 멸종해 가고 있고, 펭귄이 먹이 부족에 시달린다는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몇 해 전 MBC에서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방영했습니다. * 북극의 눈물 (2009년), * 아마존의 눈물 (2010년), * 아프리카의 눈물 (2010년 12월 3일), * 남극의 눈물 (2011년 12월 23일)까지. SBS에서는 * 최후의 툰드라(2010)를 방영했습니다. 이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경훼손, 생태파괴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결국 지구가 이대로 멸망하거나, 인류가 지구로부터 되돌려 받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녀들이 펭귄이나 북극곰을 더 이상 보지 못할 뿐 아니라, 생존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세우고 진행하는 것도 일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지구는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 될 테니까요.

근래에 들어 지구 환경 문제는 더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쏟아졌습니다. 마이클 셸런버거가 말하듯 종말론적 환경주의자가 등장하면서부터 환경 문제는 인류 생존 문제, 지구 종말 문제로 발전했습니다. 불타는 아마존, 굶어죽는 북극곰, 거대한 쓰레기 섬, 플라스틱의 역습 등 속속들이 들이미는 정보와 자료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시민의 한 사람이자, 지구촌 거주자 중 한 명으로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자연스럽게 꽃을 피웠습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표지를 떠올리게 하는 북극곰


올해 환경과 관련한 묵직한 책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책이 데이비드 월러스의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부제 역시 원제 만큼이나 섬뜩합니다"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세계의 부호이자 브레인 중 한명인 빌 게이츠도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외국 석학이나 지도자들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극지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인 김백민씨도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요점은 분명합니다. 세계 지도자, 국내외 석학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하단 뜻입니다.

대중매체와 온라인 뉴스, 각종 SNS에서 환경문제는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서점가에서도 환경문제를 다룬 책들이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립니다.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는 길은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길과 일맥상통합니다. 무엇이 팩트에 기반을 둔 뉴스인지 질문하고 찾기 전에 분위기부터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에게 넘어간 것처럼 보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나와 같은 일반 시민은 언론과 매스컴, 책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보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고,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마이클 셸런버거는 방대한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출간했습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 책이 잘못일 것이라고, 거대한 음모론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저술한 책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만큼 지구의 심각한 훼손이 온갖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 뒤였으니 말입니다. 마이클 셸런버그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이 의도하는 바에 정확하게 휩쓸린 것 같은, 말 그대로 심리조작 당한 것 같은 기분을 맛보았습니다.

아마존에서 생산되는 공기는 대부분 아마존에서 다 소비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이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수한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 조각, 그리고 거대한 쓰레기 섬이 수를 셀 수 없는 바다 생명체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정보 역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는 것 역시 발상의 전환처럼 읽혔습니다. 석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래가 자유를 얻게 되었고, 석유 산업 때문에 고래가 춤 추고 있다는 사실 역시 전혀 듣지도 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이었습니다.

에너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말을 나는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교를 그때는 국민학교라고 불렀습니다) 시절부터 들었습니다. 향후 30년에서 길어야 50년 후면 지구상에서 화석연료(석유)는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습니다. 이제는 화석연료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말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습니다. 마이클 셸런버그는 이 모든 주장이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고 고발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저밀도 에너지여서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저자 마이클 셸런버그는 이 지점에서 조금 더 노골적이자 강경한 어조로 말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하는 것이나, 원자력에 거부감을 갖게 하는 일이나,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하자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의 숨은 의도를 밝힙니다. 그는 이 모든 주장과 아포리즘이 강대국과 부자들의 욕심,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보다는 자기네만 잘 살고 싶어하는 소수자들의 욕심을 채우는 기막힌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예리한 필치로 고발합니다(나는 이 대목에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와, 이건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마이클 셸런버그가 환경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환경훼손과 파괴에 무감각한 사람이라고 속단해서도 안 됩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수년 간에 걸친 대단한 노력과 수고와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탄생한 일종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있습니다. 마이클 셸런버그가 이 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나의 마음과 머리속에서 공명처럼 진동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문제입니다. 단지 몇몇 선진국, 몇몇 선진국의 몇몇 지도자와 사람이 아니라 전 인류가 함께 ,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의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면 마이클 셸런버그는 인류주의자이자 환경주의자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류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다고 말합니다. 지불해야 할 대가를 마땅히 지불하지 않으면 결국엔 몇몇 소수의 나라와 소수의 사람들만이 잘 사는 세상으로 전락할 것이고, 개발 도상국이나 아프리카의 콩고와 같은 나라는 사람답게 살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류의 안녕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지구의 환경 파괴는 일정부분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통제 영역 안에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고, 과학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 탄소배출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도 정확한 통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다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자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환경을 완전 배제하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과도한 파과나 착취는 피하고 금해야 합니다.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더 나은 내일과 미래를 살아갈 인류를 꿈꾸자고 말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환경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은 지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나의 시선을 단박에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쏠린 시선이 아니라 균형 있는 시선을 회복하게 도와주었습니다.


나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의 작은 형은 통영환경연합회 회장으로 나의 고향 통영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바다위를 떠나는 쓰레기와 바다 아래에 가라앉은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해안에 밀려든 수십 톤에 이르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시절 고향 바다는 잘피(해초)가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잘피가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오염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통영환경연합회의 수고와 헌신,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 나의 고향 통영 앞바다(선촌마을을 포함한 그 일대)에 잘피가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생태계가 회복되는 중입니다.

나의 고향이야기는 지엽적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 일이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구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말입니다. 환경을 훼손 책임이 인류에게 있을 뿐 아니라 환경을 회복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나의 고향의 이야기이지만 지구환경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나는 해석합니다. 그럼에도 과대해석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인류와 환경에 대한 균형잡힌 시선이 필요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에 시선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함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가스라이팅, 그것도 집단, 국가, 세계적 가스라이팅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읽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 아니라 바른 생각과 사고의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언론, 매스컴, 책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환경문제를 해석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결국 각종 대중매체, 언론, 매스컴, 논문, 책자를 통해 정보를 입수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편협한 시선,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안목을 피하기 위해, 균형 있는 시선을 확보하기 위해 더 진정성 있게 환경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조사하고 들어보아야겠습니다.

인류가 야생동물보다 덜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도 던져볼 필요가 있으며, 그럼에도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책임의식도 가져야겠지요.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는 인류에게로 시선을 돌림과 동시에 지구온난화 문제에서도 관심을 끄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화성으로 이주할 생각도 좋지만,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땅과 그 땅 위를 살아가는 이웃에게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각 나라의 지도자들이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며 살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기를, 움켜쥘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살아가기를, 인간다움을 흘려보내는 세상을 상상하면 좋겠습니다. 그때에 비로소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인류가 가능할 뿐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 대한 책임도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라의 지도자가 먼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환경주의자(종말론적 환경주의자의 이야기는 걸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성장지향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의 말도 걸러 들어어야 합니다. 어느 경우든 극단으로 흐르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의 주장과 글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균형잡힌 시선에서 인류와 지구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는 시민, 균형이라는 그 어려운 길을 잘 걸어내는 시민으로 성숙해가길 기대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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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마녀 안나 : 우주 최강 마법사 클럽 씨앗읽기
페드로 마냐스 지음, 다비드 시에라 리스톤 그림, 김영주 옮김 / 바나나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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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소설은 언제 읽어도 밝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마저 느끼게 합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아동소설을 함께 읽는 이유입니다. 나의 아들과 딸이 책을 가까이 하고, 문학을 좋아한다는 것이 참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조금씩이라도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양말마녀 네네칫을 읽었습니다. 양말마녀 네네칫을 보면서 엉뚱한 나의 딸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엔 꼬마 마녀 안나를 읽었습니다. 꼬마 마녀 안나를 읽으면서 또 다시 나의 딸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었습니다.






안나는 자신이 마녀인지 모릅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새로운 마을로 이사합니다. 이사한 곳 학교에 등교한 후 안나는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것도 처음엔 의심합니다. 자신이 마녀일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생각한 대로 일어나면서부터 안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가고 자연스럽게 마법사 클럽에 가입합니다.


마법사 클럽에서 좋은 친구를 만납니다. 자신을 도와주는 친구를 만나고, 약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친구도 만납니다. 꼬마 마녀 안나는 자신이 최강의 마법사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말 그대로 놀랄 일입니다. 안나는 어쩌다 마법사 클럽의 세 가지 규칙을 모두 어깁니다. 그때문에 마법사 클럽에서 쫓겨날 뻔 합니다. 마법사 클럽에서 쫓겨날지 말지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 꼬마 마녀 안나는 마법사 클럽 친구와 선생님을 구합니다. 그 일을 인정 받아 안나는 마법사 클럽에서 쫓겨나지 않습니다.


안나는 자신이 어떤 마법을 부릴 수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그저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죠. 게다가 천성이 낙천적인데다 엉뚱발랄해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킵니다. 마법을 부릴 때마다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는 안나. 문제를 일으키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안나를 보면서 나는 나의 딸을 떠올렸습니다.


나의 딸은 꼬마 마녀 안나처럼 크고 작은 말썽을 끝없이 일으킵니다.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로 손만 데면 마법처럼 물건이 망가집니다. 오빠와 투닥투닥 다투고 싸웁니다. 지는 것을 죽을 만큼 싫어해서 기어이 이기고 맙니다. 오빠는 매번 양보하고, 져줍니다. 안나처럼 나의 딸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아직 모릅니다. 재잘재잘 쫑알쫑알 하루 종일 지치지도 않고 떠들어 대는 능력 하나 만큼은 모든 가족이 인정하는 딸의 능력입니다. 놀랄만한 단어의 조합으로 언어의 신기원을 열어가는 능력도 딸이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입니다. 가족을 가장 많이 가장 크게 웃게 만드는 것도 딸의 능력 중 하나입니다. 지기 싫어하는 열정 또한 딸의 능력이기도 하죠.




꼬마 마녀 안나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입니다. 안나가 어떤 마법을 배워갈지, 어떤 마녀로 성장할지 아직 모릅니다. 어떤 어려움을 만날지, 어떻게 그 어려움을 뛰어넘고 해결해 갈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소설입니다. 아마도 다음 번 꼬마 마녀 안나 이야기를 읽으면 나의 딸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과 함께 계속 읽으면서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은 설레는 기대감을 주는 책입니다.





엉뚱발랄한 딸을 두신 부모님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

양말 마녀 네네칫. 1: 가짜 마녀 진짜 마녀(양장본 HardCover)

양말 마녀 네네칫. 1: 가짜 마녀 진짜 마녀(양장본 HardCover)
저자: 신현경
출판: 요요
발매: 2021.04.05.


꼬마 마녀 로로와 루루

꼬마 마녀 로로와 루루
저자: 우에노 요시
출판: 스마일북스
발매: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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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 여행을 생활 같이, 생활을 여행 같이
배지영 지음 / 시공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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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하늘 길이 막혔습니다. 해외 여행이 딴 세상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국내 여행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버틸만 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곤이 누적되면서 마음이 힘들어 졌습니다. 삶이 버거워졌습니다. 사람이 대단한 이유는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돌파구를 찾아낸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적응할 뿐 아니라 코로나 시대 속에서도 지혜롭게 살아가는 삶의 돌파구는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식물을 기르거나, 반려동물을 입양하거나, 독서와 같은 꽤나 근사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 한 달 살기에 도전하는 분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는 멋진 한줄 문구처럼 여행을 생활 같이, 생활을 여행 같이 보낸 우리 주변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한 달 살기를 다녀오신 분들의 면면도 다양하고, 살아본 장소와 컨셉도 다양합니다. 목차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각 챕터마다 곱게 수놓은 멋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일과 생활, 생활과 일 #일하면서 놀고먹고

"다른 데 가서 한 번씩 살아봐, 서울에서 안 살고 싶을걸?" - 출판사 대표의 강릉 한 달 살기

"처음 만나는 파밭 뷰, 그곳에서 만난 인생예술가들" - 작곡가의 완주 한 달 살기

#자녀 동반 #마음 스트레칭

"엄마, 오늘 우리 뭐해?" 계획이 없으니까 떠났다 - 초등학교 교사의 지리산 한 달 살기

"41일간의 일몰 감상, 우울증에서 벗어날 힘을 얻다" - 두 아이 아빠의 속초 한 달 살기

#은퇴맞이 장기여행 #제주 한 달 살기

"생애 첫 일탈, 하지만 퇴근 시간은 언제나 오후 4시 30분" - 중학교 교사의 제주 한 달 살기

"32년 만에 떠난 장기 휴가, 버킷 리스트 예행연습" - 주말부부의 제주 한 달 살기

"기꺼이 시간과 돈을 바쳐 얻은 해맑음" - 방사선사의 제주 한 달 살기

#취향 존중 #내 호흡에 맞는 여행

"성덕이 되기 위해 유럽 대신 동네 서점으로" - 직장인의 군산 한 달 살기

"목표는 100개 도시, 8개 도시에서 한 달 살기 했죠" - 직장인의 아산, 서울 한 달 살기

"숙소 가는 길에 보는 노을, 부산 바다 사랑해!" - 대학생의 부산 한 달 살기


나의 가까운 친구가 제주 한 달 살기를 다녀왔습니다.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부럽기도 했습니다. 안스러운 마음도 조금 들었습니다. 친구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이젠 카메룬으로 한 달 살기에 도전했습니다.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주변에 한 달 살기에 도전한 분들이 많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삶의 환경을 바꾸는 데는 그만한 가치와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한 달 살기에 다녀오신 분 중 여러 분이 그곳에서 조금 더 머물고 싶어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거기서 삶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워졌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 바로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각 지역에서 한 달을 살아내신 분들은 솔직한 후기와 함께 한 달 살기에 소요된 경비와 인근에 꼭 가볼 곳까지 꼼꼼하게 추천해 주셨습니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미국에서 5년 정도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었고, 평생 기억할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유학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미국 이곳 저곳을 여행했습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차 안에서 밥을 먹고, 저렴한 숙소를 구해서 자녀와 함께 여행했습니다. 보다 넓은 세상을 눈과 마음에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나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관조하듯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아웅다웅 다툼도 있었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시간들이 삶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나의 두 자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실은 나의 바람이 더 큽니다. 꼭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도 숨길 수 없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에 도전하시는 분들을 응원합니다.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읽으실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이 코로나 시대에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내시는 분들을 더욱 응원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나중 기회가 닿으면 국내든 국외든 가족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새로운 활기와 힘을 넣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획이 공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적금을 넣어보면 어떨까요? 한 달 살기가 남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나눠주어서 서로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지금 꿈꾸고 작은 일부터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한 달 살기로 검색해 보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곳, 꼭 가보고 싶은 곳에서 한 달 살아본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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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할 차례야 - 몬테소리 비폭력 대화법
크리스티나 테바르 지음, 마르 페레로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다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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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태어난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옹알이를 시작합니다. 옹알이는 어느새 말로 이어집니다. 몇몇 단어를 말하다 어느 순간 문장을 말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단어조합으로 웃음을 선물하고, 창조력을 뽐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말을 배운 이후,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사람은 말하며 살아갑니다. 말 그대로 사람은 말하는 존재입니다.

평생 말을 하고 살아가지만 말에 대해 배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게 말하는 법을 배운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고 실천하면 어떻게 될까요? 말하는 사람의 삶이 멋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도 넉넉하게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나왔습니다. [몬테소리 비폭력 대화법 내가 말할 차례야]라는 멋진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데는 이유는 있습니다. 나의 가족은 나와 아내, 아들과 딸 네 명입니다. 네 명이 단란하게 살아가지만 때때로 말 때문에 한판 전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나의 딸은 재잘재잘 말이 많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재잘거립니다. 때로는 노랫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재잘거리는 소리가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매일 매순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쉬지 않고 말하는 딸 때문에 규칙이 생겼습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낼 때는 말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어야 합니다. 가족 중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으면 말이 끝나고 난 후에 비로소 손을 들어 동의를 구한 후 말할 수 있는 규칙입니다. 이 정도 규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말하려고 아웅다웅 다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내가 말할 차례야]는 단비와 같은 선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공원에서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러다 서로 하겠다고 우기고 다툽니다. 이 역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결국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밀치고 다툽니다. 결국 엉엉 울고 양가 부모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합니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것은 아닌지(요즘엔 워낙 그런 일이 많으니까요) 신경이 쓰였습니다. 실생활에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고요.










나는 이 그림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림 그리는 분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입니다. 아이들 마음에 불덩이가 생기고, 까만 구멍이 생겼습니다. 문제와 갈등 때문에 생긴 아이의 마음을 이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아래 그림 역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화난 아이의 언어와 생각이 얼마나 꼬일 수 있는지,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하고 뒤죽박죽 엉켜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서로 말하기 바쁩니다. 남의 말 들을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나의 아들과 딸이 다투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지혜로운 어른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어른이 아이들 싸움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그림입니다. 인상적이었고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마음에 새겨준 그림입니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쉽게 번지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그림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나무조각을 든 사람이 말하고, 다른 사람은 들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아이들은 그 말에 동의합니다. 나무조각을 든 사람이 말하고, 다른 친구는 들으면서 기다립니다. 자기가 나무조각을 들 때까지.


다른 날이었습니다. 남자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도 그네가 타고 싶었습니다. 서로 타겠다고 싸웁니다. 갈등과 문제가 생겼습니다. 마음에 또 다시 불덩이가 생기고 큰 구멍이 생기겼습니다. 그때 여자 아이가 지난 경험을 떠올립니다. 이번엔 돌을 든 사람이 먼저 말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남자 아이도 동의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듣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이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결국 서로 그네를 번갈아 타는 것으로 합의할 뿐 아니라 그 동안 서로의 등을 밀어주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갈등과 문제를 조율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갈등과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했다는 기분 좋은 경험도 덤으로 가졌습니다. 아마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갈등과 문제를 만날 때마다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지금 나의 가족에서 하고 있는 일과 비슷한 부분이 보여 반갑고 기뻤습니다. 이런 문제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실은 어른들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자신의 생각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말할 기회를 준다고 해도 실제로는 듣지 않습니다. 딴청을 피우거나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을 갈등하고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말할 차례를 참을성 있게 기다릴 뿐 아니라 다른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 나간 것처럼 어른도 참을성 있는 대화를 통해 갈등과 문제를 극복해 나가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갈등해소 비용이 전세계에서 1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갈등해소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설적인 대화법, 참을성 있는 대화법,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대화법, 문제와 갈등을 조장하거나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대화법을 공부하고 개발하고 시도하면 어떨까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나부터 우리 가정에서부터 시도해 본다면 성숙한 시민, 성숙한 다음 세대를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 어른이 살아가는 세상을 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삶의 지혜 한 조각을 발견한 기분 좋은 책입니다. 자녀를 기르시는 부모, 자녀에게 건강하고 창의적인 대화법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하는 법을 함께 배우고 싶은 부모,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에게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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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와 낙서
서지형 지음 / 케이스스터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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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려준 재능이 있습니다. 주로 문학, 예술, 스포츠 종사자들에게서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단어 몇 개를 조합해 사람의 저 내면 깊은 곳을 표현하고 만지는 시인과 소설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놀라운 빛과 색의 조화를 보여주는 미술 작품,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선율과 멜로디, 타고난 신체 능력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선수들.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에 무게를 측정하기 어려운 수고와 땀을 더해 재능을 꽃피운 사람이 있습니다. 가끔은 왜 나에겐 저런 재능이 없는지 아쉬워하고, 그들을 지나치게 부러워한 때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을 가진 사람, 그 재능을 더욱 갈고 닦은 사람 때문에 마음과 생각과 삶이 부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들 때문에 울고 웃습니다. 그들 때문에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기도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본인은 한사코 손사래를 칠테지만 나의 시선에서 볼 때 [의자와 낙서]를 쓰신 서지형 작가와 그녀의 두 자녀 조윤후 조수민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처럼 보입니다. 나는 그림, 미술, 조각과 분야에서 놓고 볼 때 심각한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것 같습니다. 미술 선생님이 저의 데생을 보시며 한마디 남기셨습니다. "혁철아, 너는 앞으로 절대 그림은 그리지 마라!" 선생님도 저도 저의 작품을 보며 모두 웃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조금 지나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누구라도 제가 그린 그림을 보았다면 속으로라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지형 작가는 두 자녀와 드로잉 세상을 펼쳐나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자녀 양육서일까? 드로잉으로 자녀 양육하는 법을 보여주는 책일까? 드로잉 책일까? 질문이 생겼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자녀 양육 철학과 방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두 자녀를 참 예쁘게 기르신다는 생각이 새순처럼 돋아났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를 읽고 들으며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림에 젬병인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드로잉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표현하면서 아이의 정서를 섬세할 뿐 아니라 풍성하게 길러주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동시에 나의 두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생겼습니다.


굳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즐겁게 낙서하고, 드로잉으로 발전시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조금씩 시도해 보면 사랑하는 자녀의 내면을 조금씩 더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알려준 대로 아이의 드로잉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유익할 테지요.


책을 읽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나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드로잉이 떠올랐습니다. 찾고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한 아들 녀석의 드로잉이 생각났습니다. 유학 시절 가족을 데리고 미국 서부 3대 캐년(Grand, Zion, Bryce)과 Sedona 지역을 여행한 후였습니다. 여름이어서 무척 더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한참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방에서 아들이 드로잉을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Zion Canyon을 여행하는 우리 식구 네 가족이었습니다. Wow!!!!


제가 질문했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Zion Canyon" 이에요. 다시 제가 물었습니다. "기억이 나?"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당연하죠" 기대감에 부푼 제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어떤 기억이야? 그때 좋았지?" 아들이 툭 내뱉듯 대답했습니다. "아뇨,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진짜 너무너무 더웠어요"


이후에도 아들과 딸은 꽤나 많은 드로잉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놀라운 재능으로 보였습니다. 아마도 예술쪽으로 재능이 있는 아내의 영향으로 보였습니다




딸아이는 사뭇 다릅니다. 딸은 무척이나 대범합니다. 선을 긋거나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할 때 거침이 없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도화지에 거침없이 선을 긋습니다. 서지형 작가는 이런 행위 역시 드로잉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아이가 어려워할 땐 조금씩 도와주면서 함께 드로잉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약간의 자극만 주어도 아이들은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는 것도 실물로 보여주었습니다. 




[의자와 낙서]를 읽으면서 나의 자녀를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안목이 있었어도, 조금만 이 책을 일찍 읽었어도 그림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더 많이 더 깊이 나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됐으니, 서지형 작가의 책 [의자와 낙서]가 대단히 영향력 있는 책임엔 틀림없습니다.


자녀를 기르시는 부모님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자녀와 양질의 시간을 보내기 원하시는 부모님, 자녀의 마음과 내면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부모님, 자녀와 드로잉으로 소통하시고 싶은 부모님, 자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또 풍부하게 길러주시고 싶은 부모님이 읽어보시면 유익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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