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스라이팅(Gaslighting) 당했다! 그것도 집단, 국가 아니 세계적으로!!

지금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말이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심리조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머리를 스친 생각, 아니 나의 머리를 때린 생각이 바로 가스라이팅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사람은 지구 즉, 자연을 떠나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뿐 아니라 자연에 빚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환경이 예전만 못한(훼손과 파괴) 것을 보면서 일종의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할 것 같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북극 빙하가 녹아내려 북극곰이 빠르게 멸종해 가고 있고, 펭귄이 먹이 부족에 시달린다는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몇 해 전 MBC에서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방영했습니다. * 북극의 눈물 (2009년), * 아마존의 눈물 (2010년), * 아프리카의 눈물 (2010년 12월 3일), * 남극의 눈물 (2011년 12월 23일)까지. SBS에서는 * 최후의 툰드라(2010)를 방영했습니다. 이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경훼손, 생태파괴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결국 지구가 이대로 멸망하거나, 인류가 지구로부터 되돌려 받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녀들이 펭귄이나 북극곰을 더 이상 보지 못할 뿐 아니라, 생존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세우고 진행하는 것도 일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지구는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 될 테니까요.

근래에 들어 지구 환경 문제는 더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쏟아졌습니다. 마이클 셸런버거가 말하듯 종말론적 환경주의자가 등장하면서부터 환경 문제는 인류 생존 문제, 지구 종말 문제로 발전했습니다. 불타는 아마존, 굶어죽는 북극곰, 거대한 쓰레기 섬, 플라스틱의 역습 등 속속들이 들이미는 정보와 자료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시민의 한 사람이자, 지구촌 거주자 중 한 명으로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자연스럽게 꽃을 피웠습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표지를 떠올리게 하는 북극곰


올해 환경과 관련한 묵직한 책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책이 데이비드 월러스의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부제 역시 원제 만큼이나 섬뜩합니다"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세계의 부호이자 브레인 중 한명인 빌 게이츠도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외국 석학이나 지도자들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극지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인 김백민씨도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요점은 분명합니다. 세계 지도자, 국내외 석학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하단 뜻입니다.

대중매체와 온라인 뉴스, 각종 SNS에서 환경문제는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서점가에서도 환경문제를 다룬 책들이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립니다.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는 길은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길과 일맥상통합니다. 무엇이 팩트에 기반을 둔 뉴스인지 질문하고 찾기 전에 분위기부터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에게 넘어간 것처럼 보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나와 같은 일반 시민은 언론과 매스컴, 책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보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고,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마이클 셸런버거는 방대한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출간했습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 책이 잘못일 것이라고, 거대한 음모론처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저술한 책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만큼 지구의 심각한 훼손이 온갖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 뒤였으니 말입니다. 마이클 셸런버그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이 의도하는 바에 정확하게 휩쓸린 것 같은, 말 그대로 심리조작 당한 것 같은 기분을 맛보았습니다.

아마존에서 생산되는 공기는 대부분 아마존에서 다 소비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이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수한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 조각, 그리고 거대한 쓰레기 섬이 수를 셀 수 없는 바다 생명체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정보 역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는 것 역시 발상의 전환처럼 읽혔습니다. 석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래가 자유를 얻게 되었고, 석유 산업 때문에 고래가 춤 추고 있다는 사실 역시 전혀 듣지도 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이었습니다.

에너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말을 나는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교를 그때는 국민학교라고 불렀습니다) 시절부터 들었습니다. 향후 30년에서 길어야 50년 후면 지구상에서 화석연료(석유)는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습니다. 이제는 화석연료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말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습니다. 마이클 셸런버그는 이 모든 주장이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고 고발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저밀도 에너지여서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저자 마이클 셸런버그는 이 지점에서 조금 더 노골적이자 강경한 어조로 말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하는 것이나, 원자력에 거부감을 갖게 하는 일이나,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하자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의 숨은 의도를 밝힙니다. 그는 이 모든 주장과 아포리즘이 강대국과 부자들의 욕심,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보다는 자기네만 잘 살고 싶어하는 소수자들의 욕심을 채우는 기막힌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예리한 필치로 고발합니다(나는 이 대목에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와, 이건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마이클 셸런버그가 환경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환경훼손과 파괴에 무감각한 사람이라고 속단해서도 안 됩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수년 간에 걸친 대단한 노력과 수고와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탄생한 일종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있습니다. 마이클 셸런버그가 이 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나의 마음과 머리속에서 공명처럼 진동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문제입니다. 단지 몇몇 선진국, 몇몇 선진국의 몇몇 지도자와 사람이 아니라 전 인류가 함께 ,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의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면 마이클 셸런버그는 인류주의자이자 환경주의자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류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다고 말합니다. 지불해야 할 대가를 마땅히 지불하지 않으면 결국엔 몇몇 소수의 나라와 소수의 사람들만이 잘 사는 세상으로 전락할 것이고, 개발 도상국이나 아프리카의 콩고와 같은 나라는 사람답게 살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류의 안녕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지구의 환경 파괴는 일정부분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통제 영역 안에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고, 과학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 탄소배출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도 정확한 통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다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자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환경을 완전 배제하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과도한 파과나 착취는 피하고 금해야 합니다.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더 나은 내일과 미래를 살아갈 인류를 꿈꾸자고 말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환경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은 지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나의 시선을 단박에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쏠린 시선이 아니라 균형 있는 시선을 회복하게 도와주었습니다.


나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의 작은 형은 통영환경연합회 회장으로 나의 고향 통영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바다위를 떠나는 쓰레기와 바다 아래에 가라앉은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해안에 밀려든 수십 톤에 이르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시절 고향 바다는 잘피(해초)가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잘피가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오염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통영환경연합회의 수고와 헌신,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 나의 고향 통영 앞바다(선촌마을을 포함한 그 일대)에 잘피가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생태계가 회복되는 중입니다.

나의 고향이야기는 지엽적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 일이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구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말입니다. 환경을 훼손 책임이 인류에게 있을 뿐 아니라 환경을 회복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나의 고향의 이야기이지만 지구환경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나는 해석합니다. 그럼에도 과대해석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인류와 환경에 대한 균형잡힌 시선이 필요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에 시선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함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가스라이팅, 그것도 집단, 국가, 세계적 가스라이팅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읽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 아니라 바른 생각과 사고의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언론, 매스컴, 책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환경문제를 해석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결국 각종 대중매체, 언론, 매스컴, 논문, 책자를 통해 정보를 입수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편협한 시선,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안목을 피하기 위해, 균형 있는 시선을 확보하기 위해 더 진정성 있게 환경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조사하고 들어보아야겠습니다.

인류가 야생동물보다 덜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도 던져볼 필요가 있으며, 그럼에도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책임의식도 가져야겠지요.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는 인류에게로 시선을 돌림과 동시에 지구온난화 문제에서도 관심을 끄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화성으로 이주할 생각도 좋지만,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땅과 그 땅 위를 살아가는 이웃에게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각 나라의 지도자들이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며 살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기를, 움켜쥘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살아가기를, 인간다움을 흘려보내는 세상을 상상하면 좋겠습니다. 그때에 비로소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인류가 가능할 뿐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 대한 책임도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라의 지도자가 먼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환경주의자(종말론적 환경주의자의 이야기는 걸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성장지향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의 말도 걸러 들어어야 합니다. 어느 경우든 극단으로 흐르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의 주장과 글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균형잡힌 시선에서 인류와 지구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는 시민, 균형이라는 그 어려운 길을 잘 걸어내는 시민으로 성숙해가길 기대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