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땅에서 말씀 찾기 - 베들레헴에서 욥바까지 인문 기행
권종렬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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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애런 라이크라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각종 배신 시리즈를 쓴 유명 작가입니다. 그녀에게는 으레 체험형 글쓰기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합니다. 바버라 애런 라이크는 글을 쓸 때 골방에 틀어박혀 쓰거나, 멀리 한적한 곳으로 가서 칩거하면서 글을 쓰지 않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온몸을 불사른다고 해도 좋습니다. [지지 않기 위해 쓴다]를 읽다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어 혀를 내두르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직접 노동 현장에 뛰어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왜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지,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과 지형이 어떤지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썼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저자가 직접 체험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했습니다. 글 잘 쓰기로 유명한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썼으니 그 글이 얼마나 힘 있고 설득력 있을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 딱 맞아떨어질 것 같습니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아래를 클릭해 보시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체험형 글쓰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또 다른 책을 만났습니다. 권종렬 목사가 쓴 [이스라엘 땅에서 말씀 찾기]입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 책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성경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는 책일까? 이스라엘 땅과 말씀 사이에 숨은 고리를 찾고 그것으로 숨은 의미를 찾는 책일까? 별별 상상을 해본 후 책을 열었습니다. 제목을 보면서 던졌던 질문과 상상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지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말하는 책이라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성경은 읽기 어려운 책입니다. 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일정 수준 이상의 문해력을 장착하셨다면 비교적 쉽게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성경이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성경은 가장 최근이 대략 2,000년 전에 기록된 책이고, 긴 것은 3,500년 전의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익숙해서 가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멀고 먼 고대 시대에 기록한 책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선과 가치관, 세계관으로는 도무지 읽어낼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둘째, 성경은 우리 조상이 쓴 책이 아닙니다. 성경은 히브리인들이 기록한 책입니다. 그들이 문화와 언어를 모른다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언어는 문화와 생활, 가치관과 세계관, 상황과 배경까지 두루 포함합니다. 그들의 삶을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오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성경은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에 담긴 결정적인 의미는 숨어 있는 가정이나 배경지식이 많다는 뜻입니다. 저들은 너무나 잘 알지만, 여기 우리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홍길동', '심청이', '변 사또' 우리는 이런 이름만 들어도 그 시대 상황과 배경, 삶의 자리를 짐작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습니다. 배우고 익힐 때까지는 말이죠.

더구나 성경 말씀은 지리적인 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들이 발 딛고 살아간 곳을 배경으로 기록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나처럼 이스라엘을 단 한 번도 밟아보지 않고, 눈에 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상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사진은 다 담아내지 못합니다. 일부를 통해 전체를 상상하게 하고, 특정 장면을 포착해서 많은 서사를 담아낼 수는 있어도, 그 환경과 상황과 향기를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많은 기독인들, 특히 목회자들이 성지 답사에 오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오랜 기간을 살아오신 분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설명을 들으면서 성서의 땅을 밟을 수 있다면, 성경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저자 권종렬 목사는 이스라엘과 중동에서 잔뼈가 굵은 김동문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성서의 땅을 수차례 다녔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곳 문화와 상황, 배경에 관한 정확하고 풍부한 설명을 곁들여 가면서 그곳을 밟았고 눈과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런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성경을 더 깊고 넓게 보았고,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 책이 바로 [이스라엘 땅에서 말씀 찾기]입니다. 바버라 애런 라이크처럼 체험형 글쓰기에 속한다고 본 이유입니다.

책의 속살을 조금 더 공개하겠습니다. 책은 전체 11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Chapter 1. 영원을 비추는 땅, 베들레헴

Chapter 2. 아픔을 싸매 주는 땅, 쉐펠라와 네게브

Chapter 3. 비를 흡수하는 땅, 유대와 사마리아 산지

Chapter 4. 무덤이 가득한 땅, 예루살렘 감람산

Chapter 5. 평화를 잃어버린 땅, 예루살렘 옛 시가지

Chapter 6. 믿음을 시험하는 땅, 유대 광야

Chapter 7. 생명이 흐르는 땅, 요단강과 사해

Chapter 8. 경계를 넘어서는 땅, 이스르엘 골짜기

Chapter 9. 복음이 자라나는 땅, 이방의 갈릴리

Chapter 10. 사랑을 알아 가는 땅, 갈릴리 호숫가

Chapter 11. 다시 시작하는 땅, 가이사랴 그리고 욥바

각 장이 보여주듯 이스라엘의 주요 지명과 지역을 중심입니다. 단지 지역 소개가 아니겠지요. 그 지명 혹은 지역과 긴밀하게 연결된 성경 본문을 찾아 연결하고 그 땅 한복판에서 어떤 맥락과 의미로 기록되었는지 인간미 넘치는 관점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이런 이유로 "베들레헴에서 욥바까지 인문 기행"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잠깐 멈추어 서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곱씹게 만드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성경을 거룩한 말씀이란 관점으로만 읽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읽어 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흩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계적으로만 성경을 읽었다거나, 그 안에서 어떤 교훈을 얻으려는 성경 읽기에 집중했다면, 필연적으로 멈추게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어떻게 이것을 놓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경을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읽으면서도 그 안을 채우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성경 읽기 독법이 가져다주는 일종의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신앙하고 신뢰하며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사람입니다.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생활 신앙을 훈련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스라엘 땅에서 말씀 찾기]는 일상적 감각을 일깨워 줍니다. 성경이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난 사건과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거룩한 말씀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성경을 이런 관점으로 읽어낼 수 있고, 이렇게 읽어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면 우리에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의 삶 역시 하나님의 말씀과 동떨어진 삶이 아니며,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통로가 되고 재료가 될 것이라고 얼마든지 고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치와 세계관을 획득한다면 나의 삶을 다르게 보는 것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삶 역시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의 삶과 우리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그 안을 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목격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땅에서 말씀 찾기]는 술술 읽히지만, 우리 가슴에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동시에 남깁니다.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궁금하신 분, 성서의 땅이 궁금하신 분, 성서의 땅과 그 안에 촘촘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성경을 읽다가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곁에 두고 읽는다면 큰 유익이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 느낀 점

  1. 성서의 땅이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성지 답사 혹은 성지순례라는 말이 조금은 불편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 번 성서의 땅을 밟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좋은 길잡이가 있다면 더없이 멋진 경험이 될 것이고, 성경을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크게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2. 목사여서 그렇겠지만, 익숙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물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지점도 종종 만났습니다. 사람에게 집중하는 독법이 어느 부분에서는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어느 부분에서는 조금은 넘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마도 저자 권종렬 목사님이 굉장히 인간미 넘치는 분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3. 이 책을 읽다가 김동문 선교사의 [오감으로 성경 읽기]와 [너희 등불을 비추라]가 떠오른 것은 저만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특히 인간미 넘치는 독법이란 점에서는 [너희 등불을 비추라]와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인간성이 사라지고 결여된 세상에서 다른 방식의 독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이 두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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