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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주일학교 - 한 사람이 바꾸는 현장 매뉴얼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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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학교는 한국 교회의 미래입니다."



몇 해 전 들었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교회 절반 가까이 주일학교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엔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생각했습니다. 통계조사(통계조사는 늘 의심의 여지가 있습니다) 결과는 이 사실이 조작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부목사로 사역하는 곳은 광주 은광교회입니다. 광주 은광교회는 고신 교단 전라노회 소속이고요. 전라 노회에서 사역하면서 이 통계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축소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해보았습니다. 전라지역에 고신 교단 교회가 많지 않고 교세가 작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주일학교가 아예 없거나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는 지금의 모습은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니까요.


대안이 있을까요? 주일학교가 한국 교회의 미래라고 한다면 한국 교회엔 미래가 있는 걸까요? 무겁고 심각한 이 질문에 대해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박양규 목사의 [리셋, 주일학교]입니다.







박양규 목사는 주일학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역자입니다. 그의 경험과 통찰, 노하우와 진지한 고민을 담아 이 책을 저술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장 사역자 박양규 목사의 제안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원래 강력한 한방은 단순한 법이지요). 그는 먼저 한 사람의 힘을 주장합니다. 한 사람이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한 사람이 주일학교의 흐름과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교회 교육에 확신을 가지고, 개 교회만의 고유한 가치와 인재상을 확립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헌신하는 한 사람으로 인해 주일학교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박양규 목사는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이 부분이 두 번째 챕터에 해당합니다). 교사들과 분명한 포지션을 나누고 협업시스템을 세워가자고 말합니다. 주일학교 예배를 전통적으로만 드릴 것이 아니라 예배를 디자인하자고 제안합니다. 예배의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면 얼마든지 예배를 디자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설교와 공과공부의 연계성을 만들고 효과를 극대화하자고 제안합니다.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교사들과의 연합도 빼놓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인문학을 강조한 박양규 목사는 교회 교육의 위한 콘텐츠로 인문학을 제안합니다. 교회 교육의 블루오션을 인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문학을 가르치지만 단순히 인문학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인문학을 도구로 복음을 정확하게 가르치자고 말합니다. 복음을 정확하고 힘 있게 가르치는 일은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한국교회는 위기의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교회의 직격탄으로 작용했습니다. 여러 가지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일학교도 위기를 겪고, 청년대학부와 젊은 층이 교회를 대거 이탈하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온라인 예배를 2년 넘게 지속하면서 예배에 대한 갈급함이 커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형식적으로 예배하는 현상도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기는 변장한 기회라는 말이 있죠. 교회의 역사를 보면 교회는 늘 위기의 순간을 대면했습니다. 평안한 시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교회는 늘 세상의 미움을 받았고, 위기를 직면했습니다. 음부의 권세가 교회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수의 말씀처럼 교회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냈을 뿐 아니라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주일학교의 위기, 교회의 위기는 분명합니다.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는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낼 것입니다. 교회의 머리가 예수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며, 세상을 경영하시는 분 역시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십니다. 역사가 증명한 또 다른 진리입니다.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한 사람을 통해 하나님은 일하실 것입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실 것입니다. 박양규 목사의 말처럼 한 사람의 힘이 위대한 이유입니다. 한 사람의 헌신과 수고와 열정 그 뒤에,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의 힘과 열정과 지혜와 능력 때문입니다. 그 일에 바로 내가 쓰임 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영광스럽고 멋진 일이 아닐까요?



박양규 목사의 [리셋, 주일학교]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던지는 초대장이며, 시대적 사명을 끌어안게 만드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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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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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젓가락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겠지?"

고(故) 이어령 선생님의 책 [너 누구니]를 받아들고 처음 했던 생각이었습니다. 300페이지가 넘는 결코 얇은 책이 아닌데 젓가락 이야기만 있다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젓가락 안에 이야기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끌어다 모아도 100쪽 넘기기 힘들 테니까요.

이럴 수가. 저의 짐작을 비웃기라도 하듯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젓가락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이 많은 이야기가 젓가락에 숨어 있었다니, 도대체 이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과 지식을 향한, 우리 것을 향한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무엇보다 젓가락에 담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를 정갈한 언어로 빼곡하게 담아주셔서 읽는 내내 고마운 마음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은 젓가락을 사용하는 대표적 나라입니다. 그 외에도 다수의 나라가 있기도 하지요. 젓가락에 우리나라 대한민국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그것이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나의 질문을 미리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나라 젓가락의 차별성을 여러 가지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심지어 젓가락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차별성이 있으며 이 "가락"이라는 한 단어로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DNA를 고집스럽게 찾아내고 들려줍니다.

길이와 모양, 게다가 늘 둘이 있어야 하나가 되는 것, 또다시 숟가락과 짝을 이루어 '수저'라는 이름으로 완성되는 이야기가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격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젓가락은 당연히 음식문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국물과 건더기가 어우러진 음식을 먹으니 우리의 젓가락은 쇠로 만듭니다. 다른 나라와 확연한 차별성을 가집니다. 이 지점에서 일종의 자부심을 느낀 것은 저만의 감정인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딴 나라 젓가락 다 나와봐!!!!"

각 꼭지를 "고개"로 표현한 점도 무척 좋았습니다. 책을 열면서 이어령 선생님은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를 꺼내듭니다. 각 꼭지가 "고개"로 표현될 것을 넌지시 아내 대놓고 알려주는 셈이죠.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 역시 우리만의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만의 젓가락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꼭지 표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과 감성과 지혜를 동시에 맛볼 수 있었던 놓칠 수 없었던 지점이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 헤밍웨이는 글 쓰는 이에게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재미있게,

재미있는 것은 의미 있게”

이어령 선생님의 [너 누구니]를 읽으면서 이게 바로 헤밍웨이가 하려던 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치 어려울 수 있는 젓가락 이야기를 쉽게, 쉽게 풀어가면서도 너무나 재미있게, 재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소중한 이야기로 간직하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의미까지. 글이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는 듯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을 조금 자세하게 다루고 싶었으나, 이어령 선생님의 글에 누를 끼칠까 봐 소감 위주로 서평을 대신했습니다. 젓가락에 담긴 우리만의 가락을 찾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젓가락질을 배우기 싫어하는 우리 자녀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왜 젓가락질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고, 젓가락에 담긴 우리만의 Meme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멋진 책이라 생각합니다.

11월 11일이 빼빼로 데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우니나라 청주에서 한중일 3국이 함께 선포한 젓가락의 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녀들에게 알려주어야겠습니다. 한중일 3국이 연합으로 선포했지만 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준 것처럼 우리나라 젓가락에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소복소복 쌓여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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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와 함께 사이 - 좋은 사람과 오래가고 싶어서
최유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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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진 마음 가장 깊은 소원 중 하나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좋은 사람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구하고 찾고 두드려야겠지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테고... 쏟아야 할 땀과 눈물도 있겠지요.


관계를 맺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성숙한 관계로 자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노력과 수고가 뒤따라야 하고, 때로는 뼈를 깎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관계를 가꾸어 가는 일은 정원을 가꾸어 가는 것과 여러 면에서 닮았습니다.


정원을 가꾸려면 먼저 정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관계 역시 관계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지요.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부지런히 수고하고 땀 흘려야 합니다. 좋은 관계와 꼭 닮았습니다. 아름답게 가꾼 정원도 작은 실수 하나, 어디선가 날아온 벌레 몇 마리 때문에 풍비박산 나기도 합니다. 관계도 그렇습니다. 작은 문제,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문제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하죠.


정원은 매일 가꾸어야 합니다. 하루쯤 건너뛴다고 해서 표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 가꾸지 않으면 조금씩 동시에 분명하게 망가집니다. 다시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열정,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가지요. 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매일 가꾸지 않으면 어딘지 모르게 이끼가 낍니다. 다시 회복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아야 하는 곳이 바로 정원과 관계입니다.


이 지점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이야기한 책을 만났습니다. 이혼전문 변호사 최유나(유퀴즈온더블럭, 세바시에도 출연한 유명하신 분이시더라고요. 제가 몰랐을 따름이지요) 작가의(벌써 두 권째 책을 출간하셨으니 얼마든지 작가라고 불러드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도대체 재능은 왜 이렇게나 한 사람에게 쏠리는 건지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혼자와 함께 사이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부부를 만났을지, 그들의 몸짓과 눈빛,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말투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지 책을 펼쳐들자마자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혼자와 함께 그 아슬아슬한 사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부대끼고, 그들과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어루만지며, 황당한 대화부터 진솔한 대화까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얻은 지혜와 통찰을 담았습니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잠깐 속살을 보여드리자면


1장: 우리, 비록 상처의 무늬가 다르더라도

2장: 너와 내가 같은 언어로 말할 수 있다면

3장: 붙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내 마음뿐

4장: 혼자서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

5장: 혼자와 함께 사이


이런 모습으로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살짝 엿보게 할 수 있는, 그렇다고 전체 내용을 섣불리 짐작하긴 어려운 주제로 묶여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톺아본 이야기가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있었고, 그 경험을 어떻게 녹여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로 살아오면서 이혼을 부추기기보다는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관계 문제를 주목하고, 다양하고 크고 작은 어려운 상황에 있는 다양한 사람을 대면하면서 얻은 지혜를 읽기 쉬운 언어로 담아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글 모양과 목차, 가독성까지 고려한 출판사의 노력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관계 맺고 사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 한나, 아들 유건, 딸 유은. 그 누구보다 이 세 사람과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가꾸어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나와 같지는 않을 테지만, 많은 남자들이 이 관계를 돌아보지 못하고 돌아보지 않는 실수를 범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더 관심을 표현하고(아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자녀와 양질의 시간을 잘 보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새롭게 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가고 싶고, 그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으니까요. 그간 저질러댄 숱한 잘못과 실수를 생각하자니 바늘에 찔린 마냥 마음이 뜨끔 뜨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작가 최유나의 집필 의도에도 이 부분이 있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우리나라 많은 사람이 이혼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정확한 속 사정은 모르지만 이혼이 달가운 일은 아니니까요. 좀 더 성숙한 사람,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고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나부터 말이죠. 기대하기는 어른다운 어른이 많아져서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사람이 여기저기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원, 아름다운 정원이 여기저기 많다면 분명 살기 좋은 곳, 아름다운 풍경임에는 분명할 테니 말입니다.


삶의 방향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금 깨우쳐 주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준 책입니다. 가볍게 읽다가 정독하게 된 참 멋진 책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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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 -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Joe 지음, 이선영 옮김 / 리텍콘텐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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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면서 단순한, 아름다우면서 추한, 품위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천박한, 연약하면서도 한없이 질긴, 갈망하면서도 무관심할 수 있는 것. 이 말도 안 되는 역설로 가득한 것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너무나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관계없이 살아갈 수 없으나 관계 때문에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관계 때문에 행복해지기도 하는 반면 관계 때문에 점점 불행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이 다르고 인간관계에 대한 마음이 다르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도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관계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고 관계 때문에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을까요?

근래엔 가스라이팅이란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누군가 나를 정신적 정서적으로 지배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은 언론과 대중매체가 대중을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대선이 있었지요. 이런 국가적인 큰일이 있을 때면 온 언론이 진영논리에 함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뿐 아니라 편향된 뉴스로 진영논리를 더 확산시키고, 결국 표심을 이끌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거대한 가스라이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구 환경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같은 문제를 놓고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봅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몇 장의 사진만으로 도배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얼마든지 괜찮다고 말하기도 하는 반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하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인류가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양쪽 진영의 글과 주장 책을 동시에 읽어야 하고, 정확한 지표를 찾아보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어이없는 가스라이팅에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자신을 보호할 뿐 아니라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나왔습니다. [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입니다.




점점 불행해지는 관계를 정리하는 인간관계 기술 43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에 현혹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을 빼곡하게 담았습니다. 직장, 이웃, 친구, 심지어 가족까지 나를 휘두르려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책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장 - 좋은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감이 유지되어야 한다

2장 - 누구도 파고들 수 없는 베이스를 만들어라

3장 - 미움받지 않는 거절쟁이가 되어라

4장 - 보이지 않는 무게감으로 상대를 사로잡아라

5장 - 사람을 끄는 매력적인 인간이 되는 법

각 장마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꿀팁을 무한 공유합니다. 직장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떻게 거절하면 미움받지 않을 수 있는지, 한계에 이르기 전에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마지막 5장은 1~4장 전체의 결론 파트입니다. 1~4장에서 제시한 방법을 따르면 어느새 매력적인 인간으로 변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입니다. 단순히 파격적인 주장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주장처럼 보입니다.


가독성이 끝내줍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쉽고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와 통찰을 제공합니다. 맛깔스럽게 번역한 부분도 마음에 쏙 듭니다. 번역가 이선영 씨에게 박수 짝! 짝! 짝!!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는 사람, 사람을 이용해 먹으려 드는 사람, 그러면서도 양심의 가책조차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은 세상입니다. 당혹스러운 세상입니다.

이 책은 이 당혹스러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쉽게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은 부분을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줄 것 같습니다. 한국 정서에 맞게,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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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우리 아빠
조창인 지음 / 산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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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이번에도 나는 울었습니다.


20년 전 조창인의 가시고기를 읽으며 쏟아지려는 눈물 꾹꾹 눌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디스크가 터져 나올 때까지 지게를 지셨던 나의 아버지. 장남으로 태어나 중학교 때부터 똥장군을 지고 마을을 오르내렸던 나의 아버지, 처자식 키워내고 홀로 남으신 어머니를 섬기기 위해 삶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셨던 나의 아버지가 떠올라 끝내 눈물을 쏟았습니다.


언제부턴가 자신을 흡혈귀처럼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부모님 목에 빨대 꽂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라고 자신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사는 자신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을 떨치고 싶지만 떨쳐내기 힘들었습니다.


팔순을 훨씬 넘긴 나의 아버지, 아침저녁으로 요양원을 오가시는 나의 아버지, 가끔은 혼자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하시는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더 잘 모셔야 하는데, 더 자주 찾아뵙고 손자 손녀 얼굴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눈물 콧물 한 바가지 쏟아낼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도 알면서도... 자주 전화드리는 것을 부모님의 사랑에 반응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보입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지만 어느새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함께 웃고 떠들 때면 종종 나의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나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실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실지 궁금합니다. 나중 내가 나이가 들어 거동마저 불편해질 때면 지금 나의 아들과 딸과 보냈던 시간을 나는 어떻게 추억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녹여가며 아들을 살리려 했던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하지만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작년 느닷없이 아들을 수술대에 눕혀야 했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불행 중 다행 아들은 수술을 잘 받았고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추적 관찰하며 아들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순간순간 마음이 철렁할 때가 있습니다. 꿈이었나? 싶은 생각도 종종 합니다. 너무나 생생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읽으니 20년 전과는 사뭇 다른 정서로 다가왔습니다. 가시고기 아빠의 마음을 더 절절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하겠죠.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꾹꾹 참아내다 결국엔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서둘러 닦아야 했던 이유입니다.


책을 읽으며 이 글이 소설이었기에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왜 없을까.. 이보다 더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 곳곳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삶이 고맙기도 하고 세상 참 불공평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시련과 고난의 시간을 뚫어내고 결국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 참 대단하다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가시고기 우리 아빠... 엄마의 사랑에 비해 아버지의 사랑은 어딘지 어색합니다. 잘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어떤 무게를 버티는지,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조차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가시고기 우리 아빠는 아버지의 사랑이 어떤 무게를 견디는지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 잘 보여줍니다.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꿈과 5억이란 제목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아버지도 저마다 소박한 꿈을 말합니다. 영상을 보던 자녀들은 느닷없는 아버지 영상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버지에게 질문을 바꿉니다. 앞으로 1년 살 수 있다면 꿈과 5억 중 무엇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아버지는 하나같이 꿈을 포기하고 5억을 선택합니다. 이유는 가족에게 자녀에게 종잣돈을 마련해 주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해 온다고 해도 나 역시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들딸이 살아갈 수 있는 종잣돈을 마련해 주는 것이 나의 꿈을 좇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땅을 살아가는 아버지는 가시고기인가 봅니다. 가시고기이길 자처하는 아버지겠지요. 나의 아버지가 그러셨고 나 역시 나의 아들딸에게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으니 말입니다.




나의 진짜 아버지 하나님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계실 뿐 아니라 세상 끝 날까지 나와 함께 가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약속에 신실한 분이신지는 예수께서 십자가로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자기 독생자를 아낌없이 내어주실 정도로 하나님은 약속에 신실하신 분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실 뿐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가 누구와 함께 걸어가야 하는지도 보여주십니다.


한 손에 하나님 손잡고 다른 한 손으로 아내 한나와 아들 유건 딸 유은이의 손잡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잘 걸어가고 싶습니다. 참 좋은 아빠이신 하나님을 본받아 나도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뿐 아니라 나의 육신의 아버지도 내가 그렇게 살아가길 바라실 것이므로... 나 역시 나의 아들 유건이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 바라므로...





가시고기 우리 아빠에 나온 명문장으로 서평을 마치고 싶습니다.


You may not know where you're going

You have to know who to go with


어디로 가는지는 모를 수 있어.

누구와 함께 가야 하는지는 알아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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