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우리 아빠
조창인 지음 / 산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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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이번에도 나는 울었습니다.


20년 전 조창인의 가시고기를 읽으며 쏟아지려는 눈물 꾹꾹 눌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디스크가 터져 나올 때까지 지게를 지셨던 나의 아버지. 장남으로 태어나 중학교 때부터 똥장군을 지고 마을을 오르내렸던 나의 아버지, 처자식 키워내고 홀로 남으신 어머니를 섬기기 위해 삶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셨던 나의 아버지가 떠올라 끝내 눈물을 쏟았습니다.


언제부턴가 자신을 흡혈귀처럼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부모님 목에 빨대 꽂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라고 자신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사는 자신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을 떨치고 싶지만 떨쳐내기 힘들었습니다.


팔순을 훨씬 넘긴 나의 아버지, 아침저녁으로 요양원을 오가시는 나의 아버지, 가끔은 혼자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하시는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더 잘 모셔야 하는데, 더 자주 찾아뵙고 손자 손녀 얼굴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눈물 콧물 한 바가지 쏟아낼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도 알면서도... 자주 전화드리는 것을 부모님의 사랑에 반응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보입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지만 어느새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함께 웃고 떠들 때면 종종 나의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나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실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실지 궁금합니다. 나중 내가 나이가 들어 거동마저 불편해질 때면 지금 나의 아들과 딸과 보냈던 시간을 나는 어떻게 추억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녹여가며 아들을 살리려 했던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하지만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작년 느닷없이 아들을 수술대에 눕혀야 했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불행 중 다행 아들은 수술을 잘 받았고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추적 관찰하며 아들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순간순간 마음이 철렁할 때가 있습니다. 꿈이었나? 싶은 생각도 종종 합니다. 너무나 생생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읽으니 20년 전과는 사뭇 다른 정서로 다가왔습니다. 가시고기 아빠의 마음을 더 절절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하겠죠.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꾹꾹 참아내다 결국엔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서둘러 닦아야 했던 이유입니다.


책을 읽으며 이 글이 소설이었기에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왜 없을까.. 이보다 더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 곳곳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삶이 고맙기도 하고 세상 참 불공평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시련과 고난의 시간을 뚫어내고 결국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 참 대단하다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가시고기 우리 아빠... 엄마의 사랑에 비해 아버지의 사랑은 어딘지 어색합니다. 잘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어떤 무게를 버티는지,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조차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가시고기 우리 아빠는 아버지의 사랑이 어떤 무게를 견디는지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 잘 보여줍니다.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꿈과 5억이란 제목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아버지도 저마다 소박한 꿈을 말합니다. 영상을 보던 자녀들은 느닷없는 아버지 영상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버지에게 질문을 바꿉니다. 앞으로 1년 살 수 있다면 꿈과 5억 중 무엇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아버지는 하나같이 꿈을 포기하고 5억을 선택합니다. 이유는 가족에게 자녀에게 종잣돈을 마련해 주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해 온다고 해도 나 역시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들딸이 살아갈 수 있는 종잣돈을 마련해 주는 것이 나의 꿈을 좇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땅을 살아가는 아버지는 가시고기인가 봅니다. 가시고기이길 자처하는 아버지겠지요. 나의 아버지가 그러셨고 나 역시 나의 아들딸에게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으니 말입니다.




나의 진짜 아버지 하나님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계실 뿐 아니라 세상 끝 날까지 나와 함께 가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약속에 신실한 분이신지는 예수께서 십자가로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자기 독생자를 아낌없이 내어주실 정도로 하나님은 약속에 신실하신 분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실 뿐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가 누구와 함께 걸어가야 하는지도 보여주십니다.


한 손에 하나님 손잡고 다른 한 손으로 아내 한나와 아들 유건 딸 유은이의 손잡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잘 걸어가고 싶습니다. 참 좋은 아빠이신 하나님을 본받아 나도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뿐 아니라 나의 육신의 아버지도 내가 그렇게 살아가길 바라실 것이므로... 나 역시 나의 아들 유건이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 바라므로...





가시고기 우리 아빠에 나온 명문장으로 서평을 마치고 싶습니다.


You may not know where you're going

You have to know who to go with


어디로 가는지는 모를 수 있어.

누구와 함께 가야 하는지는 알아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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