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말하기 노트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한정주.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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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 시리즈 두번 째 이야기 <조선 지식인의 말하기 노트>를 읽었습니다. 첫 번 째는 글 쓰기를 경계하는 선인들의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펴 내었지요. 많은 글들이 글을 쓸 때의 마음 가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번에는 글쓰기가 아니라 말하기에 대한 선인들의 글들을 발췌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말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는 것이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글로 남겨 후인들에게 경계로 삶으려 했던 선인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작은 소단원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사실 '말하기' 교본입니다. 사실 말하기 교본이긴 하지만 요즘처럼 구술에서 달변이나 쾌변을 알려주는 그런 책은 아닙니다. 반대로 침묵의 위대함을 가르치지요. 침묵하라. 그것이 그대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는 명제가 깊이 박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선인들이 말하는 것에 어느 정도 중점을 두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침묵은 게으름의 표현이 아니라 신중함의 표현이랍니다.

 

  침묵은 어쩌면 소극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여기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함구가 아니라 말이 그만큼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으므로 말을 할 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의미를 다르게 포장한 단어입니다. 말할 것은 말하되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불의 앞에서 함구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실 말이라는 것은 문자로 기록하기 전 , 문자라는 매개를 거치지 않고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말이라는 것은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사람은 바로바로 이야기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져버린지 오래되었다고 봐야하지요. 배려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말하기는 예전에 선인들의 말하기와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가 봅니다.

 

내  목을 잘라봐라 그래도 내 입은 살아서 바른 말을 할터이다.

 

  또 한 가지를 특징으로 잡아보자면 아마도 ''정직하게 말하기 혹은 '툭 까놓고 말하기'의 중요성과 듣는이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조 아저씨가 홍재전서에서 매양 하시던 말씀이지요. 툭 까놓고 말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이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계시지요. 맞는 말입니다.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하긴 그 시대에 한 마디 잘못하면 바로 귀향행이라는 무급 휴가를 받아야했습니다. 그래서 가다가 죽거나 가서 죽거나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자신의 신념은 지켜야하지 않겠습니까? 요즘은 어떤가요 말들 잘하시는 정치가 여러분들은 말을 가려하고 바른말하고 자신의 본분을 지켜가고 계시는지 모를 일입니다. 대통령 형! 형은 어때요? 삼촌인가?

 

삼가고 또 삼가라 그리고 언행일치하여라

 

  책을 읽으면서 제게 지속적으로 떠오른 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삼가다'라는 표현인데요 삼가다라는 것은 맘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는 의미이지요 그렇습니다. 말을 하기전에도 삼가고 말을 한 후에도 삼가고 말을 마친 뒤에도 삼가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며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을 쥐가 듣는다는 속담으로 수천년의 경계로 삶았겠습니까?

 

   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며 행동보다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생각하고 생각한 후에야 뱉어내는 것이 옳습니다. 그 다음에 꼭 지켜야 할 것이 말과 행동의 일치가 아닐까 합니다. 요즘이나 예전이나 말을 하고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뱉어내었으면 지켜야겠지요. 말을 하는 것도 다 의사소통을 통한 설득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합니다. 우리 정치하시는 분들 식언을 자주 하십니다. -식언 : 한번 입 밖에 낸 말을 도로 입 속에 넣는다는 뜻으로, 약속한 말대로 지키지 아니함 - 아이들을 식언을 일삼는 사람들로 키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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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기초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스케치 쉽게 하기 2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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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날에 산책을 하거나 뜨거운 여름날 해변이나 산 길을  거닐거나 가을날의 풍성한 은행잎을 보거나 추운 겨울날 얼음꽃을 가득한 길을 걷고 있노라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글로 옮기다보면 글로는 형용할 수 없는 벽에 부‹H히는데 그 때 한 번씩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말로 표현해서 날아가 버리기 전에 얼른 그림으로 그 이“G를 잡아 둘껄 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막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하나의 형태를 완성하기도 전에 그 이미지는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림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그림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의 열망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 법 배우고자 하였으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을 때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개인 과외를 받을 형편은 안돼서 책을 봐볼까 하던 차에 눈에 들어왔다. <스케치 쉽게 하기> 내 경우 색감을 입힐 필요는 없었기에 연필로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실기를 위주로 연습을 해야하는 것을 책으로 다가 선다니 조금은 아이러닉컬하다.

 

  모든 그림이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하고 사물을 관념이 아니라 사실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고정관념의 탈피라는 말로 다가온다. 우리 머릿속에 관념화된 것들을 덜어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부터 배움의 시작이고 스케치의 시작이었다. 또한 스케치를 시작할 때는 이제껏 우리가 잡아온 연필 잡는 법에서 벗어나 선을 살려 쓸 수 있는 손잡이법이 필요함을 알려주었다.

 

  스케치의 방법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해칭기법 문지르기 기법 네추럴 스트로크휘갈기기 기법 등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예제를 내어 연습을 하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정물 인물 풍경 동물 식물 스케치의 형태도 순서대로 제시해 두었다. 이 책의 장점은 설명에 이은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별책으로 제시해 두었다는 것인데 책과 문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연습하게 하는 것이 가능해서 좋다.

 

  이 책에서 제시한 대로 모사이건 연습이건 열심히 연습을 하다가 보면 최소한 자신이 잡으려고 했던 이미지의 허리춤은 잡아서 글이나 종이 위에 메어둘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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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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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는 논술의 시대라고 하도 그래서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출판계는 여기에 영합하여 많은 글쓰기 교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외수 안정효 이태준 기타등등 많은 출판물들이 독자들에게 손을 내밀거나 미소짓고 있다. 그 와중에 현대의 글쓰기가 아니라 우리가 옛날이라고 이르는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글쓰기를 바라보면서 글쓰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글쓰기의 잔기술을 배우려면 사실 이 책은 과히 좋은 책이 아님으로 권할 수 없다. 잔기술이 필요하신 분들은 서점에 가서 찾아보시라 많이 나와있다.
 
    몇 달 전에 소팬하우어의 ,문장론..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쇼선생의 글이 쇼 선생 혼자 생각이라면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는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했던 글에 대한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정약용, 박지원 , 허균, 김정희 등의 문사들이 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것을 문집에서 발췌해서 묶었다. 각자의 표현 방식은 달라도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하나다. 글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날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문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 미려한 문장을 쓰는것이 가장 좋은 문장일까. 이 책을 읽으면 알게되 것이지만 답은 '아니다'이다. 무릇 좋은 문장이란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문장인데 쉽게 쓴다는 것이 어지간히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그럼 좀 많이 알아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금 많이 알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한다. 독서를 많이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의 견해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즉 독서와 생각하기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노력의 결과다. 천재적으로 태어난 문장가나 글쟁이는 정말 우리시대 장동건 외모가 하나 뿐인 것과 같다. 결국 개천에서 용 안난다. 개천에는 1000년을 두고 열심히 노력하는 이무기들이 있을 뿐이다.
 
나는 니가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어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져봄직한 꿈은 아마도 자신의 글이 타인의 평정심을 건드려 감성을 자극하거나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적을 알아야하는 법이 아닌가?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독자들을 만나서 어떤 스타일의 글이 좋아라고 물어볼 수 없지 않는가? 그럼 슬쩍 독자들이 써 놓은 글들을 들여다보라. 그대들이 잡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마음이 그 속에 여염집 색시처럼 베시시 웃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글이란 자고로 자신의 얼굴이며 마음의 발현이다. 논술 수업시간에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참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 직면한 상황을 서술하게 된다는 것 이런 것만 봐도 충분히 글이란 자기 자신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난잡하고 허접한 문장이 가득한 글을 쓰지 않아야함은 당연하다. 글은 곧 자신의 얼굴이며 생각이니 곧 자기 자신이다. 숨기려고 하면 더욱 드러나게 마련이니 글을 쓸 때 항상 주의하고 써야하겠다
 
용서하마 , 성형 수술 100번이고 1000번이고 해라 그래야 2세가 더 이뻐진다.
 
  우리 조상님들은 몸에 칼질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셨지만 유독 한 곳은 칼을 들이밀며 고치고 고치기를 성형중독자처럼 한 곳이 있으니 글이 그것이다. 100번이고 1000번이고 의미가 통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주구장천 고치고 또 고쳤다. 소위 글은 필이야라고 말씀하시는 분 계시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좋은 글은 일필휘지라는 미명하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는 퇴고의 정신 고쳐쓰기의 정신이 남긴 유산이다. 단아한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글쟁이들 많이 쓰고 고친다. 글은 여인네와 같아서 만지고 고치고 다듬어야 한다. 갈고 닦으면 점점 아름다움을 발하는 것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자들이여 글에 지우개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아니 자기 자신의 글에 대한 애착을 좀 덜 가져라. 못생긴 글은 용서가 안된다. 오래 기억될 문장은 이뻐야 한다. 고치고 또 고쳐라 용서된다. 100번이고 1000번이고 용서된다
 
글은 3단 합체 로봇이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우스울지도 모르는데 글은 글 쓰기 전 , 글 쓰는 동안 , 글 쓴 후 즉 세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전에 해야할 일이 있고 쓰면서 해야할 일이 있고 쓴 후에 해야할 일이 따로 있다. 이들의 아귀가 꼭 맞아야 글이라는 무생물이 생명을 얻어 100년이고 1000년이고 살아 숨쉬게 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마술사 뿐이다.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게 만든느 위대한 마술사가 필요하다. 그 마술사가 누구냐고? 알면서들 너무하신다. 글을 쓰는 사람이지 누구긴 누구이겠는가? 합체를 할라 그래도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잘 붙어서 아름다운 합체가 되지 않겠느냐.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필요하듯이 좋은 글에도 이끄는 사람 즉 글을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즉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좋은 글 생명이 있는 글이라는 것은 글쓴이의 계속되는 노력에 의한 위대한 산물이다'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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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권현숙 지음 / 세계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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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그만두고 쉬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그 시간  속으로 게을름이 틈입해 온다. 그리고 또 하나 찾아드는 것은 시간의 늘어남과 비레하는 사람들 사이의 단절감 즉 외로움의 깊이는 깊어진다는 것이다. 봄 바람이 불고 꽃들이 피고 지는 시간에 더욱 사람들이 그리워지게 된다. 외로움이란 사람을 만난다면 해결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을 만난다고 해결되지 않는 외로움이란 형태도 분명 존재한다. 앞에 사람들이 있어도 그저 이미지에 불과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천형과도 같은 외로움은 난치병에 가깝다. 그러한 난치병의 증상은 정말 다양하기 마련이다. 여기 그 단상들을 드러내는 책이 있다 <인간들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는 소설집이다. < 삼중주> <열린문> <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 마지막 수업> < 사랑을 그치고 삶이 있게 하라> < 순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권현숙의 소설에서 각각의 단편으로 이야기는 존재하지만 옴니버스식으로 엮인 이야기들은 '사람의 외로움에 대한 기록'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모여든 것을 알 수 있다.

  권현숙의 소설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많으면 두 사람 정도가 전부인 듯 하다. <삼중주>는 남자에게 존재를 숨기고 남자의 집을 방문해서 그 사람의 흔적 속에서 살아가는 여자가 등장하고 부인의 그림자에 묻혀 살아가는 남자가 등장한다. 홀로 된 것의 극점을 보여준다. 외로움은 절절하지 않게 무미건조하게 보여준다. <열린문>에서는 강아지 프린스를 데리고 사는 여자가 등장하고 가족들과 알 수 없는 벽을 쌓고 살아가며 소통하는 것은 그저 애완견인 프린스가 전부인 여자와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늙은이가 등장한다. 늙은이는 문을 열어둔다. 살아온 날이 많은 만큼 관조적인 자세로 죽음을 기다린다. 노인이 문을 열어 둔 것은 자신의 쓸쓸한 죽음을 외부인들이 빨리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미망인과 남편의 친구가 등장한다. 이번에 다른 것이 있다면 미망인에게 잔느라는 태아가 있었다는 것인데 유산되고 남편의 친구와의 사랑을 통해 쟌느가 다시 살아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소설집 중에서 그나마 밝은 부분에 속한다. <사랑을 그치고 삶이 있게 하라>에서도 사랑이 소통이 아니라 관계의 걸림돌과 개인적 성공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버린 남녀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순장>에서는 사회적 미의 요건으로 충만한 곳에서 미의 조건을 가지지 못한여자가 살아가는 심리를 적절하게 표현하여 군중 속의 고독과 외로움을 그려내고 있다.

   권현숙의 소설을 읽다가보면 목이 마르다. 냉수라도 한 사발 들이키면서 읽어야 겨우 갈증을 모면할 수 있을 듯 하다. 그것은 마른 문체 때문이다. 이 마른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독자들의 감정 틈임을 철저하게 막는다. 오로지 한 사람을 주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글 속에 등장하는 한 사람의 생각과 상황을 독자의 입장에서만 지켜보게 만든다. 감정을 이입시켜 감정전이를 일으키는것이 아니라 제시한 상황을 인지하고 연상하여 일으키는 외부적 감각을 사용하고 있기에 독자가 느끼는 이미지의 발현은 더욱 치명적이다. 객관적인 상황의 이해는 이미지를 추상에서 사실로 확정시킨다.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외로움이라는 이미지는 소설 하나 하나를 통과하면서 솜사탕의 커지는 부피처럼 개인의 소소한 외로움에서 대중적인 것들 사이의 외로움까지 확장한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사랑인가?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일까?

   매력을 느끼는 남자가 나타나면 기회를 놓치지 마 . 단순하게 생각해 서로 즐거움을 주고 받는 거야. 그게 성이야. 상대방에게 남성으로 , 여성으로 즐거움을 나누는 거 , 저 남자 멋인다. 자고 싶다. 망설일 필요가 없어. 기회가 항상 널려 있는 건 아니니까. 하룻밤으로 끝날 수 도 있고 더 오래 갈 수도 있겠지. 굳이 나한테 숨길 필요는 없어. 난 그 관계를 받아들일거야. 섹스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거야" <마지막 수업> 중에서

   물론 에로스니 플라토닉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어떤 것도 본질적인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포장된 감정 속에서 자신을 속이고 사는 것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외로움을 견디고 이겨내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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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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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이 분다. 봄은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이다. 봄바람은 사람들 마음 속에 사랑의 씨앗을 하나 쯤 남기고 가게 마련이다. 사랑이 그리워지는 계절의 끝 머리에 사랑을 이야기 하는 책을 만났다. 아지즈 네신인 쓴 글이다. 아지즈 네신은 < 생사불명 야샤르>로 국내에 알려진 터키 국민작가이다. 사랑에 대한 단상에 대한 기록의 제목은 <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추상적인 사랑의 성질을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그 성질을 표현하고 있는데 아지즈 네신의 동식물의 비유적 상황 제시에 의해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와닿게 하는 묘한 힘을 발휘하게 한다. 이 책은 어쩌면 사랑을 시작하려고 하는 청춘 남녀들이 먼저 일어 보는 것이 좋겠다.

 사랑은 같지 않기 때문에 그대에게 빠져드는 것이야. 마치 치명적인 상처같이

    독수리와 물고기 익투스의 사랑을 그린 < 빛나는 것 , 그것은>은 다른 종과의 사랑 익숙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과 말로 못하는 사랑을 춤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사랑이라는 것이 말로만 표현 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님을 나타내주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비극적 사랑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초월적 사랑의 한계라고 해도 좋을테지만 독수리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다가서자 했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지만 결국 익투스의 품에 잠드는 것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참고 견디는게 사랑의 모습은 아니야. 진정으로 자신을 양보할 수는 없는거니  

   참나무와 플라스틱 인형의 사랑과 애증을 그린 < 품을 수 없는 안길 수 없는>에서는 참나무와 인형의 입장을 서술함으로 통해 함께 된다는 것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낸다. 참고 견디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에 대한 배려라는 이름 아래 그러나 그러한 사랑은 진정 사랑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주변을 돌아보면 참 특이한 커플들이 있다. 정말 매번 치명적인 말들을 뱉으면서 싸우면서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화해하고 화해하기가 무섭게 싸우는 그런 커플들이 있다. 그들은 정말 사랑하는 것일까? 그들은 참나무와 인형의 운명을 타고난 비극적 사랑의 단상은 아닐까  

       참나무와 인형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재단하고 판단했다. 결국 인형이 참나무를 원하지 않는 만큼 참나무도 인형을 원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인형은 하나가 되길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힘으로는 참나무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었고 동화시킬 수 없는 이물질을 품고 있는 고통에 시달리는 참나무 또한 자신의 힘으로는 인형을 밀어낼 수 없었다. 이렇게 서로 원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악몽 같은 삶이 시작되었다.   -62p

 우리 사랑한다면 너와 내가 함께 가는거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껍질을 사랑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물론 시각적인 면에서 호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결국은 인물을 파먹고 살지 않는다는 말처럼 마음을 보고 성격을 보고 성향을 보고 연인이되고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사람의 생김 생김이 다르듯이 성격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며 그러한 사람들이 만나서 상대방이 가지는 고유한 성격적 이상향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질르  보여주는 글이 담쟁이를 등장시켜 함게 하는 대상들과의 괴리감을 잘 보여준 < 감아 안아야 할 그 아름다움의 이름>이다.

   이 작품들 외에도 <찰나에 만나다> < 나비 시인 그리고 여자> <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라는 글이 같이 실려 있다. <찰나에 만나다>는 움직일 수 없는 대리석 인물상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만남을 비극적으로 부서지지만 손가락 끝과 끝이 닿음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것을 성취해나감을 보여주고 <나비 시인 그리고 여자>는 사랑의 의미가 프라토닉적인 것이 아니라 어쩌면 종족 보존의 의미를 넘지 않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서는 튤슈라는 불특정한 인물을 통해 사랑이라는 것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느 순간에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평생을 튤슐를 찾아 헤멘 노인의 행적을통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지금 막 첫사랑에 부푼 기대를 가지고 있거나 지긋지긋한 사랑의 권태기에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여! 이 책을 읽고 그대들의 사랑이 어떻게 흘러가고 그대들이 무엇을 간과하고 있었던지 한 번 반성해보고 사랑하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튤슈를 위하여 ..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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