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양미술 순례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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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유랑인입니다. 잘들 지내셨습니까? 유랑인은 치솟는 날씨에 녹아내리는 아스팔트만큼이나 지리멸렬한 삶을 이어가고 있긴 합니다. 글자를 읽고 생각을 이어 붙이는 것도 늘어지는 껌처럼 근근히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나마 광적이지는 못해도 나이롱은 된다면 스스로를 위로 하기에 급급하지요.

 

저는 미술에 문회한입니다. 그저 그림을 보고 좋으면 그만이고 보기 싫으면 싫은 그림이라고 생각하는게 전부입니다. 제가 그림을 보는 식견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림에 대해서 소요유하듯 웅얼거리는 글들을 보면 하릴없는 동경의 마음이 뭉클뭉클 피어납니다. 그 책은 순간 탐욕의 대상이 되는데요 매번 읽으면서 내가 스스로 지옥에 빠졌구나 자탄을 합니다. 뱁새가 황새의 그 걸음걸이를 따라 가랭이를 찢어보면 남는 것은 찢어진 가랭이 밖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이 책은 유럽의 도시와 그 도시에서 연상되거나 관련있는 그림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시대의 우울>이 <나의 서양 미술 순례>와 분위기가 흡사합니다. <나의 서양 미술 순례>가 <시대의 우울>보다 좀 더 그림과 밀착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말이에요 서양 미술의 문외한인 제게 교과서에서 봤던 사람들만이 서양 미술사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란 것을 말해줍니다. 대표되는 몇몇이 아니라 대표되지 않지만 그 시대를 살아갔던 많은 화가들 - 사실 제가 몰랐지만 이미 알려진 -에 의해서 지탱되고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그림은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제대로 이애할 수 있나봅니다.  

 

 

아 주의사항 있습니다. 창비 출판사는 창비 출판사 내의 외국어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외국어들은 조금 조심해서 읽으셔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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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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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유랑인입니다. 저번에 책 한 권 읽다가 죽을 뻔 한 유랑인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칼칼칼 이 놈의 봄은 - 봄이 이 놈인지 이 년인지 잘 모르겟습니다만 , 아마도 여성들이 봄을 많이 탄다고 하니까 이년의 봄이라는 말이 맞겠습니다만 이년이라는 말은 아무리 곱게 들어줄래도 욕이 되고 말 것 같아 이놈을 끌어다 쓰기에 이르렀던 것임을 밝혀 두기로 하겠습니다. - 오기는 왔으나 미친놈 오줌발처럼 왔다가 사라져버린 - 사실 이 표현은 뭐 미친년 오줌발처럼이라는 표현이 맞기는 맞습니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놈으로 가기로 했으니까 말입니다. 칼칼칼 - 것 같더란 말입니다. 이제는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몸에 달라붙은 천딱지들을 최대한으로 줄이려는 여름이 왔더란 말입니다.

 

여름은 말입니다 유랑인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계절이기도 합니다만 아마도 떠위와 땀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나타나는 하릴없는 짜증스러움일텐데요, 어느 계절이건 책 밖에 읽을 것이 없었던 유랑인은 그저 여름날에 피서라고는 한 발 언저리도 떠나본 적이 없이 그저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책을 읽는데 추리물이나 공포물을 읽는 것으로 한 계절 보내기로 생을 살아왔습지요.이번에 읽은 책은 <셜록 홈즈 전집> 중에 1권 '주홍색 연구입니다 

 

사실 유랑인은 그다지 추리 소설 읽기를 즐기지는 않습니다만 칼칼칼 셜록홈즈를 읽기로 생각한 것은 밤을 꼴딱 세우고도 말입니다. 잠이 오지 않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미래소년 코난>도 아닌 <명탐정 코난> 극장판을 보게 되었지요 거기 나오는 도일과 코난이 셜록홈즈의 말들을 인용하더란 말이지요. 칼칼칼 셜록홈즈를 탄생시킨 사람이 코난 도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에요 코난과 도일이라는 이름을 나눠 가진게 되죠 그리고 둘 다 셜록 홈즈와 동일한 탐정의 재능이 있고 말이에요 .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니까 더듬어 보아야 할 것 같더란 말이지요. 처음 셜록 홈즈의 활약을 보게 되는 작품이 <주홍색 연구>였더란 말이지요. 주홍색 끌씨라고 하니까 말이지요 유랑인은 <주홍 글시>가 생각나더란 말이지요. 뭐 그것과 전혀 관계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더란 말이지요. 칼칼칼. 음 그러니까 이야기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칼칼칼

 

왠 사랑이라고 말씀하시는 분 계시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맞습니다. 셜록홈즈를 읽는사람들은 아마도 그의 추리의 명쾌함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으시니 말이지요. 유랑인이 보기에는 결국 사랑이었어요. 사랑이 문제란 말입니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할 때 "그래라"라고 말하였더라면 말입니다. - 역사에는 if가 업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 들었는데 말입니다. 칼칼칼 그래요 흘러간 과거에는 사실만이 있을 뿐 가정은 없더란 말이지요 - 이런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지 않았을까 말이에요.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지도 알 수 있지요 범인은 오랜 시간을 들여 범행을 실행하더란 말입니다. 자신의 몸이 망가져 가면서 말이에요. 문득 말이지요 비극적 사랑의 결말은 파멸의 타나토스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게 되더란 말이지요. 룀오와 줄리엣도 그렇고 햄릿과 오필리아도 그렇고 말입니다. 루시와 제퍼슨 호프의 사랑도 그러하더란 말입지요.

 

여기선 말입니다. 하나 더 이들의 사랑을 갈라 놓는 것이 더 등장하더란 말이지요. 종교입니다. 종교적 견해 차이가 말이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까지도 규제하게 되었더란 말이지요. 칼칼칼 유랑인은 통 종교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먼저 밝혀두고 이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하는데 말입니다. 왜 종교란 것이 사람을 갈라 놓아야 하는지 모르겠더란 말입니다. 믿음이란 것이 왜 나눠지는지 알 수가 없더란 말입니다. 어쩌면 신이란 존재는 공포와 두려움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거저 절대적 존재자가 이름을 바꾸어 나타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말입니다. <러셀의 철학 노트>라는 책이 있었는데 무신론자인 것을 설명한 부분이 있더란 말입지요. 그러나 아직 유랑인은 그것만큼은 설명할 수 없더란 말입니다. 칼칼칼 사실 그다지 증명할 필요는 없어보이는데 말입니다. 그냥 말이에요 세상에는 그저 한가지 종교 아니 그냥 한 가지 생활믿음이 있엇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종교이야기를 하다보니 이상한 곳으로 흘러버린 듯 합니다 그럼 여기서 그만 .....

 

이 책은 앞에서는 살인 사건의 표면만을 일목요연하게 서사하고 말입니다. 후반부는 왜 그 사건이 일어나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더란 말이지요. 유랑인은 이번 여름은 홈즈의 기록을 살피며 살 생각인데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실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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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설에 빠지다 - 금오신화에서 호질까지 맛있게 읽기
조혜란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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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시지요 유랑인입니다. 죽지도 않고 입만 살아 돌아왔습지요. 칼칼칼 죽지도 않고 또 왔습지요. 저기 말입니다. 문득 예전에 유랑인이 씨부리기 시작했을 때 각설이 타령의 한 소절을 인용하여 글머리를 열었던 적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번 글을 쓸 때 한 번 다시 써 봐야 할 것 같더란 말입니다.

 

사실 생뚱맞게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다는 이야기를 늘어 놓은 것은 <옛 소설에 빠지다>라는 책을 이야기 해보기 위해서 입니다. 옛 소설이라고 하니 뭐 고전 소설 쯤 되겠습니다. 그 고전 소설을 모아 본 책이 < 옛 소설에 빠지다>입니다.

 

칼칼칼 옛 소설에 빠진다는 언술에서 말입니다. 유랑인 개인적인 의견일 수 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유랑인이 남정네니까 말이지요. 과격하게 표현해 보자면 뭐 관능적인 여인네의 젖가슴을 빨아보는 것만큼 혹은 살뽀뽀를 하는 것만큼이지 싶단 생각을 하기에 이르는데 말입니다. 남정네와 여인네와의 젖가슴 빨기나 살뽀뽀는 말이지요 상호 의사소통이 된 상황하에서 일어나는 행위지요.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행위는 변태적 행위가 되거나 강간이 되어버리더란 말씀입지요. 그러니 빠진다는 말은 그리 쉬운 언사가 아니더란 말이지요

 

여기서 말입니다. 옛- 이라는 글자는 말이지요.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드는 글자입니다. 지금의 것이 아닌 것이니까 말이에요 과거의 것이었더란 말이지요. 멀 수 밖에 없더란 말입니다. 작금의 독자들은 말이지요 한글 전용 세대라고 불려지는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안타깝게도 칼칼칼  훈민정음이라는 표기 체계가 생기기 전까지 말입니다. 한자를 빌어 썼으니 그 벽은 더욱 공고 하더란 말입니다. 관능적인 여인은 쉬이 옷고름을 푸는 그리 쉬운 여인네는 아니더란 말입지요.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이놈도 타고 저놈도 타는 배인가'라고 노래하던 여인네의 배는 아닌 것이겠습니다. 칼칼칼

 

이 책에는 주제별로 12 편의 글들이 소개 되고 있는데 말입니다. 칼칼칼 이생규장전 소설 윤지경전을 통해서는 옛시대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 말입니다. 김영철전 강도몽유록 박씨전을 통해서는 전쟁의 참상을 이야기하고 말이지요 옥루몽 오유란전 적성의전 금방울전을 통해서는 남성들의 판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말입니다. 남궁선생전 호질을 통해서는 통렬한 사회비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는데 말입니다. 유랑인에게는 소설이라는 여인네의 열 두 옷고름으로 보이는데 말입니다.저 고름을 풀어 젖히면 관능적인 젖가슴이나 한 자락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칼칼칼

 

이 책은 말이지요. 어쩌면 소경이 코끼리의 코를 만지는 것과도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소경이라도 한 번이라도 코끼를 만져 보는 것이 경험적 측면에서는 이득이 되겠지요. 뭐 하나의 상이 여러가지의 상으로 와전 곡해되더라도 말입니다. 소경인 것은 유랑인이나 여러분이나 매일반이니 말입니다. 그저 한번 만져보고 상상의 눈을 뜨는 것이지요. 무산의 선녀를 만나러 무산으로 젖어드는 것 , 빠져드는 것이지요. 칼칼칼  무산선녀와 어째 운우지락을 나눌 준비는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칼칼칼 무산의 선녀와의 운우지락을 꿈꾸신다면 말입지요. 칼칼칼 < 옛 소설에 빠지다> 요거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해드립지요 칼칼칼 방중술의 기본은 알려드릴 입문서 될 듯 합니다.

 

입문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말이지요. 요것이 원문과 해석을 병기해 놓은 것이 아니라 줄거리를 요약한 것이어서  완전한 형태를 알 수 없다는 것에 있습지요. 뭐 고등학생을 위한 독서평설에 연제 된 것을 책으로 묶었으니 평이하게 잘 요약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조금 읽은 자. 뭐 에덴의 선악과 밑에서 과즙이라도 맞아본 뱀에게는 그다지 흥미를 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칼칼칼.

 

서늘해진는 저녁날 완유세설령에서 유랑인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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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 안도현 시집 문학동네 시집 99
안도현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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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유랑인입니다. 잘들 지내시고 계시지요. 유랑인은 골골거리면서 감기에게 몸을 허락하느냐 마느냐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만 ....... 견딜만 합니다. 겨울은 그렇게 견디면서 지내야 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감기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안도현의 < 외롭고 높꼬 쓸쓸한>이라는 책입니다. 다들 한 번은 들어보신 제목일테고 첫 장에 세 줄 긁적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심장을 울리게 만든 문장입니다. 한 번 읊어볼까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이십대의 새파란 청춘을 입고 살 적입니다. 저러한 문장은 멋모르는 하룻강아지들의 머리통을 부수어 버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문장이었답니다 버려진 희끄무레한 연탑입니다만 저 여탄의 생을 반추한 것이라고 생각해보십시요. 무릎을 탁치게도 되지만 섬뜩하기도 한 문장이지요.

 

그렇게 새파란 청춘의 한 시기는 가고 이제 청춘도 아니고 장년도 아닌 그 틈바구니에서 읽는 <연탄 한 장>은 그 때는 몰랐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텍스트는 그래도인데 읽는 독자에 의해서 변형되고 재구성된다는 말을 유랑인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 유랑인이 하지 않았어도 어느 호서지방의 유명한 생각꾼이 말입니다. 한 번은 했을 것 같습니다. 유랑인이 읽은 기억이 나거든요 - 딱 그 짝입니다. 이렇게 들립니다.

 

"새파란 청춘들아 늙어버린 어른들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마라 너 생각해봐라 어른들이라고 너희들처럼 새파란 청춘이었던 적이 없었을 것 같으냐"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어디선가 나쁜 소년이  서 있다가 한 마디 합니다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나쁜 소년이 서 있다 중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허연, 민음사) 나쁜 소년은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에 연탄은 억울하다는 듯이 한 마디 던지는 겁니다. 함부로 차지 말라고 말입니다.

 

이 시첩에 묶인 시들을 쓸 때 안도현은 세상과 불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공유할 수 없는 국가권력 앞에서 엎드러 지내기보다는 고개를 들어 잘못된 것을 잘못되다 말하는 것을 택했던 시인에게 삶은 그리 쉬웠을리 만무하다.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연탄 한 장)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은 사실 "삶이란 나 자신을 으깨는 일"이라고 고백합니다.(연탄 한 장) 삶은 자신을 으깨어 기꺼이 연탄한 장 되고 싶었던 시인은 연탄이 타오르는 것처럼 한 번은 타오르고 싶다고 " 나도 언젠가는 활활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밀어 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라고 고백하빈다. 시류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확인하는 말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곳곳에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자기 고백이 곳곳에 보입니다.

 

<이 세상 소풍와서>의 전문을 한 번 볼까합니다. 

 

  "완주군 동상면 들어가는 입구에 / 저 밤나무 무성하게 풀어놓은 / 밤꽃냄새 / 퍽 징하네  사아보려고 기를 쓰며 /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것들은 / 다 저렇게 남의 코를 찌르는가 보네 / 인간도 / 가장 올 헤맨 자의 발바닥이 가장 독한 냄새를 풍기는 법 /  나는 이 세상에 소풍와서 / 여태 무슨 냄새를 풍기고 있었나 / 단단한 밤 한 톨 끝내 맺지 못하더라도 / 저물어 하산하기 전까지는 자네한테 말고 오늘 나 자신한테 말야"

 

유랑인은 이 시를 읽으면서 엉뚱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생각했습니다. 천 시인이 돌아가리라 잘 놀다 왔다고 말하리라고 읊었던것 같은데 말입니다.안 시인은 세사에서 나 자신이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말입니다. 무슨 냄새든 하나는 피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귀천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는 이미지라면 이 세상 소풍와서는 아래로 아래로 침강하는 이미지입니다. 천시인은 하늘에서 잘 쉬고 있으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안도현 시인은 <붕어>라는 시에서 붕어의 제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붕어의 내면과 외부에서 붕어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너무나도 다른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상하게도 저는 허연 시인의 <도미>라는 시를 생각했습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도미가 가끔 펄떡거리면서 삶의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두 시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이후에도 시를 쓰면서 살아냅니다. 세상을 견디면서 말입니다. "내 삶이 때아니 홍수로 피해를 당하는 건 / 솔직히 겁났던게  사실.(홍수) 이지만 '이리저리 머리채를 잡힌 채 전전긍긍하면서도 / 기어이 , 버티는 것은 /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 버티는 것을 / 이제 막 꼼지락꼼지락 잎을 내밀기 시작하는 어린 나무들에게 / 보여주어야 할"(나무) 것들이 자ㅏ나는 세상을 살아냅니다. 새로운 싹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 다시 볼펜을 잡아야겠다 (중략) 나는 써야겠다. 이 세상의 한복판에서 / 지금 내가 쓰는 시가 밥이 ㅚ고 국물이 되도록 / 끝없이 쓰다 보면 겨울 밤 세 시나 네 시쯤 / 내 방의 꺼지지 않은 불빛을 보고 누군가가 중얼거릴 것이다. / 살아야겠다고 , 흰 종이 위에다 꼭꼭 눌러 / 이 세상을 사랑해야겠다고 쓰고 또 쓸 것"이라고 다짐한다.윤도현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 곳에서 풀어내는 안도현의 내밀한 다짐이면서 흔들림 없이 견고한 세상에 대한 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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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책 몰래 고치는 사람
심경호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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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차가운 기운들이 바람결 사이로 켜켜히 쌓였다가 눈이 되어 내리기도 하는 겨울의 한 자락을 지내고 있는 유랑인입니다. 다들 겨울 잘들 견디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랑인은 천연 고지방성 베둘레햄을 장착한 덕분에 그리 추운지 모르고 잘 견디고 있답니다.

 

유랑인이 이번에 읽어 본 책은 다소 생소한 - 제가 한문학에는 문외한이라 그러는 것이겠지만 - 심경호라는 한문학자가 쓰고 엮으신 『자기 책을 몰래 고치는 사람』이라는 책입니다.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말입니다. 딱 두 가지가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한문학자의 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고전에 살짝 관심이 있는데 우리나라 고전이든 우리나라에서 고전으로 여겨지는 책들은 한자에 기대어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까?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발동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자기 책을 몰래 고친다는 이미지 때문이었습니다. '몰래'라는 말이 조금 어감이 서걱거리기는 합니다만 자기 글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자인하고 늦었지만 타인이 모르게라도 고친다는 것은 자기 충족이며 만족이고 학자의 기본자세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번 읽어 볼만 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던 것이지요.

 

이 책은 분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들이 많고 논문의 성격이 강한 것들이 있고 논문이라고 하기에는 가벼운 글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뭐 굳이 이름 붙이자면 중수필 정도 될 것 같습니다만 책의 분류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옛 선인들의 방식을 빌면 한 권의 문집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이제껏 써온 글들을 가려 묶었으니 말입니다.

 

이 책은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고 그 속에 수 많은 편린들이 켜켜히 쌓여 있습니다. 읽는 이의 기호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소소한 글 읽기의 재미는 제 1부 '자기 책 몰래 고치는 사람'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말입니다. 고전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제 2부 '책 읽는 풍경 - 고전의 양식'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전에 대한 서평들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헤어나오지 못 할 했습니다. 모르는 책들이 저를 유혹했거든요. 좀더 깊은 이야기를 해 볼 요량이면 제 3부 '지금은 쓰이지 못하지만 뒷 세상엔 영원하리라 -지성사의 단편' 부분을 먼저 읽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네 번 째 장은 학문의 갇힌 틀을 넘어 문화담론을 이야기하는 장입니다.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 부분을 먼저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나눠져 있으니까 읽기 쉽기도 하고 읽기 어렵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읽기 쉽다는 것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고 말입니다. 읽기 어렵다는 것은 호흡이 그만큼 짧아서 몰입하기 쉽지 않아서 입니다.하지만 한시의 맛은 말이에요 그 문장이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읽고 맛을 음미하는 자의 것이겠지요. 글은 사람을 따라간다고 말입니다. 한학을 공부하신 분의 글이 묘한 생각거리를 준다고 생각하고 싶어집니다.

 

한학자라고 하면 말입니다. 생각되는 이미지 있지 않습니까? 그 이미지가 저자의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꼿꼿하다고 할까요. 낡아 버린 말자루에서 꺼낸 제 표현 낱말들을 끌어오자면 사막에서 마른 바람을 맞으면서 견뎌낸 문체 같다고 해야할까요? 군살이라고는 없고 왠지 야위워 보이지만 안광만큼은 살아있어 쉬이 건드릴 수 없는 문장 같았습니다. 전문가이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흘러 나온다라는 말을 뛰어 넘어 흘러 넘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전에 관해서는 한문학에 관해서는 이제 흘러 넘치는구나 싶습니다. 이런 글을 읽는 순간은 정말 재미있는 순간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2부를 마지막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왜냐구요. 다른 부분들을 읽으면서 조금은 한문학 혹은 동양고전에 대한 흥미가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고전에 대한 소개글에 해당하는 부분이 2부거든요 한자가 어렵고 한문이 어렵다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읽고 또 읽다가 보면 문리가 트일 것 입니다. 저는 '코 묻은 진보'라는 '고문진보'를 찾아 읽어 볼 생각인데 , 생각만 앞설 뿐 언제 읽을런지 기약이 없습니다. 이 번 한 해가 가기 전에 꼭 한 번 읽어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8년 우리나라 고전 읽기를 하다가 만 것이 생각나는데요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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